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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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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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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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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4. 늙은이-1

DUMMY

SCP 재단에서 격리중인 SCP들은 격리 난이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세이프(SAFE)


단순히 물리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격리가 가능하고,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사물형 SCP들이 포함된다.


유클리드(EUCLID)


인지능력이 있으며, 일단 격리는 가능하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개체들이 포함되며, 가장 광범위한 등급이다.


유클리드 등급에서 케테르나 세이프로 등급이 상, 하향 조정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단 새로운 SCP가 발견되면 대부분 유클리드 등급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케테르(KETER).


격리 불가. 단 한마디로 이 등급을 설명할 수 있다.


현대 기술을 아득히 초월한. 흔히 오파츠라고 불리는 기술로고 완전하게 격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명된 존재들.


그 대부분이 위험등급 오렌지 이상이며, 격리 실패시 막대한, 세계 멸망에 준하는 피해가 나오는 SCP들도 존재한다.


17 연구기지에 격리된 케테르급 개체는 총 3종류로, SCP-939, SCP-682, 그리고 SCP-106이다.


939는 기지 내에 격리되어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일단 제쳐두고, 재단에서 주시하고 있는 케테르급 개체는 2개. 682와 106인데, 제거를 위한 활발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는 682와는 달리 대상을 직접 활용하는 실험 자체가 거의 금지되어있다.


SCP-106. 통칭 늙은이.


외관에서 비롯된 별명처럼 106의 생김새는 마치 노인처럼 주름져있으며, 지방층이 거의 없고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을 걸치고 있다.


그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게 썩어들어가고 있으며, SCP-035에서 흘러내리는 것과 유사한 부식성 액체가 온몸을 뒤덮고 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106 평범하게 접촉하는 것이 위험한 SCP였겠지만, 106의 진짜 능력은 바로 고체를 부식시키고 벽면을 통해 순간이동하는 능력이다.


여느 케테르급 SCP가 그렇듯 106의 격리 난이도가 높은 것은 106에게 평범한 물리적 제약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에 따라 106의 격리실은 그 규모만 보더라도 17연구기지 내에서 가장 크고 복잡하며, 유지비용 역시 제일 많이 든다.


납으로 덧댄 강철판으로 이루어진 미로가 40겹 이상. 거기에 다양한 액체로 채워진 감옥이 이중으로 덧대어져있고, 이 모든 구조물은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지면에서 최소한 36cm 이상 떨어진 공중에 설치되어있다.


이 격리 방법은 매주 그 안정성을 검토 받아야 하며, 개선을 위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 문제는, SCP-106의 격리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격리 실패시 발생하는 위험도는 682와 같은 적색.


가장 위험한 등급인 흑색의 바로 아래 등급으로, 상당히 광범위한 피해를 끼치는데다 재단에서도 확실한 제압을 장담할 수 없다.


“······오셨습니까.”


SCP-106의 격리실.


소식을 듣고 도착한 라미레즈 소령에게 미하엘 소령과 그의 분대가 경례했다.


“오는 길에 흔적을 봤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더군.”


“이미 기지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습니다. ······민간인 피해자가 나왔거든요.”


당연하지만 SCP에 관련된 모든 정보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밀사항이다.


때로는 SCP를 목격한 모든 사람에게 기억 소거제를 투입하는 작전이 따로 시행될 정도로 재단의 기밀 유지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다.


그런데 이미 민간인 피해자가 나왔다는 것은, 목격자가 생겼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SCP-106의 사진이 SNS에 떠돌아다닐 수도 있다.


“아직 그 상황까지 가진 않은 것 같지만, 빠르게 잡지 않으면 시간문제겠죠.”


“병신짓은 와트니 박사가 죽었을 때 끝난 줄 알았는데.”


사복차림의 라미레즈 소령은 어쩐지 군복을 입고 있을 때보다 피곤해보였다.


“상부에 보고는?”


“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다른 기동특무부대가 이미 현장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선 그쪽에 맡기고 싶지만, 106 포획 특성상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미끼로써 소모된다.


-하필 클레프 요원이 외부로 나가있을 때 이런 일이.


클레프 요원이 만능은 아니겠지만 재단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SCP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니 그가 있으면 작전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너무 의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부하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판에 요원 한 명에게 의지하는 것이 큰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클레프 요원이 복귀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침 939의 재격리도 끝난 참이니, 인근의 모든 기동특무부대에게 투입 명령이 떨어졌을 터다.


당연히 뉴-7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희도 가야겠습니다.”


“나도 곧 합류하지.”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다.




인적 없이 조용한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군데군데 녹이 슨 낡은 철문이 달린 지하실.


본래 창고. 혹은 사무실로 쓰였던 장소인 것처럼 보였지만, 버려진 지 오래인 장소였다.


클레프 요원이 난데없이 이런 장소를 찾은 이유는 하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


노크를 한 지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인기척이 들려오지 않았다.


한 번 더 문을 두드려봤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한순간 잘못 찾아온 것인가 싶었지만, 이 장소가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없는 지하 창고 입구에 CCTV가 켜져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콰아앙!!


클레프 요원이 낡은 철문을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


찌그러진 철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특성상 약간 우중충한 분위기가 감도는 사무실 내부에, 클레프 요원의 예상대로 한 인물이 앉아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남자에게 카우보이모자로 표정을 숨긴 클레프 요원이 다가가 맞은편의 소파에 앉았다.


그의 뒤쪽으로 도시 내부를 속속들이 비추고 있는 수많은 CCTV 화면이 보였다.


“기지가 습격당했다.”


“알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전부 보고 있었을 테니까.


“누가 습격했는지도 알고 있나?”


“GOC나 뱀의 손 아니겠습니까?”


마치 그것까진 보지 못했지만 뻔하지 않느냐는 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놈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놈은 모든 것을 보고 있으니까.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


“재단 최고의 요원과 장난이라뇨.”


“그럼!!”


클레프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상을 밟고 올라, 남자의 멱살을 잡고 이마에 윈체스터 라이플의 총구를 겨누었다.


“놈들이 왜 나를 아직도 알고 있는지 설명해봐. L.”


L이라 불린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클레프 요원을 올려다보았다.


장전이 되어있으니 방아쇠만 당기면 자신은 죽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위협일 뿐, 절대로 방아쇠를 당기진 않을 것이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L이 입을 열었다.


“······그쪽도 변칙적인 존재를 사용하니 기억 소거제의 효과가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쪽 데이터베이스에 당신의 정보가 남아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이 그 날 전부 죽인 게 아닐 수도 있죠.”


L의 말대로 가능성은 많았다.


GOC는 SCP 재단과 같은 변칙적인 존재를 다루는 단체고, 재단과 달리 변칙적인 존재들을 직접적으로 활발하게 활용한다.


때문에 기억 소거제에 대항할 수 있는 변칙적인 존재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클레프 요원 역시 GOC에서 15년이 넘게 근무했으므로 당연히 데이터베이스에 그의 인사기록이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클레프 요원이 GOC를 나올 때. 모종의 이유로 자신과 함께 생사를 넘나들었던 동료들을 포함한 수많은 GOC 요원들을 그의 손으로 죽였다.


그때 클레프 요원의 눈을 피해 살아남은 사람이 없으리란 보장 역시 할 수 없다.


“가능성은 많아요. 우리도 어디까지나 사람인만큼 실수가 있었을 수도 있고. 난 그저 평범한 인사과장일 뿐입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냐?”


“설명이죠. 이해해달란 말은 하지 않을 테니 일단 이거나 좀 치워주시죠. 게다가 지금은 다른 일에 집중할 때 아닙니까? 당신이 이렇게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압니까?”


“일단 확답을 들어야겠는데.”


L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쪽에서도 요원들을 통해 저들이 왜 079를 탈취했는지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리고 놈들이 왜 아직 우쿨렐레 요원을 쫓고 있는지도.”


대답을 들은 클레프 요원이 총구를 슬며시 치웠다.


“······이번엔 부디 실수가 없길 바라지.”


“암요.”


L이 평소의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 클레프 요원이 책상에서 내려와 자신이 부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가시는 겁니까?”


“아까 네놈이 말했잖아.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충실하시군요.”


방을 나가기 전, 클레프 요원이 힐끔 뒤를 돌아보고는 그대로 사무실을 떠났다.


CCTV로 그가 완전히 떠난 것을 확인한 L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여전히 살벌한 사람이군.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L이 순간 굳어버렸다.


“······.”


클레프 요원이 멱살을 잡았던 셔츠가 풀어져, 가슴에 새겨진 문신의 일부가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보니, 나가기 전에 클레프 요원이 자신을 힐끔 쳐다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아. 썩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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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 늙은이-2 +2 20.11.11 87 4 9쪽
» 44. 늙은이-1 +1 20.11.10 81 3 10쪽
44 43. 요원-5 20.11.09 61 4 9쪽
43 42. 요원-4 20.10.30 61 4 10쪽
42 41. 요원-3 20.10.29 67 5 10쪽
41 40. 요원-2 20.10.28 63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3 4 10쪽
39 38. 휴식 20.10.26 79 6 10쪽
38 37. D계급-10 20.10.23 79 4 9쪽
37 36. D계급-9 +1 20.10.22 72 4 10쪽
36 35. D계급-8 20.10.21 68 4 10쪽
35 34. D계급-7 20.10.20 75 4 9쪽
34 33.D계급-6 20.10.19 80 4 10쪽
33 32. D계급-5 20.10.16 80 5 10쪽
32 31. D계급-4 +1 20.10.15 83 6 9쪽
31 30. D계급-3 20.10.14 86 4 10쪽
30 29. D계급-2 20.10.13 109 5 10쪽
29 28. D계급-1 20.10.12 133 5 9쪽
28 27. 판도라의 상자-2 20.10.09 97 6 10쪽
27 26. 판도라의 상자-1 +1 20.10.08 110 7 10쪽
26 25. 격리 실패-5 +1 20.10.07 102 4 10쪽
25 24. 격리 실패-4 +3 20.10.06 106 6 10쪽
24 23. 격리 실패-3 +1 20.10.05 113 6 10쪽
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4 8 9쪽
22 21. 격리 실패-1 +1 20.09.29 11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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