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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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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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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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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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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1. 요원-3

DUMMY

클레프 요원은 조슈아를 지하로 안내했다.


본인의 말로는 쇼핑몰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어둡고 칙칙한 것이 도저히 쇼핑몰의 산뜻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뭐랄까.


핵폭탄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하 벙커같은 느낌의 공간이었다.


“17연구기지 쇼핑몰이다. 원하는 건 다 이곳에 있지. 없으면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쇼핑몰의 정체는 무기고였다.


“HK, 윈체스터, 스미스 & 웨슨, 레밍턴, 유명한 회사들이란 회사들은 전부 다 이곳에 납품하지.”


클레프 요원이 쌓여있던 상자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흑색 총기들을 보여줬다.


전부 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이었다.


“1800년대에 나온 제품부터 아직 시중에 공개되지 않은 제품들까지 모두 이 곳에 모여있으니 취향껏 고르라고.”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 외에도 손님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흑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사복을 입은 사람들 역시 적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사복을 입은 보라색 머리의 여성에게 정장을 입은 직원이 저격총을 놓고 설명하고 있었다.


“SIG 50 대물 저격총입니다. 독일과 맥밀란 사의 합작품이죠. NATO 표준의 .50 BMG 탄환을 사용하고, 소형 경장갑 차량은 그냥 일직선으로 관통하죠.”


라미레즈 소령이 총을 들어 노리쇠를 당겨보기도 하며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이전에 운용했던 XM500보다 무거운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불펍 방식으로 제작된 것보다 무게가 조금 더 나가긴 합니다만, 정밀도는 이쪽이 더 좋습니다. 밸런스가 잘 맞거든요.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물건을 보여드릴까요?”


“정밀도가 높은 총이 필요해. 기본 2킬로미터는 커버할 수 있는 걸로.”


“정밀도라. 그러면 또 이게 빠질 수 없죠.”


점원이 SIG 50을 치우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총을 꺼냈다.


“샤이택 M200입니다. 저격수 잡는 저격총이라고 불리죠.”


라미레즈 소령이 흥미가 생겼다는 듯 총을 살펴보았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에는 단연 최고라고 장담합니다만, .50BMG탄환이 아닌 전용 탄환인 .408 CheyTac을 사용합니다. 공식적으로 약 2.1km정도의 거리에서 42cm 반경의 표적 안에 3발을 박아 넣었죠.”


“나쁘지 않군.”


“선택시 탄도 계산용 PDA를 비롯한 장비들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소령님 정도라면 최대 3km까지는 커버가 가능할 겁니다.”


“띄워줄 필요 없어. 이걸로 하지.”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바로 포장해드리죠.”


총을 가져간 점원이 잠시 후 검은 색 케이스에 분해한 총기와 구성품을 담아 라미레즈 소령에게 돌려줬다.


“그럼, 무사귀환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다니던 라미레즈 소령이 클레프 요원과 마주쳤다.


“아. 클레프 요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자네도 여기에 있었군. 내가 필요한 건 아니고, 신입 요원이 다룰 만한 물건이 필요해서 말이야.”


“흐음. 4일만에 데이나 요원과 백병전을 벌인다는 요원이 이 사람이군요.”


“그렇게 말하니 좀 대단해보이는군.”


실상은 처 맞는 것에서 조금은 막을 수 있게 변한 것뿐이었다.


간간히 시도했던 반격들은 물론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추천할 만한 총 있나?”


“······일단 사격 실력을 보는 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만. 저도 마침 시험해보러 갈 참인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이래봬도 전직 특수부대원이거든.”


“흠, 어째 D계급치고 움직임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참. 이제 D계급이 아니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이니, 따로 실력을 검증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전선에서 물러난 지 꽤 되어 감각이 녹슬었을 테니 훈련은 필요하겠지만, 그건 다른 문제다.


“주로 사용하던 총기류가 있나요?”


“그냥 잡히는 대로 쐈던 것 같은데.”


군에서 지급되는 제식 소총이 있긴 했지만, 따로 총기에 애정이나 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 뭐 아무거나 집고 대충······.”


그때, 클레프 요원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이런 시간에 걸려온 전화가 달갑지 않다는 듯 살짝 짜증 섞인 말투로 전화를 받은 클레프 요원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뭐?”


그때, 무기고 내부를 비롯한 17연구기지 전체에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끊은 클레프 요원이 혀를 차며 조슈아에게 돌격소총 한 정을 집어 건넸다.


본능적으로 약실을 확인한 조슈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자, 탄창과 탄띠 등 전투에 필요한 물품들을 건네 장비시켰다.


“이건 허리에 차고, 이건 플레이트. 조끼처럼 입으면 돼. 권총은 대충 베레타 모델이면 되겠지?”


이것저것 묵직한 장비들을 받아내던 조슈아가 받아든 장비들을 착용하며 물었다. 몸무게가 10kg는 늘어난 기분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케이스에서 자신이 사용할 탄약을 꺼내며, 클레프 요원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습격.”


철컥.


총을 장전하는 소리와 함께, 클레프 요원이 카우보이모자를 눌러 썼다.




변칙적인 존재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비단 SCP재단뿐만이 아니다.


그 중 재단과 정 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바로 GOC라 불리는, UN산하의 비공식 블랙옵스 단체이다.


재단과 마찬가지로 기동특무부대와 비슷한 특수부대를 운용하며, 그들의 존재는 당연하게도 일반 대중에겐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


확보, 격리, 보호를 행동 강령으로 내세운 SCP 재단과는 달리 GOC의 행동 강령은 생존, 은폐, 보호, 파괴, 그리고 교육.


다른 것이야 SCP재단과 그리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SCP의 파괴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SCP는 재단에서 변칙적인 존재를 부르는 명칭일 뿐이고, 변칙적인 존재와 관련이 있는 다른 단체들 역시 그것들을 저마다의 이름으로 부른다.


“위협존재 반응 확인. 면벨벳, 덴버, 피지 크립티드 외 수십 체. 목표, NACL, 타입 그레이. 작전 시행하겠다.”


비상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 중, 벽을 뚫고 침투한 GOC 대원들이 각자 흩어져 재단 내부를 헤집고 다녔다.


“비상!! E-7구역 외벽이 뚫렸다!! 적들이 내부로······!”


폭발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경비 인원 몇 명이 GOC 대원들의 총탄에 맞고 쓰러졌다.


“작전시간 약 20분. 목표를 찾아라.”


군인들이 17연구기지 내부로 갈라져 들어갔다.


혼란에 빠진 연구원과 박사들이 서류더미를 흩뿌리며 도망쳤지만, GOC 대원들은 그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방들을 뒤졌다.


“10시 방향 적 확인!!”


복도 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교전이 일어났다.


미하엘 소령이 이끌던 뉴-7 대원 12명이 케테르급 개체 격리구역 근처까지 다가온 GOC 부대를 선제 사격하여 두 명을 사살하자, GOC 대원들의 발이 묶였다.


미하엘 대위가 곧바로 모퉁이에 숨어 수류탄의 핀을 뽑아, GOC 대원들이 엄폐하고 있던 모퉁이 너머로 집어던졌다.


폭음에 대비하여 귀를 막고 기다리길 몇 초.


폭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젠장, 불발인가?


혀를 차며 남아있던 수류탄을 하나 더 던졌지만, 여전히 폭발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살며시 모퉁이 너머를 살펴보자, 두 개의 수류탄이 무언가에 의해 잘리기라도 한 듯 두동강난 채 안쪽에 있던 것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뒤에, 면도용 가위를 들고 있는 한 GOC 대원이 보였다.


절대로 전투 중에 소지할 만한 물건은 아니었으며, 소지한다고 하더라도 적을 향해 겨눌만 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총 대신 저런 면도용 가위를 들고 있다는 것은, 저것이 절대로 평범한 면도용 가위가 아니라는 뜻이며,


-!!

닫혀있던 가위가 벌려지기 직전, 미하엘 소령이 내놓았던 머리를 급히 숨기자, 그의 뒤쪽에 있던 벽이 그대로 찢어졌다.


“여긴 K-3구역 미하엘 소령!! 놈들이 SCP로 무장하고 있다!! 확인 바람!!”


무전을 받은 클레프 요원이 혀를 차며 달렸다.


-K-3 구역이라고?


벌써 케테르급 구역까지 도달했다는 것은, 놈들이 17연구기지의 지리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무전 내용을 종합해본 결과 놈들은 총 3개의 분대로 나뉘어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는 곧 GOC의 목적이 무조건적인 파괴가 아닌 어떤 SCP에 집중되어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클레프 요원의 추측이 맞다면, 미하엘 소령이 말했던 벽을 찢어놓은 면도가위는 몇 년 전에 GOC에 의해 도난당한 SCP-884-5. 가위가 분명했다.


잠긴 문을 여는, 어떻게 보면 평범해 보이는 변칙성을 가진 SCP였지만, 이를 문이 아닌 벽이나, 사람에게 사용하면 그것 역시 ‘열린다.’


GOC가 SC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인지라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도난당한 SCP중 884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잠긴 문을 여는 SCP.


그리고 케테르급 개체들을 격리하고 있는 층.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지며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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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 늙은이-1 +1 20.11.10 81 3 10쪽
44 43. 요원-5 20.11.09 61 4 9쪽
43 42. 요원-4 20.10.30 61 4 10쪽
» 41. 요원-3 20.10.29 68 5 10쪽
41 40. 요원-2 20.10.28 63 5 9쪽
40 39. 요원-1 20.10.27 73 4 10쪽
39 38. 휴식 20.10.26 79 6 10쪽
38 37. D계급-10 20.10.23 79 4 9쪽
37 36. D계급-9 +1 20.10.22 72 4 10쪽
36 35. D계급-8 20.10.21 68 4 10쪽
35 34. D계급-7 20.10.20 75 4 9쪽
34 33.D계급-6 20.10.19 80 4 10쪽
33 32. D계급-5 20.10.16 80 5 10쪽
32 31. D계급-4 +1 20.10.15 83 6 9쪽
31 30. D계급-3 20.10.14 86 4 10쪽
30 29. D계급-2 20.10.13 109 5 10쪽
29 28. D계급-1 20.10.12 133 5 9쪽
28 27. 판도라의 상자-2 20.10.09 97 6 10쪽
27 26. 판도라의 상자-1 +1 20.10.08 110 7 10쪽
26 25. 격리 실패-5 +1 20.10.07 102 4 10쪽
25 24. 격리 실패-4 +3 20.10.06 106 6 10쪽
24 23. 격리 실패-3 +1 20.10.05 113 6 10쪽
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4 8 9쪽
22 21. 격리 실패-1 +1 20.09.29 11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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