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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79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18 18:30
조회
470
추천
2
글자
19쪽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2)

DUMMY

이번에는 생각보다 큰 굉음이 울리며 복도에 큰 파동이 퍼졌다.

진욱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잠시 숨었던 정적이 굉음을 이겼다.

진욱은 재빠르게 다리부터 내려 착지하였다.


다행히 희진이 본 것은 틀림없었다.

복도 벽 굴곡진 곳에 붙어 진욱이 주변을 살피는 동안, 희진이 낑낑거리며 내려왔다.

희진은 엉거주춤 착지하나 싶더니 이내 진욱 쪽으로 왔다.


“기관부가 근데 왜요?”


희진은 살짝 속삭이듯 진욱의 뒤에서 말하였다.


“보통 화물칸이 기관부 근처에 있어요. 슈퍼노바 호 정도 되는 크기면 화물칸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진욱은 시선을 주변으로 돌리면서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근데 우리 이러다 들키는 거 아니에요?”


희진은 캥거루 새끼처럼 고개만 진욱의 어깨너머로 살짝 내밀며, 마음에 남은 공포심을 담은 말을 하였다.


“이미 탈출할 때 다 들켰을 거예요.”


진욱은 말을 마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희진의 긴장된 얼굴을 확인한 진욱은 손을 들어 방향을 나타내었다.


오른쪽이었다.

진욱은 그대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벽에 붙어 천천히 움직였다.


발치에서 지나가는 푸르스름한 조명이 복도를 재우고 있었다.

진욱과 희진은 두리번거리며, 포복하듯 천천히 전진하여 기관부의 문 앞까지 도달하였다.


진욱은 문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인식창이 있었고 출입증이 필요하였다.


“무슨 문제 있어요?”

“출입증요.”

“어떡하죠······.”


진욱은 대답 대신 문 주변을 살펴보았다.

문 아래쪽 틈에도 손을 넣어보고 문 옆의 벽을 더듬더듬 짚기도 하였다.


희진은 진욱이 무슨 마법이라도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초조해지는 마음이 더 커졌다.


그때, 왼쪽에서부터 안개가 스멀스멀 밀려오듯 발소리가 들리며 진욱이 있는 쪽으로 향하였다.


“진욱 씨, 발소리요!”


희진은 진욱의 어깨를 두드리며 귀 근처에 대고 높은 톤으로 속삭였다.

진욱의 손이 더욱더 빨라지나 싶더니, 갑자기 진욱이 희진을 향해 몸을 획 돌렸다.


“여기서 시간 좀 끌어줘요.”

“네?”

“그동안 난 문을 열테니까, 이쪽으로 유인해요.”

“아니, 잠깐만요! 나도 그냥 숨으면······.”


진욱은 그런 희진의 말을 무시하고 희진의 어깨를 잡은 뒤에 복도 중앙에 세워놓았다.


희진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 대신 경극처럼 다양한 불만 섞인 표정을 진욱에게 쏘아붙였다.


진욱은 그런 희진을 뒤로하고 복도 틈 사이로 등을 기대 몸을 숨겼다.

희진은 진욱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발소리가 코너를 돌며 희진의 존재를 먼저 알아차렸다.


희진 역시 달라진 발소리를 눈치채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썩은 우유 같은 색의 가운을 입은 여자 한 명이 단말기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 채 멈춰있었다.


여자의 허리춤에는 공구로 보이는 것들이 꽂혀 있었으나, 희진은 어디에 쓰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일단 무시무시한 정장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희진은 살짝 안심했다.


“어······ 저기······.”


희진이 입을 뗄 무렵 그 여자는 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입을 움직였다.

희진은 멈춰있는 여자와 숨어있는 진욱의 눈치를 번갈아 보면서 살짝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여자가 손바닥을 편 채 희진에게 다가왔다. 가만히 있으라는 눈치였다.

희진은 엉거주춤하게 선 채로 멈춰서 양손을 올렸다. 여자는 천천히 다가왔다.

여자는 곧 틈에 숨어있던 진욱을 지나쳐 희진의 바로 앞까지 왔다.


“그러니까 제가 길을······.”


여자는 아래부터 희진을 훑어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의 모습은 생각보다 평범한 자기 또래 같아 보였다.


희진은 다시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그러나 완전히 열린 것은 희진의 입이 아니었다.

그 대신 희진의 눈이 폭죽처럼 순식간에 열려버렸다.


희진의 그런 변화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여자에겐 고통이 먼저 찾아왔다.

진욱이 살그머니 나와 뒤에서부터 여자의 목을 둘러맸다.

여자는 고통스러운지 진욱의 팔을 몇 번 치다가 맥없이 쓰러졌다.


“꺅! 뭐예요!”


희진은 놀라서 주저앉았다.

진욱은 희진을 슬쩍 쳐다본 후, 여자의 주머니와 몸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쉿, 그냥 기절한 거예요. 지금은 탈출에 집중해요.”


진욱은 여자의 오른쪽 품에서 카드 같은 것을 꺼낸 뒤 희진에게 던졌다.

희진은 엉겁결에 그것을 집어 들었으나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걸로 문 열고 있어요.”

“아까 문 열고 있겠단 건요?”

“거짓말이에요.”


진욱은 표정 하나 안 바뀌면서 여자의 바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희진은 어이없었지만 일단 진욱이 건넨 카드를 기관부 문 옆 인식창에 대었다.


카드를 댄 인식창이 빨간색으로 변하였다.

희진은 옷을 살짝 당겨 카드를 닦아낸 후 다시 대었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이번에는 카드를 인식창에 반대로 대어보았다.

그러자 빨간색으로 변하였던 인식창은 이제 깜박거렸다.


“저기, 진욱 씨······.”

“네?”

“이게 빨간색으로 깜박거려요.”


진욱은 한창 여자의 앞주머니를 뒤지고 있다가, 희진의 말에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희진은 그 기세에 살짝 놀랐다.


진욱은 깜박이는 인식창을 보고는, 여자의 앞주머니에서 발견한 자그마한 공구를 인식창과 벽 사이로 밀어 넣었다.


“왜······ 왜요?”

“옆에 좀 봐줘요.”

“알았어요.”


희진은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진욱의 고조된 표정을 보고 조금 있다가 물어보기로 하였다.


“제발 돼라······.”


진욱은 이제 인식창 패널을 들어 올려 그 사이로 공구를 들이밀고 무언가 하고 있었다.

희진은 여자가 온 방향을 계속 쳐다보며 이따금 진욱을 향해 재촉하였다.


그때, 인식창 패널 아래에서 약간의 스파크가 튀는가 싶더니 기관부의 문이 열렸다.


“진욱 씨, 저기!”


그와 동시에, 희진이 손가락으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


“젠장, 먼저 들어가요!”


진욱은 희진의 등을 밀었다.

그러고 진욱은 열린 문을 향해 희진을 던지듯이 넣었다.


희진은 차가운 기관부 바닥에 엎어졌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으며 낮은 신음을 내던 희진은 허리를 돌려 문밖을 돌아보았다.


진욱이 안쪽 편의 인식창을 공구로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인식창은 곧 박살이 났다.


희진은 다리 하나를 받쳐서 일어선 후, 진욱에게 다가갔다.


“아프잖아요!”


희진은 진욱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외쳤다.

하지만 손을 얹은 희진의 감촉이 이상했다.


마치 흐물흐물한 어묵을 숟가락으로 만지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곧바로 희진의 손끝부터 희진의 중추 신경계로 전달되었다.


“어머, 어깨가 왜 이래요?”


희진은 진욱을 희미한 조명 아래로 살짝 당기며 말했다.

희진이 어깨를 당기자 진욱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진욱의 몸은 희진에게 끌려가다시피 했지만, 진욱의 눈은 여전히 닫힌 문을 확인하였다.


“맞았어요.”

“뭐라고요? 앉아 봐요!”

“스친 거예요. 어서 가요.”

“아니······ 살이 느낌이······.”

“광자총에 맞으면 다 그래요. 신경 쓰지 마요.”


어깨춤에서 구멍 난 옷을 살펴보고 있던 희진에게 괜찮다고 말한 진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로 옆의 상자들 너머 난간이 보였다.

아래쪽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났다.


그리고 그 특유의 파동은 진욱의 귀를 자극했다.

난간 너머 아래에 엔진이 있을 것이었다.


함선의 크기를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납치당했을 때를 떠올리면 많아도 엔진은 둘 정도일 것이라고 진욱은 생각했다.


“아래쪽에 엔진이랑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밖의 요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기관부 옆의 화물칸을 찾아야 해요.”

“어떻게요?”


희진은 진욱의 시선을 따라 난간 쪽 멀리까지 보다가 진욱을 마주 보았다.


“일단, 으윽······ 숨으면서 내려가요. 마주치면 한 명씩 잡아야죠.”


진욱은 소매 부분을 찢은 후, 어깨에 임시방편으로 감아대며 말하였다.

뼈까지 뚫고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구멍 난 살에 지혈하는 것은 꽤 아팠다.


진욱은 난간 옆의 계단에 몸을 숨긴 후 아래를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원추형의 거대한 엔진 두 개가 있었다.


가운데에는 제단을 놓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원시인들처럼 빼곡히 기계들과 모니터가 삥 둘러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단말기를 보고 있는 제복 차림의 사람 두세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정장 차림의 요원들이 들이닥칠 것이 분명했다.


진욱은 타이밍을 노린 뒤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아니 그렇게 막무가내로······.”


상자를 이용해 문을 막던 희진은 진욱을 따라 급하게 내려갔다.

진욱은 목표로 삼은 사람 한 명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자신의 단말기를 들여다보던 남자는 푸른 스파크를 뿜어대고 있는 기계 뒤에 있는 진욱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였다.


남자가 진욱에게 등을 보이자 진욱은 살쾡이처럼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그때, 맹수의 위협을 느낀 노루처럼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진욱은 돌아보는 남자의 허리에 그대로 몸을 부딪쳐 남자를 넘어뜨렸다.


둔탁한 소리가 기관부에 울려 퍼졌다.

진욱은 한쪽 팔로 그 남자의 목을 강하게 누르고 노려보았다.


목이 졸리던 남자 역시 숨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도 본능이 피어오른 것인지, 팔을 휘저으며 진욱의 옆구리 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남자는 주먹이 마음처럼 닿질 않자, 왼쪽 허리춤을 뒤적거렸다.

발버둥 치며 허리춤을 움직인 남자의 주머니에서 곧 검은색의 유선형 광자총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욱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남자의 목을 더 세게 누르면서 어서 상황이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남자는 왼손으로 광자총을 쥔 채 진욱 쪽으로 손목을 돌렸다.


“야!”


그때 희진이 달려오면서 남자의 왼손을 발로 차버렸다.

남자의 손에 들렸던 광자총은 힘없이 덜그럭거리며 옆에 떨어졌다.

희진은 재빨리 광자총을 쥐어 들고 남자에게 겨누었다.


“화물칸 어디야!”


진욱은 희진의 외침에 순간 놀랐다. 목을 누르던 힘이 약해졌다.

희진은 검은색의 광자총을 양손으로 꼭 쥐고 남자를 겨누고 있었다.


“······끄윽, 앞쪽······.”


진욱의 압박 때문인지 남자는 힘겹게 대답하였다.

진욱은 남자의 말에 고개만 살짝 들어 앞쪽을 쳐다보았다.


희진 역시 진욱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곧바로 움찔하였다.

희진의 머리 옆으로 파란색의 짧은 광선 하나가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희진은 짧고 높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희진의 팔은 달랐다.

희진은 광선이 날아온 곳을 향해 과감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희진의 손에 들린 물건에서 쇠 구슬이 유리를 굴러가듯 영롱한 소리가 나더니 초록색의 광선들 두어 개가 쏘아져 나갔다.


“세상에!”


희진은 자신이 하고도 어안이 벙벙했는지 손가락을 떼면서 감탄 아닌 감탄을 하였다.

그러나 이내 또 다른 광선들이 날아오는 바람에, 희진은 급하게 몸을 숙였다.


“방금 봤어요?”


희진은 진욱과 고통받고 있던 남자를 번갈아 보며 말하였다.

진욱은 대답 대신 손을 내밀어 희진이 들고 있던 광자총을 넘겨받으려 했다.


머리 위로 또다시 광선들이 철조망처럼 옭아매자, 희진은 재빨리 진욱에게 광자총을 전달했다.

그 틈을 노린 남자가 순간 힘을 주어 진욱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손목 스냅으로 광자총을 돌려 잡은 후, 남자의 머리에 손잡이 부분을 냅다 꽂은 진욱이 더 빨랐다.

남자가 기절한 것을 확인한 진욱은 희진을 바라보았다.


“안내해줘요. 쏘는 건 내가 할 테니.”

“앞쪽이죠? 알았어요.”


멋지게 적을 기절시킨 진욱의 모습에 살짝 안심되어서인지, 희진은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앞쪽을 바라보았다.


거미줄처럼 광선들이 날아오던 곳은 조금 왼쪽이었다.

왼쪽을 최대한 피하며 대략적인 길을 눈대중으로 파악한 희진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가요!”


희진은 춤을 추던 광선들이 쉬는 시간을 갖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기계 뒤에서 뛰쳐나갔다.

진욱 역시 그런 희진을 따라 발을 움직였다.


몸이 반절 나올 즈음, 고개를 돌린 진욱의 눈에 정장 차림의 남자 세 명이 왼쪽에서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진욱은 급한 대로 조준하여 광자총의 방아쇠를 꾹 눌렀다.


영롱한 소리와 함께 에메랄드빛의 광선 몇 개가 맨 왼쪽의 남자에 명중했다.

한창 광자총의 배터리팩을 갈던 그 남자는 전기가 끊어진 로봇처럼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른 두 명이 급하게 진욱을 겨냥하였다.

진욱은 앞서가던 희진을 쫓아 속도를 올렸다.


진욱의 앞뒤로 파란 광선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스쳤던 어깨가 욱신거렸지만, 진욱은 몸을 숙이며 직진하였다.


“계속 앞이요!”


진욱은 희진의 외침에 속도를 높였다. 그와 동시에 진욱은 왼쪽을 향해 광자총을 난사하였다.


“앞에 세 명이요!”


희진의 외침을 들은 후, 진욱은 급하게 희진의 너머 앞을 향해 광자총을 돌렸다.

목표로 삼은 문 바로 옆의 통로에서, 예의 그 정장 차림의 요원들이 또 나타났다.


진욱은 허리를 더 숙여 철제 난간에 최대한 붙은 뒤, 가장 앞쪽의 요원을 향해 광자총을 발사했다.

다리에 맞은 것인지, 그 요원은 광자총을 꺼내려다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희진은 쓰러진 요원이 놓친 바람에 바닥을 미끄러져 오는 광자총을 얼른 주워들었다.

그것을 축하하듯, 어김없이 사방팔방에서 광선들이 또다시 날아왔다.


희진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 광자총을 조준하는 동안, 진욱은 희진을 엄호하였다.


진욱이 숨어있던 기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때쯤, 진욱은 마지막 이동이라 생각하며 전진하였다.


그동안 희진 역시 옆에서 길을 뚫기 위해 한 명을 더 쓰러트렸다.

차마 치명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조준 실력이 부족한지는 몰라도 희진의 광선을 맞은 요원들은 주로 배와 다리를 움켜쥐고 넘어졌다.


진욱은 넘어져 있는 두 명을 향해 일격을 날리려 했으나, 진욱의 총에서는 짧은 비프음만 들렸다.


진욱이 당황하는 사이, 희진은 진욱의 멀쩡한 오른쪽 어깨를 밀쳤다.

진욱은 그대로 앞쪽 상자로 엎어졌다.


거의 동시에 진욱이 있던 곳으로 광선들이 날아왔다.

희진 역시 반대쪽 철제 상자에 엎어지듯 숙이며 반격하였다.


“왜 쏘다가 말아요!”


희진은 손만 밖으로 내밀어 광자총을 쏘며 소리쳤다.


“배터리!”


진욱은 무용지물이 된 총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말하는 도중에 희진의 총에서도 기계음이 들리더니 동작을 멈추었다.


“아씨······ 어떡하죠, 이제!”

“기다려봐요!”


진욱은 소리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자로 막아놓았던 문을 요원들이 드디어 뚫었는지, 난간 쪽에서도 이제 광선이 한두 개씩 날아오기 시작했다. 앞뒤로 막힌 상황이었다.

진욱이 한창 고민하고 있을 무렵 희진이 외쳤다.


“밀어요!”


희진은 어깨를 상자에 받히더니 상자를 문 쪽으로 밀기 시작했다.

문 앞의 정장 차림의 남자는 진욱과 희진이 숨은 상자를 향해 파란 광선을 소나기처럼 쏘아댔다. 진욱은 재빠르게 희진의 옆에 어깨를 대고 밀었다.

문까지 열 발자국쯤 남았을 때, 희진이 쇠파이프 하나를 진욱에게 건넸다.


“이걸로 처리해요!”

“어디서 났어요!”

“방금 주워, 악!”


빗발치는 광선 사이에서 특유의 웃음을 지으려고 입꼬리를 올리려던 희진은 순간 비명을 지르며 힘이 빠졌다.

난간에서 발사된 광선 하나가 희진의 정강이를 뚫고 지나갔다.


진욱은 희진의 손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쇠파이프를 재빨리 받아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앞쪽에서 광선이 잦아드는 걸 느낀 진욱은 도박을 하기로 결심했다.

쇠파이프를 고쳐 쥔 손을 내밀며, 진욱은 상자 앞으로 몸을 드러냈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외투 품에서 새 배터리팩을 꺼내고 있었다.

진욱은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도움닫기를 본능적으로 기억해내며 도약하였다.


진욱이 내리친 쇠파이프는 이를 막으려는 정장의 손가락을 정확히 부러트리며 그대로 늑골까지 가격했다.


그 순간 진욱의 옆으로 광선들이 박히기 시작했다.

어서 피해야 했다.

진욱은 남자의 광자총과 배터리를 뺏은 뒤 희진에게 돌아갔다.


“뒤로 쏴요!”


희진에게 총을 맡긴 진욱은 희진을 어깨동무하며 부축하였다.

문까지 불과 수 미터의 거리였지만, 지금의 희진과 진욱에게는 지구와 화성 수준의 거리였다.


희진은 난생처음 겪는 아픔 때문이었는지, 대답도 못한 채 그저 몸만 돌린 채 난사할 뿐이었다.


문 앞에 다다르자, 진욱은 몸을 이용해 강하게 문을 밀쳤다.

다행히 문은 큰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진욱은 그대로 쓰러지듯 나아가며 뒷발로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 나자 그때까지 조용하던 희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진욱은 등으로 문을 닫고 희진을 바라보았다.

신음을 낮게 내고 있었지만, 다행히 더 맞은 곳은 없이 희진은 무사했다.

진욱은 옆에 있던 잡동사니들을 쏟아 문을 막았다.


“괜찮아요?”


진욱은 급한 대로 자신의 나머지 소매 부분을 찢어 희진의 정강이를 지혈했다.

누를 때마다 희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악, 괜찮아요······ 살살!”

“계속 가야 해요.”


진욱은 자신의 어깨를 묶었던 옷가지를 풀어서 희진의 정강이 쪽에 대었다.

출혈량과 희진의 상태를 보았을 때, 심각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진욱은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며 희진의 어깨를 다시 들어 올렸다.


“주변 잘 살펴봐요······ 운 좋으면 바로 화물칸이 나올 거예요.”

“알았어요······ 저 근데 잘 쐈죠?”


한 가지 고비가 넘어서일까 아니면 고통이 좀 줄어들어서였을까, 희진은 진욱에게 어깨를 맡기면서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온 듯했다.


“네, 잘했어요.”


진욱은 비틀거리는 희진을 다시 들친 후에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아까 전보다 약간 손때가 묻은 복도였다. 여기저기 쓰레기들도 흩어져 있었다.


머리 위 빨간 조명들을 뒤로하며 희진과 진욱은 터벅터벅 걸어갔다.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진욱은 희진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었다.


“안 배웠어요. 막 주물럭거리니까 뭔가 나가더라고요······ 아, 그거 때문인가.”

“뭐요?”


진욱은 주변을 살피며 희진의 말에 대답하였다.


“게임이요. 연구실에 있을 때 동기랑 다른 남자 선배들이 막······ 총 쏘는 게임 같은 걸 하더라고요. 같이 끼어서 몇 번 해봤죠.”

“지금 게임이랑······.”


희진은 진욱의 흐려지는 말에 광자총을 들어 올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 배우는 거 엄청 빠르거든요.”

“뭐······알았어요.”


진욱은 졌다는 듯 희진의 말을 인정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희진은 배운 걸 써 먹어봤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진욱을 또 이겼다는 기분도 들어서 좋았다.


진욱은 그런 희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진이 열심히 게임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가볍게 속으로 웃고 넘겼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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