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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man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재벌맨 해모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경락
작품등록일 :
2021.08.09 23:40
최근연재일 :
2021.09.11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086
추천수 :
69
글자수 :
74,377

작성
21.08.12 16:00
조회
556
추천
6
글자
12쪽

슈퍼 파워

DUMMY

‘친구라고?’


철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미약한 두통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어렸을 적에 같이 놀던 친한 친구가 있었다.

자신이 한때 슈퍼히어로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평범하게 살아갔던 것처럼 그 친구의 얼굴도 이름도, 그리고 정체도 떠올릴 수 없었지만 철수는 분명 어린 시절에 친구와 함께 매일 같이 재밌게 놀고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어느 날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어린 철수의 순진한 소원을 정말로 들어주었다.

놀라운 초능력을 가진 신기하고 이상한 친구.

그러나 그 친구는...


‘크윽’


소리 없는 우주에서 철수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음이 머릿속을 파고든다고 느꼈다. 그러한 고통을 참아내며 어떻게든 억지로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기억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철수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더라도 친구는 노이즈에 휩싸인 이미지로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과거 슈퍼히어로로서 활약한 나날들의 기억 또한 까맣게 잊혀진 상태였다.

혼란스러운 기억, 그리고 잃어버린 옛 시간들.

철수는 문득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리고 슈퍼히어로의 힘을 준 그 친구는 대체 누구였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걸까?

수수께끼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나타나 철수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후우.’


철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지구를 응시했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 같은 데서 보던 영상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순수한 암흑의 공간에 존재하는 푸른 행성.

인류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찬란한 생명의 빛.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던 철수는 그런 지구가 너무나도 작고 연약한 것 같다고 느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느낌의 창백한 푸른빛의 구슬.

뒤로 천천히 물러나면서 철수는 한쪽 눈을 감고 점점 작아지는 지구를 향해 오른손을 뻗어보았다.

손쉽게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있을 것처럼 지구는 너무나 작았다.

그의 손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지구는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였다.

그리고 철수는 선명하게 불타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다이아몬드 광채와 같은 태양빛이 그의 몸을 비추었다.

전능하고 자비로운 태양이시여.

철수는 홀린 듯 태양을 항해 날아갔다.

생명과 죽음을 주관하는 태양계의 지배자.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빛을 주지만 감히 눈으로 직접 쳐다볼 수 없으며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는 진정한 신.

철수, 아니 해모수는 태양의 표면을 걷고 있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감각. 힘으로 충만해지는 기이한 감각.

그의 가슴에 새겨진 ‘해’자 모양의 상징 문양이 붉은빛으로 찬란히 빛났다.

순수한 태양빛은 그의 정신과 육체를 불태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축복하듯이 감싸줄 뿐.

해모수는 태양의 품에서 춤을 춘다.

그는 태양과 함께 춤을 춘다.


인류의 보금자리로 되돌아온 철수의 발밑으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섬이 존재했다.

본래는 많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던 섬이었지만 인구 소멸과 지역 통폐합으로 인해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쓸쓸한 무인도였다.


“완벽하군.”


그리고 자신의 초능력을 시험하기로 마음먹은 철수에게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육지와도 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외딴 무인도는 해모수의 힘을 마음껏 발휘해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철수는 천천히 하강해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작은 해변에 내려앉았다.

놀기 좋은 모래사장이라기보다는 자갈로 반쯤 뒤덮인 비좁은 해변이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자욱한 안개가 낀 것처럼 여전히 과거의 기억이 흐릿한 철수는 해모수의 초능력을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철수는 슈퍼맨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해모수로 다시 각성한 이후 과거를 억지로 떠올리려 할 때마다 그의 머릿속은 항상 노이즈로 지직대는 것만 같았지만 몇몇 기억의 파편은 선명히 남아있었다.

분명 철수는 어릴 적 초능력 친구, 이제는 정말로 존재했는지 아니면 그가 만들어낸 상상의 친구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그 친구에게 슈퍼맨 같은 슈퍼히어로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초능력은 슈퍼맨과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먼저 비행 능력.

이건 아주 간단하게 입증되었다.

단독으로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까지 비행했으니.

다음으로 슈퍼 청각.

철수는 한동안 눈을 감고 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들리는 것이라고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뿐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전 세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슈퍼 청각은 없음이라.

그렇다면 눈에서 빔을 뿜어내는 초열 시야(Heat Vision)와 투시 능력(X-Ray Vision)도 없는 것일까?

철수는 버려진 선착장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노려보듯 눈에 힘을 팍 주었다.


‘아니, 이렇게 의식하고 억지로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더 자연스러워야만 해. 숨을 들이 내쉬고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서 힘을 끌어내야만 해.’


마음을 고쳐먹은 철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떴다.

어둠이 깃든 철수의 검은 눈동자가 선착장을 똑바로 응시했다.

철수가 눈에서 광선을 발사하는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그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붉은 불꽃에 휩싸여 타오르는 철수의 눈은 곧장 태양의 힘이 집약된 두 줄기의 진홍빛 광선을 뿜어냈다.

그 붉은 광선이 선착장의 중심부에 적중한 순간 타오르는 열기와 섬광이 번쩍이며 콘크리트와 돌로 쌓아 만들어진 선착장 구조물은 순식간에 녹아내려 허리가 뚝 끊겼다.


“됐어!”


자신에게 초열 시야 능력이 있음을 확인한 철수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라 광선으로 파괴한 선착장을 둘러보았다.

애초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초능력 역시 결국에는 철수의 육체 일부였기에 마음속으로 눈에서 광선을 발사한다는 이미지를, 생각을 떠올리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물론 어느 정도는 까다로웠고 또 약간의 집중이 필요했지만 본질적으로 근육을 단련하고 움직이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눈에서 발사하는 광선의 위력을 좀 더 실험해보기로 한 철수는 광선의 사거리와 위력의 조절 여부, 최대 방사 범위 등을 실험했고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뱃사람들과 섬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소중하게 여겨졌던 선착장은 문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멋지군.”


철수는 바닷물이 한때 접안시설이 있었던 공간을 집어삼키는 광경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면서도 광선의 위력을 한계치까지 실험 못 한 것을 내심 아쉬워했다.

해모수의 한계까지 힘을 끌어모아 있는 힘껏 집중해 광선을 뿜어낸다면서 어떨지 궁금했지만 사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고 또 이 작은 섬에서 실험하기에는 철수가 생각해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철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그래, 언젠가는.

문득 저 멀리 바다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철수를 세차게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여인의 비명과 같은 불길한 울부짖음과 함께.


그 이후에도 초능력 검증은 순조롭게 계속되었다.

초인적인 스피드.

철수는 10초 만에 섬 전체를 처음에는 수십 번을, 그리고 능력에 요령이 붙자 무려 수백 번을 초고속으로 일주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러고도 전혀 숨이 차거나 하지 않았다.

사실 다시 해모수로 각성하고 나서부터 철수는 마치 무한한 체력을 지닌 것처럼 전신에서 힘이 넘쳐흐르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냉동 숨결(Freeze Breath).

철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무언가를 냉각시킨다는 이미지와 함께 내뱉었다.

그러자 철수의 입에서 새하얀 숨결이 뿜어져 나왔고 그 치명적인 숨결에 닿은 목표물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따뜻한 5월의 날씨임에도 반짝이는 얼음 파편과 함께 거울처럼 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빙판이 섬 곳곳에 펼쳐졌고 해안 쪽에는 바닷물이 얼어붙으면서 생긴 유빙(流氷)이 떠다녔다.

투시 능력.

처음에 철수는 슈퍼 청각처럼 해모수에는 없는 초능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능력을 발동시키기가 많이 까다로웠을 뿐이었지 분명 존재했다.

다만 정확히 5분 동안 끊임없이 투시를 생각하며 투시하고자 하는 특정한 장소를 집중해 노려봐야지만 투시가 가능했는데 당연히 전투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못 써먹을 능력이었다.

왜 투시 능력에만 이런 이상한 제약이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능력이 상시 발동되었다면 오히려 일상 생활하기 불편하고 자칫 제어하기도 힘든 초능력이었기에 철수는 내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초인적인 힘.

철수는 처음에는 산에 있는 적당히 큰 바위 하나를 골랐다.

그러나 너무나 손쉬웠고 가벼웠기에 곧바로 자동차만한 크기의 바윗덩어리를 찾아내 번쩍 들어 올렸다.

이번에도 아무렇지가 않았다. 전혀 무겁거나 힘들거나 하지 않았고 오히려 볼펜을 집어 옮기는 것보다 더 가볍고 손쉬웠다.

산 전체가 뒤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오랫동안 묵묵히 이 땅에 존재하던 거대한 암석들이 여기저기서 무참히 뽑혀 나가고 내던져졌다.

커다란 바윗덩어리들을 공깃돌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두 손으로 공중에서 이리저리 옮기던 철수는 주먹을 휘둘러 바윗덩어리 하나를 박살 내고는 다른 하나는 힘껏 하늘로 내던졌다.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곧장 아래로 떨어진 바윗덩어리는 철수의 머리에 그대로 부딪치면서 강렬한 폭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무수한 돌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질 때 하늘에서 떨어진 바윗덩어리를 머리로 받아냈음에도 충격을 받기는커녕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철수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가볍게 털었다.


“하하하!”


철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지금의 실험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자신이 지닌 초인적인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구나 초인적인 내구력의 수준까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분명 총알 정도는 우습게 튕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하긴 태양의 표면에서도 멀쩡했던 몸이니.’


무엇이든 가능한 초월적 힘.

나는 정의의 슈퍼히어로 해모수.

철수는 단숨에 하늘로 도약해 은백색으로 빛나는 망토를 휘날리며 날아올랐다.

두 주먹을 앞으로 쭉 뻗은 채 황금빛 광채를 번쩍이며 하늘 높이 비행하던 슈퍼히어로 해모수는 문득 의문을 느꼈다.

여전히 기억은 희미했지만 분명 자신은 지구를 몇 번이나 구하고 경이롭고 환상적인 모험들을 펼치며 맹활약한 슈퍼히어로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천상에서 추방당한 천사처럼 그 모든 기억과 능력을 잃은 채 한낱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역시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완전하나마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정체성과 힘을 되찾아 이 세상에 다시 귀환했다.

철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흐릿한 기억의 파편들과 함께 두통이 느껴졌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철수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태양신 해모수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드넓은 창공을 향해 비상했다.

무엇보다 지금 그의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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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약선 21.09.11 145 5 14쪽
13 실험(3) 21.09.06 159 5 12쪽
12 실험(2) 21.09.01 18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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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놀라운 효능(2) 21.08.18 301 5 11쪽
6 놀라운 효능(1) 21.08.16 338 5 11쪽
5 S급 돼지고기 구이(2) 21.08.14 375 4 12쪽
4 S급 돼지고기 구이(1) 21.08.13 445 4 12쪽
» 슈퍼 파워 21.08.12 557 6 12쪽
2 Rebirth 21.08.11 665 7 12쪽
1 태양의 꿈 +1 21.08.10 95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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