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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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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547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1.13 03:43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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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47. 늙은이-4

DUMMY

미지의 존재를 상대할 때 흔히 실수하는 것이 현재의 정보만으로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통상적인 사물이나,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적색 등급 SCP와 같이 약간의 실수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존재일 경우, 이는 이러한 섣부른 판단은 더욱 위험하다.


게다가 그 존재가 그러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그 실수는 더욱 치명적으로 변한다.


SCP-106은 그 위험성 때문에 접촉 자체가 허가되지 않은 존재였으므로, 가지고 있는 정보 역시 적었다.


때문에 격리 실패에 따른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었고, SCP-1983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제물로 바쳐가며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우에는 그 제물이 프란시스 요원이었을 뿐이다.


[전 대원, A구역을 샅샅이 수색해라!!]


미하엘 소령의 명령에 따라 각 구역에 흩어져있던 대원들이 A구역으로 모여들었다.


물론 각 구역당 배치된 인원이 20명정도에 불과했기에 넓은 거주구역을 수색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그 말은, 프란시스 요원을 납치한 106이 수색하는 대원들의 눈을 피해 도망칠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금속만 이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군.”


106은 벽면이나 바닥, 천장 등을 부식시키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재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식이 가장 빨리 되는 것은 철제, 금속으로 된 벽면이다.


때문에 106은 그런 부분에서 출현하는 것을 선호했고, 대부분의 격리 실패가 모든 면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기지 내부에서 일어났기에 금속 외의 벽면에서는 출현할 수 없다고 오판했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아차린 지금, 급하게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놈의 출현 범위가 모든 고체 벽면이라면, 목조나 석재도 예외는 아니겠지.


즉, 갑자기 가정집 안에서 출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지금, 놈의 출현 범위를 도저히 예상할 수 없게 된다.


“너희들은 주민들을 대피시켜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곳에서 멀리 떨어뜨려!!”


기억소거제의 사용이 허가되었으니 다소 거친 방법을 사용해도 문제는 없을 터였다.


문이나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재단 측에서 다 고쳐준다. 사망자나 부상자만 생기지 않으면 모두 없던 일로 할 수 있으니 서둘러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게다가 그 총성은.


“너흰 A구역을 마저 수색해라. 난 2소대를 이끌고 라미레즈 소령님께 가보겠다.”


“알겠습니다.”


놈의 이동 거리를 생각해본다면 두 번 정도의 출현으로 구역을 이동할 수 있을 터였다.


조금 전의 총성이 라미레즈 소령의 것이라면, 지금은 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타앙!!


다시 한 발. 적막을 깨는 총성이 울렸다.




조금 전.


A구역을 돌아다니던 프란시스 요원이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에, C구역의 대원들이 대부분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후, 프란시스 요원의 권총과 부식의 흔적이 A구역의 골목에서 발견되었고, 각 구역에 있는 모든 대원들이 A구역을 수색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라미레즈 소령을 제외하고.


-썩을.


사복으로는 이동속도가 느려 빠르게 합류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A구역에 놈이 출현했다면 차라리 높은 곳으로 올라가 저격을 하는 것이 나아보였다.


-추운 건 싫지만.


저격 포인트를 찾기 위해 높은 건물을 살펴보던 차, 다른 건물보다 높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저기로 올라가면 되겠군.


골목 안쪽에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보였다.


닫혀있는 비상구 손잡이를 잡은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


동물적인 반응으로 바닥을 굴러 거리를 벌렸다.


비상구의 맞은편 벽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며, 썩어들어가는 사람의 팔 하나가 튀어나와있었다.


검은 부식성 액체로 뒤덮인 손끝에 살짝 닿은 겉옷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추위조차 잊고 외투를 벗어던진 라미레즈가 놈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튀어나온 팔이 벽을 움켜쥐며, 벽 안쪽에서 몸을 뽑아내고 있었다.


어깨, 머리, 가슴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아래쪽에서 무릎이 튀어나왔다.


이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106이 그 뻣뻣한 목을 돌려 라미레즈 소령을 똑바로 쳐다봤다.


-일단 무전을,


그러나 주머니를 뒤져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전 바닥을 구를 때 떨어진 무전기가 놈의 발치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라미레즈 소령님, A구역에서 흔적 발견됐습니다. 이쪽으로 합류하십시오.]


무전기에서 미하엘 소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버튼을 누르고 대답해야 하는 무전기 특성상 아무리 소리쳐봐야 대답할 수 없었다.


[라미레즈 소령님?]


조금 더 안 좋은 소식은, 뒷주머니에 대충 넣어두었던 권총도 무전기 옆에 떨어져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몸에 고정해두었던 저격총 케이스는 그대로 들고 있었지만, 조립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 가지 더 다행인 점은 놈의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라미레즈 소령이 최대한 거리를 벌려, 골목을 벗어난 뒤 넓은 장소에서 케이스를 내려놓았다.


출현 속도도, 이동 속도도 느리기에 조립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케이스를 열고, 분해되어있는 총기 부품들을 하나씩 집었다.


총열과 몸체를 결합하고, 개머리판을 장착한 뒤, 받침대를 연결하고 스코프를 달았다.


탄창을 삽입하고 볼트를 당기자, 육중한 철컥 소리와 함께 대구경 탄환이 약실에 장전되었다.


106과의 거리는 약 100m.


평소대로라면 눈 감고도 맞출 거리다.


대로 바닥에 저격 자세로 엎드린 라미레즈가 한쪽 눈을 감고 스코프를 들여다보았다.


건물에 가려져 바람은 불지 않았다.


낙차도 없었다.


놈과의 거리는 직선.


-쏘면 맞는다.


귀를 막지 않았다가는 고막이 터져나갈 것이었기에, 항상 휴대하는 귀마개를 귓구멍에 끼워 넣은 뒤, 숨을 내쉬었다.


반쯤 내쉬던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유효 사거리 2km. 사람의 팔다리 따위 한 발로 떨어뜨려버리는 50구경 대물 저격총의 총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주변에 쌓여있던 낙엽이 풍압에 좌우로 휘날렸다.


탄환이 닿기까지 찰나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런 방음설비 없이 대물 저격총을 발사했으니 큰 혼란이 일어날 테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골목길 한가운데. 106이 멀쩡히 서서 걸어오고 있었다.


-빗나간 건가?


2킬로미터 밖에서 사람의 머리를 맞힐 수 있는 라미레즈 소령이 아무리 방금 조립한 총이라고 하더라도 이 거리에서 사람 정도 크기의 물체 그것도 거의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대를 맞히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러나 106은 멀쩡히 걸어오고 있었다.


몸에 탄흔도 보이지 않았다.


-썩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볼트를 당겨 다음 탄환을 집어넣었다.


-일단 이동을 막아야 해.


영점을 조절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던 것 같았으므로, 이번엔 정확히 계산하여 106의 오른쪽 다리를 조준했다.


속도가 느리므로 타이밍을 노리긴 쉬웠다.


오른쪽 다리가 앞으로 나오는 순간.


숨을 반쯤 내쉬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50구경 탄환이 다시 한 번 공기를 찢어놓았다.


타이밍도, 조준점도 완벽했다.


약실에서 튀어나간 탄피가 빈 깡통같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튕겼다.


무릎 관절을 노린 것이 정확했는지, 106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무슨?!”


오른쪽 무릎에 탄환을 맞은 106이 무릎을 꿇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일어나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관통이 안됐다고? 그럴 리가?


혼란에 빠진 라미레즈 소령이 다시 조준점을 잡고 같은 곳을 노렸다.


타아앙!!


거리가 점차 줄어, 20m 거리에서 탄환에 직격당한 106이 크게 휘청거렸지만, 그 뿐이었다.


육안으로 자세히 관찰하자, 무릎에 직격한 탄환이 부식당한 채 떨어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고체는 모조리 부식시키는 건가.


탄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대 SCP용 특수 탄환이라면 먹힐 수도 있겠지만, 지금 장전된 것은 평범한 납탄이었다.


즉, 움직임을 조금 저지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아차.


총기를 잡고 있던 라미레즈 소령이 자신이 목표를 앞에 둔 채 한눈을 팔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서둘러 스코프를 들여다보았지만, 106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


바닥에서 튀어나온 106이 라미레즈가 쏘던 저격총의 총열을 손으로 잡아, 부식시켰다.


뒤이어, 바닥에서 솟아난 106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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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늙은이-2 +2 20.11.11 90 4 9쪽
45 44. 늙은이-1 +1 20.11.10 82 3 10쪽
44 43. 요원-5 20.11.09 62 4 9쪽
43 42. 요원-4 20.10.30 62 4 10쪽
42 41. 요원-3 20.10.29 69 5 10쪽
41 40. 요원-2 20.10.28 64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5 4 10쪽
39 38. 휴식 20.10.26 79 6 10쪽
38 37. D계급-10 20.10.23 81 4 9쪽
37 36. D계급-9 +1 20.10.22 73 4 10쪽
36 35. D계급-8 20.10.21 68 4 10쪽
35 34. D계급-7 20.10.20 77 4 9쪽
34 33.D계급-6 20.10.19 80 4 10쪽
33 32. D계급-5 20.10.16 81 5 10쪽
32 31. D계급-4 +1 20.10.15 8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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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D계급-2 20.10.13 112 5 10쪽
29 28. D계급-1 20.10.12 137 5 9쪽
28 27. 판도라의 상자-2 20.10.09 9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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