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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들맨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사람이 소원을 이룰 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레이들맨
작품등록일 :
2021.05.15 22:05
최근연재일 :
2021.07.22 08:16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2,947
추천수 :
108
글자수 :
335,404

작성
21.05.26 08:56
조회
61
추천
5
글자
11쪽

제1장 (8) 소원의 불안요소

DUMMY

나무탈에게 하건의 점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소원의 예시를 인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정식 소원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하건은 소원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아이는 나무탈의 악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나무탈이 옥상으로 현섭을 부른 것도 하건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하건의 점혈을 살펴본 순간 하건을 학교에 어떻게 보낼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무탈은 아이의 점혈을 몇 개 조정했다.

하건은 그렇게 학교로 향했다.


이제 나무탈과 현섭의 영혼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들의 눈 아래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하건이 보였다.

현섭이 등교 경위를 설명하라고 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현섭은 영혼 상태로 된 몸에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았다.


처음에 그는 나무탈이 내는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지만 얼추 따라잡게 되었다.


“편의상 아이에게 호칭은 붙이지 않겠소.

하건이가 학교를 가도록 아이의 능력과 의욕을 조정한 것이 나라는 것은 이해하겠소?”

“이해는 개뿔!

또 이상한 짓이나 해놨겠지!”


현섭은 정말로 나무탈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상한 짓이 아니라, 소원의 인과관계에 의해 저리 학교를 가게 된 것이요.”

“뭐 인마?!”

“하건의 기억을 확인해보니, 아이는 학교생활을 즐기는 편이었소.

그래서 내가 학교에서 재미있었던 일들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한 것이요.”

“그게 뭐야.”

“흐릿해진 기억을 선명하게 한 후, 또다시 그런 즐거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요. 학교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 말이요.

아이는 슬픔을 잊기 위해서는 학교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 거요.”


현섭은 나무탈의 말이 그럴싸하면서도 수상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가 학교가 즐거웠던 것은 친구들 덕분이었소.

그래서 학교를 오래 쉬면, 그 친구들이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이 들도록 해주었소.

그걸로 아이는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것이요.”


현섭은 송화의 달리기를 떠올렸다.

탈바가지가 무리한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걸 강요했던 밤이었다.

또다시 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너, 내가 이 두 눈으로 지켜본다.

이상한 일이 생기기만 해.”


* *


하건은 학교에 도착했다.


현섭은 딱 한번 참관 수업 때 이 학교에 와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하건과 반 친구들도 다 쪼그마했는데, 4학년쯤 되니 벌써 중학생처럼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나무탈은 진작에 사라져 있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하건의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얘들아, 그냥 사이좋게 지내 주라.

친구잖아.”


현섭의 말도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현섭의 몸에서 먼지가 떠오른 게 보였다.

햇살이 비추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선명한 먼지였다.

그는 그냥 털어보았지만 끊임이 없었다.

마치 그 먼지는 자기한테서 바스러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먼지가 현섭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이의 코에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아이가 살착 재채기를 했다.

현섭은 최대한 뒤로 물러섰다.

현섭의 먼지가 그 아이에게 닿지 못하는 게 보였다.

아이의 재채기가 멎었다.


‘건전한 학부모로서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그래도 지금은 일단 하건을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건은 수업이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눈치였다.

딱딱한 아이의 표정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것 같았다.

현섭은 이런 것도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싶었다.


하건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 몇 명이 축구를 하자고 다가왔다.

모처럼 만에 긍정적인 기분이 드는 현섭이었다.

하지만 하건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걸 거절했다.


“얀마 하건아!

친구들도 어렵게 말 걸어 줬잖냐···.”


점심시간에 하건은 멍하니 창가에 앉아있었다.

보아하니 친구들이 축구 하는 걸 바라보는 것 같았다.

현섭은 아이가 단순히 그걸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떤 아이가, 아빠와 롯데월드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다.

하건의 표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굳어졌다.


“아··· 하필···.”


하건은 ‘아기공룡 둘리’가 그려진 자신의 필통을 쳐다보더니 더욱 울적해졌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현섭이 사다 준 거였다.

문방구를 경영하는 외할아버지가 준 필통도 가지고 있었는데 하건은 ‘둘리’만 사용해온 모양이었다.


하건은 필통을 열어보았다.

내용물은 현섭이 모르는 것들이었다.


하건은 멍하니 볼펜을 하나 꺼내어 공책에 칠을 하기 시작했다.

줄무늬 한 칸이 검게 물들어갔다.

현섭은 그 북북 긁는 소리가 괜히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공책 반쪽이 검게 물들었다.

이내 공책 한쪽이 전부 다 볼펜으로 빽빽하게 칠해지자, 하건은 공책을 넘겼다.

그리고 다시 줄무늬 한 칸부터 검게 칠하기 시작했다.

현섭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기가 살아 있었으면 공책을 빼앗았었을 것이다.


“하건아? 뭐해?

그런 거 말고, 차라리 그림을 그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하건은 그 짓을 멈추지 않았다.


“하건아! 그만해! 야!”


수업 중이던 담임 선생님한테도 그게 보였다.

그녀는 하건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건은 울음을 참고 있었다.

볼펜을 움직이는 손이 너무 괴로워 보였다.


“하건아?! 그럴 거면 집에 가자!

집에서 쉬자!”


* *


보다 못한 현섭은 창밖을 나와서 하늘로 올라갔갔다.


“탈바가지!

니가 소원 어떻게 들어주는지 보여준다매!”


나무탈이 나타났다.

그는 학교 옥상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공중에 있었다.


현섭은 그의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칠 생각이었다,

실상은 공중제비를 돌고 말 뿐이었다.


“근데 저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너가 이상한 짓 해놨지?!”


몇 번을 제비를 도는 꼴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나있었다.


“당신의 아들 하건이 학교에 가는 소원은 이루어졌고, 그건 이미 설명하지 않았소?”

“공책에 저게 뭐하는 짓이냐고?!

너 때문이잖아?!”


그 이야기를 들은 나무탈은 현섭앞에서 사라졌다.


아주 잠시였어도 하건 주위의 아이들은 모래 바람을 맞은 것처럼 기침을 해댔다.

다시 돌아온 나무탈은 하건의 기억과 기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저건 이상한 짓이 아니오.

무리하게 학교에 간 결과로 저렇게 된 것뿐이요.”

“저렇게 된 것 ‘뿐’은 무슨 개뿔이 뿐이야 새꺄!

애가 망가졌잖아!”


현섭은 또다시 나무탈을 때릴 의도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하건은 기대를 하고 학교 왔지만 주욱 괴로웠던 슬픈 생각에서 도망칠 수가 없었소.

아빠의 직업을 조사하지 못한 것을 굉장히 후회하고 있었소.

숙제를 위해 서울에 나갔던 날, 아이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의미 없는 가정을 몇 번 씩이나 반복하고 있는 거요.

그럴수록 슬픔은 깊어질 뿐이었소.”

“서울?

그런 숙제가 있었어···?”


현섭은 하건이 서울까지 왔던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친구들이 축구를 하자고 하는데 할 맛이 나겠소.

그래서 거절을 한 거요.

한데 창밖을 보니 친구들이 즐겁게 공을 차는 것이 아니겠소.

이러다가는 친구들이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이 증폭된 거요.

그런 찰나에 어떤 아이가 아빠와 유원지를 갔던 이야기를 하지 않겠소.”


유원지 이야기는 교실에 있던 현섭도 들었다.


“유원지에 또 가자고 아빠인 당신과 한 약속을 떠올렸소.

지키지 못한 약속이요.

그러면서 아빠가 사준 필통이 보였소.

혓바닥을 내밀며 앙증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밝은 초록 빛깔의 공룡 그림이 그려진 필통이오.

그러자 아이는 견딜 수 없게 된 것이요.”


현섭은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는데, 하건이 저러는 것은 모두 다 자기 때문인 것이다.


“그때 공책과 볼펜이 보였소.

그건 외할아버지한테 받은 거였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요.

그렇게 무심히 손을 움직여 보았더니, 색이 어둡고 행위가 조금 파괴적인 것이 자기 심정과 같다는 마음이 들었소.

그걸로 조금은 속이 편해진 아이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된 것이요.”


현섭은 나무탈이 얄미웠다.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면서 주저리주저리···.”


나무탈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납득하고 만 현섭이었다.


“하건은 본디 학교에 오면 안 되는 몸 상태였소.

그런데 학교에 가야 하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저 자리에서 괴로워하게 된 것이요.

그리고 아이가 학교에 오게 만든 것은 박현섭 씨 당신이요.”

“알았어 새꺄! 그만해!”

“내 설명은 이게 다요.”

“아니, 학교 이제 됐으니까 저거 그만 시키라고!

내가 소원은 다시 잘 생각해볼 테니까!”

“알겠소.”


현섭이 소원에 관하여 하는 말은 그 자신의 생각보다 힘이 있었다.


나무탈이 만져진 점혈은 하루가 지나지 않으면 닫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현섭이 말을 하니 나무탈은 하건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점혈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그가 그만하라고 했기 때문에 열린 길이었다.


나무탈은 학교 옥상으로 고꾸라지듯 내려갔다.


* *


창밖 거리를 두고 멈춘 나무탈은 열린 점혈들을 살펴보았다.

교실 사람들의 정보는 아까 하건의 기억을 확인할 때 파악이 되어있었다.

물론 그때는 아주 잠깐이지만 사람들의 몸이 나빠졌었다.


친한 친구를 조정할 경우,

걱정되는 마음으로 담임 선생님에게 하건의 모습을 고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안 친한 친구를 조정할 경우,

공책이 검게 물든 비일상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해, 하건을 교실에서 몰아내듯 집에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담임을 조정할 경우,

모친인 송화에게도 지금의 모습이 알려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아들의 비일상적인 일화는 그녀가 소원을 빌 도록 도움을 줄게 틀림없었다.


나무탈은 교실로 향했다.

되도록 사람들에게 약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교실 칠판 위를 물제비처럼 미끄러졌다.

교실 앞에 있던 담임의 뒤통수 점혈을 눌렀다.

동정하는 마음을 크게 하고, 배려하는 척 방관하는 자세를 배려 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학부모에 대한 책임감도 극대화했다.


순간적으로 교실 앞에 세줄까지의 아이들의 몸이 급격히 안 좋아졌지만, 금방 다시 회복되었다.

현섭이 나무탈을 쫓아 교실로 돌아왔을 때 나무탈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건아···.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해 줄게 가방 싸자···.”


담임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하건은 눈물을 글썽이며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현섭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머리를 쥐어뜯으려 했다.

허공만 스치며 머리에 전혀 전해지지 않는 감촉에 깊은 한숨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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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2장 (3) 영혼의 미라와 어긋난 운명 21.06.15 38 0 12쪽
26 제2장 (2) 아리스 광재스 21.06.14 33 0 12쪽
25 제2장 (1) 치약 꼬마 최아리 21.06.13 36 0 12쪽
24 제1장 (마지막) 하건과 즐거움이 따르는 길 21.06.10 36 1 14쪽
23 제1장 (20) 박현섭의 소원 21.06.10 36 1 14쪽
22 제1장 (19) 금이 간 탈바가지 21.06.09 45 0 14쪽
21 제1장 (18) 의외의 반격 21.06.09 36 2 11쪽
20 제1장 (17) 망쳐진 연극 21.06.08 39 1 11쪽
19 제1장 (16) 취해버린 남편 21.06.07 42 1 12쪽
18 제1장 (15) 나쁜 여자 21.06.06 41 3 11쪽
17 제1장 (14) 몰래 보는 오디션 21.06.03 51 3 12쪽
16 제1장 (13) 몸 따로 마음 따로 21.06.02 38 3 11쪽
15 제1장 (12) 과도한 효능 21.06.01 44 3 11쪽
14 제1장 (11) 실력 이상의 것 21.05.31 49 2 13쪽
13 제1장 (10) 나송화의 소원 21.05.30 49 2 12쪽
12 제1장 (9) 아내의 결심 21.05.27 57 4 11쪽
» 제1장 (8) 소원의 불안요소 21.05.26 62 5 11쪽
10 제1장 (7) 소원 찾기 21.05.25 63 6 12쪽
9 제1장 (6) 남편의 과거 21.05.24 77 3 12쪽
8 제1장 (5) 꽉 막힌 나쁜 시키 나무탈 21.05.23 92 5 11쪽
7 제1장 (4) 기괴한 호의 21.05.20 85 3 11쪽
6 제1장 (3) 수상한 전화 21.05.19 91 6 13쪽
5 제1장 (2) 또 다른 장례식 21.05.18 102 5 11쪽
4 제1장 (1) 하건이네 집 21.05.17 136 5 13쪽
3 프롤로그 (3) 계속되는 소원 21.05.16 158 5 14쪽
2 프롤로그 (2) 하늘이 맺어준 연분 21.05.16 208 14 14쪽
1 프롤로그 (1) 나무탈과 한 가지 소원 21.05.16 409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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