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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Blackflag

외톨이 순애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L.O.B
작품등록일 :
2014.01.09 22:27
최근연재일 :
2015.11.13 04:13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605
추천수 :
726
글자수 :
222,126

작성
14.07.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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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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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30 - Warrior Ceremony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얌마! 기습은 반칙이지!」


항의하는 눈빛에도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괴물에게는 당췌 주먹과 발길질말고는 통하는 게 하나 없다, 이곳 지옥 전쟁터에서는 심리전같은 건 생략된 것이던가.


「이 방의 주인이 뉘신지는 모르겠다만 아주 글러먹었네. 짐승에게 목줄도 안 걸어두고 방안에 놔두다니 제정신이길 포기한 작자야. 안 그러냐. 못된 짐승아.」


경어인지 반어인지 모를 말로 지껄이며 뒤틀린 몸을 유연하게 꺾어 데미지를 털어낸다. 욕설섞인 말에 대한 반응은 쉭쉭거리는 숨소리뿐. 그럼 그렇지. 여태 그래왔는데 이 괴물이라고 뭔가 다를것이라 기대하면 바보지. 아주 일관성있게 대화는 통하지가 않는다. 첫만남때, 교령이 꺼냈던 대화상대를 얻어 즐겁다고 했던 엉뚱한 소리를 실감하게 될줄이야. 전쟁터에서는 악연이라도 말상대가 있어야 하는법이다. 속에 쌓인 말이 터져나와 혼잣말로 기운을 다 빼버리는 일이 생기기전에 해결할수 있으니까.


「나 혼자 씨부리든지 말든지냐...하여간에 하나같이 과묵한 괴물놈들이라니깐.」


밀실 안은 벽이랑 천장, 바닥 가릴것없이 온통 새하얗다. 하얀 방에 괴물과 덩그러니 갇힌 것이던가. 바로 덤벼들지 않고 놈은 우두커니 서있다. 방금 전 매복으로 한방 먹이고서 우쭐할테지. 이 틈에 싸움의 돌파구를 찾아보자. 눈이 시리게 배경이 밝아서 피사체가 아주 잘 잡히는군. 척봐도 거물급이다. 밖에서 봤던 놈들과 비교하면 두세배 차이가 나는 터질듯한 근육질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털가죽피부. 우선, 그 두개의 단서만봐도 졸개와는 레벨차이가 확실하다.


「그래. 니들한테는 말대신에 통하는 게 따로있었지. 사람을 보고 꼬리흔들지도 짖지도 않고 이빨부터 드러내는 짐승놈들에게는 말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깜빡했었다.」


사괴가 한가닥하는 존재임을 직감하고서 마음속 사슬이 좌르르 풀린다. 이곳은 전쟁터, 약육강식의 세계다. 저 괴물 놈을 해치울수 있다면 뭣같이 꽉 막힌 앞일에 조금이나마 고민이 덜 수 있을것 같다. 자신의 강함을 시험해보고 싶다. 여기서 존재가치를 증명해보이고 싶다. 산재앙들을 간식거리삼아서 씹어먹었던 과거의 헛영광따윈 버리자.


「케히에엑!」


대화는 통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나만큼이나 놈도 좀이 쑤셨나 보군. 성미급한 것들끼리 우격다짐을 해볼까. 괴물 놈이 낸 신음소리가 신호삼아 앞으로 태클을 걸듯이 거꾸라지면서 몸을 뒤로 홱돌려 그대로 백 덤블링한다. 눈속임으로 시선을 빼앗은사이 유리한 간격을 남겨두려는 시도였다.


「큿- 빨라.」


재주부릴 여유도 주지않고 배로 질러오는 괴물의 주먹은 이미 이쪽의 의도를 간파한 상태다. 이크! 간발의 차이로 첫공격을 피하고 네 개의 팔로 휘두르는 나머지 주먹들의 동시공격도 차례차례 막아냈다. 빠릿빠릿한 주먹맛이 매섭다. 저 몸집에 파워뿐만이 아니라 반응속도까지 좋아지다니 상대하기 껄끄럽다. 한차례 주먹세례를 주고받은 것으로 정신이 아득해진다.


「후우우-훕! 인사치레는 끝났으니 예절교육을 단단히 시켜줄꺼다. 짐승새끼야.」


큰 동작으로 휘둘러진 주먹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자 사괴는 연기처럼 시야에서 재빨리 사라진다. 눈으로 쫒아가다 하얀배경에 잔상만 남겨버렸다.


「이놈이! 비겁하게시리...」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완벽한 은신술이다. 기척은커녕 거대한 녀석의 존재감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신출귀몰한게 바퀴벌레를 상대하는 더러운 기분이다.


「...취향도 고약한 거슬리는 방이로세.」


함정을 파둔 놈이 성격파탄자였던 것이 분명하다. 사람을 가둬두고 괴롭히기 위해 고안됐을 하얀방은 용도에 알맞게 스트레스를 한가득 안겨준다.


「성가신 짐승놈이...」


틀렸다. 괴물놈과 함정의 조합에서 정정당당한 겨루기같은 건 있을수가 없는 일이였다. 괴물놈과의 전투경험부족에서 나온 실수다. 한순간에 불리해져버렸다. 몸을 숨긴 녀석에게 쉽사리 공격 당하지 않게금 여기저기로 쉼없이 움직여댄다. 한방의 위력이 무서운 놈이니 어떡해서든 공격당하기 전에 찾아내야 한다.


「또 몰래 등뒤로 와서 한바탕 저질러 볼 참이냐.」


기가차서 혀를 내두르며 고함을 지른다. 그것은 메아리 없는 외침.


「썩 나와라! 별것도 아닌 놈이 시간끌기 하지마!」


온통 하얀색인 방안은 눈이 적응하지 못한다. 거리감과 공간감이 붕뜬다. 착시다. 손 안에 잡힐듯이 가까이에 벽과 공간이 보였다가도 멀어지는 신기루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게 신경을 갉아먹는다. 좋은 눈의 장점을 간단히 봉쇄시켜버린것이다.


「어디냐? 어디 숨어있나!」


힌트를 눈으로만 살피란 법은 없다. 실전감각은 어느정도 위기에서 체득하고 발휘되는 것이다. 지금 주어진 상황은 강적에게 선제공격 당하고 기선제압 되어서 야금야금 잡아먹히려는 대위기. 짜릿한 공기에는 불길함이 농밀하게 녹아져 있었다.


「크켁-」


다시 등뒤로 가격되어 오는 주먹. 예고없는 한방에 반사적으로 몸을 들이대 충격을 완화시켰음에도 이어진 2연타에 속수무책이다. 핑그르- 두바퀴반을 공중에서 회전한 상태에서 바닥으로 처박히는 꼴이 되었다. 긴장한 몸위에 얕게 스치는 날카로운 연격은 피부를 찢어놓는다.


「고양이 발톱이라도 세운거냐? 까딱없어.」


허세부리면서 정신없이 몸을 내뺀 통에 벽에 몸통이 세게 부딪쳤지만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생존스위치 ON! 핀치에 몰릴수록 머릿속 혈액은 순환이 잘 되는 법이다. 굳은머리의 단백질이 쇳소리를 내며 열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기척을 죽이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상현상을 사고한다. 그것은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곳 함정이 단순하게 투기장을 모방한 정도를 넘어서 비밀장치가 되어있을 가능성이다.


「이까짓것 솜주먹에 쓰러질끄아보냐아아!」


생각하는 와중에도 사괴가 지닌 네개의 주먹은 공격할때 쉴줄 몰랐다. 착실하게 데미지를 쌓아가는 성실한 공격에 허세는 소용이 없다. 보이지않는 적의 연속공격에 회피와 방어만으로는 치명타를 겨우 피할뿐이다. 굼뜬 낙법으로 충격을 무릎과 팔꿈치로 나눠서 받아내고 간신히 허물어져가는 골격을 세운다. 형편이 영좋지않다. 놈에게 내몰려서 어느새 방 한가운데로 돌아와있었다. 손날에 베인 피부의 아릿아릿한 통증에 촉각이 봉쇄당한다. 놈은 쉴틈없이 몰아부쳐서 하나하나 부서뜨릴 작정이다. 파괴되어져가는 육체의 고통에 칼밥과 주먹밥먹고 살아오면서 쌓아온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앙증맞은 놈이 같이 놀아달라고 아주 애교를 부리는구나. 크하아아-」


슬슬 허세부리기도 괴롭다. 터진 입안에 피맛이 감돈다. 혀를 깨물지 않고 말하는 게 힘들다. 이마저도 직선적인 공격패턴 덕분에 부릴수 있는 호기다. 하얀방의 괴물놈이 영악한 짐승처럼 꾀를 부리고 있다면 수수께기풀이는 내 시체가 풀어야 할 것이다.


「이이익-」


그러다 눈앞에 나타난 사괴의 이죽거리는 얼굴에 머리속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한때의 기억이 그대로 재생됐다. 내용은 며칠전 교령과 나눴던 이야기중에 하나. 이 기현상의 상세한 내막은 그 대화 내용으로 전부 설명된다.


「조양팔, 지옥의 건물은 그 자체가 결계라 건물 안쪽의 기척을 완전히 지워준다더군.」


교령이 했던 결정적 대사였다. 통한의 대사다. 상황을 대강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단조로왔던 공격패턴에서 돌연 모습을 드러낸 사괴는 눈앞에서 손뼉치기를 하며 화려한 등장으로 시선끌기를 유도한 다음, 시선에 벗어나있던 두손을 깍지낀채로 내리쳤던것이였다. 골이 빠개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통증이다. 고막이 터졌는지 먹먹한 얼굴을 두팔을 들어 막기 전에 사괴의 커다란 주먹이 턱을 깨끗하게 올려쳤고 그 다음 이어진 돌려차기가 반사적으로 들어막았던 양쪽 팔뚝에 발자국을 남겼다.


「크으으...」


이를 악물고 버텨도 신음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간다. 얼굴은 다행히 뭉개지지 않은 듯, 침과 뒤섞인 피의 진득한 맛이 혀로 느껴진다.


「으흐으...사람갖고 장난감놀이 하는거 아니다.」


혀를 조금 씹어버렸다. 이빨자국이 남겨진 살점이 아린걸로 보아 아직 통각이 남아있나보다. 내 유머감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괴는 사납게 안겨온다. 휘몰아치는 적극적인 애정공세다. 사괴의 우악스런 손에 발이 붙들린채로 거꾸로 잡혔다. 헝겊인형마냥 대롱대롱 벽에다 휘두른다. 꽂아버릴 기세로 난폭하게 다루는 통에 이마가 까지고 얼굴이 심하게 긁혔다. 피칠갑을 한 고깃덩어리. 서너번 얼려둔 고기로 못을 박듯이 벽면을 두들기던 사괴는 벽이 멀쩡한 모습에 흥분했는지 바닥으로 패대기 쳐 버렸다. 그렇구나. 알것같다. 이 괴물놈도 이 미친공간에서 나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미쳐버려서 난동을 부리는 것이겠지. 미친 괴물의 분풀이 상대로 내가 선택된 것이다. 얼굴부터 바닥에 부닥치고는 먼지를 얼굴로 훑으며 벽에 닿을때까지 쓸려나갔다. 더이상 당해선 안된다. 정신 차려야 된다. 머리로는 그리 생각했지만 사괴의 팔이 다시 덮쳤을때 도무지 그 완력에 버틸수 없다.




'외톨이' 들의 '순애보' - 내일도 쭉 이어집니다.


작가의말

-차회예고-

압도적인 강적의 힘에 충격적인 전투의 패배!

만신창이가 된 조양팔, 최후의 도박은 일격필살!

다음화! 생존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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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048 - The Starving Ghost And The Silver Baby 15.11.13 368 11 10쪽
47 047 - Negotiation Derailment 15.11.13 338 12 7쪽
46 046 - Clue 15.11.10 397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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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2 - Dead Man Rendezvous 15.02.21 712 17 25쪽
41 041 - The Girl Rise In Arms 15.02.18 724 17 9쪽
40 040 - Blue Highs 15.02.16 379 13 10쪽
39 039 - Back To Square One 15.02.12 563 14 8쪽
38 038 - Disaster's Store 15.01.22 619 15 8쪽
37 037 - Win By Luck Of The Battle 15.01.20 564 12 10쪽
36 036 - Trickster VS Trigger 15.01.20 688 19 10쪽
35 035 - Head To Head Talk 14.10.28 661 12 12쪽
34 034 - Another Trap 14.10.22 653 17 8쪽
33 033 - Another Beginning 14.10.21 569 11 8쪽
32 032 - Result Of The Battle 14.10.21 524 15 10쪽
31 031 - Must be Willing To Survive 14.10.20 593 12 8쪽
» 030 - Warrior Ceremony 14.07.16 542 13 10쪽
29 029 - The Impossible Escape 14.07.09 509 11 8쪽
28 028 - Trap Exploration 14.07.08 590 13 10쪽
27 027 - One Punch 14.02.13 698 11 10쪽
26 026 - Beginning 14.02.09 712 15 10쪽
25 025 - Contract Execution 14.01.30 754 13 10쪽
24 024 - Small Talk 14.01.29 595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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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 - The Price Of Battle On This Hellland 14.01.27 725 1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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