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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Blackflag

외톨이 순애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O.B
작품등록일 :
2014.01.09 22:27
최근연재일 :
2015.11.13 04:1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598
추천수 :
726
글자수 :
222,126

작성
15.01.22 09:25
조회
618
추천
15
글자
8쪽

038 - Disaster's Store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한신, 너에게는 나흘을 주겠다. 나흘 안에 출입구를 찾아 나오도록 해라.」


암흑 속에서 안이라는 작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한신은 위축되지 않고 용기를 짜내어서 맞선다. 목숨을 걸고 넘어온 세계에서 중년에게 남아있는 것은 독기뿐, 최후의 발악이였다.


「나흘씩이나? 능력검증이라도 해 보겠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교묘한 화술에 속아 넘어가 이판사판으로 열어본 문 안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암흑공간이였다. 참으로 한탄스럽다. '한신' 이라는 별명에는 아무래도 고난의 역신이 붙어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말단 아래로 쓸모없는 손발을 늘릴 필요가 있을 여유가 없으니까.」

「직접 낙점해온 장본인께서 자비가 없으시군.」

「직속상사를 잘못 골랐다고 생각해둬라. 나는 제대로 된 일손이 필요하다. 책임감 없는 불법 체류자같은 태도는 버리고 정진해둬라. 이곳의 주민자격을 얻게된다면 출입구는 자연스럽게 찾을수 있을것이다.」


직속상사를 자처한 안은 상냥한 말 대신 낭떠러지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신입을 밀어 떨어뜨리고 만다. 신입 길들이기라든지 골탕먹이기나 같은 수수께끼 풀이를 해보란 것이겠지. 암흑공간은 바깥쪽에 드러난 겉보기보다도 더 큰 홀 구조로 이루어져있던 것이였는지 더듬거릴 벽조차 만져지지 않았다. 한신은 거대함에 삼켜져 위축되는 자신을 추스려본다. 마음은 시작부터 위태로웠다.


「괴물이 득실거리는 미치광이소굴에 제대로 굴러다 박혀버렸군. 일 났네. 일 났어.」


즐거운 탄식이 어둠에 녹아 묻힌다. '지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용인을 다루는 방법도 꽤나 가학적이다. 고문실이나 다름없는 어둠속에서 한신은 한동안 고통을 삭이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여기에서는 정신적 압박 외에 가해지는 물리력이 없을 터 인데 손발이 저리며 피가 들끓어올랐다. 혈액이 바뀌는 것만 같다. 육체의 형태도 무너져내려서 장기만이 바깥에 돌출된듯한 서늘한 아픔이 전해진다.


「악조건에도 정도가 있지. 어이, 상사나으리! 이대로 속행인거야?」


근육이 큰 부분부터 절단되어가서 작은 부분에도 힘이 안 들어간다. 체감하는 통각에는 실제나 다름없다. 인식의 자유를 암흑공간에게 빼앗긴 모양이다. 한신이 겪고있는 고통은 인간이 겪는 고문의 규격에서 한없이 벗어나 있었다. 기절시키지도 재우지도않고 깨우둔 채로 맨 정신에 절절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지극히 비인도적이거니와 현시대의 기술력으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지옥'에 왔다는 실감이 준다.


「...마치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계시 받은 꼴이다. 남기고 간 수수께끼의 내용은 '주민자격'을 얻을 것인가? '지옥'에 불법체류자에게 무거운 짐을 떠넘기고 가셨군...」


한신은 엉망진창으로 조각난 정신을 추스르며 환각통속에서 살아나갈 활로를 찾는다. 한 가닥 남아있는 지모를 꼬아 기사회생을 꾀한다. 암흑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발을 디디고 있는 감각조차 없다. 우주에 내버려진 부유감 속에서 모든 시도가 봉쇄된 절대적인 무력감에 잠겨간다. 생각도 인식할수 없는 검은 공간에 잡아먹혀가는 것만 같다.


「사흘 안에 출입구 찾는 건 무리...무리다. 놈은 날 가둬죽일 참이였나?」


한신의 머릿속으로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이 펼쳐져있다. 모든 감각기를 초월해서 한 가닥 꼬아맨 의식으로 곡은 서곡을 지나 지옥에 용감무쌍하게 신에 대적하여 들어간 오르페우스를 북돋아주는 듯 한 응원파트, '캉캉'으로 절정부에 치달아간다. 그와 동시에 한신에게 남은 의식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따위 엉터리 같은 지옥의 관문 같은 건 내가 수정해버리겠어.」


말뿐이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거리낌없이 버릴 각오다. 한신은 자신의 혀를 길게 빼내어 물고 자진(自盡)할 셈으로 잘근잘근 악 깨물어버린다. '지옥주민자격'에 대한 힌트하나 없이 내팽겨 둔 모진 상사에게 원한을 가득 담아서, 어쩌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보란듯이 자해를 한다.


「기뻐하라. 후배여, 나의 손발이여, 동지여.」


각오를 다지고 결사적이였던 순간, 암흑공간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한신은 후광을 등지고 선 초록코트의 남자에게 경외심과 더불어 강렬한 적개심이 뒤섞인 온통 시커먼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선다.


「너의 재앙은 훌륭히 이 지옥과 연결되었다. 이로서 너 또한 지옥의 주민이다.」

「암흑천지에서 사람 목숨을 끝장내고 지옥으로 빠졌다는 말이로군. 블랙조크다.」

「목숨이 어지간히도 아까웠었나? 허나 죽지 않으면 이곳의 일을 제대로 할수없지.」

「...거기에서 날 살려보낼 생각따윈 애초에 없던 게로군. 악덕상사-」

「네가 지닌 소망이 네 목숨하고는 별 연관이 없던 모양이지. 신입-」


한신은 직속상사, 안을 마주하며 올려다본다. 거대한 존재감은 손에 닿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존재가 거대하더라도 그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암흑공간에서 죽음을 겪음으로 인해 한번 존재를 상실해 버린 까닭에 이전의 그보다도 한층 더 성장할 가능성이 늘어난 것이다.


「너는 대리인으로서 일 해줘야 겠다. 네가 얻은 그 새로운 모습으로 말이야.」


안은 퉁명스럽게 명령을 내린다. 암흑공간 다음에는 어느 대도시에나 있을법한 대형 백화점 내부공간이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위화감 없는 모습으로 비추어봤을때 암흑공간이 아니라 이 쪽 모습이 아마 본 모습이였을 것이다.


「하나도 감사하지 않다. 왜 하필 이런 모습이 되어버린거지? 당장 바꿔라.」

「세상을 본 떠 만들어진 이곳과 마찬가지로 너의 심상이 찾아낸 제일 적합한 모습이다. 너의 소망과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예전의 껍데기로는 돌아갈수 없다.」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당신의 밑에서 일하는 건 동의하지만 이 모습은 사양이다.」

「나로서는 만족 이다만...그 모습이 그렇게도 불만족스럽나?」

「당연하잖아! 이 모습은...살해당한 나의 어린 여동생이지 않은가!」

「유감스럽게도 바꿔줄 방법이 없다. 익숙해지도록 해라. 한신.」

「당신은 나를 철저하게 욕보일 생각인가. 여동생을 베끼는 오빠가 어디있다는 거냐!」


주변에 즐비한 쇼윈도 유리로 비춰진 모습은 생전의 생기발랄하던 여동생의 모습 그대로이다. 양 갈래로 질끈 묶어낸 볼륨있는 머리카락의 질감이나 자신이 선물한 연초록 체크무늬 원피스가 충실하게 재연되어 있다.


「그것이 베낀 것이라고? 대체 어디를 베꼈다는 건지...착각하지 말고 잘 살펴봐라.」

「...착각?」

「그래. 지옥은 부(腐)한 에너지들이 모이는 장소다. 그 중에서 드물게 온전히 제 모습을 가지고 찾아오는 가련한 인간들도 있지. 이곳에서 벗어나지도 재앙으로 탈바꿈하지도 못하고 영원히 헤메어 무간, 무량, 영겁을 걷는 존재들...네가 지금 가진 몸은 이곳으로 떨어진 네 여동생, 실물이다.」


악덕상사의 눈과 입에는 거짓이 보이지 않는다. 목이 메인다. 아직 십대 티를 벗어나지 못한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이복여동생의 마지막 모습에서 울컥거림이 치밀어 오른다. 지옥에서까지 능욕을 당하는 여동생의 처지가 애닮아서 한신의 격정을 억누를 수 없어 그대로 주저앉아 절규한다. 그의 머릿속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천국과지옥'은 종장을 지나치고 관악기 선율이 긴 여운을 남기며 소리없는 절규에 하모니를 이뤘다.




'외톨이' 들의 '순애보' - 내일도 쭉 이어집니다.


작가의말

-차회예고-

지광은 미해결로 수사종결되어버린 사건에 불명예 처분을 받는다.

여기에 납득못한 지광은 불가사의한 사건을 되짚어 가기 시작하는데...

다음화! 재앙의 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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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8 - The Starving Ghost And The Silver Baby 15.11.13 368 11 10쪽
47 047 - Negotiation Derailment 15.11.13 338 12 7쪽
46 046 - Clue 15.11.10 397 11 14쪽
45 045 - Devil's Bargain 15.11.01 406 12 17쪽
44 044 - Debut As An Undead Girl 15.02.28 645 15 8쪽
43 043 - Time To Find The Exit 15.02.24 560 13 14쪽
42 042 - Dead Man Rendezvous 15.02.21 712 17 25쪽
41 041 - The Girl Rise In Arms 15.02.18 723 17 9쪽
40 040 - Blue Highs 15.02.16 378 13 10쪽
39 039 - Back To Square One 15.02.12 563 14 8쪽
» 038 - Disaster's Store 15.01.22 619 15 8쪽
37 037 - Win By Luck Of The Battle 15.01.20 564 12 10쪽
36 036 - Trickster VS Trigger 15.01.20 688 19 10쪽
35 035 - Head To Head Talk 14.10.28 661 12 12쪽
34 034 - Another Trap 14.10.22 653 17 8쪽
33 033 - Another Beginning 14.10.21 569 11 8쪽
32 032 - Result Of The Battle 14.10.21 524 15 10쪽
31 031 - Must be Willing To Survive 14.10.20 593 12 8쪽
30 030 - Warrior Ceremony 14.07.16 541 13 10쪽
29 029 - The Impossible Escape 14.07.09 509 11 8쪽
28 028 - Trap Exploration 14.07.08 590 13 10쪽
27 027 - One Punch 14.02.13 698 11 10쪽
26 026 - Beginning 14.02.09 711 15 10쪽
25 025 - Contract Execution 14.01.30 754 13 10쪽
24 024 - Small Talk 14.01.29 595 14 8쪽
23 023 - The Lesson Of Her Fighting 14.01.28 713 12 12쪽
22 022 - Fighting Language 14.01.28 778 12 12쪽
21 021 - Elixir 14.01.27 745 11 12쪽
20 020 - The Price Of Battle On This Hellland 14.01.27 724 18 14쪽
19 019 - Terms Of Contract 14.01.25 863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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