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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man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재벌맨 해모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경락
작품등록일 :
2021.08.09 23:40
최근연재일 :
2021.09.11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089
추천수 :
69
글자수 :
74,377

작성
21.08.30 21:00
조회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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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실험(1)

DUMMY

생전 처음 맛보는 상쾌함과 고양감에 휩싸인 설하는 균형을 잡으며 근육을 일깨웠다. 그녀의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설하의 곧게 뻗은 오른 다리가 수직에 가깝게 높이 들어 올려졌다가 날카롭게 공기를 찢으며 아래로 내려왔다. 동시에 그녀는 낮은 자세를 취하며 제자리에서 회전했다.

설하는 도약했다.

그녀는 허공을 떠다니듯 날갯짓하고 있었다.

날카롭고 위협적인 손날을 형성한 설하는 팔을 휘두르며 우아하고 세련된 문양을 허공에 그리기 시작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섬세한 동작과 함께 어느새 그녀의 손날은 강인한 힘이 집약된 주먹으로 바뀌었고 몸 전체가 아름답고 완벽한 원을 그렸다.

중요한 것은 패턴이었다.

홍콩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설하는 선천적으로 신체가 허약한 딸을 걱정한 아버지의 강권-이왕 홍콩에 왔으니 본고장 홍콩 무술을 배워봐야 되지 않겠니?-에 의해 절권도, 정확히는 진번쿵후(振藩功夫)를 2년간 배웠다.

설하는 무술에 큰 재능은 없었다.

그러나 설하의 육체에는 그때 무술 수련을 하면서 배운 모든 동작들, 모든 기술들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 당시 설하는 진번쿵후을 배우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모든 것들을 하나의 패턴으로 정합해 인식했고 기억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패턴이었다.

설하는 속도를 높였다.

연속적인 파공성과 함께 기하학적 문양을 빠르게 허공에 수놓던 설하의 움직임은 어느새 파괴적 힘을 담은 춤으로 바뀌었다.

그 춤은 강렬하면서도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윽고 패턴의 작동이 끝났다.

손끝과 발끝을 거의 동시에 맞부딪치며 뒷걸음질한 설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흥분감을 가라앉혔다.

설하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속삭임을 내뱉었다.


“한돈나라...”



설하는 인터넷을 뒤져 고깃집 한돈나라와 관련된 게시글을 모두 찾아 읽었다.

친구 최민지, 그리고 그녀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돈나라의 고기를 먹고 건강이 나아졌다는 글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고기를 먹고 머리가 좋아졌다는 몇몇 터무니없는 얘기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획기적인 건강 증진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오늘 설하가 직접 체험한 것처럼.

설하는 어제 가게에서 촬영한 한돈나라 동영상을 재생해 주의 깊게, 반복해서 시청했다.

그러나 설하가 날카롭게 노려보듯이 동영상을 보고 또 보아도 뭔가 특별하거나 이질적인 부분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맛있어 보이는 돼지고기만이 보였다.

그러나 한돈나라의 돼지고기는 분명 먹은 사람의 건강을 좋게 해주었다.

단순한 착각에 의한 우연이나 플라시보 효과 같은 게 절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그리고 또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고 그 원리도 모르지만 그 결과는 설하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명백했다.

한돈나라의 돼지고기에는 분명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설하는 한돈나라의 오픈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확인한 후 얼른 집 밖으로 나섰다.

가게 주인을 만나서 물어봐야만 했다.

이 기적과도 같은 현상.

사람들의 건강을 월등히 좋게 해주는 이 경이로운 효과.

그녀는 알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 놀라운 효과를 검증하고 규명해낸다면, 만약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가 있었다.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안고 고깃집 한돈나라에 도착한 설하.

그러나 그녀는 입구에 내걸린 팻말을 보고 좌절했다.

오늘 하루는 임시 휴업입니다.

날카로운 눈으로 팻말을 잠시 노려보던 설하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내일 다시 오면 돼.

설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김철수 사장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설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설하가 사라지고 10분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돈나라 길 건너편에 나타났다.

경찰들은 분노와 짜증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중년의 부부와 함께 보도블럭의 한가운데에 움푹 패인 구덩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점잖은 인상의 다른 중년 부부, 그리고 젊은 여자가 그 뒤를 따랐는데 여경의 부축을 받고 있는 여자는 산발을 한 채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귀신 같은 몰골의 여자는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경찰은 뭔가 폭발하기라도 한 것 같은 구덩이를 굳은 얼굴로 살펴보았다.

이틀 전 새벽, 20대 남성이 갑작스럽게 실종되었고 남자친구인 그 남성과 같이 있던 20대 여성은 정신이 반쯤 나간 채 발견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해도 근처에 설치된 CCTV는 과부하로 고장이 난 먹통 상태였다.

실종된 남자의 부모는 그런 경찰이 답답했는지 고함을 버럭 질렀다.


“아니, 그러니까! 뭔가 사고가 터졌는데 저년 혼자 도망치거나 했을 거란 말이오!”


“분명 저 여우 같은 년이 우리 아들을 어딘가에 버려두고 나 몰라라 한 거예요! 어서 체포하세요!”


“뭐요! 이 사람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여자 쪽 부모는 그런 폭언에 참을 수 없었는지 당장 멱살을 잡을 기세로 남자 쪽 부모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남자 쪽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 쪽 아버지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어머니들은 서로 상대방의 머리채를 붙잡고 악을 썼다.

경찰들이 서둘러 싸움을 말리려고 나섰을 때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으로 눈이 가려진 여자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되뇌고 또 되뇌었다.

여경의 도움으로 간신히 서있는 여자의 앞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는 초점이 흐릿했고 눈 밑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여자는 필사적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여자는 성호를 그으며 고장 난 녹음기처럼 기도문을 반복했다.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예수님....예수님...꺄아아악!”


여자는 갑자기 머리를 잡아 쥐어뜯으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여경이 필사적으로 여자를 진정시키려고 할 때 여자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노려보며 울부짖었다.


“영광된 검은 번개의 음성을 들으니 그분은 순백의 날개를 가졌더라! 아아, 눈부신 죽음의 천사! 아름다운 죽음의 천사!”


여자는, 장태식의 여자친구였던 서나혜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끝없이 외쳐댔다.

죽음의 천사를.

여경은 광란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서나혜를 품에 꽉 잡아두면서 그녀가 손가락질해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낮게 깔린 광활한 하늘은 파란빛으로 물든 채 고요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태국 치앙마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자 남자는 피곤해하며 과일 트럭을 길가에 댔다.

과일 트럭의 주인인 남자는 오전이 다 지나갔음에도 과일이 잘 팔리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무래도 경쟁자가 많아서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다.

지갑이 두둑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래도 좀 더 번듯하고 깨끗한 과일 가게를 주로 찾았다. 이런 길거리 과일 트럭은 아무래도 기피되기 마련이었다.

과일 트럭에 내린 남자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바닥에 앉았다.

오늘도 더운 날씨였다.

남자가 앞주머니의 담뱃갑을 뒤적일 때 과일 트럭을 향해 키가 190은 돼 보이는 거구의 젊은 청년이 걸어왔다.

남자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아주 크고 하얀 피부에 서구적 외모로 잘생긴 동양인 청년.

한국인이려나 남자가 생각할 때 과일 트럭에 쌓인 과일들을 살펴본 청년이 영어로 물었다.


“망고가 얼마죠?”


남자는 얼른 손가락 세 개를 펴들며 서툰 영어로 말했다.


“3kg에 100바트.”


“100바트면 3700원 정도인가. 그럼 저기 파인애플과 바나나는 얼마죠?”


“파인애플은 6개에 80바트, 바나나는 한 다발에 15바트.”


“괜찮군요. 아주 좋아요.”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과일 트럭에 실린 과일들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런 청년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래서 과일 뭐가 필요해? 몇 개 필요해?”


김철수는 웃었다.


“아, 전부 다 주세요.”



주방에 쌓여있는 엄청난 양의 망고와 파인애플, 바나나, 오렌지.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비행 능력으로 철수는 전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구상의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비행 능력 덕분에 철수는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만 하는 싱싱한 열대과일들을 산지에서 공짜나 다름없는 헐값에 대량으로 가져올 수가 있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의 어떤 오렌지 농장에서는 상품 가치가 없는 오렌지를 2박스나 그냥 공짜로 넘겨주기까지 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철수가 식칼을 붙잡았고 그의 전신에서 반투명한 황금빛 불꽃이 피어올랐다.

주방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드는 섬광이 번쩍이더니 공기를 찢어발기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철수의 두 팔이 초고속으로 움직였다.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든 칼날이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허공을 춤추면서 순식간에 과일의 껍질이 깨끗이 벗겨지고 과육 부분만이 정육면체 큐브 모양으로 자로 잰 듯 깔끔하게 잘려져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 안에 한가득 차곡차곡 쌓였다.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의 큐브 모양으로 잘린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오렌지의 과육들은 색깔이나 그 형태가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당장 지금 이 과육 부분만을 따로 담아서 팔아도 충분히 먹힐 정도의 퀄리티였다.

철수는 먼저 과육을 대형 믹서기 안에 쏟아 넣은 후 차가운 우유를 붓고 믹서기를 작동시켰다. 윙 하는 작동음과 함께 믹서기의 칼날들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과육과 우유를 한데 섞어 곱게 갈았다.

사실 믹서기 비슷하게 식칼로 과일들을 직접 입자 단위로 초고속 분쇄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능력이라도 그건 너무 번거롭고 까다로운 작업이었기에 철수는 그냥 업소용 대형 믹서기 하나를 샀다.

마침내 그가 목적으로 하던 생과일주스가 완성되었다.

믹서기 안에서 선명한 황금빛으로 찰랑이는 액체는 마치 보석 가루가 쌓인 것처럼 영롱하고 아름답게 반짝였다.

보고 있자니 그 질감이라던가 색감이 뭔가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예쁘긴 하네.”


철수는 생과일주스를 미리 준비한 대용량 물통에 옮겨 담은 후 다시 과육과 우유를 믹서기 안에 집어넣었다.

몇 차례 더 믹서기가 작동되면서 철수가 준비한 모든 과육이 소모되었고 대용량 물통들은 맑은 황금빛 액체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철수가 만든 수제 생과일주스는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실험에서 절대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초벌구이를 만들 때 들어간 아주 특별한 요소.

철수의 두 눈이 붉게 빛났다.

그의 눈에서 방출된 두 개의 진홍색 빛줄기가 물통 안의 황금빛 액체에 닿았다.

고순도의 태양 빛, 생명력이 집약된 초열 광선.

해모수의 히트 비전은 황금빛 액체를 태양 에너지로 달구고 있었다.

들끓는 태양의 힘.

황금빛 액체는 형형색색의 기이한 광채에 휩싸였다.

철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완성됐군.”


액체가 뿜어내던 빛은 점멸하는 불꽃처럼 점차 사그라들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도 같이 반짝이며 황금빛 액체를 감싼 광채는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일렁이다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황금빛 액체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음료처럼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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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실험(3) 21.09.06 159 5 12쪽
12 실험(2) 21.09.01 185 4 12쪽
» 실험(1) 21.08.30 205 3 12쪽
10 기적의 고기(3) 21.08.27 223 6 12쪽
9 기적의 고기(2) 21.08.24 258 3 12쪽
8 기적의 고기(1) 21.08.21 278 3 11쪽
7 놀라운 효능(2) 21.08.18 301 5 11쪽
6 놀라운 효능(1) 21.08.16 338 5 11쪽
5 S급 돼지고기 구이(2) 21.08.14 375 4 12쪽
4 S급 돼지고기 구이(1) 21.08.13 445 4 12쪽
3 슈퍼 파워 21.08.12 557 6 12쪽
2 Rebirth 21.08.11 666 7 12쪽
1 태양의 꿈 +1 21.08.10 95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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