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8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3 18:15
조회
301
추천
4
글자
9쪽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5)

DUMMY

레이첼은 두더지처럼 다시 몸을 숨겼다.

그동안 뒤에서 엄폐하고 있던 전투 요원 둘이 레이첼에게 거의 다다랐다.


한 명이 먼저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 전투 요원은 거의 부딪치듯 레이첼의 옆에 착지했다.


다른 한 명이 따라서 도약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한 명이 도약한 순간, 보라색 광선 하나가 그 전투 요원의 다리를 꿰뚫었다.


전투 요원은 공중에서 균형을 잃었다.

고통을 인지할 새도 없이, 뒤따르던 광선 줄기가 떨어지는 전투 요원의 몸에 다섯 개의 구멍을 내버렸다.


“이런 씨······.”


레이첼의 옆에 부딪히듯 먼저 착지한 개리가 자신의 소총을 부여잡고 욕지거리를 하였다.


레이첼은 다시 틈새로 로봇을 조준한 후 광선을 몇 개 날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보였던 위치를 더듬어 쏘기에는 너무 불확실했다.


짧은 전자음이 레이첼의 소총에서 울리더니 광선이 끊겼다.

레이첼은 배터리팩을 갈아 끼우며 개리의 헬멧에 자신의 헬멧을 대었다.


“개리! EMP 수류탄 아직 있지?”

“있어!”

“내가 가면 따라와!”


레이첼은 다시 소총을 장전한 후 기회를 엿봤다.

하나 남은 정찰 드론이 계산한 적들의 위치가 헬멧 홀로그램에 업데이트되었다.


“소위님, 적은 화물용 로봇입니다! 아예 전투용으로 개조되었습니다!”


레이첼은 적절한 공격 위치를 찾기 위해 지도를 살피는 동시에 무전을 날렸다.

그러나 소위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레이첼은 일단 눈앞에 있는 적을 처치하는 것이 먼저였다.

레이첼은 발을 디뎠다.


세 번째 발걸음에서 레이첼은 다리를 깊숙이 구부렸다.

굽혔던 다리가 펴지면서 레이첼은 도약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레이첼은 폐차와 기계 더미 위를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위에서 본 전투 상황은 생각보다 더 아수라장이었다.

유탄의 폭발 덕에 눈에 들어온 로봇은 분명 셋이었는데, 광선이 뻗어 나오는 걸 보니 최소 다섯은 되어 보였다.


레이첼은 급한 대로 광선 줄기가 나오는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에 대고 소총을 쏘아댔다.


운 좋게 광선 하나가 로봇에 명중하여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레이첼은 소총의 배터리팩이 과부하를 일으킬 때까지 그곳에 공격을 퍼부으며 유탄까지 아끼지 않았다.

유탄에 맞은 로봇은 근처의 리디늄 연료와 같이 터지며 격렬하게 타올랐다.


뒤에 따라온 개리 역시 밝게 빛나는 폭발에 힘입어, 자신의 초록 광선을 다음 로봇에게 선물하였다.

그러나 둘의 공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의 반격에 의해 끊어졌다.


“저기로 내가 유인할 테니, EMP 수류탄 던져!”


레이첼은 개리의 홀로그램에 원격으로 좌표를 찍어준 뒤, 무릎을 굽히고 다시 힘차게 도약하였다.


전투복과 연결된 신경 하나하나가 레이첼의 근육을 조였다가 도약과 동시에 풀었다.

레이첼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광선 줄기들을 피했다.


레이첼은 드론의 계산에 따라, 달의 게릴라들처럼 기계 더미 미로를 전광석화로 뛰어다녔다.


틈틈이 반격하던 레이첼의 소총의 배터리팩이 다시 소진되어 분리되었다.

레이첼이 새 배터리팩을 꺼낼 무렵, 오로라 같은 파란 빛의 돔이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순간적으로 생겼다 사라졌다.


“잘했어!”


레이첼은 무전으로 개리에게 환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개리의 무전은 돌아오지 않았다.


레이첼은 헬멧 안의 홀로그램을 살펴보았다. 개리의 심박이 정지된 상태로 표시되었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데면데면한 사이였지만, 지금만큼은 개리의 가족 못지않게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레이첼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빅터! 나세르! 적을 교란하면서 빠르게 목표물로 돌진한다!”


레이첼은 심장이 아직 뛰고 있는 둘에게 명령한 뒤 몸을 날렸다.

레이첼의 앞과 옆으로 빛나는 화살들이 날아들어 레이첼을 방해하였다.


아직 처치하지 못한 로봇이 있는 모양이었다.

곁눈질로 확인한 목표물인 도매상의 사무실까지 거리는 이제 불과 수십 미터였다.


코너를 돈 레이첼의 눈앞에 마침내 조잡한 컨테이너 몇 개가 보였다.


“저기라고?”


레이첼은 혼잣말을 하며 엄폐물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재빠르게 컨테이너를 향해 달려갔다.


그 와중에도 레이첼은 소총을 좌측으로 틀어 끊임없이 난사하였다.

무섭게 목표물로 달려드는 레이첼은 흡사 고대의 전사와 그 움직임이 비슷하였다.


레이첼은 전투복 앞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소총에 연동된 조준 보조기로 위치가 정해지자, 주머니 안에 있던 섬광탄이 발사되었다.


“3······ 2······.”


속으로 수를 세던 레이첼은 머리 위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보자마자, 컨테이너의 창틀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한 발을 올리는 순간, 바닥이 울리는 바람에 레이첼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에 흐트러진 레이첼은 약간의 분노가 담긴 눈으로 컨테이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레이첼이 발을 올렸던 컨테이너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매캐한 모래 구름과 그 사이로 은은하게 붉은빛이 보였다.

마치 어릴 적 고향 땅 아프리카 초원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 같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레이첼은 그것에 순간 매료된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점점 붉게 짙어지는 일출 너머 드디어 태양이 보일 기세였다.

레이첼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컨테이너가 있던 곳에서는 태양 대신 은빛 원추형의 물체가 갑자기 솟아올랐다.


태양과는 다르게 밑에서만 붉은 열기를 내뿜었지만, 그것이 올라가는 기세는 흡사 태양과 비슷하였다.


“이게 무슨······.”


정신을 차린 레이첼은 소총을 힘겹게 들어 올려, 눈앞에서 올라가는 원추형의 물체를 향해 조준하였다.


그때, 원추형의 물체 옆에 달린 날개에서 빛나는 또 다른 물체 두 개가 발사되었다.

날아간 물체들은 힘차게 밤하늘을 향해 똑바로 나아갔다.


이윽고 그 물체들은 하늘의 끝에라도 부딪쳤는지, 차례대로 하늘 끝 언저리에서 폭발하였다.


거친 폭발과 함께 하늘의 잔해가 떨어졌다.


원추형의 물체는 너덜너덜하게 구멍이 난 하늘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레이첼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대체······.”


레이첼은 충격을 받은 헬멧의 홀로그램을 재시작하며 무너지는 하늘을 보았다.


그 순간, 레이첼의 몸이 급격하게 하늘로 떠오르려고 하였다.

헬멧의 홀로그램은 다시 켜지자마자 ‘산소 부족’이라는 경고로, 다급함을 레이첼에게 전하였다.


레이첼은 재빨리 전투복의 성능을 최대로 맞추었다.


이번에는 ‘전력 부족’이라는 경고도 번갈아 가며 뜨기 시작했다.

레이첼은 재빨리 거북이를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들썩거리는 기계 더미들을 아슬아슬하게 밟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였다.


“젠장······.”


레이첼은 뒤를 돌아볼 새도 없었다.


로봇들과 동료들의 시체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몰리며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무너진 하늘 구멍으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레이첼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골목 벽에 붙은 채 거북이를 향해 달려갔다.

거북이도 위험을 느낀 것인지, 레이첼이 근처에 다다르자 일찌감치 꽁무니를 열었다.


레이첼은 몸을 날려 거북이 안으로 미끄러졌다.


닫히는 문 사이로, 바닥의 벽돌과 철판들까지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레이첼은 거북이 중앙에 있는 홀로그램에 자신의 단말기를 갖다 대었다. 그러자 거북이가 움찔하였다.


레이첼은 단말기를 조작하였다.

거북이는 구멍 난 하늘과 반대 방향으로 급가속 하였다.

레이첼은 비틀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숨을 고른 후 레이첼은 헬멧을 벗었다.

헬멧 안에선 땀이 나다 못해 탈진한 레이첼의 얼굴이 나타났다.

레이첼은 헬멧의 홀로그램에 대고 입을 열었다.


“하아······ FSF 제3분대 임무 실패······ 1명 귀환 중, 이상.”


말을 끝낸 레이첼은 한숨을 내뱉고 눈을 감았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덜컹거리는 거북이의 진동도 무시한 채 레이첼은 그대로 탈진했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4장 분석했다던 좌표 빨리 불러요! (1) +2 20.12.25 313 6 8쪽
15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6) +2 20.12.24 299 4 9쪽
»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5) 20.12.23 302 4 9쪽
13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4) +1 20.12.22 327 5 9쪽
12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3) +1 20.12.21 337 6 16쪽
11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2) 20.12.20 354 3 13쪽
10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1) 20.12.20 389 2 14쪽
9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4) +3 20.12.19 420 3 18쪽
8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3) +1 20.12.19 427 5 17쪽
7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2) 20.12.18 471 2 19쪽
6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1) +1 20.12.17 523 6 17쪽
5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5) +2 20.12.16 565 6 15쪽
4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4) 20.12.15 659 6 16쪽
3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3) +2 20.12.14 841 7 18쪽
2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2) +6 20.12.13 1,002 11 15쪽
1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1) +11 20.12.13 1,493 12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