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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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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545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0.23 06:00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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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37. D계급-10

DUMMY

처음 이 시설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중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이야기들만으로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짐작했을 뿐이었다.


불에 타죽기도 했고, 목이 꺾여 죽기도 했고, 어딘가에 깔려죽기도 했고, 잡아먹히기도 했고, 자살하기도 하는 등 죽는 방법은 다양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동정하지 않았다.


이곳에 실험쥐로 들어온 이상 자신 역시 그런 운명이 되어 해부당하거나 소각당할 것이라 생각했고, 각오하고 있었다.


어떻게 죽던, 조슈아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반드시 찾아올 운명이었다.


딸을 위해 사람들을 죽였을 때부터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D계급이 되었고, 실험쥐, 소모품으로서 살아가다 죽으리라 생각했다.


-이미 내놓은 목숨이니.


그리고, 이것이 그 소모품으로서의 마지막 본분이다.


-미련은 없다.


놈들이 자신의 심장을 한 번에 빼갈 수는 없으니, 놈들과 접촉한다고 한들 곧바로 죽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저것들을 뚫고 기폭장치를 가동시킬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단 둘 뿐.


알토를 희생시킨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시점에서 몸은 이미 둥지로 향하고 있었다.


급하게 치료받은 다리는 아직 뛰기에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지혈한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차피 성공하던 실패하던 쓸모없게 될 몸이다.


고통 따위 잠깐 무시하고, 놈들을 향해 정면으로 돌격했다.


“사격해!! 길을 터라!!”


살아남은 대원들이 조슈아를 가로막고 있던 놈들에게 남은 탄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등에 총알이 박히지 않기를 바라며, 놈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간 조슈아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기둥 근처까지 다가갔다.


뒤를 돌아보니, 이미 자신이 들어왔던 길은 괴물들로 메워져 사라진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싼 그림자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구름처럼 모여든 괴물 너머, 익숙한 긴 금발이 보였다.


이쪽으로 진입하려는 알토를 대원들이 뜯어말리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빨간 불빛이 깜빡이고 있는 C4가 바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아무 버튼이나 마구잡이로 눌러 진동을 발생시키면, 그대로 폭발한다.


망설일 시간조차 아까웠다.




“방어선이 곧 뚫립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쳤다.


칠흑 같은 문 안쪽으로부터 끝없이 쏟아져 나오던 SCP-1983-2들이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두고 은으로 도금한 철조망을 둘러 만든 바리케이드 앞까지 다다랐다.


미하엘 대위를 비롯한 기동특무부대 뉴-7 20명이 내부로 진입하길 약 두 시간.


문이 열린 직후인 진입 당시부터 모습을 드러낸 SCP-1983-2들은 일전에 막아냈던 격리실패 상황보다 수십 배는 많았다.


“뭐든 쌓아서 보강해!! 절대 뚫리면 안 돼!!”


적들은 총을 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이쪽이다.


다만 수가 많을 뿐이었고, 움직임만 조금 늦추면 된다.


쓰러진 대원들의 시체를 바리케이드 위에 더했다.


높게 쌓은 바리케이드 위로 기어올라오는 놈들의 머리에 기도와 함께 은탄을 박으면, 한 줌 유황으로 변해 사라진다.


움직임도 그렇게 빠르지 않은 놈들이기에,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두 시간이나 막아내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희소식이 아니었다.


두 시간이나 적들을 막아냈다는 것은, 적들의 공세가 두 시간 동안이나 쉴 새 없이 이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시간동안 이쪽은 끊임없이 체력과 자원, 그리고 목숨을 소비했다.


지원군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침대 위에서 책이라도 읽으며 보내는 두 시간과 전장에서 괴물들에게 동료가 죽는 것을 보며 보내는 두 시간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병사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쳐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대체, 언제까지 막아야 하는 거지?


두 시간이 지났음에도, 놈들의 기세가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놈들에겐 동료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1층짜리 작은 농가에서 저 정도의 양이 쏟아져 나올 리 없으니 저 놈들은 소멸과 탄생을 무한히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으아악!! 안 돼!! 오지 마!!”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이 줄었다.


방어선 한쪽 구석이 뚫리자,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후퇴해!! 공장을 포기한다!!”


이미 더미 공장 내부는 통제불능이었다.


방어선은 전부 무너졌고, 안쪽에서는 끝없이 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후퇴보다 놈들이 밀고 들어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전열의 대원들을 뚫고 들어온 한 마리가 라미레즈의 목전까지 다다랐다.


“소령님!!”


놈의 손이 라미레즈의 심장을 향해 뻗어왔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에도, 라미레즈의 머릿속에는 신 같은 존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가져가, 순식간에 뽑았다.


위기의 순간, 라미레즈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


자신뿐이었다.


타앙!


권총으로부터 비롯된 총성 한 발이 라미레즈를 덮치던 괴물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평소대로라면 의미 없이 몸을 관통했을 총알이, 놈을 그림자와 한 줌 유황으로 바꿔놓았다.


놀라고 있을 틈은 없었다.


들어간 지 두 시간이 되어서도 미하엘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작전이 실패했거나, 이미 죽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 이상 사람들을 무의미하게 희생시킬 수는 없었다.


“전군 후퇴!! 문을 닫아라!!”


일단 공장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1983-1의 문을 완전히 닫을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빨리 나와!! 문이 닫힌다!!”


최전열의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빠져나오자,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문을 닫고 사슬을 감았다.


안쪽에서 놈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날카로운 손가락이 삐져나왔고, 애초에 실제 공장의 문이 아닌 대충 만들어낸 모형일 뿐이라 그리 내구도가 높지 않았다.


“막을 걸 가져와!! 절대 뚫려선 안 돼!!”


철문이 안쪽에서부터 찌그러졌다.


대원들이 주변에 있는 나무와 돌, 철사, 철근 등의 자재들을 모조리 가져와 입구를 틀어막았다.


안 되면 몸으로라도 틀어막겠다며 몇 대원들이 문에 달라붙었지만, 압도적인 수의 힘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 힘으로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철문의 경첩이 뜯어지고 문짝이 휘어지며 내부가 드러났다.


검은 괴물들이 서로를 비집고 문 밖으로 손을 뻗어댔다.


“마지막 탄창입니다!”


“탄약이 거의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보급품까지 떨어져갔다.


저 정도의 숫자가 공장 밖으로 나온다면 이 일대의 심장을 가진 생명체는 모조리 죽는다.


-여기가 끝인가?


라미레즈가 가지고 있던 탄약도 거의 떨어져갔다.


문이 거의 부서져, 벌어진 틈으로 놈들이 하나씩 빠져나왔다.


검은 군대가 대원들을 덮치기 직전.


“신이시여.”


죽음을 앞둔 한 대원의 기도와 함께, 기적이 일어났다.




땅을 가득 메울 기세로 달려들던 검은 괴물들이 순식간에 그림자로 변해 흩어지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마지막을 준비하던 병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내 살아남았다는 기쁨과, 의문이 몰려왔다.


탄창에 두 발이 남은 것을 확인한 라미레즈가 맨 앞에 쓰러져있는 대원들에게 말했다.


“······치워봐.”


막을 수 있는 건 모두 쌓아놓은 간이 바리케이드를 치우자, 너덜너덜한 철문이 힘없이 열렸다.


미처 치우지 못한 동료들의 시신 위로 누런 유황가루가 내려앉아있었다.


공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1983-2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성공한 건가?


라미레즈가 천천히 농장 건물로 다가갔다.


안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이전만큼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광원이 없기에 어두운 것뿐이었다.


플래시를 손에 들고 안쪽을 비추자, 낡은 목조 가옥의 내부가 드러났다.


천천히 안으로 발을 들이자,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마룻바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SCP-1983의 변칙성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안쪽으로 발을 들인 순간,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신들이 눈에 띄었다.


미라처럼 바싹 말라있는 것들부터,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까지.


그 중에는 아는 얼굴도 섞여있었다.


그리고.


“······미하엘 대위.”


“······소령님.”


생존자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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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 요원-1 20.10.27 7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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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D계급-5 20.10.16 8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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