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가 야근의신 입니다.

재벌 3세를 구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야근의신
그림/삽화
AM 06:00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4
최근연재일 :
2024.09.17 06: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12,371
추천수 :
6,457
글자수 :
304,476

작성
24.08.16 06:00
조회
4,536
추천
125
글자
11쪽

제16화 재벌 형님의 속마음

DUMMY

“아, 둘이 형제야? 어린 것들이 싸가지하고는. 너희 에미애비가 그따위로 가르치든?”


나왔다.

부모님을 소환하는 전통의 패드립.

이런 놈들한테는 그대로 되돌려주는 거울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니 에미는 비행기에서 술 처마시고 승무원 희롱하라고 가르치든? 아들 새끼가 성범죄자인 거 니 애비도 아시냐?”

“뭐... 뭐라고?”


준성의 기습 반격에 순간 경직되는 게 보였다.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날아오는 일격은 데미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너 이 새끼, 내가 누군지 알아?”


왜 꼭 저런 쓰레기들은 초면에 자기를 알아봐 주기를 원하는 걸까?

평범한 사람들은 방송을 탄 전국구 거물 범죄자도 알아볼까 말까 한 게 현실인데.


“이런 븅신을 봤나. 너는 내가 누군지 알아? 서로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

“이씨...”

“왜? 뭐 지명 수배자야? 사고치고 한국 뜬 거냐? 그래서 여기 숨어 사는 거야?”


아가리 파이팅으로 멘탈 공격을 하는 건 나름 자신있는 분야였다.

취객 놈은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부들거리다가 결국 이성의 끈이 끊어졌는지, 양손으로 준성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가 확 그냥.”


준성은 짧은 순간 고민을 했다.

훤히 드러난 명치에 제대로 한 방 꽂아볼까?

한국에서는 사람을 치면 돈이 드는데, 외국에선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확 질러버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으윽.”


뭔가 투다다닥 하는 거 같더니 취객 놈이 바닥에서 큰절을 올리고 있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코노미를 타고 와서 입국 수속이 한발 늦었던 윤태진 부장이 전광석화처럼 취객 놈을 제압한 거였다.

워낙 빠르게 손을 써서 어떻게 처리한 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Hey, what's going on there?(저기요, 거기 무슨 일입니까?)”

“Sorry for causing a commotion. He drank too much on the plane, and we will take care of sending him home.(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비행기에서 술을 과하게 드신 분인데, 저희가 알아서 집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나타난 공항 보안요원은 장재성이 담당했다.

윤태진 부장은 엎어져 있는 취객의 상태를 살피는 척하고 있었는데, 보안요원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고 있었다.

준성도 덩달아 급조된 미소로 별일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다.


“Too much drinking is very very bad for health. Okay?(과음은 무지무지 건강에 해롭습니다. 아시죠?)”

“I'll keep that in mind. Thank you.(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재성은 보안요원을 잘 구슬려서 돌려보냈다.

윤태진 부장이 취객 놈을 일으켜 세운 뒤,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였더니, 그놈은 자기 캐리어도 찾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버렸다.


“저희가 짐 찾아서 나갈 때까지, 저놈은 화장실에서 대기했다가 나올 겁니다. 두 분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윤 부장은 무게감 있는 동굴 저음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준성이가 몸으로 저 사람을 막아줘서요. 고맙다.”

“실장님이 저런 놈하고 직접 말 섞고 그러시는 건 아니죠.”

“저렇게 무례한 인간은 처음 봤다.”


그럴 만도 했다.

장재성은 유명한 사립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외고를 거치며 공부하다가 고등학교 때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뒤, 한국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쳤다.

철저하게 필터링된 상류층 집단 속에서 사회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로 질 떨어지는 인간과는 직접 부대낄 일이 없었던 인생이었다.


유일한 그럴만한 기회가 있었던 건 현역 군 생활 기간이었다.

장재성은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현역으로 복무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빽과 운이 따라줘서 한영대학교 학군단에서 기간병으로 근무하는 호사를 누렸다.

왕십리 쪽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힘든 훈련이나 빡센 내무생활 없이 아주 평화로운 군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군필자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땡보직 군 생활이었지만, 가끔 언론에서 재벌가의 병역 의무 이행 실태에 관한 기사를 다룰 때면 모범사례로 꼽히곤 했다.

재벌 3세가 현역으로 입대해,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 꿀을 빨며 군 생활을 했다는 내용은 대중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까 준성이가 나서주는 데, 아주 든든하더라.”

“그런 놈은 당연히 제가 막아야죠. 제가 더 빨리 내려왔어야 했는데.”


감사 인사를 받기 위해 한 행동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끼어들었을 뿐이었다.


“저희 캐리어는 다 찾았습니다.”


준성은 장재성과 함께 뒤쪽에 빠져있었는데, 그 사이에 윤태진 부장이 세 명의 짐을 모두 컨베이어 벨트에서 꺼내놨다.


“부장님,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조금 더 일찍 도착했으면, 실장님이나 과장님이 고생하실 일이 없었을 텐데. 죄송합니다.”


준성은 고맙다, 윤태진 부장은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서로 여러 번 주고받았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장재성이 나섰다.


“자자, 이동하시죠. 뒤풀이는 저녁을 먹으면서 해도 충분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가시죠.”


입국장 쪽으로 나가니까, 페트로마스와 현도자동차의 CI를 나란히 늘어놓은 피켓이 보였다.

페트로마스 측 직원들이었다.


“아빠 까바르? 아미르.(Apa Khabar? Amir)”

“Long time no see, my bro, Erik.(오랜만이야, 에릭 형제.)”


장재성은 오랜만에 재회한 지인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두 사람은 오른손으로 악수를 한 뒤, 악수를 한 손을 가슴에 얹었다.

가슴으로부터의 환영과 존중의 의미를 담는다는 말레이시아식 인사법이었다.


장재성은 ‘에릭’이라는 외국어 이름을 썼다.

이 이름은 Eric이나 Erik, 이렇게 스펠링을 둘 다 사용했는데, ‘K’로 끝나는 에릭이 북유럽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게 좀 더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라 일부러 ‘Erik’으로 쓰게 됐다는 게 장재성의 설명이었다.


에릭과 아미르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앞장서서 이동했다.

아미르의 풀네임은 정말 길었는데, 그게 말레이계 이름의 특징이었다.

다뚝 아미르 빈 다뚝 하지 라작(Datuk Amir Bin Datuk Haji Razak).

말레이계 이름엔 성씨가 따로 없고 ‘Bin’ 뒤에 아버지의 이름을 붙이는 게 관례였다.

이름 앞에 붙는 다뚝(Datuk)은 말레이시아의 작위였고, 하지(Haji)는 성지 순례를 다녀온 사람에게 붙여주는 호칭이었다.

아미르의 이름을 풀이하자면, ‘성지 순례를 다녀온 다뚝 라작의 아들인 다뚝 아미르’라는 뜻이라고 장재성이 설명을 해줬었다.


이름에서부터 뭔가 복잡하고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번 출장에 대한 준성의 느낌이 딱 그랬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국적이면서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기회.

그게 말레이시아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취객 놈과의 트러블은...

그놈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제외다.

해외에서 나라 망신이나 시키는 쓰레기 새끼. 쯧쯧쯧.


* * *


장재성은 아미르와 함께 반츠 S클래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고, 준성은 윤태진 부장과 함께 미니밴인 타유타의 알파드를 타고 뒤를 따라갔다.

우리나라에는 출시하지 않은 차였는데, VIP 의전용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프린터보다는 못 하지만 꽤 편안한 MPV군요.”


스프린터 운전을 전담하는 윤태진 부장은 자연스레 두 차를 비교하고 있었다.

이동 오피스로 튜닝을 마친 장재성의 스프린터가 더 넓고 편한 건 사실이었으나, 알파드도 2열 시트의 안락함과 전고가 높은 공간감, 가솔린 엔진이 주는 정숙함 등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음... 이 차는 가솔린 엔진인가요?”

“네, 부장님. 가솔린 엔진입니다.”

“이야, 이 정도 사이즈를 가솔린으로 굴리면 기름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산유국이라 기름값이 쌉니다.”

“오오, 여기가 산유국이었군요.”


말레이시아는 산유국답게 기름값이 쌌다.

우리나라의 1/3 수준밖에 안 됐으니.

사실 윤태진 부장과 단둘이서만 한 공간에 있게 된 건 처음이어서 어색할까 봐 걱정됐었다.

윤태진 부장이 자동차 이야기를 먼저 꺼내줘서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윤 부장은 원체 과묵한 스타일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좌석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한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부장님, 아미르씨는 실장님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거죠?”

“네, 띠동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도 아주 친하신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하실 때 가장 가깝게 지냈던 인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인이라는 공통 분모 덕분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윤태진 부장은 장재성과 아미르의 인연에 대해 아는 데까지 열심히 이야기를 해줬다.


재벌가 자제들이 해외에서 유학하는 건 여러 가지 구설을 피하는 리스크 관리의 목적도 있지만, 역시나 핵심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거였다.

인맥이야말로 엄청난 자산이니까.


두 번째 주제가 끝나고 또 침묵이 찾아오나 싶었는데, 이번엔 윤태진 부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줬다.


“장준성 과장님께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아, 아까는 뭐 제가 당연히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 말고도요, 크로아티아에서 실장님을 구해주신 것부터 지금까지 옆에서 도와주고 계신 모든 일에 대해서 말입니다.”


서먹한 사이의 부장님이 진지한 다큐톤으로 칭찬해주니 놀라우면서도 뭔가가 어색한 기분이었다.


“저야 실장님이 잘해주시니까 보답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쌍무적 계약 관계.

따지고 보면 맹목적 충성심이 아니라 대가가 걸린 충성심이었다.

금액이 크니까 비례해서 충성심이 큰게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실장님은 장준성 과장님을 진짜 동생처럼 생각하고 심적으로 의지하고 있거든요. 제 추측이긴 하지만...”


윤 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아까 과장님이 그놈한테 ‘우리 형 동생이다.’라고 하셨을 때, 진짜 많이 감동하셨을 겁니다.”


응?

그게 그렇게까지 감동할 멘트인가요? 라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의아해졌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이야기를 해드려야겠군요.”


장재성에게는 들을 수 없었던 장재성의 속마음.

그걸 최측근인 윤태진 부장이 직접 들려준다니 어찌 솔깃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준성은 완전히 90도로 상체를 틀어 윤 부장 쪽으로 돌아앉았다.


Listening Comprehension.

대학 졸업반 때, 나름 토익 LC 점수 450점을 찍었던 사람이다.

경청 준비 완료됐습니다.

쫑긋!

제16화 삽화_new 3rd.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 3세를 구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섯번째 제목 변경 공지 +7 24.08.09 4,162 0 -
49 제48화 기회는 영웅을 만든다 NEW +5 20시간 전 1,046 49 13쪽
48 제47화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14 24.09.16 1,451 76 14쪽
47 제46화 (가짜) 재벌 3세 장준성 +18 24.09.15 1,688 82 13쪽
46 제45화 천종산삼 +15 24.09.14 1,858 81 14쪽
45 제44화 영화 같은 하루 +14 24.09.13 2,003 76 13쪽
44 제43화 음악회, 알리바이 그리고 거짓말 +11 24.09.12 2,120 96 14쪽
43 제42화 미션 임파서블 +12 24.09.11 2,156 95 14쪽
42 제41화 가짜를 진짜로, 진짜를 가짜로 +11 24.09.10 2,355 96 14쪽
41 제40화 잘 만든 차가 맞습니까? +14 24.09.09 2,478 87 14쪽
40 제39화 장진수를 부르는 목소리 +12 24.09.08 2,583 113 12쪽
39 제38화 신설, 전기자동차 본부 +9 24.09.07 2,589 109 13쪽
38 제37화 이중 스파이 +16 24.09.06 2,708 129 14쪽
37 제36화 임기응가 +14 24.09.05 2,843 124 15쪽
36 제35화 스케일이 커졌다 +15 24.09.04 2,992 128 16쪽
35 제34화 든든한 공범 +11 24.09.03 3,059 121 12쪽
34 제33화 예상 밖의 대답 +11 24.09.02 3,125 122 12쪽
33 제32화 자동차대여사업 +12 24.09.01 3,157 104 13쪽
32 제31화 재벌가의 사모님 +12 24.08.31 3,325 111 15쪽
31 제30화 혼돈의 카오스 +8 24.08.30 3,313 108 12쪽
30 제29화 언니는 적이다 +11 24.08.29 3,340 110 14쪽
29 제28화 VIP를 위한 시승 +7 24.08.28 3,388 106 14쪽
28 제27화 꼭 가고 싶습니다 +9 24.08.27 3,550 115 13쪽
27 제26화 히든 카드 +8 24.08.26 3,647 113 15쪽
26 제25화 품절남 +10 24.08.25 3,880 118 14쪽
25 제24화 갑질 아닌 갑질 +11 24.08.24 3,884 125 13쪽
24 제23화 늘어나는 거짓말 +13 24.08.23 3,891 123 15쪽
23 제22화 카운터 어택 +9 24.08.22 3,898 127 14쪽
22 제21화 산 넘어 산 +11 24.08.21 3,904 118 14쪽
21 제20화 비상 상황 +14 24.08.20 4,025 12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