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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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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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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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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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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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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9. D계급-2

DUMMY

“나와라.”


흑복을 입은 미하엘 대위가 독방에 앉아있던 조슈아를 불러냈다.


평소대로라면 경비들이 조슈아를 데려갔겠지만,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기동특무부대원이 직접 찾아왔다.


물론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들어가.”

미하엘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은 그간 전전했던 실험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방이었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스크린. 그리고 앉아있는 사람들의 복장을 보니 모두 군대의 위관급 이상 간부들이었고, 재단 소속 요원으로 보이는 자들도 몇 있었다.


기동특무부대의 간부급 인사들, 군 장성, 박사들, 요원들까지.


재단의 핵심인물이 모두 모인 자리에 어째서 D계급인 자신을 불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처신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동특무부대 뉴-7 대위 아이반 미하엘 도착했습니다.”


“앉아라.”


미하엘 대위가 조슈아에게 빈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지시했다.


주변을 보니 자신 외에도 다른 D계급들이 몇 명 더 있었다.


“다들 온 것 같으니 시작하지.”


라미레즈 소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SCP-1983 내부의 탐사, 가능하면 파괴가 목적이다.”


SCP 재단에서 파괴를 목적으로 한 SCP들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조건은 단순하다.


1. 완전한 격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경우.


2. 격리 실패 발생시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현재 SCP-1983의 경우 두 가지에 모두 해당되며, 장소는 폐쇄된 화학공장으로 위장중이다.


“현지에 있는 기동특무부대 카이-13과 접촉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D계급 인원을 비롯하여 이쪽 인원 20명이 안으로 진입해 임무를 수행할 거다.”


화면에 검은 색 괴물들의 사진이 몇 장 떠올랐다.


형상은 인간의 것이었지만, 그 속이 마치 그림자로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채도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SCP-1983-2 개체들이다. 현재 1983-1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인간에 적대적이다.”


오컬트적인 성격을 띠며, 은. 그 중에서도 축복받은 은이라 불리는 종교적인 의식을 거친 탄환이 효과적이다.


“기도와 은탄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증명된 사실이다. 기도문, 종교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고, 단지 신실하기만 하면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수님이던, 부처님이던, 알라신이건, 누구에게든 신실하게 빌라는 소리였다.


그에 따라 차출된 인원들은 독실한 종교 신자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종교계에 몸을 담고 있던 요원들도 있었다.


기도와 은탄. 과학이나 전술과는 거리가 먼 듯 보였지만, 그런 것이 별로 없는 이 곳에서는 이러한 오컬트적인 정보라 할지라도 진지하게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주의할 사항은, 카이-13 성가대에서 여러 차례 대원들을 내부로 투입했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투적인 주의사항이었지만, 막상 들어보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번 작전에 사용되는 모든 탄환은 은이 도금된 특수 탄이며 기존 탄약과 동일한 수량이 지급된다.”


라미레즈 소령이 D계급 인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물론 D계급 인원에게는 무장이 주어지지 않으며, 기동특무부대에서 사용하는 방어용 슈트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지급될 거다.”


물론 지시에 불이행하거나 탈출 혹은 수상한 행동을 할 경우 즉시 사살된다.


“질문 있나?”


뉴-7 소속 부대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뭐지?”


“1983-2 개체들의 공격 패턴은 어떻게 됩니까?”


라미레즈 소령이 잠시 침묵하더니, 작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 화면을 보도록.”




미국 남부 어딘가.


경찰로 위장한 기동특무부대 카이-13 부대원들이 한 농장의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 남성이 문을 열었다.


“경찰입니다. 농장주 트레버 씨 되십니까?”


“아, 드디어 와 주셨군요. 제가 트레버입니다.”


“가축들이 이상하게 죽어나가고 있다고요.”


“맞아요. 수의사들이나 방역당국에서도 왔는데 무슨 바이러스같은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냥 소들이 죽었어요. 저길 봐요.”


트레버가 가리킨 초원을 쳐다보자, 풀을 뜯고 있는 소들 가운데에 죽어 있는 소 몇 마리가 눈에 띄었다.


“무슨 전염병같은 거면 다른 소들도 전부 죽거나 비실비실해야 할 텐데, 누가 고의적으로 죽이거나 한 것 같아요.”


“그럼, 범인을 잡아달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근처에 녹화되고 있는 CCTV가 있습니까?”


“농장 입구에 하나 있습니다.”


“확인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들어오세요.”


트레버가 문을 열고 경찰들을 농가 주택으로 들였다.


-이번에도 놈들의 짓일까요?


-확실해. 감이 왔어.


지하실로 내려가는 트레버를 뒤따르던 부대원 론이 주머니에 든 기억소거제를 확인했다.


“소가 죽은 시점 영상입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는데, 갑자기 픽 하고 쓰러지더라고요.”


시간을 보니 오전 4시경의 깊은 새벽이었다.


조명이 거의 없는 시골 목장 특성상 화면이 어두워서 흐릿한 윤곽 말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밤에 풀을 뜯으며 안광을 빛내던 소가, 한 순간 갑자기 픽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저것 봐요. 저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벌써 스무 마리는 죽은 것 같아요.”


확실히 아무런 증상 없이 쓰러지는 것이 누가 총으로 쏴서 죽인 것 같기도 했지만, 총성은 들리지 않았고, 소음기를 장착했다고 해도 소의 시체에 총상은 남아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분명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가 쓰러지기 직전. 안광을 빛내던 소의 오른쪽 눈이 무언가에 가려지듯 잠시 꺼진 시점이 있었다.


-에반 중위님. 저거 맞죠?


-그래.


론이 트레버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 있을 뿐, 1983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일단 자료 확보를 위해 CCTV 영상을 모두 수거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근방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찍혀있을 수도 있거든요.”


“아. 그 사건 말이군요. 얼마든지 그렇게 하시죠.”


에반 중위가 CCTV 영상을 디스크로 복사하고, 원본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영상을 확보하고 다시 농장으로 나온 부대원들이 이번에는 소들의 시체를 살폈다.


총상, 찢긴 자국, 긁힌 자국이 하나도 없어 상처로 죽은 것은 아니었고, 침을 흘리거나 각혈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아 병도 아니었다.


“소의 시체들도 부검을 위해 전부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시체를요? 뭐 가져가실 수만 있다면야.”


론이 어딘가로 전화하자, 잠시 후, 집채만 한 트럭 한 대가 트레버의 농장 앞에 멈췄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트럭에 트레버의 입이 벌어졌다.


“그럼 이만. 결과가 나오면 전해드리겠습니다.”




SCP-1983 격리구역 인근. 기동특무부대 카이-13 성가대 관할 제54전초기지.


“성가대 소속 에반 중위와 론 하사다.”


“그 트럭은 뭡니까?”


“소고기.”


초병이 트럭을 살펴보니 죽은 소의 시체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이번에 나타났다던 그 농장입니까?”


“그래. 문이나 열어.”


초병이 손짓하자 병사들이 도로를 가로막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치웠다.


잠시 후. 전초기지 내 연구실.


해부를 위한 몇 구를 제외한 나머지 사체들은 전부 구덩이에 파묻어 소각했고, 5구정도의 사체들을 연구실 테이블 위에 올렸다.


겉보기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비었군.”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 것도 없었다.


“놈들의 짓이 확실하군요.”


외상의 흔적 없이 깔끔하게 적출된 심장부는 애초에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 텅 비어있었다.


SCP-1983-2의 짓이 확실했다.


“참 나,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도려내는 거야?”


감탄마저 나올 솜씨였지만,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영상 자료도 확보해왔으니 검토해봐요.”


“모습이 찍혔나?”


“아주 잠깐. 한 1초 정도?”


“어디 한 번 보세.”


디스크를 컴퓨터에 넣고 영상을 재생하자, 농가에서 봤던 영상이 그대로 재생되었다.


가만히 서있던 소가 픽 하고 쓰러졌다.


“잠깐.”


소가 죽기 직전으로 영상을 돌리자, 어둠 속에서 빛나던 오른쪽 눈의 안광이 잠시 가려졌다.


“밝기 높여봐.”


영상의 밝기를 높이자, 주변 사물들이 구분되었다.


그럼에도 소의 오른쪽 눈 부분은 여전히 검은 색이었다.


그 상태로 느리게 재생하자, 사람 형태의 그림자가 소의 몸 안으로 흡수되듯 들어갔다가, 이내 빠져나왔다.


손에는 심장이 들려있는 상태였다.


“언제 격리 실패가 발생한 거지? 문은 다 막아놓지 않았나?”


SCP-1983의 문은 24시간 봉쇄상태이며, 대원들과 요원들에 의해 항시 감시되고 있다.


문이 열렸다는 보고가 들어온 적은 없으며, 사상자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그건 몇 가지 가능성을 추가로 제시했는데,


1.문을 통해서 드나드는 것만이 아니다.


2.다른 곳에서도 SCP-1983의 존재가 확인될 수 있다.


3.언제인지 모르게 동료들이 희생당했다.


가능성은 셋 다 비슷했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3번뿐이었다.


“돌아버리겠군.”


어쨌든 확실한 것은 지금의 보안 수준으로는 1983을 완전히 격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낙심하고 있던 차, 론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중위님.”


“왜.”


“지원 병력 도착했답니다.”


간만에 들려오는 희소식에, 에반 중위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물론 희보인지 비보인지는 들어봐야 아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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