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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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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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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7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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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8. D계급-1

DUMMY

035의 격리실 문이 열렸다.


682의 격리실패 이후 날뛰는 682 덕분에 격리실 내부는 난장판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그나마 피해가 덜 한 쪽에 속하긴 했지만, 사물이라고 있는 것들은 모조리 바닥에 넘어져있거나 부서져있었다.


시체도 두 개 정도 보였다.


“자넨 거기에 가만히 있게나.”


클레프의 명령을 받은 데이나 요원이 입구에 그대로 발을 붙이고 섰다.


SCP-035. 통칭 빙의가면.


뇌파를 조종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신을 얼굴에 쓰고 싶게 만들고, 착용자의 정신을 잠식하여 의식을 덮어씌운다.


물론 가면이 본체였기 때문에 숙주가 죽었다고 한들 인간을 끌어들이는 능력에는 크게 제약이 없는 것이다.


물론 클레프 요원에게는 예외였다.


부식액에 닿지 않도록 보호 장갑을 낀 클레프 요원이 에이바 연구원의 얼굴에서 가면을 주워 다시 유리 상자 안으로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에이바 연구원의 얼굴은 이미 부식액으로 인해 녹아내려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가슴엔 권총으로 인한 총상을 입은 상태였고, 정확히 심장을 관통해 즉사시켰다.


“뭐, 잘 처리한 것 같군. 대처법을 알고 있던 건가?”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그냥 생각 없이 쏴죽인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되었으니 굳이 캐묻지 않기로 했다.


“저것도 자네가 한 건가?”


“자살한 것 같습니다.”


클레프 요원이 자살한 연구원이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주웠다.


약실은 비어있었고, 나머지 탄은 에이바 연구원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만 하군.


일전의 면담 기록에서 알 수 있듯 035의 기질이 상당히 사디스틱한 것을 볼 때, 아마도 죽음의 선택지를 강요당했을 것이다.


말만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언변을 가졌으나, 적의 말을 개 짖는 소리만큼도 취급하지 않는 데이나 요원이었으니 말을 꺼내기도 전에 총알부터 박아 넣었을 터였다.


“앞으론 격리실패 발생시 자네가 이 개체를 담당하도록. 판단은 모두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시체 수습은 후속 처리반의 역할이었으므로 두 요원이 격리실을 벗어났다.


“049의 상태는?”


“안정중이라고 합니다만. 계속 어떤 D계급 인원의 신병을 요청중입니다.”


“인간 소체는 지급이 금지되었을텐데.”


“그래도 달랍니다. 의학의 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가져올 ”


“······그 D계급이 누군데?”


“라미레즈 소령님이 따로 격리해놓았습니다만. 이름이······.”


“이름이 왜?”


“······조슈아 클레프. 라더군요.”


알토 클레프 요원과 성이 같았다.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형제 있습니까?”


클레프 요원이 말을 아꼈다.


-그때 봤던 게 환각은 아니었나보군.


“그건 신경 쓰지 말게. 079는?”


“코드 추적중입니다. 빠져나간 것 같진 않고, 어디 숨은 것 같습니다.”


“나야 그쪽 전문이 아니니 잘 모르겠군. 중앙 제어 시스템만 안전하다면 됐네.”


재단 복구도 차차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손실된 인원의 보충이었다.


-신입 요원들이 좀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이번 682 탈출 사건으로 인해 인원 손실이 꽤나 컸다.


재단 보안 인원, 연구원, 박사들, 요원들, 기동특무부대를 아울러 사상자가 수십 명에 달했으며, 17연구기지 역시 반파되어 수리중이다.


물론 돈이야 재단에서 대는 것이니 별로 상관없었고, 문제는 사람이었다.


뛰어난 요원들이 몇이나 목숨을 잃은 탓에 공백이 너무 많았다.


이 상태에서 다시 한 번 격리실패가 일어난다면, 그 때도 이번처럼 수월하게 막을 수 있으리라곤 장담할 수 없었다.


-일단 훈련소에서 직접 골라봐야······.


♪♩♬♪


주머니에서 클래식 음악소리가 울렸다. 클레프 요원의 벨소리였다.


화면을 보니 O5 7석 의원. 교수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알토 요원입니다.”


[잠깐 휴게실로 올라가보게.]


“무슨 일입니까?”


[라미레즈 소령이 설명해줄 걸세. 이미 이야기는 해 두었으니 그대로 따르면 되네.]


-무슨 일이지?


“일단 알겠습니다.”


교수가 라미레즈에게 율맨의 사냥을 지시한 것이 일종의 시험이었으니, 이제 슬슬 그 결과를 알려줄 때가 오기도 했다.


“데이나. 가서 쉬어라. 필요하면 부르지.”


“알겠습니다.”


클레프 요원이 빈 권총을 챙겨서 자리를 떠났다.


-조슈아 클레프.


D계급 인원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클레프 요원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라미레즈 소령. 이번 사태 역시 침착하게 잘 대처한 것 같더군.”


“감사합니다.”


“이번엔 대원들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 들었네.”


“부상 11명 외 사상자는 없습니다.”


“잃는 것이 두려운가?”


라미레즈가 입을 다물었다.


“한 가지 묻지. 군인이라면 충분히 답할 수 있을 걸세. 임무 성공과 동료 구출 중 무엇을 더 우선시하겠는가?”


“임무 성공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에 흡족할 만 했지만, 교수의 얼굴은 반신반의했다.


“마지막 시험일세.”


교수가 파일 하나를 내밀었다.


표지부터 TOP SECRET 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자, 폐쇄된 화학공장같은 장소가 찍힌 흑백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SCP-1983이라는 일련번호가 보였다.


“기동특무부대 카이-13이 담당하고 있는 SCP일세. 장소형이고, 격리 등급은.”


“케테르. 군요.”


“그렇네.”


그리고 SCP-1983-2 라는 일련번호가 적힌 사진 몇 장이 더 수록되어있었다.


늘 그렇듯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외형은 인간을 닮았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검은색이었기에 마치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인간의 심장을 통째로 뽑아내는 능력을 지녔으며, 처리하는 방법은 기도하며 은탄환을 쏘는 것.


“자네 종교 있나?”


“만들어야 합니까?”


“그런다고 한들 별로 의미는 없을 걸세.”


없으면 됐다는 뜻이었다.


“아무튼, 자네를 SCP-1983 탐사대장으로 임명하겠네.”


“무슨 일을 하면 되는 겁니까?”


“탐사대라고 하지 않았나. 1983의 내부로 들어가 그 안의 정체를 밝혀내게. 필요하다면 파괴해도 좋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임무를 완료해야만 하네.”


파일에 따르면, 일전에 카이-13에서 차출한 탐사대를 2차례 보낸 적이 있으나 둘 모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안에서 나오는 1983-2 개체들에 의한 피해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재단에서는 1983의 폐쇄를 결정한 것 같았다.


장소형 SCP의 폐쇄란 곧 파괴나 마찬가지다.


“질문 있습니다.”


“하게.”


“이건 무엇을 위한 시험입니까?”


“통과하면 알려주겠네.”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일을 마저 살펴보니, 참가 인원의 목록이 적혀있었다.


-라미레즈 레미안 소령


-알토 클레프 요원


-조슈아 클레프 (D-14134)


알토 클레프 요원이야 유능한 요원이니 작전에 투입되는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조슈아 클레프를 비롯한 D계급 인원들이 대거 투입된다는 것은 무언가 조금 이상했다.


아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정도로 위험할 뿐.


파일을 마저 읽고 있자, 알토 클레프 요원이 휴게실로 들어왔다.


“라미레즈 소령. 교수님이 나를 찾았다고 하던데.


“임무 준비됐습니다.”


“그건가?”


클레프 요원이 라미레즈가 읽고 있던 파일을 건네받았다.


한 번 슥 훑어보는가 싶더니, 이내 책상에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다급한 듯 물었다.


“그 양반 지금 어디있어.”


“네? 방금 나가셨는······.”


“이 영감탱이가 진짜!!”


클레프 요원이 휴게실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그러나 교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원래 평의회 의원이라는 작자들이 신출귀몰한 면이 있기에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소식도 아니었다.


“아, 염병할.”


클레프 요원이 이마에 손바닥을 짚고 탄식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지만, 말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듯 구는 클레프에게 더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썩을 영감탱이. 내가 이것만큼은 하기 싫다고 그렇게 이야기했거늘.”


클레프 요원이 바닥에 널브러진 깡통을 걷어차며 어딘가로 향했다.


“어디 가십니까?”


“은탄 수량 확인하러. 참. 그 D계급도 같이 간다고 써있었나?”


“조슈아 클레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만.”


“······그 놈은 따로 빼놔. 현장에 직접 투입시키는 건 상황을 보고 나서다.”


클레프 요원의 반응을 보니 대체 그 D계급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문이 한층 더 깊어졌다.


“작전 시행일은?”


보고서를 훑던 라미레즈가 대답했다.


“나흘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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