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548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1.09 06:07
조회
62
추천
4
글자
9쪽

43. 요원-5

DUMMY

저격수로 인해 움직일 수 없게 된 GOC 부대는 재단의 후속부대에 의해 소탕되었다.


여기서 소탕이라는 말은 전원 사살되었다는 뜻이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그 놈인가?”


다리 한 쪽이 대물 저격총에 맞아 작살난 GOC 대원이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재단 소속 의무관이 잘린 다리에 응급처치를 하며 의식을 계속 붙들어놓았다.


치료를 받던 병사의 멱살을 잡고 계급을 확인한 클레프 요원이 혀를 찼다.


“뭐야. 잡으려면 좀 높은 녀석으로 잡지.”


라미레즈 소령이 살려둔 대원은 이런 곳에 투입되는 특수부대 내에서는 말단에 속하는, 가장 낮은 계급이었다.


“그쯤 해 둬.”


응급처치를 끝낸 의무관이 자리를 비켰다.


권총을 꺼내든 클레프 요원이 가까스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대원 앞에 쪼그려 앉았다.


평소에도 가차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클레프 요원의 상태는 그 정도가 아니라.


“넌 나랑 이야기 좀 하자.”


화가 나 있었다.


“······우쿨렐레 요원.”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


퍼억.


클레프 요원이 포박되어있는 대원의 머리를 걷어찼다.


죽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은 했겠지만, 입에서 이가 하나 튀어나갔다.


“클레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조슈아가 흥분한 클레프를 진정시켰다.


“······그래.”


정신을 차린 클레프 요원이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클레프 요원에게 걷어차인 대원은 고통을 참기 힘들었는지 작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자, 그래,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클레프 요원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대원의 가슴에 발을 올려놓고 짓눌렀다.


“여기에서 뭘 얻으려고 한 거냐, 아니지.”


클레프 요원이 이마에 총구를 대고 질문을 수정했다.


“SCP-079를 탈취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라.”


이미 동료들을 다 죽인 마당에 자신마저 살려둘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름조차 묻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더욱 말할 이유가 없다.


고통은 한순간일 뿐이다.


“!!”


입에서 피가 흘러넘치는 것을 본 클레프 요원이 놈의 입을 강제로 벌려 헝겊더미를 쑤셔넣었다.


“하, 혀를 깨물다니.”


고전적인 자결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자주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일단 어지간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혓바닥을 맨정신으로 깨물어서 잘라낼 수는 없었고, 둘째로,


“어지간히도 말하기 싫은가보군.”


생각보다 잘 안 죽는다.


“내가 지금 네놈의 입으로 정보를 듣고 싶어 하는 건 내가 일말의 자비 정도는 남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이야.”


사실 정보를 뽑아내는 방법은 많았다.


고문이 통할 상대는 아닌 것 같으니 제쳐두더라도 최면술, 기억조작은 물론이고 죽여서 뇌를 꺼내보거나, 영혼을 불러내는 방법도 있다.


물론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는 방법들뿐이지만 이곳은 SCP 재단. 적절한 SCP 몇 개를 이용하면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


물론 시간이야 조금 걸리겠지만.


“······기절했군.”


혀를 꽤나 깊게 깨물었는지, 입안에 쑤셔 넣은 헝겊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썩을, 아직 물어볼 게 많은데.


말단이라고 놈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던 것이 문제였다.


정보야 뽑아낼 수 있겠지만, 일단 079가 놈들의 손에 넘어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놈 치료해놔. 말할 수 있게. 다른 놈들은 모두 죽었나? 후속부대도?”


[그렇습니다.]


추락한 헬기의 잔해를 조사하던 라미레즈 소령이 무전을 보냈다.


-몇 놈 더 살려두라 그럴 걸 그랬나.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별 소용없는 일이었다.


기절한 녀석을 더 붙잡고 늘어져봐야 뭐가 더 나올 리 없으니, 클레프 요원이 권총을 다시 허리춤에 꽂고 자리를 떠났다.


“어디 가?”


“······조슈아 요원의 교육은 올렉세이 박사에게 일임하지.”


“넌?”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




난데없는 GOC 요원들의 급습으로 인해 17연구기지가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을 사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지라 연구원이나 박사들의 피해는 적었으나, 경비 인력, 그리고 기동특무부대 인원들에서 사상자가 꽤 나왔다.


“탈취한 사물형 SCP도 전부 회수했습니다.”


SCP-079를 제외한 사물형 SCP 역시 회수에 성공했고, GOC 부대에서 사용했던 SCP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건, 가위인가?”


“조심하십시오, 소령님.”


쓰러진 GOC 대원의 손에서 전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미용가위를 뺏어 쥐었다.


전투 중에 털을 손질할 미친 대원은 없을 테니 이 역시 SCP이리라.


새로 확보한 사물형 SCP의 취급 매뉴얼에는 연구 목적이 아닌 한 베이스가 된 사물의 원래 사용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조항이 포함되어있으니, 라미레즈는 가위를 가볍게 쥐었을 뿐, 벌리거나 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자, 무언가에 의해 찢긴 듯한 벽들이 눈에 들어왔다.


SCP-682가 탈출할 때마다 저런 식으로 벽들을 찢어놓았던 것이 생각났지만, 이번 소동에서 682는 탈출하지 않았다.


-이걸로 저렇게 한 건가.


SCP-884-4를 잠시 바라보던 라미레즈 소령이 형사들이 증거품을 집어넣는 것과 같은 비닐로 된 주머니에 가위를 집어넣었다.


“이건 내가 직접 갖다놓지.”


“아,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올렉세이 박사님께 갖다드리면 됩니다.”


“다른 건 없나?”


“탈취된 건 전부 제자리에 돌려놨고, 아직 939 몇 마리가 격리되지 않았습니다. 미하엘 소령님이 추적중입니다.”


라미레즈가 손에 들고 있던 저격총의 잔탄을 확인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939 몇 마리 정도야 문제없었다.


“나도 합류하지. 요원들은?”


“클레프 요원은 외부로 나간다고 했고 데이나 요원과 프란시스 요원, 조슈아 요원이 SCP 격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클레프 요원이 외부로 나갔다고?


기습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지금 언제 다시 적들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고 요원이 기지를 비우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클레프 요원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클레프 요원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적들이 재차 침투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거나, 혹은.


-······무슨 일이 있나보군.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니 GOC 대원들이 클레프 요원을 이상한 이름으로 불렀지.


우쿨렐레 요원.


무전 너머로 들었기 때문에 발음이 조금 뭉개지긴 했지만,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쿨렐레라 함은 통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작은 현악기다.


GOC 대원들이 클레프 요원을 어떻게 알고 있고, 왜 그를 우쿨렐레 요원이라고 부르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클레프 요원이 그들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일단 정보부에 연락해야겠군.


정보부라면 GOC를 비롯한 다른 SCP 관련 단체들의 정보 역시 가지고 있을 테니 우쿨렐레 요원에 관련된 정보 역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임무 중에 방해해서 미안하다만, 정보부에 나 대신 연락 좀 해 주겠나?


“정보부 말입니까? 물론 가능합니다만.”


“그럼 우쿨렐레 요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전해주게. 보고는······.”


라미레즈가 잠시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소령님 앞으로 하라고 하면 됩니까?”


“······아니, 정보는 니콜라이 대령님께 곧바로 보고하도록. 내가 전했다고 하면 알아서 하실 거다.”


“알겠습니다.”


라미레즈 소령이 저격총을 챙겨들고 미하엘 대위에게 합류하기 위해 떠났다.


사복 차림이었지만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기지 내에 거의 없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복도를 걷던 중, 벽에 새겨진 눈에 흔적이 눈에 띄었다.


흰색 벽 한쪽이 마치 썩은 것처럼 부식되어있었다.


-그냥 녹이 슨 건가?


처음엔 그냥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녹이 슨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걸어가 보니 단순한 건물 노화의 흔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등에 매고 있던 저격총을 꺼내 장비했다.


바닥, 벽, 천장, 거기에 금속으로 된 문까지 모든 면이란 면에 부식의 흔적이 새겨져있었다.


-이 흔적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차, 침투했던 GOC 대원들이 케테르 층의 모든 전력을 한순간 차단했던 것이 떠올랐다.


-탈출하지 않은 것은 682뿐이었지.


당연하게도, 케테르급 격리층에는 682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타이밍 좋게 걸려온 무전을 받자, 미하엘 소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하엘 소령, 지금 939 재격리를 위해 그쪽으로 합류하는 중······.”


[지금 939가 문제가 아닙니다!!]


미하엘 소령의 목소리가 꽤나 다급해보였다.


[106이 기지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 방금 확인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재앙이 어디선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확보, 격리, 보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49. 늙은이-6 20.11.17 61 4 9쪽
49 48. 늙은이-5 +2 20.11.16 60 5 11쪽
48 47. 늙은이-4 +1 20.11.13 53 5 9쪽
47 46. 늙은이-3 +1 20.11.12 87 4 9쪽
46 45. 늙은이-2 +2 20.11.11 90 4 9쪽
45 44. 늙은이-1 +1 20.11.10 82 3 10쪽
» 43. 요원-5 20.11.09 63 4 9쪽
43 42. 요원-4 20.10.30 62 4 10쪽
42 41. 요원-3 20.10.29 69 5 10쪽
41 40. 요원-2 20.10.28 64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5 4 10쪽
39 38. 휴식 20.10.26 79 6 10쪽
38 37. D계급-10 20.10.23 81 4 9쪽
37 36. D계급-9 +1 20.10.22 73 4 10쪽
36 35. D계급-8 20.10.21 68 4 10쪽
35 34. D계급-7 20.10.20 77 4 9쪽
34 33.D계급-6 20.10.19 80 4 10쪽
33 32. D계급-5 20.10.16 81 5 10쪽
32 31. D계급-4 +1 20.10.15 85 6 9쪽
31 30. D계급-3 20.10.14 89 4 10쪽
30 29. D계급-2 20.10.13 112 5 10쪽
29 28. D계급-1 20.10.12 137 5 9쪽
28 27. 판도라의 상자-2 20.10.09 99 6 10쪽
27 26. 판도라의 상자-1 +1 20.10.08 111 7 10쪽
26 25. 격리 실패-5 +1 20.10.07 103 4 10쪽
25 24. 격리 실패-4 +3 20.10.06 106 6 10쪽
24 23. 격리 실패-3 +1 20.10.05 115 6 10쪽
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5 8 9쪽
22 21. 격리 실패-1 +1 20.09.29 113 5 9쪽
21 20. 실험-5 20.09.28 119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