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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의 서재

어쩌다 보니 공간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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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펭귄
작품등록일 :
2020.12.13 14:41
최근연재일 :
2021.03.05 18:15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19,793
추천수 :
184
글자수 :
390,460

작성
20.12.19 09:15
조회
427
추천
5
글자
17쪽

2장 근데, 총 쏘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3)

DUMMY

“2번 엔진이 손상을 입었고 둘은 현재 공조실을 지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샤의 떨리는 목소리가 함교에 울려 퍼졌다.


함교 중앙의 홀로그램에는 상처를 입은 진욱과 희진이 복도 한쪽을 지나가는 모습의 CCTV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제복을 입은 판박이 같은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홀로그램을 지켜보고 있었다.


둥그런 함교 중앙에 홀로그램이 떠있는 모습은 마치 흡사 검투사의 싸움을 지켜보는 콜로세움과 같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환호 대신 침묵만 감도는 점이었다.


함교 맨 위에서 황제처럼 내려다보고 있는 정장 차림의 부장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부장은 라이터를 한두 번 찰칵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망자는?”

“세 명입니다. 부상자는 네 명인데 한 명은 중태입니다.”


부장은 라이터의 뚜껑을 닫았다. 부장은 단단한 철제 라이터를 손안에 꼭 넣었다.

라이터를 쥔 손에 미세한 떨림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부장의 손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장의 입에 집중하며 올려다보았다.


“함선을 되찾아 탈출할 생각이군. 화물칸으로 갈 테니 그쪽에 요원들을 집중하도록.”


부장은 딱딱한 기계처럼 명령을 내렸지만, 그 말속에는 지휘관으로서의 무게감이 있었다.


“사망자가 몇 명이라고, 파샤?”

“네, 세 명입니다.”

“그렇군······. 나도 화물칸으로 간다. 지휘는 여기 나탈리 함장에게 맡기도록. 이상.”


부장은 말을 마치며 옆에 서 있던 여자에게 살짝 눈짓을 주었다.


깔끔하면서 빨간색 포인트가 돋보이는 모자를 쓴 나탈리 함장은 부장을 따라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탈리 함장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비쳐있었으나 이내 표정에서 그것을 숨겼다.

부장은 옷매무새를 다듬으면서 함교 뒤로 나와, 복도를 걸어갔다.


몇 발자국 걷자 주변에서 그와 비슷한 정장 무리가 하나둘 나타나 부장의 뒤를 따랐다.


“현재 상황은?”


부장은 익숙하게 좌회전과 우회전을 하면서 성큼성큼 중앙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눈은 그대로 정면을 고정한 채 약간 울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화물칸 내 CCTV에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거의 화물칸에 도달하였을 것입니다.”

“주변에 있는 애들부터 화물칸 출입구 쪽으로 포위 라인 만들고 대응하도록.”

“네.”


뒤따르던 정장은 부장의 명령이 끝나자, PSC에 손을 대고 부장의 명령을 전달하였다.


우주 붐이 처음 생겼을 때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개척자들처럼, 정장 무리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걸어가자 환한 조명의 엘리베이터가 정장 무리를 반겼다.

정장 무리가 차례차례 안에 탔다.


문이 닫히자 정장 무리는 각자의 품 안에서 광자총을 꺼내었다.

앞에 있던 날카로운 눈빛의 부장이 제일 먼저 광자총을 손본 후 입을 열었다.


“세 명이 죽었다. 늘 하던 것처럼 하도록.”


짧은 두 마디였지만 긴장하는 눈빛들을 어루만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정장 무리는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결의가 찬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공기가 빠지는 가벼운 소리가 짧게 나더니 문이 열렸다.


“가자.”



------------------------------



“아까 전보다 훨씬 좁네요. 으으······.”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는 말투가 안 그래도 좁은 통로에서 크게 울리자, 진욱은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쉬었다.


“거의 다 왔어요.”

“아까도 그래 놓고선.”


희진은 진욱의 신발 바닥의 주름까지 세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진욱은 희진의 불평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진욱 역시 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배선들이 깔린 통로라서 노출될 염려는 많이 없었지만, 그만큼 안에서 밖의 상황을 보기도 힘들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틈으로 밖을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운이 나빠 한 명이라도 바닥 밑으로 지나고 있는 자신들을 본다면 독 안의 쥐가 될 것이 분명했다.


진욱은 열 걸음 앞에서 빛줄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조금 속도를 낸 진욱은 철조망 틈에 다다르자, 눈만 살짝 내민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통로가 좁아 시야는 제한되었지만, 진욱은 열심히 눈을 굴렸다.


그때, 진욱의 철조망 위로 발걸음이 빠르게 지나갔다.

정장 무리 두세 명이 진욱과 희진의 위에서 반대편을 향해 달려갔다.


진욱은 순간 숨을 참고 검지를 입에 대었다.

몇 초 뒤, 진욱은 뒤에 오던 희진을 향해 손가락으로 철조망 쪽을 가리켰다.


희진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살짝 표정이 미묘해지자, 진욱은 다시 통로 앞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어깨에 꼬인 배선을 풀고 진욱이 다시 몸을 움직인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진욱 씨!”


소리는 작았지만, 살짝 가늘고 높은 톤인 희진의 목소리는 진욱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기 충분했다.


“우리 슈퍼노바 호에요!”


진욱은 고개를 힘겹게 발 쪽으로 내려다보았다.


“어디요? 보여요?”

“네! 여기가 화물칸인 것 같은데요?”


희진은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를 이용해 어느새 몸을 돌린 후였다.

희진은 자그마한 틈의 미묘한 각도로 실내를 보고 있었다.


진욱은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기에, 약간의 기분 좋음이 목소리에 얹어졌다.


“잘됐네요. 여기서 나가요.”

“네? 괜찮을까요?”

“더 지체하면 안 돼요.”

“알았어요. 내가 보고 먼저 나갈게요.”


좁은 통로에서 실 전화기처럼 속삭이던 대화가 끝나자, 희진은 바깥을 한 번 더 살핀 뒤에 철조망에 찬찬히 하나씩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손등의 핏줄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즈음, 철조망 패널이 가벼운 소리를 내며 분리되었다.


희진은 천천히 그것을 오른쪽에 내려놓고 목부터 빼꼼히 내밀며 통로를 빠져나왔다.

진욱은 희진이 나가자 뒤로 조금 물러난 뒤 희진을 따라 하였다.


“어때요?”


진욱은 희진이 보았다는 슈퍼노바 호의 모습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동시에 진욱은 희진이 몸을 숨긴 컨트롤 박스 옆에 쪼그려 앉았다.


“저쪽에 보이죠? 아······ 생각보다 머네요.”

“보여요. 왼쪽에 정장들도 몇 명 있어요. 다른 쪽을 보고 있네요.”


진욱과 희진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본 것들을 공유하였다.


“뛰면 될 것 같긴 한데······ 무작정 가면 들키겠죠?”

“내가 뛰죠. 희진 씨는 여기 있어요.”

“잠시만 좀······ 기다려봐요.”


진욱이 정장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컨트롤 박스에서 나갈 채비를 하자, 희진이 진욱의 허벅지를 가볍게 치고 앉으라는 손짓을 하였다.


그러고 희진은 다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저거 리디늄 맞죠?”


희진은 고갯짓하며 진욱에게 말하였다.

진욱 역시 머리를 내밀어 희진의 옆에 붙었다.


“연료용 리디늄이네요.”

“저거 맞출 수 있어요?”


희진은 그러면서 진욱의 허리춤에 있던 광자총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리디늄을 폭발시킨 틈에 슈퍼노바 호로 뛰어가면 되겠어요. 일명 교란작전!”


그 와중에 굉장히 뿌듯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희진의 성격은 역시 상황에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진욱은 새삼 느꼈다.


그래도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 하고 주저앉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기에, 진욱은 희진의 계획에 일단 동참하기로 했다.


“슈퍼노바 호에 타고나서는요?”

“음······ 무작정 내빼야죠.”

“땡. 그 전에 게이트부터 열어야죠.”


희진과 진욱이 퀴즈를 풀 듯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창고 3층의 난간 쪽으로도 검은 정장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직 희진과 진욱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섣불리 움직인다면 진욱과 희진은 순식간에 벌집이 될 상황이었다.


다행히 조종으로 단련된 시야각 덕분에, 진욱은 3층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시간이 없었다.


“저쪽에도 왔어요. 이렇게 해요, 그럼. 저기 튀어나와 있는 곳이 제어실이에요. 내가 가서 열 테니, 슈퍼노바 호에 들어가 있어요.”

“내가 슈퍼노바 호로 가라고요?”

“슈퍼노바 호까지 가는 게 제어실보다 가까워요. 그 다리로는 안 돼요.”

“이제 괜찮거든요?”


희진은 아까 전 진욱의 허벅지를 쳤던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두들겼다.

다친 곳은 정강이였는데 왜 허벅지를 치는지, 진욱은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없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무리에요.”

“어차피 나 우주선 조종 못 해요.”


진욱은 이럴 때만 논리적인 대학원생의 면모를 드러내는 희진이 살짝 얄미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희진은 제어실로 가고 그동안 자신은 조종을 준비하는 것이 시간상으로 효율적이었다.


“좋아요, 리디늄이 터지면 난 슈퍼노바 호로 뛸게요. 희진 씨는 제어실로 가서 문을 열어요. 화물칸 크기로 보면······ 기압차로 빨려 나가기 전에 탈 수 있을 거예요.”

“목숨이 달렸는데 열심히 뛰어야죠.”

“혹시 모르니, 광자총은 쏘고 바로 넘겨줄게요.”


희진은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졌다.

진욱은 희진의 모습을 보고 말없이 광자총을 꺼내 들었다.


진욱은 광자총을 든 뒤 희진에게 건네는 동작을 연습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희진은 그 끄덕임이 순간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미 진욱은 리디늄을 향해 광자총을 겨누고 있었다.

진욱은 숨을 잠깐 멈추고, 리디늄을 향해 점사하였다.


약간의 섬광과 함께 세 개의 광선이 조용히 날아갔다.

난간 쪽의 정장 한 명이 그것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위아래의 눈썹이 서로 닿을 찰나만큼 빠르게 도달한 광선 중 두 개가 연료용 리디늄 묶음을 정확히 관통하며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창고의 3층 언저리까지 불길이 순간적으로 치솟았다.


진욱은 발사 직후 광자총을 희진의 손에 던지듯이 건네고, 슈퍼노바 호를 향해 몸을 숙인 채 전력 질주하였다.


강렬한 폭발 앞으로 뛰어가는 진욱의 모습은 멋있는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겹쳐졌다.

멍하게 그 장면을 보던 희진은 폭발음에 견줄 만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곧 정신을 차렸다.


왼쪽의 정장 무리가 폭발에 놀라 허둥지둥하는 틈을 타, 희진은 광자총을 든 채, 그들의 시야를 지나쳐 제어실로 뛰어갔다.

컨테이너들과 상자를 요리조리 피해 간 희진의 눈앞에 제어실의 문이 보였다.


희진은 제어실의 문과 인식창 주변을 향해 망설임 없이 광선을 선물하였다.

연발로 나아간 광선들이 이어져 긴 빛줄기 모양으로 인식창을 두들기자 제어실 문이 열렸다.


열리는 속도는 살짝 느렸지만, 희진은 몸을 돌려 스치듯 제어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제어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금이 간 제어실의 전면 유리를 의식하면서, 희진은 급하게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아씨······ 영화 보면 이럴 때 커다란 버튼이 딱 있던데······.”


급박한 탓인지 희진은 여과 없이 말하며 전면부 쪽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책상 모양의 일체형 기계에는 수많은 스위치와 버튼, 모니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있네?”


무수한 스위치들 사이에 검정과 노랑으로 사이좋게 빗금무늬 배경을 가진 빨간 버튼 하나가 희진의 눈을 사로잡았다.

희진은 살짝 어이없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했다.


하지만 선뜻 누르기는 또 망설여졌다.

희진이 버튼으로 손을 뻗으면서, 버튼 아래의 문구들을 읽으려 할 찰나였다.


전면 유리 너머에서 생긴 유폭이 다시 한번 화물칸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파동은 희진이 있던 제어실을 박살 내버릴 정도로 강렬하게 몰아쳤다.


희진은 비명을 지르며 빨간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그러자, 쓰나미가 밀려오듯 바닥을 타고 한 방향으로 거대한 진동이 흘렀다.


이윽고 사이렌 소리의 주기가 바뀌었다.

희진은 자신이 제대로 하였는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


버튼을 누르고 무언가 바뀌었다는 직감을 갖고, 희진은 제어실 문을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



“속임수다! 주변부터 수색해!”


거대한 폭발과 함께 일렁이는 불길로 자연스럽게 눈이 향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었다.

하지만 그 본능을 이겨낸 부장은 재빨리 근처의 정장 무리에게 큰 소리로 명령하였다.


폭발이 일어난 곳과는 정반대의 부분부터 부장은 찬찬히, 그러나 날카롭게 그물처럼 훑었다.


하나둘 정신을 차린 정장 무리도 이내 난간 양쪽으로 줄을 맞춰 빠르게 움직였다. 부장은 적당한 빠르기로 정장 무리의 뒤를 따르며 광자총을 고쳐 쥐었다.


부장의 늑대와 같은 날카로운 눈빛에 먹잇감 하나가 제어실로 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부장은 침착하게 먹잇감을 조준하고 단발로 광자총을 발사하였다.


하지만 나아가던 광선들은 아쉽게도 먹잇감의 발 부분의 근처에 닿았다.

먹잇감은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부서진 제어실 문을 넘어 그 안으로 숨어버렸다.


“1층 제어실!”


부장은 PSC로 짧지만 명확한 명령을 내렸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장은 다음 먹잇감인 슈퍼노바 호를 찾기 위해 시야를 거미줄처럼 뻗쳤다.


슈퍼노바 호는 폭발한 곳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내려가기는 애매한 곳에 있었다.


슈퍼노바 호 주변으로 시선을 돌린 부장은 정장 무리가 마침 근처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부장이 PSC로 다시 손을 대어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반란을 도모하는 역적들을 한 번의 휘두름으로 도륙하듯, 거대한 유폭이 다시 한번 모든 걸 삼켜버렸다.


계단으로 내려가던 정장 중 몇 명이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수 미터가량 뒤로 날아가 버렸다.

부장은 큰 소리로, 하지만 무겁게 외쳤다.


“저 우주선 막아!”


이번에는 명령이 전달되었는지, 자신의 왼쪽으로 내려가던 정장 무리 중 몇 명이 슈퍼노바 호를 향해 광자총을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그 뒤의 몇 명은 재빨리 1층을 향해 계단을 달려서 내려갔다.

부장 역시 명령을 내린 후, 탈출하려는 슈퍼노바 호의 추진부를 향해 광자총을 쏘아대었다.


불길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부장은 생각했다.


그때, 탈출하려는 슈퍼노바 호의 추진부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듯, 작지만 빠르게 원을 그리며 동그란 불꽃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윽고 슈퍼노바 호 양옆의 보조 추진기에서도 파란 불꽃이 일렁이며 주변을 향해 거대한 충격파를 쏘아대었다.


화물칸 전체에는 무리가 가진 않았겠지만, 주변의 접근을 막아버릴 정도는 되었다.


부장은 자리를 바꾸기 위해 급하게 내달리며 슈퍼노바 호를 곁눈질로 계속 쳐다보았다.


곁눈질 사이로 같이 들어온 다친 정장 무리의 모습을 보며, 부장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부장이 PSC로 다시금 손을 얹었을 때, 선체의 바닥을 타고 한 방향으로 떨림이 전해졌다.


부장은 순간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재빠르게 살폈다.

방금 자신들이 나온 난간 옆의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댐의 수문이 열리듯 한 번의 커다란 진동과 함께 그 틈이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창고 안에 들어차 있던 것들이 그 열린 틈으로 비집고 나가기 위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젠······.”


부장은 탈출하려는 슈퍼노바 호와 갈라지는 에어 로크를 수없이 번갈아 보면서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부장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감정 섞인 욕은 그보다 빨랐다.

부장의 이마 주름이 더욱 조여졌다. 부장은 다시 PSC로 손을 얹었다.


“그만! 부상자 데리고 모두 안으로 대피한다! 화물칸이 열린다!”

“저들은 어떡합니까!”

“어쩔 수 없어! 여기 더 있다간 다 죽는다!”


부장은 단호하게 말을 끝냈다.

정장 무리는 공격을 멈추고 주변의 부상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갈라지는 틈 근처에 있던 몇몇은 틈으로 빨려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난간을 붙들고 있었다.


부장이 있는 곳까지 기압차의 손길이 느껴질 즈음, 슈퍼노바 호 뒤편의 해치가 열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제어실에서 먹잇감이 나왔다.


부장은 뻗어오는 틈의 손길에 흔들리지 않고, 왼손으로 강하게 자신의 옆에 있던 봉을 잡고 몸을 지탱하였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다시 광자총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갈라진 틈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상황은 갈수록 부장에게 불리해졌다.

안에 있던 수많은 화물이 하나둘 빨려나가며 부장의 시야를 방해했다.


부장은 제어실 앞에서 슈퍼노바 호를 향해 뛰어가는 먹잇감을 향해 꿋꿋이 광자총을 발사하였다.

하지만, 광선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광자총에서 짧은 비프음이 나자, 부장은 광자총을 집어던졌다.

비틀거리는 먹잇감과 슈퍼노바 호를 마지막으로 노려본 부장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려 화물칸을 빠져나갔다.


작가의말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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