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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Blackflag

외톨이 순애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O.B
작품등록일 :
2014.01.09 22:27
최근연재일 :
2015.11.13 04:1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589
추천수 :
726
글자수 :
222,126

작성
15.11.1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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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48 - The Starving Ghost And The Silver Baby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속없는 골통 놈아. 하나를 가르쳐 주면 그거라도 제대로 외울 것이지,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매사에 지 멋대로 굴어. 아직도 지옥으로 소풍이라도 온 거 같아?」


총체적 난국이다. 험한 분위기로 몰고 가는 교령에게 별다른 유감은 없다. 자신의 고집은 그녀에게 있어서 배신감이 드는 행위였을 것이다. 묘하게 민감한 그녀의 분노 앞에서 뒤늦게 후회해도 별 수 없다.


「내 아무리 막 살기로서니 그럴 리가 없잖수까. 누님, 안 놈이 뿌려놓은 시시껄렁한 장난에 그만 놀아주자고요. 우리끼리 치고 박으면 그놈만 좋은 일이라니깐?」

「말 돌리려 하지 마.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교령 누님, 또 그러신다. 나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인데 선물로 받은 거 다시 돌려주려고 해도 당장은 어쩌지도 못하잖수. 하다못해 내일 모레까지는 데리고 있어야 될 거 아니외까.」


한층 더 무거워진 분위기가 쫙 깔린 주택가 대로변에는 소동의 중심인물이 따라 나와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끼어들지 못한채로 입을 뻐금거리고 있다. 애초에 미희의 불행을 눈감고 못 본체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였다. 교령과의 대립은 원하지 않는 바였고 거기에 뒤따를 탈을 생각한다면 생각만으로 손해막심이였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오지랖을 부렸다. 대가는 곧 뒤따를 것이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정말로? 그래요. 누님, 잘 생각하신 거요.」


끈질긴 장외협상의 결과물이다. 단 이틀간의 유예였지만 해냈다. 교령에게도 말했다시피 단순히 분위기를 타고 돕고자 한 것은 아니다. 미희의 아이돌 시절 팬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누구라도 도와줘야 될 것 같으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각박한 심정을 공유했기에 교령과 맞서는 악수를 두고서 까지 도우려 했던 것이다. 아무튼 이로서 심각한 상황까지 치닫지 않고서 문제는 일단락이다.


「거기서! 조양팔, 너와 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전력으로 널 시험 해봐야겠다. 어서 네 무기를 꺼내보여봐.」


그리고 답안을 다 채워넣었다고 생각한 시험지가 착각 이였음을 알아차리고 별안간 뒤집혀진 시험지 뒷면의 문제와 막막하게 맞닥들이게 된다. 답안을 새로 적어놓을 시간은 한없이 부족했다. 일단 아무렇게나 변명삼아 말을 해볼까싶어 빈손을 내밀어 항의해봤다.


「내가 무기가 어디 있어요. 누님도 참- 괜한 트집 잡고 그러기요.」


난데없이 무기를 끄집어내라는 요상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대꾸할 기분은커녕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불편함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산너머 산이라고 한 문제가 대충 해결되면 다음 문제가 불쑥 튀어나오는 패턴이다. 이래서야 끝이 없다.


「시치미 떼기는- 내가 무기화 시킨 것은 이 철우산이다. 아귀[餓鬼]라고 이름 붙였지.」

「아기우산?」

「아기 말고 아귀! 어쭈구리, 여유가 있어 보이네. 말 장난이나 할 때가 아닐텐데.」


기가 막힌 작명법에 감탄을 표했을 따름인데 교령은 조롱으로 받아들인다. 이 순간처럼 대화가 안 통할때가 없었던 듯 하다. 아무래도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몰아칠 모양이였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여기서 치고받고 할 참이요? 누님이 그런 캐릭터였소?」

「입 다물고 집중해. 아귀의 주둥이에 씹어 먹히기 싫거들랑 네 시건방진 스패너를 길게 뽑아 들어서 끄집어 낸 말에 책임을 질수 있는지 어디 한번 보여줘봐.」

「골 깨지겠네. 내일 모레 힘 쓸 일이 천지인데 왜 이래요. 정말 심하다. 그만합시다.」


장난이 아니다. 감색의 아지랑이가 교령의 전신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진지하게 덤비는 여자는 골치가 아프다. 그것도 자신보다 현격히 강한 상대라면 골통이 남아나지 않는 공포다. 전조를 보이던 폭풍의 기미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간접을 뛰어넘어 직접적인 영향권역에 있다.


「정, 그럼 해요. 합시다. 근데 숨 돌릴 틈이라도 줘야지.」

「남자가 결심 하는 것에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네. 기다릴 것도 없어. 조양팔, 각오 해뒀겠지.」

「자,잠깐. 누니-임. 타임! 타-임-.」


거기에 인정머리 없는 비인간성을 겸비한 교령은 주저 없이 화해를 거부하고 싸움의 불씨를 당겼다. 위풍당당하게 철우산을 쳐 든 모습에 지레 질겁하고 말 잘 듣는 아이마냥 교령의 말에 따라서 손에 든 스패너를 앞으로 쭉 내밀어 방패막이로 삼아본다. 부질없는 방어본능이다. 이를 비웃는 듯이 교령의 가벼운 손짓을 따라 우산대가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 빛 색으로 공기를 찢고 바람을 갈랐다.


「저, 누님? 뭐, 뭘 한거요?」

「에잇! 덜떨어진 놈, 계속 입만 놀릴 참이냐?」


가교령의 우산대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아귀의 주둥이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어중간한 각오와 형편없는 방어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깨끗하게 공격을 허용했거늘 의외로 멀쩡하게 쓰러지지 않고 머쓱하니 일갈 노호성을 빤히 들으며 서 있다.


「으아,안아파? 대체 그러니까. 무슨 짓이요.」

「아무것도 못하고 쩔쩔매면서 궁금한 건 되게 많구나.」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난지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무지한 얼굴로 묻는다. 머리가 거대한 물음표로 변한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아귀의 이빨이 몸통의 각부위를 수차례 가격한다. 미처 막을 겨를도 없이 타격은 가속하여 순식간에 모든 시야를 보랏빛으로 물들일 정도로 수십 갈래로 펼쳐졌다. 아찔한 공격의 물결이 몸을 감싸고 아귀에게 말 그대로 씹어 먹혀서 쓰러져야 함에도 왠걸 봉변을 당한다는 인상만이 남아있고 아무런 통증이 없다. 심지어 실오라기 하나 몸에 내닿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아니. 누님이 화가 난건 알겠는데. 그 지금 상황이 뭐가 뭔지 모르겠단 말이외다.」

「맘 같아서는 진짜 죽여 버려도 성이 안차. 조양팔, 그냥 죽을래! 뭐하자는 거야?」


교령은 쉴 새 없이 휘두르던 아귀우산을 거두어 땅으로 내리찍으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윽박지른다. 진심이 담긴 살인경고다. 수틀리면 죽일 참인 살심 가득한 얼굴이다.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내 젓고 스패너를 쥔 채로 두 손을 공손히 깍지끼며 만류한다. 위험하다. 평상시의 잔잔한 위험에서 독가시가 돋힌 정도로 위험하다. 폭풍의 눈에서 한발자국 잘못 움직이면 휩쓸려 대참사로 빠질 것이라는 적색경보가 켜져있다.


「됐어. 분풀이도 지쳤다. 너 같이 말 안 듣는 골통놈에게 무슨 바보같은 기대를 하는 거람. 남 일 신경쓰기 전에 자신의 일부터 신경 써야 되지 않느냔 말야. 대체 네 무기는 언제 꺼내 보여 줄 생각인거야.」

「엥. 그러니까. 무기? 여태 미희 이야기 하고 있던 거 아니였던가- 무기라굽쇼?」


교령의 실망이 가득한 낯빛에 얼이 빠진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주제로 논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과연 중학교 레벨의 학업 이해도로는 교령과의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친절하게 핵심만 집어주면 좋을텐데-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 상대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까짓 아이돌 한 둘이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 해뒀잖아. 변변찮은 무기 하나 손에 들어왔다고 태도가 돌변해 따박따박 말대꾸 하는 게 영 괘씸해서 자리를 마련해더니만 멀거니 사람 무시하면서 내빼는 이유가 대체 뭐야. 너, 사람 진짜 이상하게 만든다.」


얼기설기 뭉쳐진 오해의 실뭉치를 풀 실마리가 교령의 입에서 다다다 튀어나온다.


「누님 말뜻은 내가 기가 막힌 ‘무기’ 같은 걸 요행히 손에 넣었는데 그거 하나 믿고선 용궁서 간 내놓은 토끼마냥 방방 날뛰며 겁 없이 굴었다는 거요? 하- 이거야 기가 막히네. 누님 눈에는 내가 그럴 만한 놈팡이처럼 보이는 거요?」

「그럼 아니야?」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근본이 글러먹었다. 근본부터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교령은 자신의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마음에 벽이 쌓인 게 아니라 귀에 벽이 쌓인 상대와의 대화에서는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답은 애초에 자신에게 있지 않은 까닭에 대화가 될 턱이 없는 것이였다.


「이건 오해요. 오해. 스패너 달랑 쥐어줘놓고서 무기라느니 말하면 답디까. 돌아버리겠네.」

「내 눈으로 직접 봤어. 은색기둥이 되어 집을 때려 부수고 쓰러진 너를 호위하는 여자아이까지 불러낸 거창한 무기화를 잘못 볼 리가 없잖아. 조양팔, 바로 네 손에 들린 스패너말야.」

「스패너? 여자아이?」


교령이 언급한 단어가 두뇌속 연상 스위치를 누른 듯이 패닉상태에 빠진 신경회로에 화학작용을 일으켜 무의식속에 가라앉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안식과 평안이 세포 곳곳에 퍼져나가 찌든 피로를 씻겨 보내는 감촉에 다정한 목소리가 더해져 더할 나위가 없이 충만했던 은빛의 따뜻함과 그리운 숨결이 되살아났다. 백일몽은 잊혀지기 쉽다고 하더니 비현실적으로 벅찬 은빛의 한 장면이 바로 그러했다. 시우를 향한 순애, 스패너를 무기로 만든 정념은 식은 피를 뜨겁게 덥히고 심장에 두방망이질하게 만드는 바로 그러한 것이였다.


「이제야- 할 맘이 생겼나 보네.」


더 이상 모른다는 핑계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교령의 말대로 은색의 막대기와 은발의 꼬맹이가 불쑥 나타난 것으로 그녀에게 제대로 응해줄 의무가 생겼다. 곤경에서 빠져나갈 샛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희한하네. 이게 내 무기란 거요?」

「그래, 지옥의 변덕스런 친절이지. 내 것을 조성하는 와중에 네것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대충 알 것 같다. 밉살스런 지옥 관리자 겸 통제관, 안 녀석의 짓이다. 대체로 괴상망측한 일은 그 치의 담당이니까 틀림없다.


「은색. 그래, 은색의 어리광쟁이. 그거 이름을 은애기로 붙이면 되겠다.」




'외톨이' 들의 '순애보' - 내일도 쭉 이어집니다.


작가의말

-번외 : 이름짓기-

조양팔  - 아귀도 그렇고 은애기라니 너무 막 짓는거 아니오?

가교령  - 그럼 더 나은 이름이라도 있다는 말야?

조양팔  - 어둠의 다크니스, 운명의 데스티니, 전설의 레전드!

가교령  - 대다나다.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미희(?) - 두 분, 제발 그만 싸워요. 다음 회부터 사냥이라구요-

다음화! 사냥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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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8 - The Starving Ghost And The Silver Baby 15.11.13 368 11 10쪽
47 047 - Negotiation Derailment 15.11.13 338 12 7쪽
46 046 - Clue 15.11.10 397 11 14쪽
45 045 - Devil's Bargain 15.11.01 406 12 17쪽
44 044 - Debut As An Undead Girl 15.02.28 645 15 8쪽
43 043 - Time To Find The Exit 15.02.24 559 13 14쪽
42 042 - Dead Man Rendezvous 15.02.21 711 17 25쪽
41 041 - The Girl Rise In Arms 15.02.18 723 17 9쪽
40 040 - Blue Highs 15.02.16 378 13 10쪽
39 039 - Back To Square One 15.02.12 563 14 8쪽
38 038 - Disaster's Store 15.01.22 617 15 8쪽
37 037 - Win By Luck Of The Battle 15.01.20 564 12 10쪽
36 036 - Trickster VS Trigger 15.01.20 687 19 10쪽
35 035 - Head To Head Talk 14.10.28 659 12 12쪽
34 034 - Another Trap 14.10.22 653 17 8쪽
33 033 - Another Beginning 14.10.21 567 11 8쪽
32 032 - Result Of The Battle 14.10.21 524 15 10쪽
31 031 - Must be Willing To Survive 14.10.20 593 12 8쪽
30 030 - Warrior Ceremony 14.07.16 541 13 10쪽
29 029 - The Impossible Escape 14.07.09 509 11 8쪽
28 028 - Trap Exploration 14.07.08 590 13 10쪽
27 027 - One Punch 14.02.13 698 11 10쪽
26 026 - Beginning 14.02.09 711 15 10쪽
25 025 - Contract Execution 14.01.30 754 13 10쪽
24 024 - Small Talk 14.01.29 595 14 8쪽
23 023 - The Lesson Of Her Fighting 14.01.28 713 12 12쪽
22 022 - Fighting Language 14.01.28 778 12 12쪽
21 021 - Elixir 14.01.27 745 11 12쪽
20 020 - The Price Of Battle On This Hellland 14.01.27 724 18 14쪽
19 019 - Terms Of Contract 14.01.25 863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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