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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man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재벌맨 해모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경락
작품등록일 :
2021.08.09 23:40
최근연재일 :
2021.09.11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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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수 :
74,377

작성
21.08.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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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태양의 꿈

DUMMY

A mermaid found a swimming lad,

(인어가 헤엄치는 젊은이를 발견하고,)

Picked him for her own,

(그를 자기 것으로 골라잡아,)

Pressed her body to his body,

(그의 몸을 바싹 껴안는다.)

Laughed; and plunging down

(그러고는 웃으며 물속에 뛰어들 때)

Forgot in cruel happiness

(잔인한 행복감 속에서 잊어버린다.)

That even lovers drown.

(연인들도 익사한다는 것을.)


-W. B. 예이츠, ‘A Man Young And Old III: The Mermaid’-




-세상을 구해.-


목소리는 속삭인다.

희미한 빛과 어둠의 메아리.

목소리는 사라진다.

빛과 어둠의 중심으로.



그는 꿈을 꾼다.

그는 창공을 가르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아니, 꿈이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창공의 바다를 유영하며 그는 황금빛으로 빛난다.

망토의 펄럭임과 함께, 세찬 바람의 노랫소리와 함께 그는 높이 날아오른다.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며 그는 즐겁게 웃는다.

등 뒤에서 물결치듯 휘날리는 새하얀 망토, 피부와도 같이 몸에 깔끔하게 달라붙어 있는 황금의 옷.

초인은 허공에서 춤추고 또 춤춘다.

그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

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을 지녔으며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위대한 존재.

그는 슈퍼히어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는 상승을 거듭하며 웃고 또 웃는다.

그의 이름은...



김철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한 꿈의 잔향과 미약한 두통을 느끼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또 그 이상한 꿈이었다. 철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주물렀다.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가 되어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 이상한 꿈.

철수는 피식 웃었다. 내년이면 벌써 나이가 30살이 되는데 아직도 그런 어린애 같은 꿈을 꾸다니.

어쩌면 그의 정신은 아직 어른임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후우...”


어느새 세면을 끝마치고 옷을 갖춰 입은 철수는 가게 문을 열 준비를 시작했다.

가뜩이나 장사가 잘되지 않아 심란한 요즘이었는데 이제는 이상한 꿈이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철수는 제각각의 마음과 제각각의 생각을 품고 어딘가를 바쁘게 걸어가는 행인들을 바라보았다. 가게 앞을 계속해서 지나가는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며 철수는 오늘은 손님들이 과연 얼마나 올까 고민했다.

한돈나라.

이런 가게 이름에 걸맞게 철수는 국산 돼지고기를 주력으로 파는 고깃집을 4년째 운영하고 있었다.

한돈나라는 원래 철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겨준 1층짜리 건물이었다.

번화가에 위치해 있지도 않고 겨우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방 하나가 붙어있을 뿐인 어중간한 크기의 1층짜리 건물을 임대하겠다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기에 결국 철수는 직접 고깃집을 차려서 먹고 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웠다.

그나마 본인 소유 건물이라 임대료는 나갈 일이 없어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이 대한민구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하디흔한 고깃집 경쟁에서 철수는 점차 패배하고 있었다.

문득 저번 달 매상을 생각하자니 철수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철수는 답답한 심정을, 그리고 그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된 정체불명의 두통을 억지로 억누르면서 가게 청소를 했다.

재료 손질이나 준비는 이미 전날 새벽에 끝낸 뒤였다.

가게 이름은 한돈나라였지만 정작 실제 국내산 돼지고기는 얼마 없었고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들이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간신히 적자만을 면하는 철수의 가게 수입 사정으로는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는 국내산 돼지고기를 대량으로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이미 철수는 고민 끝에 메뉴판에서 국내산 돼지고기를 빼버리기로 마음먹은 상황이었다.


“이러다 가게 이름도 바꿔야겠네.”


철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가게 안에 종업원은 없었다. 있는 사람이라고는 사장이자 주방장이자 종업원인 김철수 오직 한 명뿐이었다.

곁들임 야채나 마늘, 김치 같은 건 대량으로 사서 셀프서비스로 제공했고 반찬은 겨우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몇 개 되지도 않았기에 반찬 가게에 사와 준비해둔 상태였다.

된장찌개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고깃집 된장찌개 레시피를 알아내 직접 대용량으로 만들어 끓여 준비해놓았다.

물론 처음에는 가게 일 도와줄 아주머니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했었다. 그러나 임대료가 없음에도 인건비만으로 적자가 생길 상황이 되자 얼른 철수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기로 방침을 바꿨고 그렇게 철수 나 홀로 고깃집을 운영하는 것이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었다. 단순히 싸고 맛있는, 아니 솔직히 맛있는지도 모르겠는 철수의 평범한 돼지고기구이 장사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에 뒤처져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하아...”


철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할 일 없이 스마트폰을 뒤적이던 것도 이제는 질릴 지경이었다.

단순히 삼겹살, 목살, 그리고 돼지갈비 이 세 가지 메뉴만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듯했다.

그렇지만 이제 뭘 어떻게 해야 되지?

더 이상 가격을 낮출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전문 요리사도 아닌 철수가 대박 맛집 히트 메뉴를 개발해낼 수도 없었다. 이미 이전부터 계속해서 시도는 하고 있었지만 미각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철수가 맛보기에도 영 아닌 것들만이 나올 뿐이었다.

철수는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원래는 다른 고깃집들과 엇비슷하게 오후 5시부터 문을 열던 한돈나라였지만 어떻게든 매상을 올리기 위해 작년부터 오픈 시간을 오전 11시 30분으로 앞당겨 철수가 직접 구운 고기와 밥, 된장찌개가 함께 나오는 점심 특선 메뉴를 제공하고 있었다.


“12시 40분인가...”


철수는 두통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보통은 손님이 한 명이라도 오기 마련이었는데 귀중한 점심시간이 끝나감에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리 이 가게가 1층짜리의 작은 건물에 상가에서 좀 벗어난 변두리 쪽에 있다고는 해도 이렇게 절망적으로 손님이 없다니.

요즘 혼밥이 유행이라더니 그것도 다 헛소리인 모양이었다.

철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주물렀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두통이 가시지 않고 점차 강렬해지고 있었다.

더구나 이 알 수 없는 가슴의 답답함,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속삭임.

철수는 피로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순간 환상과도 같은 황금빛 광채가 번쩍이며 시야를 채웠다.


“뭐지?”


철수는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처럼 눈앞에서 번쩍 나타난 황금빛의 광채에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가게 안은 오직 적막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내가 헛것이라도 봤나...”


그리고 다시 강렬한 두통이 철수를 덮쳐왔다. 마치 뜨거운 열기가 그의 전신을 두들기는 것 같은 그 감각에 철수는 이를 악물었다.


-철수.-


환청과도 같은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불길한 그 속삭임은 자신의 이름을 연신 반복하고 있었다.


-김철수.-


철수는 주먹을 꽉 쥐며 진통제라도 먹기 위해 계산대 아래 서랍을 뒤졌다. 오늘따라 유독 몸 상태가 이상했다.

물론 가게 사정이 안 좋아서 스트레스 심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환각과 환청이 나타나다니.

병원이라도 가볼까 고민하던 철수는 고개를 내저으며 두통약을 꺼냈다.

어제 가게 문을 닫고 혼자서 소주 1병을 마신 후유증이 틀림없다.

그래, 난 아무런 문제가 없어.

철수는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앞으로 술을 줄이리라 마음먹었다.

순간 너무나 미약한, 가녀린 음색의 목소리가 철수의 곁에서 터져 나왔다.


-해모수.-


그녀는 옛 친구의 이름을 조용히 속삭였다. 그 속삭임은 메아리처럼 허공을 맴돌았으나 너무나 작고 힘없는 목소리였기에 철수는 물론, 그 누구도 들을 수가 없었다.

오직 위대한 우주만이 그 목소리의 울림을, 에너지의 파동을 인식했을 뿐.


-해모수.-


철수는 두통약을 집어삼켰다. 그에게는 다행히도 오후 1시가 되기 직전 손님 하나가 막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철수는 힘찬 목소리로 손님을 반겼다.



어느새 시간은 새벽 1시가 되었고 정말 늦게까지 고기와 술을 즐기던 손님들이 술자리를 끝내면서 철수는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했다.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오늘 찾아온 손님들의 수는 역시나 절망적으로 저조했다. 어제처럼 오늘 매상은 엉망이었고 아마 내일 매상도 오늘과 비슷할 것이라는 우울한 생각을 하자 피로함이 한층 더 강해졌다.

철수는 가게를 정리하면서 역시나 이 건물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이라는 사실에 큰 애착을 느꼈고 또 어차피 내놓아도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계속 가지고 있었던 철수였다.

그런데 요새 이 근처에 재개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잘만 하면 꽤 좋은 가격을 받고 팔아치워 상당한 거액을 손에 쥘 수도 있을지 몰랐다.


“흐음, 만약 그렇다면...”


철수는 청소하던 걸 멈추고 잠시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4년의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철수의 고깃집.

어쩌면 이제는 이곳을 떠나고 새롭게 출발을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몰랐다.


“그 이상한 꿈도 말이지...”


철수는 피식 웃었다. 슈퍼맨 같은 옷을 입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상한 그 꿈.

이 가게를 떠나 새 출발을 하라는 무의식의 발로일지도 몰랐다.


“크윽!”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가볍게 생각해보던 철수는 다시금 머리를 뒤흔드는 두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철수의 머릿속을 뒤흔드는 듯한 충격이었다. 철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 두통을 참아냈다.

철수는 날이 밝는 대로 병원을 찾아가리 마음먹으며 가게 문을 잠그려고 했다.

그때 철수는 문 앞길 건너편에서 한 남자와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전봇대 아래 20대로 보이는 두 남녀가 서로 끌어안은 듯한 모습에 철수는 좋을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철수가 생각한 것과 달리 커플 간의 달콤하고 흐뭇한 상황이 아님을 알려주는 거친 고함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라도 남자는 만취해 붉게 물든 얼굴로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강압적으로 마구 흔들어댔다. 고함을 지른 것은 처음뿐이었고 그 이후로는 끝없는 분노와 증오에 지배당한 것처럼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여자는 어떻게든 남자의 폭력적인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명과 함께 어떻게든 저항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금세 길바닥에 쓰러졌다.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철수는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119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러나 철수의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나가있었다.

철수가 황급히 어두워진 가게 안에서 가게 전화를 찾으려고 할 때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야! 야! 어디 가? 야!”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어두운 밤거리에서 연신 터져 나왔다. 그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와 함께 남자는 쓰러진 여자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다.

여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하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분노와 광기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여자에게 화가 난 원래의 이유마저 잊은 채 남자는 그저 분노하고 또 분노하며 폭력을 휘두를 뿐이었다.


“젠장!”


철수는 잠시 고민했지만 얼른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여자가 두들겨 맞는 저 광경을 그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작가의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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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실험(3) 21.09.06 159 5 12쪽
12 실험(2) 21.09.01 184 4 12쪽
11 실험(1) 21.08.30 20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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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적의 고기(1) 21.08.21 278 3 11쪽
7 놀라운 효능(2) 21.08.18 301 5 11쪽
6 놀라운 효능(1) 21.08.16 338 5 11쪽
5 S급 돼지고기 구이(2) 21.08.14 374 4 12쪽
4 S급 돼지고기 구이(1) 21.08.13 444 4 12쪽
3 슈퍼 파워 21.08.12 556 6 12쪽
2 Rebirth 21.08.11 665 7 12쪽
» 태양의 꿈 +1 21.08.10 95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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