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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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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80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22 18:15
조회
326
추천
5
글자
9쪽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4)

DUMMY

“여기 바가 그렇게 질펀하다면서?”


거북이 등껍질 같은 팔각형 모양의 상자 하나가 어두운 밤의 도로 위를 조용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팔각형 상자는 그 안의 수많은 잡담을 연료로 하는 GBX 신형 엔진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바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는, 건장한 남자의 잡담이 가장 역동적이었다.

남자는 이제 자신이 그동안 가본 술집들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미 주변 사람에게는 일상이었는지, 반대편에 앉은 네 명은 각자의 장비를 챙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남자는 그제야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말을 멈추었다.

머쓱해진 남자는 괜히 자신의 옆에 앉은 사람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너도 여기는 처음 아니냐?”


옆에 있던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얼굴이 아니라 빨간 점이 몇 개 보이는 검은 구체만이 얼굴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때, 얼굴로 치면 입 부분에 작은 굴곡이 생겼다.


“조용히 가자, 에릭.”


검은 구체에서 나직하지만 답답한 말소리가 들렸다.

에릭이라 불린 남자는 두 번 연속 차가운 물을 맞아서인지, 결국 남들처럼 자신의 장비를 하나둘 챙기기 시작했다.


“아, 더워.”


몇 분 후, 검은 구체가 불평과 함께 지퍼백처럼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 안에는 주근깨가 돋보이는 여자의 땀에 젖은 얼굴이 들어있었다.

조금전까지 먹먹했던 말소리도 구체가 열리고 나선, 또렷하게 공기를 떨게 했다.


옆에 있던 에릭은 여자의 얼굴이 공기와 닿게 된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다시 돌렸다.


“전투 헬멧을 미리 쓰는 건 너밖에 없다니깐. 거봐, 답답하지?”

“공격받고 허둥대지나 마라.”

“그런 적 없었어, 레이첼.”


레이첼이라고 불린 주근깨의 여자는 에릭과 더 상대할 생각이 없었는지, 자신의 배터리팩과 헬멧을 점검하였다.


“저번에 아이리스 시티에서 게릴라들 잡을 때도, 괜히 야간 전투용 헬멧 썼다가 뒤에 있는 놈들 못 잡아서 이 몸이 구해줬잖아. 크······ 그때 걔들이 개머리판으로 레이첼 네 머리를 내리찍으려는데, 내가······.”


에릭은 양손에 장난감을 든 어린아이처럼, 열심히 액션까지 하며 재연하였다.

레이첼의 귀찮은 내색이 전투복 안에서부터 점점 올라와 턱선을 따라올 기세였다.


그때, 제일 안쪽에 앉아 있던 전투복 차림의 장신의 여자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 여자는 거북이 배 속으로 치면 위장이 있을 정중앙으로 이동했다.


에릭은 장신의 여자의 움직임을 눈치채자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여자가 손으로 허공을 한 번 휘젓자 푸른빛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오늘의 주목표는 이 여자의 생포다. 이름은 빅토리아 마르틴. 헤르메스 암시장의 도매상이다. 현재 우리 정보부에서 수배 중인 인물들에게 물자 지원을 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정보부에서 심문할 것이 있다는데, 도주 우려가 있고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무기의 사용은 허용하지만, 여자는 분명히 생포하도록. 자세한 사항은 각자의 헬멧 안의 홀로그램을 확인하도록. 질문 있나?”


여자의 사무적인 브리핑에 맞추어 홀로그램은 사진과 지도, 명령서들이 섞인 슬라이드 쇼를 보여주었다.


앉아 있던 나머지 일곱 명은 열심히 공부하는 고학생처럼, 여자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여자의 말이 끝나자 레이첼이 손을 들었다.


“예상되는 적은 있습니까?”

“암시장의 상인이니, 개인 사병이나 경비 로봇 수준일 것이다. 개리, EMP 수류탄 챙겨.”


여자는 왼쪽의 남자에게 손짓하며 말을 마쳤다.

개리라 불린 남자는 의자 아래에 있는 철제 수납함을 열어 검은 달걀 같은 것을 두어 개 전투복에 넣었다.


“몇 분 안에 끝내드리면 될까요, 소위님.”


에릭이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가벼운 톤으로 말하였다.

브리핑하던 여자 소위는 에릭을 잠깐 흘겨보았으나 담담하게 대답하였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조용히 끝낸다. 여긴 헤르메스야, 다들 잊지 마. 한 마디로 적진 한복판이다. 아마 너만 조용하면 될 것 같군, 에릭.”


소위는 말을 마친 후, 몇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 거북이 등껍질의 끝에 다가갔다.


“FSF 모두 준비!”


소위의 말에 앉아 있던 일곱 명은 두 줄로 섰다.

각자의 무기를 견착하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차례를 기다렸다.


소위가 서 있던 등껍질 부분에 초록색의 네온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껍질 같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소위를 필두로 한 FSF 전투 요원들은 병아리가 알을 깨듯 껍질을 빠져나왔다.


암흑 속에는 멀리 보이는 불빛 몇 개와 가로등만이 전부였다.

전투 요원들 역시 레이저와 헬멧 카메라가 뿜어대는 빨간 점들이 전부였다.


에릭은 헬멧 안으로 비치는 홀로그램을 살피며, 천천히 골목길을 따라 선두에 서서 나아갔다.

소위는 세 명을 데리고 옆의 골목으로 진입했다.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빠져나온 에릭의 앞에 폐차장이 펼쳐졌다.

차량 외에도 잡다한 기계들이 층층이 쌓인 꽤 넓은 단지였다.


잠시 후, 몇 미터 떨어진 또 다른 골목에서도 소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위는 헬멧 내의 홀로그램으로 무언가를 하는 듯, 벽에 붙은 채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조용히 손짓하자, 소위 뒤의 한 명이 배낭에서 콩주머니 같은 구체를 공중으로 던졌다.


“암시장 상인이라면서? 이게 다 뭐야?”


그새 지루함이 생긴 건지, 에릭은 뒤에 따라붙던 레이첼의 헬멧으로 개인 무전을 하였다.


“취급 물품이 우주선 부품이라는군. 그런 밀수도 하나 봐. 그리고 무전 꺼라.”


레이첼은 무전을 마치고 헬멧 안의 홀로그램을 살폈다.


방금 배치된 정찰 드론으로부터 세부 사항들이 들어왔는지, 전투용 지도가 완성되어 있었다. 목표물이 있는 곳은 단지 내 정중앙이었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안쪽으로 갈수록, 기계 더미들이 더 복잡하게 미로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소위의 명령이 떨어졌다. 에릭은 레이첼을 잠깐 뒤돌아본 후, 낙엽 위를 걷듯 천천히 전진하였다.


에릭은 드론들이 안내하는 최적의 루트를 날렵하게 따라갔다.

네 명씩 두 팀으로 이루어진 전투 요원들은 각각 전방, 좌우, 위아래를 사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목표지점까지 직선거리 500m.”


견착하고 있는 ST-25 소총의 무게가 레이첼의 어깨를 조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간이 흐른 때였다. 소위의 짧은 무전이 전달되었다.


레이첼은 소총을 다잡으며 홀로그램 조준기에 눈을 대었다.

에릭이 고물 더미를 바라보며 또 농담을 지껄일 찰나였다.


레이첼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있었다.

레이첼은 재빨리 헬멧 안에서 짧고 명확히 말하였다.


“에릭, 저기 리디늄 융합······”


하지만 에릭을 향한 무전이 채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이었다.

레이첼의 눈앞에서 고꾸라진 에릭의 몸뚱이가 레이첼의 말을 끊었다.


에릭은 정수리부터 왼쪽 눈까지 순식간에 증발해 축 처진 볏짚처럼 변해 있었다.


레이첼이 무슨 일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장대비가 바람에 기울어져 내리듯 형형색색의 광선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폐! 11시, 3시 방향!”


소위의 다급한 명령이 이어졌다.

레이첼의 헬멧 속은 거북이 안에 있었을 때처럼 온갖 말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이첼은 몸을 숙인 채 헬멧의 열 감지 센서를 켰다.

빨갛게 달아오르는 부분부터 레이첼은 점사로 갈겼다.


초록색의 광선 다발이 산발적으로 폐기물과 기계 더미들을 뚫으며 지나갔다.

그러나 유효한 사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레이첼 쪽으로 상대의 광선 줄기들이 더욱 몰아쳤다.

레이첼은 재빠르게 한 바퀴 굴러 앞에 있는 버려진 함선 엔진 더미에 기대었다.


“여기 붙어! 적 무기는 리디늄 융합포야!”


레이첼은 소총의 배터리팩을 확인하며, 자신의 뒤에 엄폐하고 있는 전투 요원 둘에게 소리쳤다.


레이첼은 쌓인 고물 엔진들 사이로 견제사격을 하였다. 레이첼은 손가락을 소총 아래쪽에 대었다.


그러자 소총에서 작은 진동과 함께 불빛 서너 개가 미사일이 발사되듯 위로 튀어 나갔다.


얼마 후 커다란 폭발이 십여 미터 앞의 작은 공터와 기계 더미 주변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레이첼의 시야가 밝아졌다.


광선들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운 좋게 레이첼은 그 광경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저 로봇?”


작가의말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에 일반연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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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3) +1 20.12.21 337 6 16쪽
11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2) 20.12.20 353 3 13쪽
10 3장 거기 화물칸이 어떻죠? (1) 20.12.20 389 2 14쪽
9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4) +3 20.12.19 420 3 18쪽
8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3) +1 20.12.19 427 5 17쪽
7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2) 20.12.18 471 2 19쪽
6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1) +1 20.12.17 522 6 17쪽
5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5) +2 20.12.16 565 6 15쪽
4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4) 20.12.15 659 6 16쪽
3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3) +2 20.12.14 841 7 18쪽
2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2) +6 20.12.13 1,002 11 15쪽
1 1장 그래서 홧김에 휴학을 내버렸죠. (1) +11 20.12.13 1,493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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