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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리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꼬마 대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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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드리에스
작품등록일 :
2020.11.29 20:45
최근연재일 :
2021.12.26 20:11
연재수 :
254 회
조회수 :
136,982
추천수 :
1,107
글자수 :
907,495

작성
20.12.08 21:08
조회
1,569
추천
12
글자
7쪽

대체자

DUMMY

왕성 내부의 한 방.


커다랗고 아름다운 방 안에는, 예쁘게 꾸며진 방보다도 고운 여성 하나가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름아닌 이 나라의 공주인 사르페이아.


본래는 밝고 상냥했던 그녀였지만 마계에 바쳐질 제물로 간택되어버린 뒤. 세상에 흥미를 잃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확실한 죽음이 닥쳐온다는 사실이 삶의 의지를 앗아간 것이었다.


식사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아 앙상해진 몸, 퀭해진 눈, 핏기 없는 얼굴이 그녀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은 없고, 아무런 의욕도 없었지만 하루종일 잠을 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깨어있던 그녀였지만.


오늘도 시종이 날라다준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굶어 죽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제물이 되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었으니까.


상냥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던 그녀가 그런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단지 음식을 입에 넣는것조차 귀찮아졌을뿐.


제물이 되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제물이 되어버리고 난 이후에는 그 짧던 하루가 너무나도 길고 길게 느껴졌다. 어째서 시간이 이렇게나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왜 하필 자신이. 아니 자신밖에 제물이 될 사람이 없는지. 그 이전에 왜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지. 세상을 원망도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무력감은 더 심해질 뿐이었고.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니, 그저 흘러가는대로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비롯해,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 안부를 물었지만 그것조차도 왠지.


자신을 걱정해서 오는거라기 보다는 그저 제물이 무사하게 지내는 것인지를 확인하러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이 삐뚤어져 버렸다.


"아...... 왜 시간은 이렇게 안가는 걸까. 차라리 빨리 날 죽여줘."


제물이 된 이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방 안에서 그저 시간을 흘려 보내기 위해 애쓰던 사르페이아가, 복도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를 듣게 된 직후.


누군가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찾았어!"


방 안으로 들이닥친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오빠이자 나라의 왕자인 로이터.


자신이 마계에 바쳐질 제물로 결정되었다는 말을 들었을때. 그런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온 나라를 뒤져서라도 대체자를 찾아오겠다고 하고서는.


그 뒤로 한 번도 자신의 방에 찾아오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몇 달만에 갑자기 뛰쳐들어와 그렇게 외치자 사르페이아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어찌 그리 호들갑이십니까?"


"찾았다고! 널 대신할 대체자를!"


로이터는 사르페이아를 보며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공주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럴리가... 없어요. 거짓말이죠? 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것 같으니까. 제게 힘을 주려고. 거짓말을 하시는거죠?"


"그런 거짓말이나 하고 있을 거였으면 여태 고생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 대체자를 찾아내서 수도로 데려오는 중이야. 카리야가 보증한 것이니 틀림없다."


다름아닌 카리야가 보증했다는 말을 듣자 여태 창백하던 사르페이아의 얼굴에. 드디어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정말... 인가요?"


"그래. 정말이고말고. 이제 넌 살았어. 죽지 않아도 되는거야."


믿지 않고 있었다. 자신외에 달리 제물이 될 사람이 존재할리는 없을 거라고. 그만큼 제물이 되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모든걸 포기하고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체자가 될 사람이 나타나다니.


사르페이아는 이제 죽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이 우선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자기 대신 그 사람도 자기가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저 대신. 그 사람이 제물이 되는 건가요?"


"그런건 생각하지마. 지금 네 얼굴을 보렴. 그 곱던 얼굴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니? 이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밥도 잘 먹고. 원래대로 다시 돌아가는거야. 알겠니?"


"......"


"어차피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끝날 일이야. 이제 그게 네가 아니게 된 것일 뿐이고. 너 대신 희생될 사람이 불쌍하다면 그 사람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면 되는거야. 그렇게 하자."


"......네."


로이터의 말을 들은 사르페이아는 문득. 자기 대신 제물이 될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가 궁금해졌고.


그것을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여태 느끼지 못했던 식욕이 갑자기 솟아올라왔다.


"저... 오라버니. 죄송한데. 저. 갑자기 뭔가 먹고 싶어졌어요. 제가 부탁을 하고 싶은데 지금 몸에 힘이 없어서......"


"괜찮다. 내가 이야기해서 식사를 가져오게 할 테니까. 너는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렴. 몸에 힘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면 안 되니까."


"네."


동생의 부탁을 들은 로이터는 곧바로 방 밖으로 나가 근처에 있던 시종에게 말했고.


여태 가져다 준 밥을 쳐다도 보지 않던 사르페이아가, 식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들은 공주의 시종은, 마치 자기에게 좋은 일이 생긴것마냥 기뻐하며 주방이 있는 아래층으로 내달렸다.


"발견 됐다는 그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옳은거야. 왕가의 핏줄을 타고난 자와, 어디에서 태어난지도 모르는 천출은 그 목숨의 무게가 같지 않으니까."


시종에게 사르페이아의 식사를 가져올 것을 명한 뒤.


로이터는 다시 동생의 방으로 들어갔고, 사르페이아는 방으로 돌아온 로이터를 보며 말했다.


"저. 오라버니. 부탁하나 드려도 될까요?"


"음? 부탁이라니? 달리 말할 것이 있느냐?"


로이터는 동생이 진지한 얼굴로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를 대신해 제물로 바쳐질지도 모른다는 그 사람. 만나보고 싶어요."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그런 거였느냐. 알겠다. 나중에 카리야에게 이야기를 해 둘테니 지금은 그저 네 몸을 회복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거라. 그자야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을테니까."


"네. 알겠어요."


로이터는 제물로 바쳐질 로니가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밝히지 않았다.


마음 약한 동생이 혹시나 그 말을 듣고 괴로워하거나, 잘못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은 네 몸만 신경쓰거라. 더는 네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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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 막내 +4 20.11.30 2,646 32 7쪽
3 밥값이 뭐에요? +2 20.11.29 2,949 33 7쪽
2 사슴은 어딜가고 +2 20.11.29 3,534 35 7쪽
1 사슴사냥 +2 20.11.29 5,236 4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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