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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man 님의 서재입니다.

슈퍼 재벌맨 해모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경락
작품등록일 :
2021.08.09 23:40
최근연재일 :
2021.09.11 20: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083
추천수 :
69
글자수 :
74,377

작성
21.08.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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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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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S급 돼지고기 구이(1)

DUMMY

“뭐야 이게?”


철수는 컴퓨터 모니터를 황당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초능력 검증 실험을 무사히 끝마치고 고깃집 겸 집인 자신의 보금자리로 되돌아온 철수는 문득 인터넷 검색을 통해 흐릿하고 희미한 기억들을 구체적으로 일깨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철수가 컴퓨터 앞에 앉은 순간 놀랍게도 어렸을 때 초능력 친구와 이런저런 모험을 했던 기억들이 불명확하나마 즉각적으로 떠올랐다.

20년 전 자신을 슈퍼히어로 해모수로 만들어준 그 초능력 친구와 함께 철수는 세계 곳곳으로 모험을 떠났다. 심해와 지하, 심지어 우주에서까지 놀랍고 흥미진진한 대모험을 하며 맹활약했고 몇 번이나 지구를 구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실들이, 슈퍼히어로 해모수와 여전히 그 정체를 알 수 없고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초능력 친구의 이야기가 신문기사든 사진이든 구체적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그런 확신과 함께 철수는 기쁜 마음으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대체...대체 왜 아무런 정보도 없는 거지?”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 속 인물.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아버지

천신 또는 천신의 아들이며 동시에 태양신.

그 외에는 잡다한 회사나 블로그, 홈페이지 등등이 나올 뿐 슈퍼히어로 태양신 해모수에 대한 정보나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철수는 일그러진 얼굴로 네이버든 구글이든 계속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나 슈퍼히어로 태양신 해모수에 대한 정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언제나 함께 대모험을 했던 수수께끼의 초능력 친구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철수는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두통이 다시 한번 더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믿을 수 없어.

철수는 이를 악물었다.

해저 대모험.

검색 결과 그러한 일은 현실에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해모수는 초능력 친구와 함께 깊은 심해에서 지구 정복을 꿈꾸던 아틀란티스 제국의 음모를 막아내고 해저인들에게 납치당한 사람들을 구출했다.

여전히 구체적 기억은 불분명했지만 정말로 있었던 일이었다. 어딘가에 반드시 기록됐을 대사건이었다.

지하 왕국 대결전.

자신들을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염라국이라 주장하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혼란에 빠뜨린 지하 왕국의 군대를 물리치고 스스로를 염라대왕이라고 자칭한 악당 왕마귀를 혼내주어 지저 세계로 쫓아냈다.

슈퍼히어로 해모수와 초능력 친구는 그렇게 또 한 번 지구를 구했다. 그러나 인터넷 어디에도 그러한 사실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마치 세상 사람들 전부가 까맣게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달나라 표류기.

로봇 제국 대결전.

아마존 정글 대탐험.

철수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그는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좋았던 옛날의 모험들을 검색창에 필사적으로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꼼꼼히 뒤졌다.

몇 번이고 지구를, 인류를 구한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빛나는 업적과 발자취를 찾기 위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20년 동안 한낱 인간의 몸에 갇혀 살아왔다.

그리고 철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를 원했다. 세상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자신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며 귀환을 기다려줬기를 바랐다.

아니,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을 감춘 탓에 인류의 기억에서 잊혀졌더라도 최소한 슈퍼히어로 해모수가 남긴 위대한 업적과 모험만큼은 영원토록 남아있기를 철수는 간절히 소망했다.


얼음별 대전쟁, 검색 결과: 0


“젠장!”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철수의 두 눈이 붉게 번뜩이더니 빛이 번쩍였다. 강대한 태양의 에너지가 집약된 그 빛에 꿰뚫린 컴퓨터 모니터는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대체...대체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형형히 뿜어져 나오던 붉은 안광이 사그라들었고 철수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막막함이 전신을 엄습해왔다.

슈퍼히어로로 활약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힘과 기억을 잃고 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나약한 인간의 육체에 유폐돼 있었다.

그리고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부활했다.

그에게 태양신 해모수의 힘을 준 소중한 초능력 친구는 복잡한 모자이크로 조각나고 지지직거리는 회색 노이즈에 휩싸인 것처럼 도저히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철수는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을 현실에서 깨끗이 지워버린 이 세상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슈퍼히어로 해모수는 몸을 떨었다.


“난 슈퍼히어로 해모수야.”


철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위대한 태양신 해모수. 난 슈퍼맨만큼 강하고 이 세계를 몇 번이나 구해냈어. 하지만...난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마침내 철수는 깨달았다. 만약 이 세상이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만에 하나 뭔가 위험하고 수상한 일을 벌어진 거라면 행동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신나게 날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철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오랜 시간 끝에 다시금 각성하고 막강한 태양신의 힘을 가졌음에도 주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워해야만 하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갑작스럽게 힘과 기억을 잃게 된 것과 20년 전의 일들이 깨끗이 지워진 것에는 뭔가 거대한 음모가 개입되어 있음이 분명했다.

위험을 피하고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 세상을 지키기는 하겠지만 옛날과는 다른 방식으로...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말이지.”


내심 마음이 복잡했던 철수였지만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초월적 힘이라면 이론상 세계도 정복할 수가 있었다.



“뭐, 일단은 장사나 열심히 해야겠지.”


손님 하나 없이 텅 빈 가게 안을 순식간에 청소한 철수는 저녁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해모수로 각성 후 우주까지 날아가고 또 초능력 검증한다고 무인도에서 정신없이 놀았던 탓에 점심 장사 시간을 놓친 철수였다.

아무리 슈퍼히어로라지만 먹고 살려면 본업에 충실해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능력과 기억을 잃고 있었던 것, 슈퍼히어로 해모수의 활약이 모두 잊혀진 이유를 파악하기 전까지 몸을 바싹 낮추고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현 상황에서 철수가 할 수 있는 건 일단 고깃집 장사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모수의 힘으로 진짜 세계 정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철수는 피식 웃으며 냉동되어 있던 냉동 돼지고기를 다듬기 시작했다. 이미 생산 단계에서 굽기 좋게 잘린 채 납품된 삼겹살과 목살 부위들이었지만 냉동고에 보관하면서 한데 뭉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꽤 힘든 작업이지만 지금 철수는 초인적인 힘과 초인적인 스피드로 칼질을 하고 있었다. 물론 칼이나 도마, 주방 작업대가 망가지지 않게 힘을 컨트롤하면서.

그리고 불과 1분 만에 그 많던 냉동 돼지고기의 손질 작업이 끝났다.


“흠, 이왕 이렇게 된 거 고기도 보기 좋게 한 번 바꿔볼까?”


철수의 눈에서 반투명한 진홍빛 광선이 넓게 뿜어져 나오더니 주방 작업대 위에 올려진 냉동 돼지고기를 한 번에 붉게 물들였다.

당연히 히트 비전의 위력을 최대한 약하게 하고 방사 범위를 최대한 넓혔기 때문에 돼지고기가 녹아내리지는 않았다.

그 대신 표면이 적당히 초벌구이가 되어 있었는데 상당히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풍기는 냄새도 아주 괜찮은 것이 식욕을 당기게 했다.

그저 그런 수입산 냉동 돼지고기가 순식간에 적당히 잘 익고 보기에도 멋지고 그럴싸해 보이는 초벌구이로 변신한 것이다.

아마 손님들도 고기 굽는 데 오래 시간 쓸 것 없이 조금만 구우면 금방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초벌구이를 좋아하리라. 그리고 식으면 아주 살짝 히트 비전을 쏴서 다시 먹기 좋게 따뜻하게 해주면 그만이고.

5초 만에 돼지고기 초벌구이들을 하나하나 쟁반에 담고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던 철수는 그제야 해모수로 각성 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 시계를 확인하고 텅 빈 고깃집 안을 내다본 철수는 쟁반 하나를 집어들고 좌석 하나에 앉았다.


“냄새 좋고!”


불판 위에서 금방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삼겹살을 보며 철수는 입맛을 다셨다.

몇 조각으로 잘라 입에 집어넣어 먹어보니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사실 미각이 그리 뛰어나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평소 고기는 구우면 똑같다, 고기는 질보다 양이라고 은근히 생각하던 철수였지만 지금까지 먹어왔던 고기 맛과는 차원이 다른 맛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설마 히트 비전의 힘인가? 히트 비전 덕분에 히트 치겠는데, 하하!”


썰렁한 농담을 하며 순식간에 1인분 분량의 삼겹살을 해치운 철수는 목살을 집어 불판 위에 올렸다.

맡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하고 식욕을 당기게 하는 비정상적으로 강렬한 목살 굽는 냄새가 삼겹살 냄새와 함께 가게 문밖, 길거리까지 퍼져 나갔다.


“좋은 냄새...”


“맛있겠다. 여기 괜찮아 보이는데 들어가 보자.”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고 신기할 정도로 배가 고파지는 그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잘 익은 목살을 한입에 집어 먹기 좋게 자르던 철수는 손님들이 들어오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세요!”


좌석에 앉은 손님들에게 얼른 메뉴판을 가져다 주고 수상하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반찬과 마늘, 야채가 담긴 접시들을 가져다주었다.

좌석에 앉아 메뉴판을 보던 손님들은 고기가 수입산이라는 사실에 잠깐 실망했지만 그래도 가게 안을 지배하는 맛있는 냄새의 유혹이 더 컸기에 삼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철수가 가져온 삼겹살은 이미 적당히 초벌구이가 되어 있었다. 손님 하나는 이미 식은 게 아닌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고기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고기가 담긴 쟁반마저 따스했다.

철수조차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고농도로 압축된 태양빛으로 충만한 히트 비전의 열기는 고기 표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오래가고 있었다.


“초벌구이네? 금방 먹을 수 있겠다.”


“근데 이렇게 빨리 나온 걸 보면 미리 익혀둔 것 같은데. 그런 초벌구이는 육즙이 빠지거나 질겨지거나 하지 않나? 좀 그런데...”


여성 손님 하나가 살짝 불만인 듯 집게로 고기를 뒤적이며 말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4명이 앉은 자리에 고기를 가져다주고 방금 전까지 자신이 고기를 먹던 자리를 치운 철수는 여성 손님의 그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오늘 장사도 망했구나.’


보통 고깃집 초벌구이는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익혀주는 방식이었고 완전히 고기를 굽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주문 후 시간이 조금 걸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철수는 그런 기본적 사실도 모른 채 먹기 편하게 초벌구이한답시고 오늘 냉동고에 있던 고기들을 모두 히트 비전으로 구워버린 것이다.

그리고 철수가 우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쉴 때 손님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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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놀라운 효능(1) 21.08.16 338 5 11쪽
5 S급 돼지고기 구이(2) 21.08.14 375 4 12쪽
» S급 돼지고기 구이(1) 21.08.13 445 4 12쪽
3 슈퍼 파워 21.08.12 556 6 12쪽
2 Rebirth 21.08.11 665 7 12쪽
1 태양의 꿈 +1 21.08.10 95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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