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and Of Blackflag

외톨이 순애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O.B
작품등록일 :
2014.01.09 22:27
최근연재일 :
2015.11.13 04:1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602
추천수 :
726
글자수 :
222,126

작성
15.02.16 02:07
조회
378
추천
13
글자
10쪽

040 - Blue Highs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번듯한 집을 오래 비워둬서야 안 될 일이지요. 한신 선배님.」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는 미친광대 사건이 지금같이 폭팔적인 유명세를 타기 직전, 매스컴이 이빨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전에 팀장인 그가 선수치듯이 사직서를 내던지고 본청을 뛰쳐나가 지광이 후임자로서 낙점되었을 때, 전임자에게 형식적인 예우를 갖춰 인수인계를 위해 찾아왔을 때였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환대는 커녕 문전박대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되려 사건의 정보를 지광에게서 캐내어 가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10여년 이상을 공직생활을 하게 되면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리는 것일까? 그 당시에는 농담같던 이야기였는데 몇년도 지나지 않아 진지하게 되새기게 될줄은 알지 못했다.


「역시나 돌아오지 않은 것 같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전 직속상관의 집터에서 지광은 골목 한편에 검정소나타를 세워두고 늘상 버릇처럼 막대과자를 입에 물고 느긋이 불이 꺼진 단독주택을 살펴본다. 우편함과 집주변 정리 상태로 보았을때 한달이상 비워뒀음이 확실하다. 기지개를 한번 쭉 펼치고 차로 되돌아왔다. 그에게 시간은 무한정 남아있다. 자유로운 근신의 몸이 되어 마음을 정한 직후, 새로 도색하고 번호판까지 바꿔단 자동차에 시트를 젖히고 반쯤 누운 채로 잠복한채로 가로등이 껌뻑껌뻑 초저녁의 노을빛에 점등되기까지 무작정 기다린다.


「주인 없는 집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둘씩이나 되다니.」


여름치고는 쌀쌀한 밤 날씨덕에 찜통 같던 차 안이 꽤나 쾌적하다. 지광은 혀를 널름거리며 쯧쯧 차고는 한탄했다.


「전직 경찰공무원이라고 하면 어지간히 세간의 미움을 받는가보군.」


기다림에 즉답해주듯이 나타난 것은 수상함을 풀풀 풍기는 어느 한 사람의 그림자. 아직 드문드문 인적이 남은 골목에서 대담하게도 남의 집 담벼락을 넘어가는 간 큰 주거침입자가 지광의 눈에 띄었다.


「어쭈. 저거 완전 위기감 없는 개잡범놈이잖아. 새끼...방범에 걸리지만 마라.」


바라건데 상황이 꼬이게 했다간 용서치 않으리라. 일단은 믿고 기다려본다. 방범망이 해체되고 난 뒤에는 뒤따라서 숨어들면 된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범법자의 경우 엮이는 순간에 더러운 꼴을 당하기 쉽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확실하게 궁지에 몰아넣어야 뒤탈이 없다는 것을 몸소 겪어본 지광은 조금 더 상황을 살피기로 마음 먹는다. 작은 마당이 딸린 이층 목조주택은 별다른 방범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모양인지 삼십여 분이 지나도록 조용하다.


「슬슬 무르익었겠거니-」


수사정보중의 일부가 언론의 억측을 통해 퍼진지 고작 일주일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우연치고는 기가 막힌 시점에 겁없는 좀도둑이 사건관계자의 집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굶주린 승냥이마냥 감을 잡고 싶던 차에 잘된 일이다.


「하룻강아지, 호랑이굴에 제 발로 기어들어간 걸 후회하도록 해줄까나.」


지광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명예회복을 위한 큰 한걸음을 내딛으며 떠오르기 시작한 반쪽 달에 단면을 무심코 훑어본다. 뚝 떨어진 자신의 위치를 닮은 모습이 처연하고 섬뜩하여 금속을 맞댄 것같이 차갑다.


「경찰기분 낼때가 아닌가...얼굴은 좀 가려둬야겠지?」


쓸 일없이 캐비넷에 자리만 차지하던 손수건이 나설때다. 오래묵은 방향제 향이 시큼하기 그지없다. 복면으로 코 밑을 가린 모습을 보고 놀라 우는 길가의 고양이 울음소리가 처연하다. 남 신세 같지 않다. 그 또한 집없는 짐승이나 다를바 없는 현실이다.


「....징계처분 중에 실적 쌓는 욕심쟁이라니. 본성이 밉구나. 미워.」


하루 반나절을 알차게 무임노동을 한 고로 슬슬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본디 중간급 공무원이 직위해제를 눈앞에 두면 물불가릴것이 없는 법이니 성과를 얼른 거둬들이지 않으면 안될 때이다.


「옳지. 옳지. 이리 온. 오냐- 착하구나.」


지광은 소나타 보닛의 밑에서 자리 잡고 밤잠을 청하는 길고양이에게 막대과자를 들이밀며 유혹해냈다. 끌어낸 고양이를 품에 안고 털을 한손으로 빗겨 고르며 애정어리게 눈을 들여다본다. 살점이 많지 않은 날렵한 모양새를 보았을 때 그가 생각한 목적에 딱 알맞은 녀석이다. 얼룩덜룩 점처럼 퍼진 화려한 무늬의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로 일어서서 목적하는 주택가의 담벼락에 바짝 붙어선다.


「그래. 그래. 너도 참 운 없는 녀석이로구나. 우리는 동지다. 힘내, 친구.」


지광은 품에 안은 고양이를 번쩍 두 손으로 들어올려서는 준비동작도 없이 담 너머로 휙 내던졌다. 순간 당황한 고양이의 날선 그르렁거림과 섞여서 소리죽인 발걸음이 들려왔다. 고주파음과 동시에 꽤 심한 노이즈가 귀를 괴롭힌다.


「야- 시발 이건 또 뭐야.」

「재수 없게 고양이 새끼가 떨어지고 지랄이야. 요물단지냐! 요런 건 좀 패야돼.」


지광은 감탄이 터지려는 입을 한손으로 꾹 눌러 참고 오른편 귀에 꽂은 감청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담 너머의 소리에 집중한다. 거기에서는 흥분을 감추기 어려운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좀 전의 좀도둑 새끼는 잘 해결했겠지? 나라에서 나온 쥐새끼인줄 알고 식겁했잖아.」

「걱정마라. 이 일대 CCTV 전부 조작시켜뒀으니 찍히지도 않았을 테니까.」


경악스럽다. 지광은 그 자신도 모르게 전봇대 등 위에 매달린 감시카메라를 훑어보았다. 지금 그가 가진 거라곤 업무용으로 구비해놓았던 스턴건과 크롬 도금된 강철 삼단봉이 전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들이였다.


「아무튼 언제까지 이 지랄 같은 짓거리를 해야하는 지...」

「지껄이는 것도 조용히 해 둬. 두목이 볼일 없다고 하면 오늘 내일 중에 끝이라니까.」

「그거 볼만 하겠네. 여기 같으면 불도 잘 붙겟다. 사람에다 고양이 구이까지...대박!」


도대체 무슨 일인지 지광은 당장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폭력 전문가들은 왜 이런 곳에 보란 듯이 숨죽여서 잠복해 있는 것이며 어째서 이 곳을 불태워 없애버리려는 것인가-


「그나저나 황당하네. 몇 년 전만해도 펄펄 뛰며 우리를 족족 잡아넣던 양반이. 츱-」

「감투가 있고 없고가 중요하냐. 신약 맞아본 놈들이 반 미치는 거지. 이 경찰양반이야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광대놈까지 탐내면서 훔쳐간거 보면 모르냐.」

「그 미친 광대 말이지. 뭐- 광대나 전직경관이나 똑같이 도둑놈이라니 말세다. 말세.」


단 하루만이라도 직위가 보전되었다면 이 사태를 단서삼아서 이곳을 이 잡듯이 골라 뒤졌을 것이다. 지광은 실로 흥미로운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몸을 사리려던 것이 이 같은 불운을 초래한 것이다.


「야- 잠깐. 그거 진짜 안에 집어넣을라고?」

「네가 고양이 구이가 궁금하다고 했잖아.」

「비위 상하니까 저리 치워- XX 잘도 손에 패 죽인걸 덜렁덜렁 달고 다니냐.」


지광은 잘못 들었나 싶어 집중해본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고양이의 울음은커녕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개새끼들...」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그렇다고 단방에 짐승을 때려잡고 좀도둑에도 용서 없는 폭력전문가들에게 맞설 결심은 들지 않는다. 또다시 파직파직 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소리가 이제는 끊겨 들린다. 중국제품는 이래서 사지 말아야한다. 지광은 중요한 순간에 끊겨 들리는 말소리에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감각을 귀에 몰입했다.


「이..살아...잘 됐네...불..」

「도둑..고양이..불구경..」

「읍..으..사려..세요.」


안쪽 상황을 파악하기에 더없이 부족한 정보다. 얼마 지나서는 완전히 망가진 모양인지 노이즈 음만이 들리는 한쪽 이어리시버를 급히 빼냈다. 한쪽 고막이 지잉 울리는 것이 영 불길하다. 상황이 나쁘다. 그리고 단서를 얻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지광은 담을 바라본다. 어떤 흉계가 있을지 모르는 적의 소굴에 들어가는 것은 큰 도박이다.


「좆 됐네...도 아니면 몬데...」


그럼에도 혼자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지광은 어리석음을 알고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슬금슬금 조심스럽게 무거운 몸이 담자락을 타고 넘어가서 제 나름대로 조용하게 마당 한편에 안착했다.


「아흐윽!...」

「쯔쯔쯔...요런 쥐새끼!」


스산하게 뒷덜미에 돋은 어둠은 정체를 물을 틈없이 닥쳐온다. 손에 꺼내 쥔 삼단봉이 허공을 휘젓고 다음 순간에 전신이 나무막대처럼 뻣뻣해져서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야! 한놈 더 잡았어! 아까 그 새끼 패거리인가본데 슬슬 위험하니 안에 두고 가자고!」


테이저 건. 험악한 사내의 손에 들린 전류가 튀는 물건을 보자 납득이 된다. 지광은 거품을 물고 쓰러진 채로 꿈틀꿈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기어 달아나려고 했다.


「이놈 상당히 의욕 있네. 옛다- 기분이다. 친구랑 나눠 맞으면 고통 없이 잘 탈거야.」


위험하다. 가까이 다가온 사내의 눈에 파란 불꽃이 보인다. 지광은 꿈틀대며 저항하려했지만 계속되는 전격충격에 끅끅 소리하나 못 내고 자지러져서 있을 뿐 목에 내꽂는 쇠붙이의 감각을 기어코 뿌리치지 못했다. 파란 앰플, 지광은 이것의 정체를 알고있다. 이른바 '천사의 눈물' 실체가 애매모호한 약품. 무허가 비인증이긴 하지만 마약류에는 속하지 않는 희한한 물건이다. 법률에서는 신약에 대한 조치가 늦은편이지만 저것은 벌써 5년이 넘어가는데도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뒷거래 커넥션이 상당한 물건이란 소리다. 그리고 '미친 광대' 사건의 최중요 요소이기도 했다. 지금 맞은 것에는 근육이완제도 섞여있었는지 몸이 늘어지면서 무언가 충실한 기분이 든다. 환각따위가 아니다. 실제하는 충실감이 가득하다. 스테로이드를 맞고 한참 움직이면 느껴지는 러너하이와도 다른 말 그대로의 충실감. 풀려가는 동공 밖의 세계는 파란 달의 세계였다.




'외톨이' 들의 '순애보' - 내일도 쭉 이어집니다.


작가의말

-차회예고-

제각기 펼쳐진 지옥재난대전의 1차전이 끝났다.  

씁쓸한 뒷맛을 삼키며 양팔을 찾아나선 교령의 눈에 들어온것은...

다음화! 무기와 소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외톨이 순애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048 - The Starving Ghost And The Silver Baby 15.11.13 368 11 10쪽
47 047 - Negotiation Derailment 15.11.13 338 12 7쪽
46 046 - Clue 15.11.10 397 11 14쪽
45 045 - Devil's Bargain 15.11.01 407 12 17쪽
44 044 - Debut As An Undead Girl 15.02.28 645 15 8쪽
43 043 - Time To Find The Exit 15.02.24 560 13 14쪽
42 042 - Dead Man Rendezvous 15.02.21 712 17 25쪽
41 041 - The Girl Rise In Arms 15.02.18 723 17 9쪽
» 040 - Blue Highs 15.02.16 379 13 10쪽
39 039 - Back To Square One 15.02.12 563 14 8쪽
38 038 - Disaster's Store 15.01.22 619 15 8쪽
37 037 - Win By Luck Of The Battle 15.01.20 564 12 10쪽
36 036 - Trickster VS Trigger 15.01.20 688 19 10쪽
35 035 - Head To Head Talk 14.10.28 661 12 12쪽
34 034 - Another Trap 14.10.22 653 17 8쪽
33 033 - Another Beginning 14.10.21 569 11 8쪽
32 032 - Result Of The Battle 14.10.21 524 15 10쪽
31 031 - Must be Willing To Survive 14.10.20 593 12 8쪽
30 030 - Warrior Ceremony 14.07.16 541 13 10쪽
29 029 - The Impossible Escape 14.07.09 509 11 8쪽
28 028 - Trap Exploration 14.07.08 590 13 10쪽
27 027 - One Punch 14.02.13 698 11 10쪽
26 026 - Beginning 14.02.09 712 15 10쪽
25 025 - Contract Execution 14.01.30 754 13 10쪽
24 024 - Small Talk 14.01.29 595 14 8쪽
23 023 - The Lesson Of Her Fighting 14.01.28 713 12 12쪽
22 022 - Fighting Language 14.01.28 778 12 12쪽
21 021 - Elixir 14.01.27 745 11 12쪽
20 020 - The Price Of Battle On This Hellland 14.01.27 725 18 14쪽
19 019 - Terms Of Contract 14.01.25 863 1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