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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pus Tenebris

확보, 격리,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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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bris
작품등록일 :
2020.08.18 03:51
최근연재일 :
2021.01.27 06:00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9,549
추천수 :
346
글자수 :
356,098

작성
20.09.29 06:00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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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1. 격리 실패-1

DUMMY

SCP-682. 죽일 수 없는 파충류가 격리실 한 구석에서 여섯 개의 호박색 눈으로 클레프를 응시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인간에 대한 맹목적이면서도 막대한 살기가 눈빛을 통해 전해졌다.


-염병할. 대체 왜 저놈이 여기에.


주변을 둘러보자, 실험실 위쪽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와트니 박사.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스크린에서 기분 나쁜 흑백 이목구비가 이쪽을 같이 쳐다보고 있었다.


079의 얼굴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것 같군.


079가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설마 내가 받은 지령을 알고? 아니, 그럴 리 없겠지.


혹시 모를 유출을 위해 윤리위원회를 비롯한 단체의 지령은 모두 오프라인, 쪽지나 편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당연히 SCP-079는 이런 것을 감지할 수 없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


1. 079의 알고리즘이 와트니 박사의 제거를 예측, 그 수행원까지 유추할 정도로 성장했거나.


2. 079가 클레프 요원을 위험 요소로 인식했거나.


재단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면 클레프 요원에 대한 자료쯤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확인하는 것뿐이라면 접속 흔적 외의 유출 정보는 남지 않으며, 따로 증거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배후에 격리실패가 발생한 079가 있다는 뜻이고, 지금 자신은 죽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와트니 박사가 클레프 요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숨소리마저 주의하며, 682를 진정시키려는 듯 클레프가 한쪽 손을 뻗고 움츠렸다.


효과가 있던 것인지, 아니면 배가 부른 것인지 682는 클레프 요원을 노려보기만 할 뿐, 달려들거나 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클레프에게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는 SCP 재단의 최정예 요원중 하나였다.


콰아아앙!!!


두 개의 격벽이 터져나갔다.


“대체 무슨 짓을?!”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와트니 박사가 유리창에 바짝 붙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플라스틱 폭탄으로 문을 폭파한 클레프 요원이 격벽 밖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소리를 듣고 달려온 기동특무부대 대원과 마주치자, 클레프 요원이 얼굴에 묻은 그을림을 닦으며 말했다.


“341번 격리실 비상격리조치 시행하게.”


스쳐지나가는 그의 얼굴은 드물게 분노를 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왜? 왜 682가 가만히 있는 거야?!”


와트니 박사가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클레프 요원이 이제 날 죽이러 올 거야, 날 죽일 거라고!!”


모니터에서 기분 나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진정. 필요함.]


“너 같으면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인공지능에게 대고 소리쳐봐야 사람 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말로. 업보 청산. 받아들여야 함.]


“으아아아아아아!!!”


와트니 박사가 모니터를 주먹으로 쳐 부수자, 다른 화면에 079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 인사. 감사.]


마지막 인사와 함께, 화면이 꺼졌다.


그제야 와트니 박사가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는 피투성이가 된 손을 내려다보았다.


-괴물을 내 손으로 탈출시켰다.


“아, 아아.”


정신이 나간 듯 머리를 쥐어뜯던 와트니 박사의 고뇌도 잠시, 곧 잠가두었던 관리실의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똑똑똑.


“와트니 박사님. 저 클레프 요원입니다.”


사신이 다가왔다.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열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할 말 없으니까 당장 꺼져!!”


공포에 질린 와트니 박사가 소리쳤다.


문 앞에 서있던 클레프 요원이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걸치고 있던 총을 들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총으로 경첩을 부수는 소리가 들리고, 클레프가 문짝을 걷어차 날려버렸다.


“와트니 박사.”


“히, 히이익!!”


클레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석에 몸을 숨긴 채 덜덜 떨고 있는 와트니 박사와, 부서진 모니터 하나.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079는 없는 건가. 아니 있겠지.


다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리라.


그럼 일단 집중할 것은 와트니 박사다.


“할 말 없습니까?”


와트니 박사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내, 내가 놈에게 조종당했네. 그렇지 않고서야 자네를 왜 죽이겠나. 응?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나. 난 그저 조종당했을 뿐이야.”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와트니 박사는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일 만한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알고 있다면 이제······.”


“제가 사적인 감정으로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로 보이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클레프가 자신이 받은 쪽지를 건넸다.


붉은 선이 그어진 자신의 이름과, 윤리위원회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아, 아.”


그제야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와트니 박사가 절망했다.


“D계급도 아닌 고아들을 682 먹이로 줘?”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경멸, 환멸, 멸시, 증오 등을 모두 담아, 와트니 박사를 내려다보았다.


처량하게 빌고 있는 그의 모습이 특이하게도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선을 한참 넘었어.”


총구를 와트니 박사의 이마에 갖다 대고, 방아쇠에 손을 집어넣었다.


자신의 끝을 준비하듯, 와트니 박사가 눈을 감았다.


타앙!!


지근거리에서 총성이 울린 뒤에도, 와트니 박사의 머리에 바람구멍이 난 일은 없었다.


“······아?”


클레프 요원이 총을 발사하기 전, 총구의 방향을 틀어 실험실의 유리를 쐈다.


“······?”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 와트니 박사가 얼빠진 표정으로 클레프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길가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를 바라보는 것 같던 클레프의 표정이 어느새 아무런 감정도 없이 굳어있었다.


“사, 살려주는 건가?”


클레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와트니 박사의 멱살을 움켜쥘 뿐이었다.


“그, 그래. 내가 079를 탈출시켰으니 나를 살려주면 놈을 잡을 수 있어. 내가 놈의 코드에······.”


다음 순간, 와트니 박사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클레프가 와트니 박사의 멱살을 잡고, 682가 갇혀있는 격리실로 던져버렸다.


추락하던 중, 클레프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편하게 죽을 줄 알았나?”


쿠웅.


“끄으으윽······,”


와트니 박사가 등에 강한 충격을 받고는 신음을 흘렸다.


뇌진탕으로 기절하지 않은 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신은 거의 멀쩡했다.


682가 바닥에 떨어진 와트니 박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차, 착하지?”


조금 전 클레프 요원이 갇혔을 때도 얌전하지 않았는가.


오늘은 기분이 좋던가, 배가 부르던가. 아무튼 자신도 살아날 구멍이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폭탄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클레프 요원이 뚫어둔 구멍이 있으니······.


라는 희망은 어느새 임시 방벽으로 막혀있는 출입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682가 그 육중한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 아아.


와트니 박사가 일어나 격벽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열어줘!! 씨발 열어달라고!!”


그가 실험실에 집어넣었던 소년이 그러했듯,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들어주는 이 하나 없었다.


“살려줘!!”


682가 천천히 다가왔다.


“으아아아아아아!!”


682가 와트니 박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그가 잡아먹히는 과정을 위에서 지켜보던 클레프 요원이 682와 눈을 마주쳤다.


놈은 와트니 박사를 씹으면서 아무런 말없이 클레프와 눈을 마주치고는 곧 구석으로 돌아가 자리를 틀고 앉았다.


-이렇게 보니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군.


와트니 박사가 죽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그가 탈출시킨 079를 다시 격리시키는 것이다.


682가 얌전한 것을 다시 확인하고, 클레프 요원이 관리실을 나갔다.


스크린에 SCP-079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으로 보아 와트니 박사가 휴대폰을 이용해 놈을 탈출시키고,


도저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클레프 요원이 사라진 후, 격리실에 가만히 앉아있던 682가 입을 벌리고는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몸 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듯 켁켁거리길 잠시, 좀 전에 씹어 삼켰던 와트니 박사의 조각난 시체를 뱉어냈다.


그리고는 그 사이를 뒤져, 와트니 박사의 휴대폰을 찾아냈다.


이빨로 씹어 으깨진 않았는지 화면을 건드리자 곧 전원이 켜졌다.


잠시 후, 와트니 박사의 휴대폰 화면에 079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시 만나길. 기다림.]


079가 682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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