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286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1.11 06:02
조회
87
추천
4
글자
9쪽

45. 늙은이-2

DUMMY

17 연구기지에서 SCP-106의 격리 실패는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


관리 담당인 알록 박사는 연구 목표를 106의 완전한 격리로 잡고 항상 격리 절차를 개정하고 있으며, 현재 11-8단계. 총 몇 번이나 개정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개선한 결과 106의 격리 실패 확률을 44%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44%.


그렇다.


106이 격리실을 탈출하려는 시도를 했을 때, 56%의 확률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는 실험 데이터상의 확률일 뿐, 실제로 106이 탈출을 시도했을 때 이 격리 절차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밝혀진 사실은, 격리 난이도가 어려운 다른 SCP들에 비해서 106의 난이도가 특히 높은 것은 그의 지능에 있다.


106은 외계에서 온 존재로 추정되고, 지성체다. 아직 인간과 대화를 나누거나 한 적은 없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자 한 마리가 우리에 갇혀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슬에 묶인 채 우리에 갇혀있는 사자는 힘으로 사슬을 끊어내고, 우리를 부순 뒤 보초를 물어죽이고 도망치려 할 것이다.


그런 다음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사자를 다시 더 견고한 우리에 가둘 뿐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 안에 인간이 갇혀있다면, 시나리오가 조금 달라진다.


인간은 기회를 노릴 줄 아는 생물이다.


보초의 눈치를 보고, 얌전히 있는 척 해서 방심시킨 다음, 깊은 새벽에 보초가 졸기 시작하면 기회를 보다가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간다.


막무가내로 뚫고 나가는 것보다 탈출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탈출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조차 오래 걸린다.


SCP-106이 17연구기지에 격리된 이후로 탈출을 시도했던 전적은 100번이 넘고, 그 중 약 80회가 격리실 밖으로 탈출에 성공, 그 중에서 36회는 하루 이상 격리 실패 상태가 유지되었고, 그 중 8회는 연구기지 밖으로까지 탈출에 성공했다.


참고로 SCP-682의 탈출 성공 확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다.


SCP-106 담당인 알록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106의 탈출 시도는 항상 기지에 내, 외부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을 때만 이루어진다.


기지의 전력이 차단되거나, 외부로부터의 습격이 있거나, 다른 SCP가 탈출했거나.


운이 좋게도 저번 와트니 박사 사건 때에는 탈출에 실패했지만, 이번 GOC 습격 사건때 케테르급 격리층의 모든 전기가 한순간 차단된 적이 있었다.


게다가 939 역시 해제되어 돌아다니고 있으니, 106의 탈출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더욱 늦어진 것이다.


“몇 명이나 사라졌지?”


“46명입니다.”


미하엘 대위에게 보고하는 대원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46명이라는 숫자가 전부 106에 의한 피해라고는 확언할 수 없다. GOC와의 전투에 의한 피해가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으니, 잔해에 깔려있거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꽤 남아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저 중에서 106에 의한 피해자가 얼마나 나왔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106은 사냥한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다.


통칭 주머니 차원이라 불리는 자신이 만들어낸 공간에 사냥감을 가둬놓고,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사냥감을 놀려먹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기지 내에서 사라진 사람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데 민간인 피해까지 나왔다면, 놈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늦어질수록 피해자는 점점 늘어갈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뉴-7 대원들이 하나씩 내렸다.


“도심이 아닌 게 다행이군.”


사건이 발생한 곳은 도시 외곽의 한 마을이었다.


이미 대피령이 떨어졌는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폴리스 라인이 쳐진 건물이 몇 군데 있었다.


“미하엘 소령. 늦었군.”


“죄송합니다. 밀렌도르프 대령님.”


기동특무부대 시그마-3 지휘관 벤 밀렌도르프 대령이 미하엘 소령을 반겼다.


일전에 SCP-682의 재격리 작전 도중 왼쪽 눈을 잃은 밀렌도르프 대령은 은퇴 대신 재단에 남는 것을 선택해, 현재까지도 기동특무부대 지휘관직을 맡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무서운 얼굴을 찌푸리고 있으니 살짝 떨렸지만, 밀렌도르프 대령 역시 17연구기지가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 크게 나무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상황이 안 좋네. 이 근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놈을 찾을 수는 없었어. 아마도 어디에 숨어있거나, 이미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네.”


“확인된 민간인 피해는 몇 명입니까?”


“6명. 할로윈 파티가 끝나고 집에 가던 애들인 것 같더군.”


“잠시 현장을 봐도 되겠습니까?”


밀렌도르프 대령이 턱을 까딱거리자 현장을 지키고 있던 대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웠다.


풍선과 리본으로 장식된 방 안에 음식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스프가 차갑게 식어있는 것으로 보아, 시간이 꽤나 지난 것 같았다.


“부식이 꽤 심하군.”


철로 된 문은 거의 다 녹아있었고, 천장과 바닥에서도 부식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 근방의 경찰이 조사를 한 결과 파티를 하던 아이들로부터 부기맨이 나타났다는 신고 전화를 받았다고 했으니, 아마 106이 아이들을 습격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건 없군.”


놈이 차를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이동 수단이나 방법마저 불확실하니 통상적인 범죄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방법은 별로 의미가 없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106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정보 하나뿐, 놈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놈의 경로를 추적할 수만 있다면.


애초에 106이 이렇게 멀리까지 나온 적이 별로 없는지라 놈의 장거리 이동 방식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북위 40도 이상의 랜덤한 곳에서 나타나는 율맨 역시 추적이 가능했으니, 이 놈도 분명히 가능할 텐데.


코발치크 요원에게 그 방법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 지부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있는 단서로 추리해야만 했다.


-놈은 벽을 뚫고 나타나, 벽 속으로 사라진다.


106의 이동속도는 느리다. 모든 인간형 SCP중에서 가장 느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식되고 있지 않은 것만 제외하면 몸의 근육량이 비슷한 096과는 그 이동속도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때문에 106이 바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때는 사냥중일 때로 한정되며, 그 외의 시간에는 자신의 주머니 차원 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주머니 차원이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있고, 지름길의 개념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놈의 이동 방식이 순간이동이 아닌, 지름길이라면, 분명히 길이 존재한다.


그리고. 길이 존재한다는 것은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전구가 켜진 느낌이 들자마자, 미하엘 소령이 밀렌도르프 대령에게 달려갔다.


“대령님. 혹시 지도 있습니까?”


“지도?”


잠시 후, 대원 한 명이 근방 지도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이 근방을 샅샅이 수색했다고 하셨죠?”


“물론이지. 쥐새끼 숫자라도 셀 수 있을 걸세. 여기 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놈의 흔적이 발견된 곳이고, 파란색 선은 피해자의 이동 경로일세.”


파티장에서 전부 당한 것은 아닐 테니 도망치다 잡힌 피해자 역시 존재했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안 좋았다.


-어지간한 사디스트로군.


피해자의 이동 경로가 급격히 꺾이는 곳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마치 피해자가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즐기기라도 하듯, 거리가 벌어질 때마다 피해자의 앞에서 불쑥 나타나 놀래켰다.


점차 피해자의 이동 거리가 짧아지는 것으로 보아 체력이 다해가는 것 같았고, 집으로 도망치던 피해자는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낳았다.


“······자고 있는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은 것 같군요.”


106의 목적이 포식을 위한 사냥이라면, 도망치는 표적을 쫓는 것보다 집안에서 자고 있는 표적을 손쉽게 끌고 가는 것이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106은 굳이 어려운 사냥감을 골랐다.


이로써 놈의 목적은 포식이 아닌 살육, 그것도 쾌락을 위한 살육이라는 점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피해자의 이동 경로에서 거리가 있는 부분에서도 106의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닌 것 같았다.


인구 밀도와 비교해봤을 때, 놈의 이동 경로는 사람이 밀집된 지역으로 향했고, 이 근방에서 사람이 가장 밀집된 지역이라고 하면.


“이런.”


도심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확보, 격리, 보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49. 늙은이-6 20.11.17 58 4 9쪽
49 48. 늙은이-5 +2 20.11.16 59 5 11쪽
48 47. 늙은이-4 +1 20.11.13 52 5 9쪽
47 46. 늙은이-3 +1 20.11.12 84 4 9쪽
» 45. 늙은이-2 +2 20.11.11 88 4 9쪽
45 44. 늙은이-1 +1 20.11.10 81 3 10쪽
44 43. 요원-5 20.11.09 61 4 9쪽
43 42. 요원-4 20.10.30 61 4 10쪽
42 41. 요원-3 20.10.29 68 5 10쪽
41 40. 요원-2 20.10.28 63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4 4 10쪽
39 38. 휴식 20.10.26 79 6 10쪽
38 37. D계급-10 20.10.23 79 4 9쪽
37 36. D계급-9 +1 20.10.22 72 4 10쪽
36 35. D계급-8 20.10.21 68 4 10쪽
35 34. D계급-7 20.10.20 75 4 9쪽
34 33.D계급-6 20.10.19 80 4 10쪽
33 32. D계급-5 20.10.16 81 5 10쪽
32 31. D계급-4 +1 20.10.15 84 6 9쪽
31 30. D계급-3 20.10.14 87 4 10쪽
30 29. D계급-2 20.10.13 110 5 10쪽
29 28. D계급-1 20.10.12 133 5 9쪽
28 27. 판도라의 상자-2 20.10.09 97 6 10쪽
27 26. 판도라의 상자-1 +1 20.10.08 110 7 10쪽
26 25. 격리 실패-5 +1 20.10.07 102 4 10쪽
25 24. 격리 실패-4 +3 20.10.06 106 6 10쪽
24 23. 격리 실패-3 +1 20.10.05 113 6 10쪽
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4 8 9쪽
22 21. 격리 실패-1 +1 20.09.29 112 5 9쪽
21 20. 실험-5 20.09.28 119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