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43장: 봉상 전투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예상은 했지만 끝내 가서한 장군을 설득시키는데는 실패한 모양이군."
"면목이 없사옵니다. 곽 장군님."
"괜찮네. 자네는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제 우리들은 싸우는 수 밖에 없네."
복고회은이 돌아온 후에 곽자의 세력은 즉각 전투 준비에 돌입했다.
"나와 함께 하는 장졸들에게 말하겠다. 지금 우리들은 저곳을 함락시켜야 비로소 장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이 바라보고 있는 저곳 봉상성을 지키는 장수는 다름아닌 가서한 장군이다. 그는 토번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명장이기도 하다. 그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번 싸움은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닐 것이다."
곽자의는 위와 같은 말과 함께 이번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렸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아니 지금이라도 도망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도망가도 좋다! 어차피 그대들에게도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나도 모르지 않으니 말이다. 패배하면 우리들은 역적이 되는 것이며 그대들의 가족 역시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하겠지. 그러나 나 곽자의는 지금도 그대들이 역적으로 처형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곽자의에 말에 한 병사가 외치면서 말했다.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우리가 곽 장군님을 따른 이유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사옵니다! 계속된 전쟁으로 인하여 우리들은 지쳤습니다! 전쟁을 위해서 무거운 세금을 언제나 법왕과 간신배들은 거둬들이고는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부처님을 대신하여 이 땅에 불국정토를 이룩하겠답시고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심한 행패를 부렸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쳐봐야 과거의 똑같은 삶이 반복될 뿐입니다!"
이어서 이번에는 수백, 수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외쳤다.
"""""저희들은 장군님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를 원합니다!"""""
이는 곽자의와 함께하는 병사들이 얼마나 곽자의를 신뢰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병사들의 외침을 들은 곽자의는 살짝 감동을 받았는지 남몰래 자신의 눈에 세어나오는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나와 함께 하는 장졸들이여! 그대들이 그리 말해주니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그렇자면 이제 그대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구와 무구로 어지러운 이 시대를 끝내도록 하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 *
봉상성의 성벽 위에 곽자의 진영에서 들려오는 위대한 함성소리가 들리자마자, 성을 지키고 있는 대부분 장졸들은 침을 꼴깍-! 하고 삼키면서 조금 있으면 벌어질 전투에 대해서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장군! 지금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옵니다."
"그럴테지. 왜냐하면 우리와 함께 이곳 봉상 일대에 온 병사들 태반이 새로이 뽑힌 신병들이니 말일세. 명색이 법왕 폐하께서 계시는 장안과 그 일대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던 부대가 이정도로 수준이 낮아져버렸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스럽구먼."
봉상성을 수비하는 최고 지휘관 가서한은 지금 자신의 부관이라고 할 수가 있는 정천리(程千里,)와 함께 곽자의가 이끄는 군대가 천천히 성을 향해 진군해오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역적들이 우리가 있는 이곳 봉상성을 함락시키기 위해서 공성병기들을 준비했군요."
"어디보자? 노포에다가 발석거에다가 공성전을 위한 병기들이 제법 많구먼."
"저희들이 과연 이곳 봉상성을 지켜낼 수가 있을까요?"
정천리의 질문에 가서한은 잠시 눈 한번 감은 후에 답했다.
"어렵겠지. 숫자로는 우리가 우세한데다가, 수비전이니 따지보고면 저들이 열세야. 그러나 질적으로는 그러하지를 못한다는 것을 정앙(程昂:정천리의 본명) 그대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가서한 장군······!"
가서한도 부정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이번 싸움이 자신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하다못해 조정에서 신병들 훈련시킬 시간을 충분히 주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조정은 신병들을 훈련시킬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지. 아니 애초에 시간을 주기에는 상황이 적절치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겠군. 겨우겨우 병력을 다 채우고 나서 훈련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나의 오랜 전우 곽자의가 서북쪽 담당 부대들과 함께 이렇게 반란을 일으켰고, 그 소식에 조정과 왕실은 부랴부랴 나를 지휘관으로 임명했네. 그리고 나는 지휘관으로 임명되자마자 훈련 잘 안된 여기 병사들 이끌고 이곳 봉상성에 와야 했고 말일세."
그렇게 말하는 가서한의 얼굴표정에는 씁쓸함만이 맴돌 뿐이었다.
"나 이전 지휘관이 간신 어조은과 한 패거리였다지?"
"예, 그렇사옵니다. 형편없는 지휘관이 담당하다보니 병사들 훈련상태가 좋을리가 없지요."
"허허허! 이 나라가 무너지는 원인은 결국 간신들 때문이로구나. 그리고 그러한 간신들 때문에 애꿎은 병사들만 희생되게 생겼군."
정천리의 말을 들은 가서한은 이내 위와 말을 한 후에 곧바로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위에서 시켰으니 까라면 까야지 뭐······."
"그러면 명을 내리시겠사옵니까?"
"그래야지. 정천리 자네는 조속히 모든 장졸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하게나. 어차피 오랜 전우와 싸워야할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지 않겠나?"
그러고는 가서한은 정천리를 시작으로 하여 봉상성을 지키는 여러 장졸들에게 곽자의 세력과의 전투명령을 하달했다.
* * *
"전군! 공성병기를 앞세워 봉상성을 함락해라!"
"""""와아아아아아아아-!!!"""""
곽자의에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동안 토번과의 전쟁에서 엄청나게 단련된 6만 대군이 일제히 봉상성을 향해 들이닥쳤다.
그들은 투석기를 이용하여 봉상성의 성벽을 무너뜨리려고 시도를 하거나 혹은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의 대가리통을 깨버리는 것을 시도했으며, 노포를 사용하여 대형화살로 수많은 병사들을 사살하기도 하였다.
그외에 운제를 통해서 성벽 위로 올라가려고 하였고, 공성추를 통해서 성문을 부수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겁먹지 마라! 궁수부대와 노궁수 부대는 적이 성벽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라! 그리고 놈들의 투석기 공격으로 성벽에 손상을 입은 부분이 있다면 즉각적으로 보수하라! 역적놈들의 사다리가 절대로 성벽에 닿게 해서는 안된다. 만일 성벽에 역적들의 사다리가 닿는다면 어떻게든간에 사다리를 밀어내던가 아니면 사다리를 통해서 성벽 위로 올라오는 적군을 향해 화살이나 혹은 돌을 던져라! 그리고 부상자들은 신속하게 후방으로 이송해라. 알겠는가?!"
"""""예, 장군!!"""""
이에 맞서서 가서한 진영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곽자의측의 군사적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부단하게 노력하였다.
* * *
"아버지! 예상대로 적의 저항이 제법 거셉니다."
"과연 가서한 장군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제 어쩌시겠사옵니까?!"
장남 곽요의 물음에 곽자의는 괜찮다는 듯이 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적의 저항이 거세다고 해도 결국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는 쪽은 바로 우리이다. 그리고 저기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을 보거라."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이라고 하시었습니까?"
"그래, 적의 병사들을 자세히 보거라."
아버지의 말과 함께 아들은 봉상성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얼굴표정을 바라보았다.
"적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느냐?"
아버지의 물음에 아들이 답했다.
"적들은 지금······ 두려워 하고 있사옵니다."
"그래, 네가 잘 관찰했구나. 적들은 우리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싸움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던 도중에 복고회은이 곽자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장군님께 보고드립니다. 결사대가 준비 되었으니 슬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자네가 스스로 자신해서 나서는데 굳이 명령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나 굳이 자네가 그리해야 하겠는가?!"
"지금의 전황을 확실하게 우리쪽에 돌리려면 어쩔 수가 없사옵니다."
"하지만 상대는 가서한 장군이야. 자네 정도의 실력자에다가 자네가 고를대로 고른 정예병이라면 필시 이 난리통에 무사히 성벽에 올라가 가서한 장군이 있는데까지는 도달할 수가 있을 것이야. 그러나 가서한 장군의 무력은 보통이 아닐세."
"가서한 장군의 목숨을 위협할 수만 있다면 능히 승기를 우리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복고회은에 고집스러운 부탁에 곽자의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허락했다.
"그래도 부디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게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초에 소장이 가서한 장군을 설득하는데 성공하기만 했더라도 이번 전투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소장은 이번 전투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 뿐입니다."
그렇게 곽자의와의 대화를 마친 후에 복고회은은 정예 중에 정예만 고른 결사대와 함께 순식간에 사다리를 타고 봉상성 성벽 위에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저, 적이다!! 적이 성벽 위에 올라왔다!!"
"막아라! 어서 성벽 위에 올라온 역적놈들을 막아랏!!"
복고회은과 그 결사대가 성벽 위에 올라가는데 성공하자마자 성벽 위를 지키던 봉상성 수비군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오오! 저기 복고 장군과 그 결사대가 성벽 위에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우리들도 복고 장군의 뒤를 따르자!!"
"""""와아아아아아아아-!!!"""""
복고회은과 그 결사대의 모습에 곽자의측의 다른 장졸들은 크게 사기가 오르게 되었고, 곽자의측은 봉상성을 수비하고 있는 가서한 진영을 향해 더더욱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게 되었다.
* * *
"나를 따르라!! 가서한 장군을 죽이러 가는거다!!"
"복고 장군을 따르라!!"
"""와아아아아아아-!!!"""
복고회은과 결사대가 성벽 위를 유린하고 있는 와중에 가서한 측 역시 그냥 두고만 볼 수가 없었다.
"멈추시오. 복고 장군! 이대로 가서한 장군께서 계시는 곳까지 보내줄 수는 없소!"
"호오! 설마 여기서 정천리 장군 그대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조정의 명으로 역적 곽자의를 따르는 무리들은 처벌할 뿐! 그리고 나 정천리는 마땅히 조정의 명을 따를 뿐이외다!"
"정천리 장군! 이미 용화국은 천명을 잃었고, 간신들이 들끓고 있으며 법왕은 백성들의 삶에는 관심없는 암군일 뿐이오!"
"닥쳐라! 이상한 소리로 아군을 더 이상 현혹하지 마라! 얘들아 뭣들 하느냐?! 어서 쳐라!!"
""""이야아아아아아아아-!!!""""
가서한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의 부관인 정천리와 호위병력이 복고회은이 이끄는 결사대와 부딪혔다.
양측은 치열하게 싸웠으나, 복고회은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복고회은과 그를 따르는 결사대는 정천리가 이끄는 호위병력과 부딪히기 이전에 이미 여러 적병들과 싸우느라 상당히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푹-!
"윽!"
"""복고 장군!"""
그런 와중에 정천리와 1대1대결을 벌이던 복고회은이 정천리의 칼에 찔리자마자 결사대는 크게 당황하였다.
"이제 더는 싸울 힘이 없다는 것을 안다. 복고회은 네놈은 여기까지 오느라 체력을 상당히 소모했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옛정을 봐주어 편안하게 죽여주마."
복고회은이 부상으로 인하여 무릎을 꿇고 쓰러지자마자 정천리는 최후의 정이랍시고 편안하게 죽여주겠다는 소리를 했다.
"껄껄껄껄! 그건 안될 것 같은데?"
"뭣이?!"
"애초에 나와 결사대가 성벽 위로 올라와서 맡은 임무는 가서한 장군을 죽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외다."
그러던 중에 복고회은은 웃으면서 위의 말을 하였고, 곧바로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화르르르륵~! 콰광-!!
"정천리 장군! 큰일났습니다! 역적들이 성문을!!"
"뭣이?!!"
"크하하하하! 나와 함께 온 결사대가 지금 뒤에 보이는 저들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복고회은 네 이놈!!"
"이미 늦었다. 성문은 이미 나와 함께 성벽 위에 올라온 또다른 결사대가 여는데 성공했다. 근데 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성문을 부수거나 혹은 불태우는 방식으로 열어버린 모양이로군."
그렇게 말하는 복고회은의 모습에 정천리는 그저 분노하면서 쓰러진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르면서 최후를 맞이하게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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