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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man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재벌맨 해모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경락
작품등록일 :
2021.08.09 23:40
최근연재일 :
2021.09.11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091
추천수 :
69
글자수 :
74,377

작성
21.08.27 21:30
조회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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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기적의 고기(3)

DUMMY

“주문하신 고기 나왔습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맛있게 드셨나요? 네, 삼겹살 2인분과 맥주 2병 추가 주문 확인했습니다! 금방 테이블 치워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113번 손님 들어오시면 됩니다, 어서 오세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주방과 홀, 카운터를 넘나들며 요리와 접객, 서빙, 계산을 혼자서 책임지는 철수의 빠르면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벽한 움직임에 일부 손님들은 마치 마술을 보는 것처럼 놀라워하며 감탄했다.


“우사인 볼트 같지 않아? 진짜 신출귀몰하시네.”


“그것보다는 로봇 같은데? 완전 기계처럼 되게 칼 동작으로 움직이신다.”


“운동선수 출신이신 건 확실해. 혼자서 가게 하는데 지친 기색도 없이 숨 한 번 안 차고 빠르게 움직이시잖아.”


슈퍼맨 같은 슈퍼 청력은 없다지만 해모수의 육체는 일반인보다 우월한 청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탓에 손님들의 말 하나하나를 들을 수 있었던 철수는 혹시라도 수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움직임의 속도를 좀 조절했다.


‘그나마 주방에 요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게 다행이군.’


철수는 손님들이 떠나간 빈 테이블을 치우고 닦았다. 철수의 몸과 손이 빠르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빈 그릇과 접시, 컵들로 어지럽고 지저분하던 그 테이블은 순식간에 말끔해졌다.


“네, 다음 114번 손님 들어오시면 됩니다! 어서 오세요!”


철수는 아직도 입구 밖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확인했다.

대부분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기대감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통은 기다림에 지치거나 짜증을 낼 법도 하지만 구운 돼지고기의 달착지근하고 먹음직스러운 향기에 취한 그들은 군침을 삼키며 기꺼이 인내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끝없이 오고 있어. 내 가게에. 내가 만든 고기를 먹기 위해서.’


철수는 씩 웃었다.

아직 밤은 길었고 준비해둔 돼지고기 역시 아직 충분히 남아있었다.

어제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들, 오늘 점심 때보다 더욱더 많은 돈들이 지금 그의 품에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맛있게 드셨나요? 다음에 또 오세요! 어서 오세요! 한돈나라에 어서 오세요!”


철수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고기를 맛있게 먹던 손님들은 그 목소리가 흡사 천둥과도 같이 박력 있으면서도 맑게 가슴을 울린다고 느꼈다.



전날처럼 오늘도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되면서 원래 영업 종료 시간보다 2시간 일찍 가게 문을 닫은 철수는 한숨과 함께 잠깐 자리에 앉았다.


“끝났군.”


육체적 피로는 전무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신적 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 지쳤다고 느낀 철수는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가 없어진 철수는 해모수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순간 황금빛 광채가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가게 안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정리정돈과 청소가 이루어지는, 아주 간편한 작업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철수의 개인 감각 기준으로 따진다면 비록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의 도움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일일이 가게 안 구석구석을 치우고 닦는 것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그게 아주 빨리 이뤄졌을 뿐이지 철수 입장에서는 직접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는 결국 똑같았다.


“오늘 매출은...으음?”


오늘 하루 한돈나라의 매출을 확인해보던 철수는 깜짝 놀랐다.

무려 일 매출 850만원.

어렴풋이 많이 팔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나 많이 팔았다니?

철수는 어제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난 오늘 매출이 믿어지지 않는 듯 여러 차례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일 매출 850만원이라는 수치는 바뀌지 않았다.


“일 매출 850만원. 하루만에 850만원...하하하!”


마음 같아서는 있는 힘껏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슈퍼히어로 태양신 해모수의 힘을 세심하게 컨트롤하고 있는 철수는 그런 감정을 꾹 참았다.

일 매출 850만원.

한 달로 따지면 약 2억 5천만 원.

1년 매출로 계산한다면...


“어림잡아 30억 원!”


철수는 놀라운 계산 결과에 잠시 경악했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가게 건물은 철수 본인 소유였기 때문에 월세 제로, 한돈나라의 핵심 재료인 돼지고기도 멧돼지를 직접 잡아오는 것이니 재료비 제로,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로 가게를 혼자서 책임지니 인건비도 제로.

수도광열비 같은 일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사실상 매출이 거의 고스란히 순수익으로 남는 판국이었다.

1년에 30억이라.

철수는 해모수의 힘을 되찾아 정말 잘 됐다고 새삼 느꼈다.

어렸을 때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지구를 여러 번 지켜냈는데 상금이나 훈장 하나 받지 못했고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 버림받았다가 기적적으로 부활한 지금 그에게는 무엇보다 돈이 가장 중요했다.

많은 돈.

엄청나게 많은 돈.


“해모수의 힘으로 벌어들일 수 있어.”


철수는 내일 해가 뜨는 대로 멧돼지들을 사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가 직접 잡고 히트 비전으로 구워내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최고의 맛.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오늘 매출이 그대로 쭉 이어질 수가 있었다.

1년 매출 30억.

전혀 불가능하거나 허황된 꿈이 아니었다.


“흠, 멧돼지가 부족해질 수도 있겠군.”


오늘 하루 동안 한돈나라에서 소모된 멧돼지 고기를 생각한다면 이러다 한국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의 씨가 금방 마를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물론 철수에게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한국에 없다면 그냥 다른 나라로 휙 날아가 사냥해 오면 될 일이었다.

그는 슈퍼히어로 태양신 해모수.

무엇이든 가능한 초인이었다.

철수는 행복한 미래를, 앞으로 벌어들일 엄청난 떼돈을 상상하며 차가운 콜라로 목을 축였다. 들뜬 마음과 함께 오렌지빛 조명 아래 휴식을 취하던 철수는 문득 오늘 일부 손님들이 자신에게 한 이상한 말들을 떠올렸다.

한창 바쁠 때만 해도 그저 기계적으로 친절하게 응대하고 한 귀로 흘려들어 대충 넘겼지만 혼자 다시 생각해보자니 뭔가 이상하고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제가 이 집 고기를 먹고 만성피로가 싹 사라졌어요.’


‘오랫동안 두통이 심했는데 이상하게 여기 돼지고기를 먹고 난 뒤에 그게 씻은 듯이 나았네요. 사장님, 혹시 고기에 한약도 넣는 건가요?’


‘목, 어깨통증이랑 허리 디스크가 없어졌어요. 네! 정말 신기하게 사장님네 고기 먹고요. 아니, 진짜라니까요’


‘제가 사춘기 때부터 피부가 안 좋고 트러블 자주 일어나는 게 콤플렉스였는데 이 집 돼지고기 먹고 얼굴이 깨끗해졌어요! 여기 피부 하얘지고 말끔해진 거 보이시죠? 앞으로 평생 이 집 고기만 먹을 거예요!’


‘요즘 소화가 잘 안 되고 복부팽만에 소화불량까지 아주 골치였는데 여기 돼지고기 먹었더니 싹 나았어요, 하하하. 혹시 약초 먹인 돼지입니까?’


‘항상 피곤하고 잠을 자도 자도 힘들었는데 어제 이 집 고기 먹고 막 힘이 솟아나고 있어요. 대학생 때처럼 활력이 넘쳐요! 감사해요, 사장님!’


그 외에도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불면증이 사라졌다, 두뇌 회전이 빨라졌다, 눈이 좋아졌다 등등.

이렇게 뒤늦게 그 손님들이 한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려 정리해보자니 흡사 건강보조식품 광고에서 주장하는 온갖 좋다는 효능들이 전부 다 열거된 상황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일까?

철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한돈나라’ 키워드를 넣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마약을 뿌린 것처럼 중독성 있는 맛, 이 세상 최고의 돼지고기, 천상의 맛 등등 한돈나라 돼지고기의 맛을 찬양하는 게시글들이 당장 눈에 띄었다.

그리고 꽤 상당한 비중으로 오늘 손님들이 철수에게 열렬히 증언해준 것과 비슷하게 한돈나라의 돼지고기를 먹고 건강이 좋아졌다, 피부가 좋아졌다, 근육통과 관절통이 사라졌다, 두뇌 회전이 빨라졌다는 글들 역시 존재했다.


“무슨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네이버, 티스토리, 이글루스 같은 블로그들을 빠르게 훑어본 철수는 조금 어이없어하며 이번에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를 확인해보았다.

역시나 비슷했다.

압도적으로 맛있다, 난생처음 황홀감을 느낀 맛이었다 같이 돼지고기 맛을 극찬하는 게시글들이 절반, 그리고 분명 고깃집 후기글임에도 뭔가 건강보조식품업체의 허위과대광고와 비슷한 게시글들이 절반.

그중에는 기적의 고기를 먹고 진짜 기적을 체험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게시글들까지 있었다.


“고기를 먹고 시험 만점을 받았다고? 회춘한 것 같다고? 정신과 육체를 치유해주는 기적의...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마지막에 할렐루야를 덧붙이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인 그 기적 운운하는 게시글을 읽어본 철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나 우연으로 넘기기에는 뭔가 좀 이상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착각할 리는 없을 텐데.

그렇다면 정말로 히트 비전이 단순히 돼지고기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맛있게 해주는 것도 모자라 뭔가 알 수 없는 기적의 효능마저 발휘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인가?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됐지만-히트 비전으로 고기를 구웠더니 맛이 엄청 좋아진 것도 모자라 몸도 좋아지고 머리도 좋아지는 기적의 효과가 나타났어요!- 지금 철수 본인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현실에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무엇보다 슈퍼히어로 태양신 해모수의 능력은 아직도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철수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영역이었으니.

철수는 흥미로움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기적의 고기라...정말 뭔가 기적이라도 일어났나 보네.”


물론 좀 더 확실한 검증 작업을 빠뜨릴 수는 없었다.

오늘 가게에서 열성적으로 고기의 효능을 말한 손님들, 고기를 먹고 기적의 효능을 체험했다고 주장하는 온라인의 게시글들.

이렇듯 상당한 사람들이 그 효과를 증언하고는 있었지만 섣불리 확신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잠시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리던 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내일은 가게를 쉬어야만 할 듯했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설하는 언제나 아침에 약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어릴 때는 오전 내내 꿈속을 헤매는 듯한 감각과 함께 몽롱함에 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잠에서 깨어난다는 행위는 여전히 자연스럽다기보다는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었다.

친구들은 그런 설하를 잠꾸러기 공주님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달랐다.

설하는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한 기분과 명료한 정신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설하는 따스하고 내리쬐는 아침 햇살을 느꼈다. 창문 너머로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푸른 빛이 감도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이토록 상쾌한 감각과 기분 좋은 고양감이라니.

미지의 온기를 느끼며 설하는 두 팔로 몸을 소중히 감쌌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설하의 얼굴에서 미소가 번져나갔다.

침대 밖으로 나온 설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이른 아침 특유의 맑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쉬었다. 한밤의 차가운 공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

설하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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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약선 21.09.11 145 5 14쪽
13 실험(3) 21.09.06 159 5 12쪽
12 실험(2) 21.09.01 185 4 12쪽
11 실험(1) 21.08.30 205 3 12쪽
» 기적의 고기(3) 21.08.27 224 6 12쪽
9 기적의 고기(2) 21.08.24 258 3 12쪽
8 기적의 고기(1) 21.08.21 278 3 11쪽
7 놀라운 효능(2) 21.08.18 302 5 11쪽
6 놀라운 효능(1) 21.08.16 338 5 11쪽
5 S급 돼지고기 구이(2) 21.08.14 375 4 12쪽
4 S급 돼지고기 구이(1) 21.08.13 445 4 12쪽
3 슈퍼 파워 21.08.12 557 6 12쪽
2 Rebirth 21.08.11 666 7 12쪽
1 태양의 꿈 +1 21.08.10 95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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