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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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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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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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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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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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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3. 격리 실패-3

DUMMY

암흑 속에서 붉은 빛만이 번쩍였다.


비상상황을 알리는 사이렌이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을 내며 앵앵거렸다.


“무슨 일이야?!”


“SCP들의 격리가 해제되고 있습니다!!”


079에게 중앙 제어 시스템이 넘어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SCP를 격리중인 모든 격리실의 문의 잠금이 풀리고, 그 격리절차를 시행하던 제어장치까지 망가졌다는 뜻이다.


-재생 억제장치, 활성화 억제장치 등이 전부 망가졌다면.


위험하지만 재단의 설비와 기술로 충분히 격리할 수 있는 SCP들 역시 격리 실패가 발생하여,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특별히 이동성을 지니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여 죽게 만드는 SCP들도 포함된다.


그런 SCP들이 격리실패되는 경우, 비전투 손실이 극대화된다.


절망적인 소식에 라미레즈 소령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지만, 이내 곧 차갑게 식었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령부 연결해.”


“통신 두절되었습니다.”


“다?”


“계속 시도 중입니다만, 아무래도 저희끼리 작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라미레즈가 현장 지휘를 맡고 있었으니, 사령부와 연락이 끊긴 지금 최고 지휘관은 자연스럽게 라미레즈 소령이 맡게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이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


-염병할.


군대에 몸을 담고 장교로 임관할 때부터 각오했고, 여러 번이나 겪어왔던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조차 지휘관에게는 사치에 불과하다.


“지금 각 구역에 무전 쳐서 격리 해제된 SCP 목록 보고해.”


“위험 등급 기준은 어떻게 합니까?”


“황색 이상.”


황색. 격리 실패 발생 시 위험하나, 재단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SCP에게 부여되는 위험 등급이다.


위험한 장소형, 사물형 SCP들이 이에 속하며 기본적으로 자체 이동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17연구기지는 재단의 능력이 미치지 않는 야생이나 다름없는 상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장소나 사물이 있는 이상, 그것들 역시 주 경계 대상이다.


“SCP-096, SCP-173, SCP-035, SCP-939, SCP-079, SCP-053, SCP-012, SCP-049, SCP-002. 이상입니다.”


“그게 다라고?”


무언가 이상했다.


목록에 있는 SCP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저게 전부일 리가 없었다.


“682는?”




SCP-682 격리구역.


[여긴 기동특무부대 뉴-7 알파. 세타 분대 응답하라. 들리나?]


적막 속에 무전기 소리와 잡음만이 들려왔다.


수십cm두께의 금속들이 찢어지고 할퀴어져 낡은 골판지처럼 널려있었고, 682의 격리실을 막고 있던 격벽 문은 폭탄에라도 맞은 것처럼 안쪽에서부터 터져있었다.


시체들 사이에 발을 디디며, 거대한 파충류 한 마리가 찢어진 금속 문에서 걸어 나왔다.


격리 실패 비상상황을 알리는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거슬렸는지 사이렌이 있는 벽면을 통째로 뜯어내자, 금세 조용해졌다.


탄흔과 피, 그리고 발톱자국으로 완전히 부서진 격리실을 나서자, 여러 개의 차단벽이 길을 막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차단벽 활성화 성공했습니다!!”


“끊어버려!”


차단벽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하나씩 떨어졌다.


중앙 제어장치가 079에게 넘어간 이상 차단벽 역시 제어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차단벽이 움직이는 레일과 와이어를 끊어, 영구히 봉인시킨다.


물론 이렇게 해도 682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부에 살아있는 인원이 있다고 해도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러나, 그런 걸 생각했다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모든 병력들에 알린다. 각 구역 담당 SCP들의 격리조치를 시행한다.”


현재 격리 실패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SCP들은 총 10개체.


682는 비상격리조치를 시행했으니 최소 인원으로 경과만 지켜보면 되고, 002, 012는 이동능력이 없는 사물형 SCP이므로 주변 접근 차단조치만 실행.


079는 뮤-4가 전담하고 있으니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053은 주변에 접근하지만 않으면 특별히 위험하지 않은 존재다.


결국 남은 SCP는 173, 096, 049, 939, 035 총 5개체.


“미하엘 대위는 173과 096을, 바리엘 중위는 939를 맡아라. 나는 대원들과 049와 035를 맡겠다.”



“예.”


병력들이 셋으로 갈라졌다.


라미레즈와 함께 096 전담부대인 줄루-7에서 임무를 수행한데다 일전에 173 재격리 경험도 있는 미하엘 대위라면 096과 173의 격리에 문제없을 것이고, 바리엘 중위 역시 데이나 요원과 함께 939 격리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유경험자. 그 중에서도 엘리트들로 구성되어있으니, 다른 곳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17연구기지. D계급 거주구역 근처.


“멈춰라!!”


총을 든 경비 둘이 좁은 복도를 틀어막았다.


D계급의 탈주를 막기 위해 끝까지 남아있던 요원들이었지만 이미 혼란한 상황. D계급의 탈주를 전부 막을 수는 없었고 그럼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키가 2m는 족히 될 것 같은 차림새의 남자가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온 몸을 감싸는 검은 색 로브와, 마치 새의 부리같은 모양을 한 은색 세라믹 마스크.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퍼졌던 흑사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사들이 썼던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SCP-049. 통칭 흑사병 의사.


자기를 향한 총구에도 겁내지 않고 유유히 다가온 SCP-049가 경비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당신들은 역병에 걸렸군요.”


“다가오지 마!!”


경비병 하나가 049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총에 맞은 것은 049가 아닌, 마치 시체같은 몰골을 한 D계급 인원이었다.


“상관없어!! 쏴!!”


잠시 주춤했지만 아직 탄약은 충분했다.


그러나, 쓰러진 시체인줄 알았던 D계급 인원이 다시 일어나 경비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 뭐야?!”


아무리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좀비처럼 달려드는 D계급을 향해 총을 난사했지만, D계급이 머리를 맞고 쓰러진 후에도 다른 D계급들이 049의 뒤에서 튀어나와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


“빨리 장전해!!”


SCP-049가 탄창을 삽입하던 경비중 하나에게 빠르게 다가가, 로브에 숨겨져 있던 검은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일말의 단말마조차 없이, 목을 잡힌 경비의 몸이 죽은 듯 축 늘어졌다.


“이 새끼가!!”


장전을 포기하고 개머리판으로 049를 가격하려던 경비의 이마에, 단순히 팔을 뻗었을 뿐인 049의 손이 닿았다.


그 즉시, 경비의 몸에서 모든 생명 징후가 사라졌다.


털썩.


동공은 풀렸고, 혈류의 흐름은 멈췄으며, 심장 역시 뛰지 않았다.


그저 손이 닿은 것만으로 방금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시체가 되었다.


순식간에 경비 둘을 처리한 049가 손에 쥐고 있던 경비를 얌전하게 내려놓고, 쓰러진 경비를 가지런하게 눕혔다.


“아아, 여기에도 역병의 흔적이 만연하군요.”


그리곤 로브를 들춰, 네모난 가죽 가방 하나를 꺼냈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의사가 왔으니까.”


가방을 열자 수술용 가위, 메스, 주사기 등의 수술 도구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049가 가위를 꺼내 경비들의 옷을 찢고, 메스로 복부를 절개한 뒤 장기를 뒤적였다.


그렇게 수술 비슷한 행위를 집도하던 049가 실과 바늘로 절개된 부위를 봉합하고 주사기에 담긴 알 수 없는 약물을 주사하자, 잠시 후, 시체가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대체 저게 무슨······?


근처에 숨어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조슈아가 일어나는 시체를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분명 저 흑사병 의사 가면은 연구기지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저 복장이 특이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시체를 살려내서 심복으로 부리는 괴물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시체 하나를 살려내고, 두 번째 시체의 수술을 집도하던 049가 갑자기 괴성을 질러댔다.


“안 돼, 안 돼!!”


첫 번째 시체와 마찬가지로 배를 가르고 약물을 주사했지만,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일어나지 않았다.


“끄으으윽······으으으.”


049가 괴로운 듯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곧 심호흡과 함께 진정했다.


그리고는 경비가 입고 있던 외투를 벗겨 그의 얼굴을 가렸다.


자세히 보니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는 것이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경비가 처리된 이상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저 괴물이 경비만큼 두렵긴 했지만 시체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잠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시체를 쓰다듬던 049가 조슈아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몸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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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격리 실패-2 +1 20.09.30 114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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