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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man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재벌맨 해모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경락
작품등록일 :
2021.08.09 23:40
최근연재일 :
2021.09.11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078
추천수 :
69
글자수 :
74,377

작성
21.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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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적의 고기(1)

DUMMY

“후우...”


철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엉망진창인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오후 2시가 지나서야 가게 밖의 줄도 사라지고 끊임없이 몰려들던 손님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2시 30분이 되어서야 간신히 가게 안에 평온이 찾아온 상태였다.


“엉망진창이군.”


카운터 바깥에 서 있던 철수의 몸에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라졌고 곧 가게 안 여기저기서 번쩍 터져 나오는 황금빛 광채와 함께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초인적인 스피드로 단숨에 가게 안을 말끔히 정돈하고 쌓여있던 그릇들과 사용한 불판들, 컵과 수저들을 깨끗하게 설거지한 철수는 한 손을 가볍게 털어내며 빈 좌석에 앉았다.


“준비했던 식재료가 아슬아슬하게 남았는데. 이건 정말 예상 밖인걸.”


철수는 자신이 너무 안일하고 순진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저녁에 몰려든 손님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봤으면서도 단순히 고깃집이니 저녁에 손님들이 많이 몰릴 것이다, 초대박이 터졌다고 좋아하면서도 멧돼지 고기 6마리면 하루 치 식재료로 충분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니.

철수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2시 35분.

급한 데로 가게 문을 닫고 멧돼지 고기를 추가적으로 조달해야만 했다.

한돈나라의 점심시간 영업은 3시 30분까지였지만 어차피 가게 운영은 사장 마음대로였기에 탄력적 운영과 시간 조정은 충분히 가능했다.


‘멧돼지를 몇 마리나 잡아야 하는 걸까.’


점심 영업이 이렇게 폭발적이라면 고깃집이 본격적으로 고기를 파는 저녁 시간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오게 될지 짐작도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야채류도 보충해야겠군. 멧돼지 사냥 전에 농산물센터부터 들러야겠어.’


철수가 막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경쾌함 전자음과 함께 가게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


정중히 인사를 건네려던 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할 말을 잃었다.

차갑고 이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젊은 여성이었다.

조금 비현실적일 정도로 눈부신 미녀.

그는 입구를 지나 당당히 발걸음을 내딛는 그 여성이 마치 얼음으로 조각한 장미와도 같다고 느꼈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그녀의 얼굴은 갸름하고 날렵했다. 코는 높고 반듯했으며 살짝 도톰한 붉은 입술은 강렬히 빛나는 것처럼 같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었다. 안경렌즈 너머의 검은 눈동자는 무엇이든 꿰뚫어 볼 것만 같은 묘한 서늘함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의 금속테 안경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안경을 쓰고 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눈꼬리 주변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이국적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어깨에 날개 모양의 프릴이 달린 검은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여성은 텅 빈 가게 안을 잠시 둘러보더니 아직도 할 말을 잃은 채 굳어있는 철수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만 혹시 영업이 끝나신 건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실로 차분하고 선명했으나 동시에 알 수 없는 이질적 느낌을 주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 철수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그는 흑진주처럼 새까만 그녀의 눈동자에서 언뜻 검푸른 빛이 감도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깊고 순수한 바다의 색채가 그녀의 눈빛에서 비치는 듯한 착시가 느껴졌다.


“아, 아닙니다. 점심시간 끝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편하게 주문해주시면 됩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차가운 아름다움이 맺힌 옅은 미소.

그녀는 목에 걸고 있는 신비롭게 형상화된 봉황 문양이 새겨진 비취옥 목걸이를 매만지며 가장 깨끗해 보이는 빈 좌석으로 걸어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을 찰랑이며 자리에 앉은 그녀는 메뉴판을 펼쳤고 철수는 그 동작이 아주 우아하다고 느꼈다.

그래, 그녀는 아름다워.

차갑고 무자비한 여신처럼.

철수는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문득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설하는 메뉴판을 빠르게 살펴본 후 말했다.


“사장님, 여기 점심 돼지고기 정식 하나랑...그리고 혹시 모듬 구이 세트 1인분만 주문이 가능할까요?”


보통 고깃집은 혼자 먹으러 오는 1인 손님과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고기를 1인분만 주문하는 걸 싫어했다.

설하로서는 다행히도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청년 사장은 순순히 그녀의 주문을 받아주었다.


“괜찮습니다. 손님이 원하시는 거라면 마땅히 해드려야죠.”


청년 사장의 부드러운 목소리. 설하는 그 사장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동자가 참 맑다고 느꼈다.

설하는 싱긋 웃었다.

자, 이제 더욱 까다로운 다음 단계로 가야만 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돼지구이 정식 하나에 모듬 구이 세트 1인분. 아, 그리고 혹시 유튜브 촬영이 가능할까요?”


그녀의 말에 탄탄하고 건장한 체격의 청년 사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불쾌해하거나 화가 났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어...촬영이요?”


“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작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식당과 음식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형식의 영상을 올리고 있는 채널이에요. 물론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게 아니라 일단 촬영 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인데 괜찮을까요? 혹시 유튜버 촬영 금지이신가요?”


청년 사장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튜버의 방문과 촬영 부탁이 처음인 모양이다.


“음, 너무 부담 가지실 것 없어요. 이건 그냥 제가 취미로 하는 거라서요. 일부 악질적 유튜버들처럼 홍보비나 무료로 식사 제공 같은 요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유명한 유튜버도 아니에요. 구독자 1000명에 유튜브 동영상 평균 조회수도 2000회 내외 정도인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제대로 된 유튜버라고 하기도 민망한 정도죠. ‘월궁설하’라는 유튜브 채널인데 한 번 검색하셔서 확인해보시면 제 말이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아, 설하는 제 이름이에요. 외자 이름이죠, 후훗.”


“아, 네. 제 이름은 김철수입니다.”


청년 사장, 김철수는 설하에게 허둥지둥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유튜브라.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유명해져 이제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고 방송국마저 위협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몇몇 유명한 유튜버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와 인기에 아예 억대 수입을 올릴 정도라지 아마?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가게에 유튜버가 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철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 유튜버라니.

설하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철수를 똑바로 직시하며 말했다.


“김철수...멋진 이름이네요. 평범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어요.”


차갑고 이지적 아름다움을 뛰어넘어 일견 무기질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설하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철수는 결국 그녀의 부탁을 허락했다.


“알겠습니다, 설하 씨. 유튜브 촬영을 해도 괜찮습니다. 그럼 주문한 음식을 가져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생각해보니 그렇게 곤란하거나 큰일도 아니었다.

일부 악질적 유튜버들이었다면 홍보를 해주겠으니 공짜 식사나 금전적 대가 같은 무리한 요구를 했겠지만 그의 가게에 방문한 설하는 아주 올곧고 정직해 보였다.

거기다 그녀는 단순히 그녀만의 취미 생활을 위해 음식 리뷰 영상을 찍고 싶다고 차분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자신은 그녀의 앞에서 일순간 망설이고 혼란스러움을 느낀 걸까?

문득 철수는, 슈퍼히어로 해모수는 깨달았다.

그저 설하의 아름다움에 아주 잠깐 정신이 흔들렸다는 사실을.



설하.

한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으로 현재 23세인 그녀는 홍콩에 거주하는 부모님의 일을 돕기 위해 잠시 휴학했다가 3개월 전에 귀국한 상태며 내년에 복학 예정이었다.

그리고 복학까지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 동안 설하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밀린 책들 읽기, 혼자만의 여행, 좋아하는 영화 보기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집 탐방하기.

전 세계의 모든 음식을 접할 수 있고 화려한 광동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던 그녀였다.

안타깝게도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설하 자신의 요리 솜씨는 그렇게 좋지 않았고 그녀 역시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한계를 실감한 탓에 비슷한 분야인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다.

그럼에도 요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여전했기에 설하는 대학교 다닐 때도 틈틈이 맛집을 찾아다녔고 이번에 시간이 상당히 여유로워진 김에 유튜브에 작게나마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원래는 블로그에 일기 형식으로 쓰려고 했던 설하였지만 아무래도 유튜브가 더 생생하게 와닿기 마련이었고 지금 홍콩에 계시는 그녀의 부모님도 사랑하는 딸이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아하셨다.

설하는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빠르게 눈으로 훑어보고는 스마트폰으로 세심히 촬영했다.

밥, 된장찌개가 함께 나오는 점심 특선 메뉴인 돼지고기 정식은 맛있게 잘 구워진 삼겹살과 목살이 반반 섞여 있었고 초벌구이 상태로 나온 모듬 구이 세트는 눈대중으로 보니 전지(앞다리)와 후지(뒷다리), 등심, 안심, 갈매기살과 항정살, 사태살, 엉덩이살 등등 여러 부위들이 섞여서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일괄적으로 1인분에 200g이라니...’


메뉴판을 처음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놀랍게도 이 고깃집은 어떤 메뉴든 1인분에 200g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른 고깃집이 보통 1인분에 150g을 준다는 걸 생각하면 진짜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심지어 1인분 가격은 국내산 돼지고기임에도 무려 1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주문할 때만 해도 내심 고기양을 눈속임으로 줄이는 건 아닌가 염려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테이블 위에 주문한 고기들이 온 걸 보니 설하의 우려는 한낱 기우였다.

물론 정확히 따지자면 무게를 달아봐야겠지만 명색이 식품영양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설하가 보기에 이건 절대 고기양을 적게 속여서 가져온 게 아니었다.

오히려 메뉴판을 보고 주문할 때 막연히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더 푸짐한 양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보통 혼자서 고기 3인분은 먹을 수 있으니 200g 2인분이라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설하는 낭패감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혹시 고기가 많이 남으면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나요?”


“아,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포장 용기는 없는데 괜찮으실까요?”


철수의 그 말에 설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환히 웃었다.

이제 안심하고 음식을 맛있게 즐길 시간이었다.


‘좋아, 이게 바로 그 기적의 고기란 말이지?’


설하는 자신이 음식을 먹는 모습이 최대한 잘 찍힐 수 있는 위치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수저를 집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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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놀라운 효능(1) 21.08.16 338 5 11쪽
5 S급 돼지고기 구이(2) 21.08.14 374 4 12쪽
4 S급 돼지고기 구이(1) 21.08.13 444 4 12쪽
3 슈퍼 파워 21.08.12 556 6 12쪽
2 Rebirth 21.08.11 66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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