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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Blackflag

외톨이 순애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O.B
작품등록일 :
2014.01.09 22:27
최근연재일 :
2015.11.13 04:1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601
추천수 :
726
글자수 :
222,126

작성
15.11.01 15:25
조회
406
추천
12
글자
17쪽

045 - Devil's Bargain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첫 번째 싸움이 모두 끝난 직후 안은 주 무대인 마을을 벗어나 한참을 황야에 저벅저벅 발자국을 남기며 그저 걷는다. 관리자라고 해서 아무런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을 뿐 당장에 행동불능이 되어 뻗을 지경으로 사신의 눈물의 부작용에 데미지를 받고 있는 차였다. 머리에 바늘 천개를 넣고 제멋대로 흔들어 놓은 듯하다. 신경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시합장소는 단 1회 가벼운 내용으로 진행하는 동안 대파되어 한 블록 이상의 손실을 당했다. 애써 정성을 들인 보람은 깨부숴지고 먼지조각으로 돌아가 버렸다. 참가자들 또한 다루기가 여간내기가 아니라 뜻하는 대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조작을 해 놓았음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한시라도 눈을 떼버렸다가는 의도를 벗어나 움직이기 일쑤다. 그런 이유에서 신체,정신,재물의 삼중고를 겪어가면서도 안은 멈추지 않는다. 헝겊인형마냥 느슨해진 정신력을 바짝 당겨 기우고 조이며 관리인으로서 그 자신을 놓지 않았다. 압박감을 견디며 황량한 길을 꾸준히 걸어온 덕에 마침내 바람 한점 불지 않는 황야의 끝, 온통 붉은 기가 돌고 있는 지옥의 변경까지 다다랐다. 생명력없는 혹성에 떨어졌다면 볼법한 풍광이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한다. 하늘과 땅을 가르는 수평선까지 잿빛이 점처럼 박혀 온통 붉은 색이다. 지친 몸이 쉬어갈 곳이 거기에 있다. 안은 서둘러 붉은 대지에 다가서서 허공 위로 두손을 휘젓는다. 이름없는 악단의 지휘자가 휘두르는 서툰 손놀림에 호응하여 땅을 형성하는 입자들이 곱게 모양을 쌓는다. 그가 힘겹게 양손으로 맺는 모양에 맞춰 넘실넘실 형태를 갖춰가며 마경을 자아낸다. 신에 대항하여 세우는 악마의 뿔같이 우뚝 솟아오른 첨탑이다. 안은 자신이 불러낸 거대한 탑의 정문으로 가 힘빠진 몸을 기대어 민다. 대문은 아무런 마찰음도 없이 사람 한명이 겨우 사잇새로 들어갈 만큼의 틈을 벌리고서 기대어 있는 안을 소리없이 집어삼킨다. 아무런 빛도 없다. 아무런 소리도 없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암흑공간에서 안은 비로서 안식을 가졌다. 축 퍼진 몸을 추슬러 몸을 일으키자 탑의 암흑은 안의 편의에 맞춰 안쪽의 빈공간을 채운다. 휑하니 넓은 빈 공간에 구름에 몸을 떠 맡기는 감촉마냥 푸근한 안락감의 개인쇼파와 벽면을 따라 빙둘러 놓여진 개인극장 사이즈의 디스플레이가 주변시야를 압도하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감시통제실을 독차지 한 안은 풀썩 쇼파에 몸을 뉘인 채로 게으름 부릴 생각일랑 하지도 않는 다는 듯이 즉각 디스플레이 화면을 켜본다. 뼈가 튀어나올것같은 고통이나 안구가 그대로 돌출될것만 같은 고통따위도 관리관의 일처리를 늦추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해야 마땅 할 일. 그리고 나아가 필요한 일을 끊임없이 계산하며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을 몸으로 정신으로 요구하며 해냈다. 그가 떠맡고 있는 지옥 관리관이나 재난대전통제관 같은 직책은 그야말로 일을 하는 괴물이 아니고서야 해낼수 없는 것이다. 쉴틈없이 켜놓은 사방 벽면으로 띄워진 디스플레이 창 가득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자주 보아 정들것만 같은 얼굴들이다. 가교령과 조양팔의 당혹감과 의구심이 화면상으로 전해져온다. 무사하게 안이 보낸 선물은 그들의 손에 넘겨졌다. 씨앗은 제대로 뿌려진 셈이다. 나머지는 뿌리내린 씨앗에서 싹이 트고 열매가 풍성하게 매달리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안은 뿌듯하게 지금까지의 재난대전에 면면을 돌이켜본다. 예상치 못한 참가자와 그의 활약, 그 뒤를 쫒아 찾아온 침입자와의 인연에 이어 그 인연을 이렇게 이용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운명같이 느껴진다. 각자 악연을 마주하기 위해 모여 엮어진 것이라면 훌륭하게 이루어 진 셈이였다. 안은 예정에 벗어난 것들을 좋아할수가 없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더이상 악연도 변수도 볼일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기로 다짐을 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부하와의 거래를 나눴다. 근래에 들어 본 자들 가운데 가장 성실하고 가엾은 자와의 부질없는 약속이였다. 그렇기에 안은 거래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나에게 벌을 내릴 생각인가,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단 말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겨우 여기까지 쫒아왔는데 너는 내가 아무것도 할수 없게 만들고 죄를 물어 끝장 낼 생각이더냐.」


여성의 몸에 갇혀 기가 꺾여있으면서도 한신은 악을 쓴다. 쇼윈도로 비춰 본 자신의 모습에 어지간히도 현기증을 가졌나보다. 풀린 눈으로 내지르는 악다구니에서 안은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음- 그렇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지. 부하가 제멋대로 구는 것 보다는 고분고분히 마음을 고쳐먹어줬으면 하는 데 말이야. 죽어 생이별한 동생을 다시 보는 게 괴로울 거까지 없지 않나. 도리어 상사의 아량에 목놓아 울어도 모자랄 판 아닌가.」

「이미 죽은 아이를 더 욕보일 참인가. 아무리 윗사람의 말이라 해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참을 수 없다면 윗사람의 말에 억지를 부릴 참인가. 참으로 어리석은 자다. 너는 나의 손발이나 다름없다. 주인이 맘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발이 어디에 있더냐.」

「아냐. 나는 아직 못 다한 일이 있다. 이 몸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 해서는 안된단 말이닷!」


안이 절규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에게 정으로 끌린 것은 아니였다. 지옥의 관리인은 감상적인 물건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옥 자체를 대변하는 움직이는 절망으로서의 흥미다.


「그래. 너는 지옥까지 인간의 몸으로 찾아 올 만큼 간절함을 가지고 있다. 대단해. 잘 기억해두마.」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을 것도 없다. 그저 장기말을 움직일 동기 정도를 줄수 있다면 충분하다. 안은 파격을 좋아하지 않지만 꺼리끼지도 않는다. 고집불통을 설득할 필요가 있는 한 얼마든지 행 할뿐이다.


「날 내 보내줘. 이 모습은 절대 납득 못해. 안해. 어서 원래대로 되돌려 놓지 못하나.」

「한신이여, 지옥에 있으면서도 그대는 깨닫지 못하는 군. 아니 못 본 척을 하려고 드는 거겠군. 그렇다면 말귀를 못 알아먹는 부하에게 훈육을 해 둬야지. 여동생을 저버리는 패륜 짓을 가만히 두고 볼 수야 없으니 말이다.」

「내가 미희를 져 버렸다고? 아니, 정 반대다. 한시도 그런 일은 없어. 이 얼굴, 이 모습 전부 잊은 적이 없다. 쇼윈도우에 비춰진 모습은 평소 생각해두었던 모습 그대로다.」


앙칼진 소녀의 목소리로 한신은 그르렁 거린다. 그는 생각보다도 훨씬 순수한 인간이였다.


「농짓거리를 하는 건가? 당연히 현실감이 높을 수밖에 없지. 지옥까지 쫓아 온 너라면 알고 있을 터다. 행여 알지 못한다고 해도 네 여동생의 상태이상 정도는 눈치채고 있을것이다.」


안의 일갈에 소녀의 얼굴에 공포감이 뒤섞인 의문부호가 떠오른다. 안은 그 틈을 타 여지없이 한신을 몰아붙인다.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죽음을 맞이한 인간이라면 본래 자신을 잊고 선악이 분리되어 흙으로 하늘로 바다로 세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허나 그녀처럼 뚜렷하게 형상을 가진 존재는 그저 육신을 잃어버렸을 뿐 제대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순간에 머물러 겉돌게 된다.」

「제대로 죽지를 못할 리가 없어. 내 여동생은 재가 되어서 당신이 말한 세상 곳곳에 바람에 실려 갔을 터다. 누구보다도 평안과 안식을 누려야 할 아이다. 이건 다 네놈의 터무니없는 헛소리다.」

「내 말을 이미 믿고 있으면서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려 하는군. 평안과 안식을 얻은 것은 육신 쪽이겠지. 그 몸을 하고서도 모른척 잡아떼지는 말아줬음 좋겠네.」

「거짓말이야. 전부 거짓말이다. 거짓말.」

「믿지않아도 사실이다. 한신. 이곳에서는 왕왕 있는 일이다. 제 수명을 다 살지도 못하고 육체를 빼앗겨 죽음에게도 거부당하는 섭리에 벗어난 자들이라니- 불행의 끝 아닌가?」


절망으로 떨어뜨릴 최상의 재료를 가지고서 안은 한신을 계속해서 자극 시킨다.


「그런고로 넌 참 운이 좋아. 이 지옥에 와서 최고의 상사를 만났으니 말이다. 틈날 적마다 불쌍한 혼들을 모아두기를 참 잘했지. 그들에게도 지긋지긋한 미생미사(味生味死)의 끝이 있어야 될 것 아냐? 나는 끝맺음을 확실히 해두는 주의란다. 네 여동생또한 마찬가지지.」

「자기 입으로 최고라니 말 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건가. 그게 지옥의 관리자인가. 똑바로 말해. 넌 대체 미희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냐?」

「나 또한 일개 관리직에 불과해서 혼백을 성불시킬 정도는 되지 못하지. 대신 단순히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에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지금 한참 굴러가고 있을 네 머릿속에도 여러 장면이 스쳐가지 않나?」


불길한 예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한신에게 안은 적절한 말로 속을 후벼 파낸다.


「네가 이제와 오라버니 노릇을 하기에는 때 늦었다는 소리다.」

「닥쳐! 소멸시키는 방법이라니. 네놈이 대체 무슨 짓을 하냐고 물었다.」

「말보다 직접 경험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군.」


안은 한신의 손을 잡아당기며 백화점의 안으로 성큼성큼 향한다. 현관 바로 앞에 장난감 코너에 진열된 장난감 집을 덜렁덜렁 꺼내들고 눈을 번뜩이는 한신에게 보여준다.


「어디서 많이 보던 집모양일꺼야. 잘 만들어졌군.」

「그깟 장난감 따위 봐서 무슨 소용이야.」

「잘 봐. 이 멋들어진 목조구조물, 아담한 이층집에 딸린 정원, 재현도 높지 않나?」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알쏭달쏭한 거는 딱 질색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해라.」

「비협조적이군. 재밌어. 미리 말해두지만 개인적으로 원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 어디까지나 보여주는 예시로서 난 이걸 태워버릴 셈이다.」


겁을 집어먹은 듯 한신의 눈이 요동친다. 순간적인 동요에 안은 흡족하게 미소 짓는다. 이걸로 서로 이해할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이다. 관리인의 권한으로 붙들어 둔 영혼을 하나 끄집어낸다. 한신이 어느 샌가 곁에 튀어나온 넋이 나간 남성의 모습에 놀랄 틈도 없이 끝없이 죽음속을 방황하던 남성의 혼백은 안의 손짓에 따라 장난감 집을 집어 든다. 남성이 모습이 사라지는 즉시 장난감 집은 저절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뭐야.」

「쉿, 물건이 타고 있을 때는 눈을 떼서는 안 되지. 불구경의 묘미를 모르는 아이로군.」

「내.내집이 설마 진짜로 불 타는 건 아니지.」


안은 바로 대답하기보다 의뭉스러운 웃음으로 한신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리고 눈을 글썽이는 소녀에게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조용히 손을 들어 백화점 창유리를 손으로 가리킨다. 창유리로 비추는 현실에서 불타는 집의 모습으로 인해 한신이 느낄 혼란스러운 감정을 만끽하며 안은 속으로 읊조린다. 홈- 스위트 마이 홈- 불꽃의 출렁거림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멋지다. 훌륭한 재앙이다. 실로 멋진 죽음이다.


「이게 아까 네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안돼. 내 집. 내집이 불타버려!」

「후후.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알아들은 거 같군.」


불은 장난감 건물을 완전히 집어삼키지는 못하고 반쯤 태웠다가 꺼졌다. 영혼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안은 다소 꺼림칙하게 납득하고선 대화의 본론을 끄집어 낸다.


「기뻐해둬라. 나에게 동생을 구제할 방법이 있다는 걸 말이다.」

「이런 게 구제일 리가 없잖아. 대체 이건 뭐야. 뭐냔 말이닷!」


형용할 수 없는 어색함이 두 남녀사이에 흐른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 간의 대화단절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기쎈 연인들간의 흔한 투닥거림 그대로 주도권을 잡은 사내가 여자를 꼭 붙들며 품 안에 끌어안는다.


「조용히 해. 얌전히 있거라. 남매가 함께 지옥에 떨어진 것부터 받아들여야 할 인과일 테지.」


쉿- 소리를 내가며 안은 음험하게 소리죽여 웃는다.


「참으로 무섭도다. 무서워. 너에게 지금부터 알려줄 여동생의 최후가 얼마나 비참할지 짐작을 할 수 있겠나?」

「듣고 싶지 않아. 이거 놔. 미희 몸에 손대지 마. 이 더러운 자식아!」


맞댄 몸의 체온이 올라간다. 달뜬 얼굴로 안은 부하를 부둥켜안은 양손에 힘을 실어 벗어나려 바둥거리는 것을 막았다. 악을 쓰며 할퀴어 대는 저항도 온몸이 바스러져라 꽉 껴안는 적극적인 포옹에 더는 꼼짝하지 못했다.


「불완전하게 형상만 가진 혼백은 속이 빈 거적때기나 다름없지. 죽어야 하는 데 죽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비어버린 부분에 상실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걸 메우는 것은 스스로는 결단코 해낼 수 없다. 혼백이 쌓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린 여성을 껍데기를 가지고서야 제아무리 한신이 용을 써봤자 완력으로 남성을 이기지 못한다. 강제적인 포옹으로 마주한 안의 얼굴과 한신의 얼굴은 온도차를 느낄 수 없으리만큼 열기에 후끈 달아올라있다.


「참으로 딱하도다. 그 얼마나 딱한 일인로고. 지상에 동정심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거겠지. 나는 그들이 잃어버린 핵심을 채우고 깨우쳐줬을 따름이야. 다름 아닌 죽음 그 자체로 말야. 스스로 죽지 못하는 그들이 타인을 생명을 앗아가는 방편이 되어서야 주박에서 풀려난다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지.」

「미쳤어. 당신은 미쳤어. 사람의 생명을 갖고 노는 건 무슨 횡포야. 자신이 신이라도 된 마냥 굴다니. 이 악마! 괴물!」

「너에게 미리 말해뒀을터다. 오라버니 노릇을 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말이다. 능력이 된다면 얼마든지 날 공격해라. 지옥에 갇힌 네 여동생을 구해내 보거라. 할수 없지 않나. 그 꼴로는 어차피 뭘 해도 무리다. 포기해라.」

「하지 마! 읍으으읍-」


뱀이 혀를 놀리듯이 포개어진 입술과 입술에서 안은 능숙하게 입안을 헤집어 목 깊숙이 이물질을 억지로 전해준다. 목구멍을 타고 꿀떡- 넘어간 이물질은 한신이 빌려 쓴 몸안에서 마구 날뛰며 안에서 밖을 향해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은 통증을 안겨줬다.


「풋내가 나는군. 좀 전에 했던 말은 너무 난폭했나? 내가 좀 변덕이 심한 사람이라서 말이다. 내 말에 따른다고 하면 기회를 한번 줘 볼까 하는데 그럴 맘이 있나?」


고통에 허덕이는 소녀를 향해 대답을 강요하는 것은 꽤 잔인한 처사였다. 안은 몇 초간 기다려보다 말을 덧붙여 기회의 폭을 넓혔다.


「거래하자. 지금 나한테는 네 태도에 따라 너의 여동생에게 좀 전과 같은 소멸이 아닌 진정한 안식을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 모든 건 네게 달린 문제야. 네가 이걸 악마와의 유희라고 생각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거래할꺼면 어떤 식이든 좋아. 나에게 표현을 해라. 그렇지 않다면 당장 여기서 꺼져라. 남매가 사이좋게 최후를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


안은 소녀의 원망 가득한 시선을 받아 거둔다. 굴욕감과 더불어 거스르지 못하는 상위포식자를 인지한 생존을 갈망하는 눈빛이다. 그가 유도한대로 흐름은 절대적으로 한쪽에 쏠려있다. 안에게 있어 한신에게 선택권을 줬던 기억 따윈 애초에 없다.


「아앗! 크- 이 놈! 주인을 물려고 드는 버릇없는 손발이 어디에 있나?」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한신은 방심한 안의 손에 적개심의 이빨자국을 깊게 남기고 거래에 응했다. 흐름을 주도하던 안이 조금이나마 흔들린 순간 이였다. 고지식하리만치 곧고 순수한 마음이다. 안은 징벌의 표시로 진땀을 흘리는 한신의 배를 한번 뻥 걷어찬다.


「한신, 두 번은 용서하지 않는다. 당신은 이제 내말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걸 항상 염두해둬란 말이다. 자- 대답해.」

「크아아아-읏. 으으으..네..저는 당신에게 절대복종.. 하겠습니다.」


고개를 떨어뜨려 고통을 참아가며 내는 신음성에 달작한 굴욕감이 묻어난다. 안은 그제야 분을 삭이고 한신을 일으켜세워 고통을 가라앉혀준다.


「딴생각을 했다간 큰 고통이 뒤따를 게다. 네놈에게는 확실히 족쇄를 채워둘 필요가 있어서 안전장치를 좀 해뒀지. 좀 전에 당신 목구멍으로 넘어간 그 덩어리가 무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게야.」

「네에. 네. 미희가 제 여동생이 편해진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다시는 당신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좋다. 당신이 분발하는 만큼 선처하도록 할테니 부디 변심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너에게는 앞으로 해야 할일이 많으니 말이다.」


악마의 거래가 성사되었을 적의 회상에 푹 잠긴 안은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다. 이것은 정말 달콤한 운명이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적진에 잠입한 한신이 보내는 화상을 바라보며 우수한 부하의 활약이 얼른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 씨앗째 선물한 독사과였다.




'외톨이' 들의 '순애보' - 내일도 쭉 이어집니다.


작가의말

-차회예고-

불지옥에서 살아남은 지광은 감춰져있던 비밀의 방에서 깨어난다.

그곳에 있는 것은 광기, 한사람 분의 비애감, 그리고 푸른 시약이였다.

다음화!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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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8 - The Starving Ghost And The Silver Baby 15.11.13 368 11 10쪽
47 047 - Negotiation Derailment 15.11.13 338 12 7쪽
46 046 - Clue 15.11.10 397 11 14쪽
» 045 - Devil's Bargain 15.11.01 407 12 17쪽
44 044 - Debut As An Undead Girl 15.02.28 645 15 8쪽
43 043 - Time To Find The Exit 15.02.24 560 13 14쪽
42 042 - Dead Man Rendezvous 15.02.21 712 17 25쪽
41 041 - The Girl Rise In Arms 15.02.18 723 17 9쪽
40 040 - Blue Highs 15.02.16 378 13 10쪽
39 039 - Back To Square One 15.02.12 563 14 8쪽
38 038 - Disaster's Store 15.01.22 619 15 8쪽
37 037 - Win By Luck Of The Battle 15.01.20 564 12 10쪽
36 036 - Trickster VS Trigger 15.01.20 688 19 10쪽
35 035 - Head To Head Talk 14.10.28 661 12 12쪽
34 034 - Another Trap 14.10.22 653 17 8쪽
33 033 - Another Beginning 14.10.21 569 11 8쪽
32 032 - Result Of The Battle 14.10.21 524 15 10쪽
31 031 - Must be Willing To Survive 14.10.20 593 12 8쪽
30 030 - Warrior Ceremony 14.07.16 541 13 10쪽
29 029 - The Impossible Escape 14.07.09 509 11 8쪽
28 028 - Trap Exploration 14.07.08 590 13 10쪽
27 027 - One Punch 14.02.13 698 11 10쪽
26 026 - Beginning 14.02.09 712 15 10쪽
25 025 - Contract Execution 14.01.30 754 13 10쪽
24 024 - Small Talk 14.01.29 595 14 8쪽
23 023 - The Lesson Of Her Fighting 14.01.28 713 12 12쪽
22 022 - Fighting Language 14.01.28 778 12 12쪽
21 021 - Elixir 14.01.27 745 11 12쪽
20 020 - The Price Of Battle On This Hellland 14.01.27 725 18 14쪽
19 019 - Terms Of Contract 14.01.25 863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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