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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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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303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10.22 05:32
조회
72
추천
4
글자
10쪽

36. D계급-9

DUMMY

SCP-1983-2의 행렬의 뒤를 밟았다.


적어도 수십 마리는 되는 것이 한 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저쪽에 뭔가 있나보군.


현재 이쪽 인원은 13명에서 숫자가 점차 줄어 8명.


당연히 저 많은 수의 괴물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계속 뒤따라간다.”


발소리와 기척을 죽이고 야간투시경에 의지한 채 놈들을 따라가자, 한 방에 다다랐다.


안쪽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최소 두 명 이상의 사람이 고립되어있었다.


클레프 요원이었다.


-살아있었군.


“클레프 요원이 내부에 고립돼있다, 길을 열어!!”


대열을 갖춰 일제히 사격하자, 등 뒤를 맞은 1983-2들이 단체로 그림자로 변해 사라졌다.


그러나 놈들도 자신들이 공격을 받았다. 라는 사실을 인지할 정도의 지능 정도는 가지고 있는 괴물들이었기에, 곧바로 뒤돌아서 대원들을 공격했다.


“후퇴!! 수가 너무 많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


꽤나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놈들의 본거지가 가까워서인지 수가 전혀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뭘 멀뚱하니 서 있는 거야?!”


후퇴하는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던 대원의 뒷덜미를 잡아당기자,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끌려왔다.


“······.”


이미 놈들에게 심장을 빼앗긴 뒤였다.


“너희는 저 쪽으로 가라, 놈들을 분산시켜!! 10분 뒤에 알파 지점에서 다시 합류한다!!”


두 대원이 대열에서 이탈해 오른쪽으로 달렸다.


이어 대원들이 2인1조로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하자, 뭉쳐있던 1983-2들이 대원들을 쫓아 흩어졌다.


“클레프 요원!!”


미하엘이 자신의 권총을 클레프 요원의 발치로 미끄러뜨리자, 이를 받아든 알토가 자신을 포위하고 있던 놈들의 머리를 뚫어 길을 열었다.


길이 열렸다.


-됐다!


열린 길로 탈출하려던 차, 놈들 중 하나가 조슈아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크윽!”


바닥에 넘어진 조슈아가 단검으로 놈의 팔을 쑤셔댔지만, 칼날은 새카만 손목을 파고들기만 할 뿐, 잘리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쯧······!”


거의 빠져나갔던 알토가 다시 조슈아에게로 달려가, 남아있던 총알로 놈의 머리를 뚫었다.


풀려난 조슈아가 서둘러 일어나려고 했지만, 물밀 듯 덮쳐오는 검은 괴물들이 조슈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남은 탄약은 없었다.


시간도 없었다.


검은 파도에 집어삼켜진 조슈아의 멱살을 잡고 열린 길을 향해 집어던졌다.


“크으윽!”


미하엘이 내동댕이쳐진 조슈아를 받아 끌어당겼다.


괴물들에게 집어삼켜졌던 하반신에 긁힌 자국과 깊은 상처가 가득했다.


입고 있던 바지는 걸레짝이나 다름없는 것이었고, 손톱이 깊게 파고든 곳에서는 큰 혈관을 다친 것인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길이 닫히고, 만신창이가 된 다리로 클레프 요원을 구하기 위해 기어가려 했지만 미하엘 대위가 그를 발로 밟아 멈췄다.


“아이반. 대충 치료해.”


조슈아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고 미하엘 대위가 몰려오는 놈들을 하나씩 제거했다.


탄이 다 떨어지자 빠르게 탄창을 교체하고 다가오는 1983-2들을 조준사격하자, 대충 지혈에 성공한 아이반이 그를 엄호했다.


그러나 대충 세어 봐도 눈앞의 괴물의 숫자가 둘이 가진 탄약의 수보다 많아보였다.


이곳에서 더 머문다면 흩어졌던 대원들과 합류하기 어려워진고, 탄약이 떨어지는 순간 그대로 끝이다.


“대위님, 이거 위험한 것 같습니다.”


“나도 알아.”


그럼에도, 미하엘은 뒤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물러서지 않았으므로, 그를 옆에서 보좌하던 아이반 역시 자리를 지켰다.


미하엘이 묵묵히 밀려오는 적들을 노려봤다.


마치 조용히 다가오는 죽음처럼, 총알을 몸으로 받아내며 미하엘을 향해 손을 뻗어왔다.


물러서지 않으면 닿을 수도 있는 거리까지 다가왔을 무렵, 가장 앞에 있던 놈의 가슴에서 은빛 칼날이 솟아났다.


잠시 후, 놈이 반으로 갈라지며 사라졌다.


“여기서 보니 반갑군.”


클레프 요원이 유황가루를 뒤집어쓴 채 가쁜 숨소리를 내며 미하엘의 손을 잡았다.


“일단 여기는 위험하니 대원들에게 갑시다.”


시계를 보니 10분이 지나있었다.




“······그래서, 저곳이 그 둥지라는 말이군요.”


버클레이 요원이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에 적혀있던 내용과, 자신들이 이곳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얻어낸 정보들을 설명하자, 미하엘 대위가 턱을 쓰다듬었다.


남아있는 대원들을 10명. 합류 과정에서도 인원 손실이 발생하고 말았다.


진입할 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의 인원으로 뭘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절반이나 살아남은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토록 바라고 있던 정보까지 있었다.


“놈들이 가져온 모든 심장은 저 둥지로 모이고, 그 심장으로부터 놈들이 태어나더군.”


“전부 파괴해야겠군요.”


“심장을 모두 파괴해야하는지, 아니면 무언가 핵심 코어가 되는 물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게 뭐가 됐던 간에 저 안에 있다는 거야.”


미하엘이 남은 탄을 확인했다.


그리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았지만, 기회는 한 번 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파괴합니까? 언뜻 보니까 산더미처럼 쌓여있던데.”


게다가 도중에 놈들의 방해가 무조건 있을 테니, 알토와 조슈아가 하던 것처럼 심장을 하나하나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래도 이 공간 자체는 물리적인 법칙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 같더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부술 수 있다는 소리일세.”


폭탄을 터뜨리면 부서지고, 망치같은 걸로 세게 내리쳐도 흠집 정도는 생길 것이었다.


아무튼 통상적인 방법으로 부술 수 있었다.


“수류탄, 진입용 폭약, C4, 어쨌든 폭발물이란 폭발물은 모조리 모아서 둥지에 넣고 터뜨리자고.”


다행히 잠긴 곳을 들어가거나 벽 등을 뚫을 일이 많은 기동특무부대 임무 특성상 그런 물건들은 많이 가지고 다닌다.


플라스틱 폭탄 한 개 만으로도 눈에 띄는 수의 심장들을 파괴할 수 있었으니, 이런 것들을 모두 모은다면 충분히 둥지를 파괴할 수 있을 터였다.


“이 정도의 소수 인원이라면 둥지 내부로 진입해서 폭발물을 설치할 수 있을 거야.”


미하엘 대위가 대원들이 가지고 있던 폭발물을 모두 점검했다.


수류탄 20여개, 진입용 폭약 3개, C4가 5개.


건물의 골조를 무너뜨리는데 사용하는 C4를 각 기둥에 배치하고, 수류탄과 진입용 폭약들을 적절하게 배치한다면 둥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으니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일단 설치하고, C4를 원격으로 터뜨리면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둥지가 가루가 되겠지.”


물론 설치할 때도 놈들과 교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자칫하여 폭발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몸이 흔적도 없이 터져나갈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것에 두려움을 갖기엔 사지에 너무 오래 발을 들였다.


어차피 돌아갈 길도 없었다.


“그럼 결정된 것 같군.”


미하엘이 시계를 체크했다. 내부로 진입한지 약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잠시 휴식 후 출발한다.”




둥지로 통하는 문은 사방에 있었다.


2인 1조로 팀을 꾸린 대원들이 저마다 할당량의 폭발물을 가지고 둥지로 이어지는 문앞에 섰다.


작전의 성공 여부는 설치된 폭발물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최소 절반 이상의 폭발물이 설치되어야만 둥지를 확실하게 폭파할 수 있었다.


클레프 요원을 포함한 3명의 별동대가 놈들을 밖으로 유인한 틈을 타, 빠르게 폭발물을 설치해야 했다.


조슈아는 미하엘과 한 조였고, 미하엘이 수신적외선 레이저를 깜빡이며 신호를 보내자 대원들이 일제히 안으로 진입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죽은 대원의 야간투시경을 빌린 조슈아가 빠르게 진입용 폭약과 C4를 설치했다.


전화기의 진동으로 격발하는 것이므로 C4에 장착된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조심하며 설치를 끝내자, 미하엘이 적외선 레이저로 신호를 보냈다.


다른 대원들 역시 설치를 거의 끝마친 참이었다.


그때, 쌓여있던 심장더미가 꿈틀거렸다.


“이런 젠장, 놈들이 태어난다!!”


심장을 찢고 기어나온 1983-2의 유체들을 은탄으로 쏘았지만, 그 수가 꽤나 많았다.


“다들 둥지에서 나가!!”


어차피 피해야 하니 교전은 삼가는 편이 좋았다.


클레프 요원 역시 묶어두는 것이 한계였는지, 밖에서도 놈들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둥지 안으로 놈들이 들이닥쳤다.


내부에 고립된 대원들이 검은 파도에 삼켜지며 소리쳤다.


“우린 틀렸으니까 그냥 터뜨려요!!”


구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하엘이 C4와 연결된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연결중이라는 단어가 화면에 표시되었고,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가 하필이면 지금 생각났다.


무전기가 먹통인 시점에서 C4에 전화를 걸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미 둥지 내부에는 검은 괴물들로 가득찼고, C4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내부로 직접 들어가 설치된 C4를 작동시키는 수밖엔 없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만 해.


미하엘이 권총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놈들에게 심장을 빼앗겨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최후였다.


각오를 다질 시간조차 없어, 그의 발걸음은 이미 둥지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한 발 앞선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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