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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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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79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0.15 06:00
조회
83
추천
6
글자
9쪽

31. D계급-4

DUMMY

문 너머의 어둠이 요동쳤다.


그림자로 빚은 것만 같은 팔 하나가 문 안쪽에서 뻗어 나오더니, 이내 문틀을 짚고 몸 상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신장 1.8m 정도의, 전신이 새카만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문틀을 짚고 발을 내딛어 밖으로 나왔지만, 그것의 움직임은 그 어떤 소리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마치 질량이 없는 존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그것이 지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문 앞에 서있던 대원 하나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 툭 건드려보니, 마치 마네킹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역시 어떠한 외상의 흔적은 없었으며, 마치 049의 손에 닿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시체가 되었다.


그리고, 문 안쪽에서 뻗어나온 손에 그의 심장으로 추정되는 것이 들려있었다.


“빨리 닫아!!”


카이-13 부대원들이 저마다 기도문을 읊조리며 방아쇠를 당기자, 1983-2가 그림자로 변해 흩어졌다.


놈이 손에 쥐고 있던 신선한 심장이 철퍽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나타난 다른 팔이 떨어진 심장을 주워 안쪽으로 가져갔다.


당연하게도, SCP-1983-1 한 두 개체가 아니었다.


안쪽에서부터 수많은 손들이 뻗어 나왔다.


“물러서라!! 수가 많다!!”


은탄이 1983-2의 몸을 흩어놓았다. 그 중 몇 발은 효과 없이 그저 몸을 관통하는 것도 있었다.


그림자로 변하지 않고 살아남은 SCP-1983-2들이 손을 뻗어 대원들에게로 다가갔다.


“거리를 벌려!! 접촉하는 순간 죽는다!!”


열려있는 문에서 계속 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미처 거리를 벌리지 못한 대원들이 산채로 심장을 뽑혀 쓰러졌다.


-문을 닫아야 해.


윈체스터 라이플로 은탄을 쏘던 클레프 요원의 눈에 열려있는 문이 눈에 들어왔다.


안쪽에서 놈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밖에서 문을 닫는다고 한들 이미 근처까지 도달한 놈들이 문을 열지 못할 것이란 보장이 없었다.


클레프 요원이 남은 탄약의 수를 확인했다.


“엄호해주게.”


“클레프 요원? 어딜 가는 겁니까?!”


미하엘 대위가 클레프에게 접근하는 놈들을 하나씩 처리했다.


클레프 요원은 대원들의 백업만을 믿고 달렸다.


정문 안쪽으로.


“미친?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


“좀 이따 따라와!!”


클레프 요원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수류탄 비슷하게 생긴 작은 물병을 꺼내들었다.


수은이 담긴 통이었다.


촤악!


뚜껑을 열어 문 안쪽으로 흩뿌리자, 안에 있던 1983-1 개체들이 그림자로 변해 흩어졌다.


이제 문을 닫기만 하면 됐지만, 수은을 맞고 사라진 것은 이미 생성된 개체들뿐.


문 안쪽은 놈들의 영역이고, 다시 사라진 것보다 많은 개체들이 생겨나 팔을 뻗었다.


클레프 요원이 손목을 잡혀, 저항할 수 없는 강한 힘으로 끌려들어갔다.


-썩을.


반대쪽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끌려들어가, 문을 닫았다.


클레프 요원이 내부로 진입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시야가 밝아졌다.


심장을 뽑혀서 죽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렇게 죽지는 않았다.


자신을 잡았던 그림자 역시 사라져있었고, 손에는 붉은 색으로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내부는 상당히 밝았다. 조명도 있었고, 더미로 가려진 바깥과는 달리 낮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깥에서 미묘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바깥에서 보던 것과 다른 것은 밝다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허.


마치 여러 건물에서 조각을 조금 떼어다가 모아놓은 것처럼, 각 구역이 서로 다른 건물의 내부처럼 보였다.


바닥은 모두 통일되어있었지만 벽의 색, 안에 있는 구조물 등이 일관성 없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에 말라있는 시체들이 몇 보였다.


-일전에 들어갔던 사람들이로군.


그나마 최근에 죽은 시체 역시 부패가 시작되었고, 아예 백골이 된 것도 있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가정집의 현관처럼 보이는 곳이었으며, 몇 걸음만 내딛으면 다른 건물에서 떼어낸 것 같은 공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염병할.


단단히 잠겨있는 문을 뒤로, 클레프 요원이 권총을 꺼냈다.


탄은 꽤 남아있었고, 늘 가지고 다니는 도구들도 그대로였다.


권총에 탄을 장전한 뒤, 발소리를 죽이고 몸을 숨겼다.


-어떻게든 살아서 나갈 방법이 있을 텐데.


밖에서 보는 안의 모습과 실제 안의 모습의 괴리감이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인 것처럼 나뉘어있지만, 그럼에도 1983-2들은 이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든다.


그 말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출입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혹은 이 공간 자체를 파괴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기동특무부대가 진입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 방법을 찾고, 지원을 기다리는 편이 좋으리라.


-그럼 일단 지형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군.


미로처럼 복잡한 장소이긴 했지만 형태가 변한다던가, 사물이 바뀐다던가 하는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펜 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기록할 수 있는 종이 같은 물건은 없으니, 머릿속에 외우기로 하고 클레프 요원이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누군가 클레프 요원의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


“쉿!”


그가 클레프 요원의 입을 틀어막아 비명을 지웠다.


당연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사람이었고, 관측을 위해 안으로 들여보내진 D계급 인원이었다.


조슈아 클레프였다.


“거긴 안 돼. 알토.”


“······.”


알토의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이고 있길 약 몇 초. 심장을 손에 든 SCP-1983-2들이 문에서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끌어당겨지지 않았다면 곧바로 걸렸을 위치였다.


“네놈도 여길 들어왔군.”


“······분명 기억소거제를 투여했을 텐데.”


“그 초록색 주사 말이냐? 그냥 머리가 좀 아프고 말던데.”


알토 요원이 입을 다물었다.


라미레즈 소령과 데이나 요원이 추측했듯, 조슈아는 알토 클레프와 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어쨌든 제법 성공한 것처럼 보이더구나.”


“형은 D계급이 됐고 말이지.”


그는 알토 클레프 요원의 친형이었다.


“그건 그렇고 날 봤으면서도 인사 한 마디 없더군.”


“서로 인생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야 그렇다만.”


그렇다고 친형을 망설임 없이 사지로 들여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지만, 일단 그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주변을 경계하는 조슈아를 보며 클레프 요원이 조용히 생각했다.


-기억소거제가 통하지 않았다면. 나와 같은 특성을 지닌 것이겠지.


SCP재단을 통틀어서 알토 클레프 요원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특수한 형질이 있었다.


바로 SCP의 능력에 간섭받지 않는 것.


단적인 예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의 얼굴을 본 자를 찾아가서 죽이는 SCP-096의 얼굴을 보아도 096은 클레프 요원을 죽이려 들지 않는다.


또한 이는 이로운 능력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데, 이 세상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SCP-500. 만병통치약의 경우, 클레프 요원에게는 듣지 않는다.


때문에 SCP로부터 추출한 성분을 원료로 만들어진 기억소거제 역시 통하지 않는 것이다.


단, SCP들이 가진 변칙성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지, 그들 스스로의 변칙성을 가지고 영향을 끼치는 것.


예를 들어 응시하고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다가와 목을 부러뜨리는 SCP-173같은 SCP에게는 해당되지 않았고, 이번에 조사를 나온 SCP-1983은 두 가지에 전부 해당되는 SCP였다.


재단 내에서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SCP는 많았지만, 클레프 요원과 비슷한 능력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박사들은 자신을 현실에 강하게 고정시키는 능력이라며 SCP들의 변칙성의 원조인 현실 조정 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어찌 되었건 이 능력 덕에 클레프 요원은 재단 최고의 요원이 될 수 있던 것이고, 조슈아는 이 능력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다.


물론 일반인에게는 쓸모없는 능력이기도 했다.


주변의 안전을 확인한 조슈아가 알토 클레프에게 물었다.


“그래서,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건가?”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조슈아가 가지고 들어왔던 유선 관측 장비는 선이 끊어져 무용지물이 되었고, 당연히 통신은 먹통이었다.


알토가 장전된 총을 조슈아에게 내밀었다.


“기도하면서 쏴. 누구한테든 좋으니까.”


은탄이 장전된 총을 확인하며,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나가면 요원으로 취직시켜주지.”


“그거 고맙군.”


어쩐지 불길한 소리를 하며, 알토 클레프 요원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살아남아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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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 요원-4 20.10.30 6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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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 요원-2 20.10.28 63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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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D계급-9 +1 20.10.22 7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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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D계급-5 20.10.16 80 5 10쪽
» 31. D계급-4 +1 20.10.15 84 6 9쪽
31 30. D계급-3 20.10.14 8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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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4 8 9쪽
22 21. 격리 실패-1 +1 20.09.29 11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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