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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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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81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17 18:15
조회
522
추천
6
글자
17쪽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1)

DUMMY

“둘 다 감호실에 있으며 별다른 특이점은 없습니다.”

“좋아. 남자는 그대로 놔두고 여자는 6시간 뒤에 다시 조사하게 준비하게.”


젊은 남자는 뒤돌아선 부장의 말을 단말기에 정리하였다.


“저기······.”


뒤돌아 서 있던 부장이 뒷짐을 지자, 단말기의 전원을 끈 젊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말을 흐리는 투가 오랫동안 고민을 하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말소리는 결국 저항하던 입을 뚫고 새어 나왔다.


뒤돌아 서 있던 부장은 창밖을 그대로 응시하며 대답하였다.


“왜 그러나, 파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파샤라고 불린 젊은 남자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미 입은 벌어졌다.


“자네, 스캐빈저가 뭔지 아나?”


부장은 조용히 고개만 반절 옆으로 돌리고 반문했다.

예의 그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화를 억누르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꽤 날이 서 있는 톤이었다.


“네, 그렇지만 그 둘은 스캐빈저라고 하기엔······.”

“스캐빈저는 우주를 떠돌며 이것저것 수집하지. 그리고 그것을 암시장에 팔고 다니는 우주의 떨거지들이네. 대부분은 근본 없는 것들이지만, 이것저것 수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 범위만큼은 매우 넓지.”


파샤는 무거운 목소리에 기가 눌릴 뻔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은은한 빛에 음영이 드리워진 부장의 옆모습은 그 기세를 더 높였다.

파샤는 서서히 위축되어갔다.


“저 둘도 마찬가질세. 헤르메스에서 기항했고, 이온추진 엔진을 사용하며 몰래 군사기밀구역에 들어와서 무단으로 이것저것 쓸어가려고 시도했네. 이것만 봐도 뻔하지. 그래도 신분이 확실하니까 구금만 하는 거네. 아니었으면 예전처럼 에어 로크 밖으로 던져버렸어.”


파샤는 부장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확실히 군사기밀구역에 들어온 자들은 연합 형법에 따르면 경고 후 즉결처형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였으며, 보통의 스캐빈저들은 연합 경찰이 단속하고 적당히 처리한다.


아무리 고학력에 신분이 보장된 스캐빈저라 할지라도, 뜬금없이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강경하게 대처할 일은 아니었다.


“더 할 말 있나?”


부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혼자 고민하고 있던 파샤의 사고를 깨트렸다.

파샤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자세를 고쳐 섰다.


“아닙니다.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파샤는 단말기를 다른 품에 챙기며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부장은 파샤가 나간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창밖의 푸르스름한 빛을 마저 감상하였다.


파샤는 딱딱한 철제 바닥에서 피어나오는 연기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단말기를 다시 켰다.


단말기 화면에 집중하며 천천히 걸어가던 파샤는 바닥 옆으로 빠르게 점멸하는 은은한 노란 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걸음은 빨라져도 마음속의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초원을 질주하면서도 고개는 움직이지 않는 타조처럼, 파샤는 단말기로 스캐빈저를 검색하며 움직였다.


“이봐요!”


그때, 파샤는 어딘가 둔탁하지만 높고 앙칼진 소리에 정신 차렸다.

파샤는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보았다.


합성 유리로 이루어진 벽 너머로, 수척한 모습의 희진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당신들 이거 불법인 거 알죠? 내가 나가면 다 고소할 거야!”


악을 쓰다가 말을 끝내면서 희진은 파샤를 노려보았다.

파샤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파샤와 희진은 금세 유리 하나만을 두고 가까워졌다.

파샤가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희진은 악을 쓰던 소리를 낮추며 한 걸음 물러섰다.


파샤는 유리 옆쪽에 가볍게 손을 댔다.


“조용히 있는 게 지금은 신상에 좋아요, 이희진 씨.”


희진은 파샤의 목소리를 듣고 살짝 의외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화가 올라오는 표정으로 다시 변하였다.


“진정해요. 정말 문제가 없으면 곧 풀려날 거예요.”


파샤는 그런 희진의 기분을 알아차린 건지 한 마디 덧붙였다. 희진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저기요, 그쪽은 말이 좀 통하는 것 같은데······.”

“그럼.”


희진이 뭐라 하려는 찰나, 파샤는 살짝 고개만 까딱이고 다시 자신의 갈 길을 갔다.


희진은 어이가 없었다.

희진은 다시 유리에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딱 붙였다.


파샤가 간 쪽으로 열심히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지만, 이미 희진의 시야에 파샤는 보이지 않았다.


“뭐야, 하나 같이 다!”


희진은 괜히 유리에 화풀이하며 발로 유리를 세게 걷어찼다.

‘쿵!’ 하는 울림소리와 함께 희진의 앞발도 울렸다.


아픔이 올라오자 괜히 때렸다는 생각이 들었던 희진은 발을 매만지려 하였다.

희진은 한쪽 손을 유리에 대고 닭싸움을 하듯 다리를 올린 채 구시렁댔다.


그때, 희진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유리 감옥 같은 곳이 반대편에도 있었다.

그리고 유리 너머 구석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어? 여기요!”


어둑한 조명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희진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희진은 다시 유리를 두드리며 계속 맞은편을 향해 소리쳤다.


“내 말 들려요? 진욱 씨! 진욱 씨 맞죠?”


울리는 목소리에 반응한 것인지 아니면 희진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맞은편의 덩어리가 움찔하면서 조금 움직였다.


희진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더욱더 강하게 유리 벽을 내리쳤다.

유리 끝이 면발 튕기듯 부르르 떨릴 즈음, 덩어리가 돌아서며 어깨선과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희진은 달에서 보낸 택배가 마침내 배송됐을 때처럼 기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머리가 돌아간 후 마침내 얼굴까지 보이자, 희진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진욱의 오른쪽 볼이 멀리서 봐도 부어있었다. 순간 소름 돋던 그 하얀 방이 떠올랐다.

희진은 손가락으로 볼을 짚으면서 진욱을 불렀다.


맞은편의 진욱은 그런 희진을 향해 살짝 인상을 찡그린 뒤, 손을 귀에 대었다.

희진은 이해했다는 듯 볼을 짚은 뒤에 엄지를 올렸다.


진욱은 희진의 팬터마임을 보고 손짓을 가볍게 하더니 다시 구석으로 몸을 돌렸다.


“아니, 무슨 말이야? 이쪽은 괜찮냐고 물어본 건데 왜 등을 돌리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희진은 듣는 사람도 없겠다, 짜증 섞인 말을 내뱉은 후 유리에 등을 기대었다.

고개를 올린 희진은 눈을 감았다.


순수하게 알고 싶었던 과학자의 마음으로 시작했던 여정이었다.

대기권을 돌파할 때는 희진도 솔직히 노벨상을 목에 걸고 연설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아니 그것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희진의 순수한 여정에 이런 정체불명의 포박과 감금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정장을 입은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쾌활했던 희진의 탐험에 파고들었다.

희진은 방 안의 실낱같은 조명에 비치는 자신의 아픈 발끝만 바라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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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눈을 붙였던 진욱은 잠에서 깨자 자신의 침대 위에 있는 환풍구부터 더듬거렸다.

환풍구에서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진욱은 환풍구로 손을 집어넣었다.


진욱의 눈가에 살짝 작은 주름이 생기려는 찰나,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환풍구 뚜껑이 분리되었다.


진욱은 뚜껑을 침대 위에 살짝 놓은 뒤, 이불로 잘 덮어두었다.

숨을 고른 진욱은 순간 도약하여 환풍구 내부로 들어갔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먼지 구덩이를 각오하였지만, 환풍구 내부는 의외로 깨끗했다.

진욱은 좁은 환풍구 안이 꽉 차도록 몸을 뒤척여 포복 자세로 바꾼 뒤 천천히 왼쪽으로 향했다.


앞으로 향할 때마다 좁게 느껴졌지만, 진욱은 억지로 뒷발을 밀면서 나아갔다. 아니, 나아가야만 했다.


혼란스러운 점이 많았지만, 저들에게 잡힌 이상 일단은 탈출이 먼저라고 생각한 진욱이었다.

몇 걸음밖에 안 되는 거리를 기어서 가려니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진욱의 아래쪽으로 틈이 보였다.

틈 위를 지나가던 진욱의 눈에 희진이 보였다.


진욱은 곤히 자는 희진을 그냥 놔두고 갈까 고민하였지만, 아까 전 서로 마주 보던 것이 생각났다.


진욱은 작게 한숨을 쉬고 환풍구에 발을 대기 위해 낑낑거렸다.

진욱의 오른발이 틈에 있는 환풍구의 뚜껑에 닿자, 진욱은 발길질을 시작하였다.


네다섯 번쯤 찼을 때, 특유의 철이 맞닿는 소리가 나더니 환풍구 뚜껑이 희진의 방의 침대 위로 떨어져 푹 잠겼다.

진욱은 다리가 빠지면서 순간 몸이 흔들거렸다.


몸을 바로잡은 진욱은 최대한 안전하게 내려오기로 했다.


진욱은 먼저 두 발부터 내렸다.

진욱은 마치 천 길 낭떠러지 절벽에 매달려 다리만 덜렁대는 사람처럼 되었다.


진욱은 속으로 수를 센 뒤, 손을 놓았다.

좁은 환풍구를 통과하는 그 찰나에도 진욱은 이곳저곳을 부딪쳤다.


환풍구를 미처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이번엔 발바닥에서 생각보다 찌릿한 느낌이 올라왔다.

침대라고는 했지만 이런 곳의 침대는 다 허술한 모양이었다.


진욱은 아픈 발바닥을 품으로 당기며 재빨리 착지하였다.

하지만, 먼저 떨어져 있던 환풍구 덮개에 얼굴을 부딪쳤다.


“어억!”


진욱은 짧은 신음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게 한 후,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볼 수는 없었지만, 볼이 꽤 깊이 부어있었던 모양이었다.


진욱은 살짝 감정을 담아, 발에 걸리적거리는 환풍구 뚜껑을 걷어찼다.

뚜껑은 침대 너머로 넘어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긁어댔다.


진욱은 마찰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볼의 고통이 없어지기를 기다렸다.

진욱이 찡그렸던 얼굴을 피려는 순간, 진욱의 등에 또 다른 고통이 몰아닥쳤다.


“어떻게 그래요! 볼은 왜 그러냐고요!”


희진은 진욱의 등을 빨래를 털 듯 때리면서 소리쳤다.

작은 방 안이 울릴 정도의 소리도 희진의 화와 설움을 다 담진 못했다.


진욱은 앞뒤로 아파졌다.

그래서인가 희진에게 등짝을 맞은 직후에도 진욱은 시체처럼 당분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냥! 연구하러 왔는데! 그쪽은 볼이 퉁퉁 붓지를 않나, 나는 골방에 갇혀서! 무슨 일인지도 아무도 얘기 안 해주고!”


희진은 진욱에게 하기보다는 한풀이를 하듯 말을 하였다.

진욱에게는 다행히도, 희진은 말이 끝나자 진욱의 등을 더 괴롭히지 않았다.


진욱은 희진의 말이 끝나자 천천히 돌아서며, 침대 쪽의 벽에 기대어 앉았다.

진욱은 침대 밑에 주저앉아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희진을 쳐다보았다.


“진정해요. 둘 다 살아있으니까.”


진욱의 다소 느긋한 목소리를 듣고 희진은 진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사람들은 다 뭐예요? 다짜고짜 납치하더니 연구하는 게 뭐냐고 막 묻고 사람을 가두고······ 아는 사람은 진욱 씨밖에 없는데, 진욱 씨도 아까 등 돌리니까 막······.”

“나도 궁금해요.”

“그렇죠? 진욱 씨가 봐도 이 사람들 이상하죠?”

“아뇨, 당신 연구하는 거요.”


희진의 표정에 의문이 조금 생겼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트리톤에 가서 뭘 연구할 생각이었기에 저 사람들이 당신을 쫓아요?”


희진의 눈이 커졌다.


“저요? 저는 저 사람들 몰라요.”


희진은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오히려 진욱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연구한 걸 물어봤잖아요.”

“진욱 씨 때문일 수도 있죠.”

“나는 사람하고 짐 옮기는 일만 했어요. 날 쫓을 이유는 없어요.”

“아니, 근데 저 사람들이 누구길래 그래요?”

“연합정보부요.”


빠르게 맞받아치며 이어지던 배드민턴 셔틀콕이 땅에 처박히듯, 진욱의 마지막 대답에 대화가 끊어졌다.

희진의 눈은 여전히 커다란 상태였다.


“그 사람들이 왜 우릴······? 확실해요?”

“걔들 말고 우주에서 정장 입고 다니는 놈들 봤어요?”


희진은 짐짓 놀란 상태가 되었다.

희진은 사실 정확히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빠진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진욱의 표정이 무거워진 것을 보자 얼핏 기억이 났다.


10년 전 제3차 화성 무장 시위 때 주동자 무리를, 말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것이 연합정보부의 일이었음을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알게 모르게 우주를 넘나들며 조용히 갖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이 연합정보부였다.


아무튼, 그들에게 잡혀있는 것이라면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진욱과 희진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희진은 다시금 자신의 상황을 인식했다.


“아무튼, 에어 로크 통해서 세상과 작별할 거 아니면 일단 탈출부터 해요.”

“알았어요······, 근데 어떻게요?”

“환풍구를 다시 타서 슈퍼노바 호를 되찾아요.”


못 보던 긴장감이 감도는 진욱의 표정에서 덩달아 공포감을 느낀 희진은 살짝 겁을 먹었다.


하지만, 진욱은 그런 희진의 마음을 모르는지 아니면 그럴 새가 없었는지 어느새 환풍구 바로 밑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올라가요.”


진욱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손을 포개어 자신의 무릎 위에 얹었다.

희진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진욱은 한 손으로 무릎을 짚은 뒤 위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희진은 일어나 옷매무새를 잠깐 정돈한 뒤, 진욱에게 달려와 발을 디뎠다.

진욱은 익숙하게 팔을 밀어 올려 희진을 환풍구 속으로 넣었다.


“잡았어요?”

“네!”


진욱은 희진의 발을 놓고 희진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확실히 희진의 걱정처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자격증 시험 때 복합조선학을 공부하였지만, 연합정보부 함선의 선체도 그와 비슷한 구조일지는 의문이었다.


환풍구를 거치고 나서는 어떻게 슈퍼노바 호를 되찾을지 뾰족한 수도 없었다.

일단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진욱은 자신이 환풍구를 올라가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어디로 가요?”


환풍구 속에서 혼자 발을 열심히 놀리던 희진은 조금 가다가 소리쳤다.

진욱은 이제 막 올라와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차피 좁은 환풍구라서 별다른 방향은 찾을 수 없었지만, 운 좋게 환풍구를 지나가는 배관이라도 보일까 싶었다.

진욱은 두리번거리며 계속해서 나아갔다.


“주변에 뭔가 보이면 얘기하고 일단은 직진해요.”


희진은 알겠다는 듯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희진은 여전히 불안했다.


하지만 진욱이 뒤를 봐줘서인지, 아니면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덕분인지 특유의 긍정적인 면모가 살짝 싹텄다.


“우리 이러니까 무슨 스파이 같지 않아요?”

“얘들이 진짜 스파이예요.”

“근데 이런 건 어떻게 다 알아요? 막 탈출도 하고······.”

“일하면서 이곳저곳 다니며 살다 보면, 후······. 주워듣는 게 많아요.”

“그래요? 뭐, 군대라도 다녔어요?”

“연합군에서 몇 년요.”


진욱은 무심한 듯 하였지만, 희진의 질문에 바로바로 대답하였다.


“끄응······ 대단하네요, 저는 맨날 책만 파서······ 그럼 연합정보부 사람들도 그때?”

“아뇨, 연합정보부는 연합군이랑은 또 다른 놈들이에요.”

“복잡하네요, 연합군이랑 그 연합정보부랑은 그럼 친해요?”

“힘 빠져요. 질문은 탈출하고 해요.”


진욱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희진의 속도가 느려지자 말을 줄였다.

한동안 직진만 이어지는 것도 괜히 불안한 진욱이었다.


희진은 더 말을 하려다 진욱의 말에 현실을 인식한 모양인지, 조용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환풍구 내부는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슬슬 땀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가끔 측면에 틈이 있었지만, 너무 좁거나 윙윙대는 기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서로 지쳐갈 즈음 희진의 좌측에 다소 큰 틈이 보였다.


“진욱 씨, 여기요.”


아까 전과 다르게 뭔가를 속삭이는 희진을 의식한 진욱은 이동을 멈췄다.


“뭐예요?”

“그러니까······ 무슨 복도 같아요. 지나가는 사람은 없어요.”

“주변에 뭐 보여요?”


진욱은 침착하게 희진의 말을 기다리며 숨을 골랐다.


희진은 살짝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용 과학자 키트를 꺼냈다.

그 중, 병뚜껑같이 생긴 것을 꺼내더니 희진은 눈에 그것을 고정하였다.


희진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얘기했다.


“복도 옆으로 빛 같은 게 지나가고······ A36이란 글자도 보여요. 멀리 문도 몇 개 정도 보여요. 왼쪽에는 조망실, 회의실이 있고 오른쪽에는 기관부라고 적혀있는 것 같아요.”

“기관부요?”


진욱은 희진의 말에서 필요한 것만 핀셋처럼 집어냈다.


“네.”

“여기서 내려가죠. 앞으로 가봐요.”


희진은 그 의미가 궁금했지만, 일단 진욱이 말하는 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진욱은 주변을 잠시 살핀 뒤, 아까 전처럼 환풍구 덮개를 걷어찼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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