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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66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30 10:13
조회
1,313
추천
27
글자
18쪽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예물이 비싼 물건인 것 같다니 미루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참에 사위 덕분에 비싼 노리개나 하나 가지려나?’


그런데···, 미루는 또 미루대로 기대가 컸다. 두 사람이 동상이몽에 젖어 있을 때, 가죽을 벗겨 본 미루 아버지가 무엇을 보았는지 화들짝 놀랐다.


“아니, 이거 뭐야! 이~이~것은 월광석인데···, 이 귀한 것이 왜 여기서 나오나? 그것도 세 개씩이나!”


“여보, 월광석이 비싼 노리개예요? 세 개나 샀나 봐요. 미루랑 하나씩 나눠 가져도 되겠네. 그래도 하나가 남는데?”


“어? 저거는 오라버니가 책을 볼 때 쓰는 물건인데······. 친구들 결혼할 때도 기념품으로 나누어 줬다고 했어요.”


“뭐야? 정말 이 비싼 걸 친구가 결혼한다고 기념품으로 줬단 말이냐?”


“그게 그렇게 비싼 노리개예요?”


“아니에요. 밤에 책을 볼 때 등불 대신에 비추는 빛나는 것이에요.”


잘 모르니 말이 모두 산으로 간다.


한심하다는 듯이 미루 아버지가 딸을 쳐다보며 월광석을 보여 주었다.


“이것아! 이 월광석이 얼마나 비싼 줄 아느냐? 전에는 귀해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구할 수가 없었고, 최소한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 열 채값이었다. 지금도 아마 못해도 대여섯 채값은 될 게다. 그런데 이런 걸 기념품으로 줘? 그게 말이 되느냐?”


“정말로 그렇게 비싼 거예요? 아이~ 아까워라. 내가 알았으면 말렸을 텐데.”


“어디 이리 줘 봐요. 나도 구경 좀 합시다. 뭐가 그리 비싼지······.”


미루의 어머니가 낚아채서 가죽을 벗기자 아이 주먹만 한 보석에서 달빛 같은 은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온다.


“우와~ 정말 너무 예쁘네요. 가슴에 노리개로 달면 너무 예쁘겠어요.”


“이 사람아! 집 열 채를 가슴에 노리개로 달면 제명에 못 죽어요.”


“오라버니가 뭣 모르고 여기저기에 다 주는데, 제가 가서 관리를 좀 해야겠어요.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자 미루의 아버지가 딸을 훈육(訓育)하듯이 점잖게 타일렀다.


“남자가 하는 일에 네가 너무 나서지 마라.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겠지. 그래도 이거면 너 결혼시키고도 우리 부부가 평생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미루야, 너 혹시 쥬맥에게 우리가 살기 힘들다고 했느냐?”


“그냥 제 위로 오빠, 언니 줄줄이 일곱이나 결혼시켰는데 이번에 저 때문에 두 분이 또 힘드시겠다는 말밖에 안 했어요. 다른 말은 안 했는데······.”


“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나. 친구도 줄 정도면 큰 어려움은 없는 모양이니, 그냥 받고 고맙다고 전해라.


그리고 당신이나 미루도 절대 쥬맥에게 이런 게 있다고 말하면 안 돼. 잘못하면 큰일 나. 도둑이 수도 없이 들 거야. 우리집도 마찬가지고······.”


“네,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이제 혼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니 십 년 묵은 체중이 쑥 내려가는 것 같네요. 이렇게 부자인 줄도 모르고 괜히 우리 쥬서방에게 무리하지 말고 있는 대로 하라고 했네. 아유~ 창피해!”


미루의 어머니 입에서는 벌써 쥬서방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어느 시대나 돈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나 보다.


미루는 엄마의 입에서 ‘우리 쥬서방’이라는 말이 나오자 기분이 좋고, 또 쥬맥이 그렇게 대단한 부자라는 것을 아니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러니 입이 벌어져서 싱글벙글하는데······.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사람의 심리란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미루의 친구들은 다 좋은 나이에 좋은 가문에 시집가서 벌써 아들딸 낳고 떵떵거리며 산다. 그러나 아무리 늦게나마 결혼하는 것이 다행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난하다고 친구들에게 기죽기는 정말 싫었다.


그런데 쥬맥이 그렇게 큰 부자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 * * *


요즘 천인족에는 대족장 산하에 부족장(部族長)을 한 명씩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십만이 넘던 인구가 거인족과의 전쟁으로 거의 삼만이 전사하고 십칠만이 좀 넘는 정도였었다.


그런데 벌써 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또 불안한 가정마다 자식을 더 낳으니,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벌써 이십오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


비율신 대족장 산하에서는 비원견 소족장과 쥬맥 소족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쥬맥은 아직 너무 젊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탕타로 부족장이 그 의견을 강하게 피력(披瀝)했는데······.


그런데 비 소족장은 쥬맥이 천인족을 위해서 많은 공을 세웠고, 앞으로도 큰일을 해야 할 사람이니 쥬맥을 시켜야 한다고 양보(讓步)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쥬맥도 예전에 비 소족장이 차별 없이 잘 대해 주었고 호의를 가지고 많은 협력을 해 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경륜(經綸)이 있는 비 소족장이 먼저 부족장이 되어야 한다며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 결과 비원견 소족장이 부족장으로 추대되었고, 탕타로 부족장은 쥬맥이 그대로 자신의 예하(隸下)에 남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빨리 공적을 쌓아서 대족장이 되고 싶은데, 쥬맥이 싫긴 해도 같은 부족장이 되어 경쟁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아래에 있어야 쥬맥의 공적이 곧 자신의 공적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곳에나 사람이 사는 곳이면 외부와의 전쟁은 전쟁이고 또 내부의 전쟁은 따로 있는 법! 보이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 전쟁 말이다.


추악한 내면을 감춘 위선자들이 항상 곳곳에 널려 있으니······.


비록 천인족이 멸족의 위기를 넘기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권세와 영달(榮達)을 위한 다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전쟁의 틈새에서 정적을 몰래 희생시키려는 시도마저 서슴지 않으니 오죽 하겠는가? 쥬맥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 그 표적이 되어 왔고······.



비원견 부족장이 고맙다고 함께 식사나 하자고 해서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하니, 얼굴을 아는 소족장들이 여러 명 와 있었다.


“어서 오게, 쥬 소족장. 아는 사람을 몇 사람 더 불렀네.”


이제 쥬맥은 아예 쥬씨가 되어버렸다.


“잘하셨습니다. 둘이서만 술잔을 주고받으면 저는 오늘 쓰러집니다.”


“허허허! 엄살은 여전하시군. 좋은 얘기가 떠돌던데 어서 결혼해야지. 자 한 잔 받게.”


“오늘은 부족장님의 영전을 축하드리는 자리인데 제가 먼저 드려야죠.”


“에이~ 누가 먼저 받으면 어떤가?”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비 부족장의 입이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자네가 나보다 공적도 많으니 먼저 부족장이 되어야 하는데 미안하이.”


“원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아버님 같으신 분이 먼저 가셔서 이끌어 주셔야죠. 저는 아직 젊어서 큰일이 생기면 경륜이 부족해서 어렵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가르쳐 주십시오.”


“허허허! 그래도 자네만 한 사람이 드물지. 그런데 식은 곧 올릴 건가?”


“서로 나이가 있으니 천단 전에 식을 올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생각했네. 그런데 장인이 되실 분이 상 부족장이시라고?”


“그렇습니다. 보돈타 대족장 밑에 계십니다.”


“항상 조심하게. 보 대족장이 야심이 커서 비 대족장과 경쟁이 심하다고 들었네. 비 대족장이 자네를 아끼니 좋게 보지 않을 거야.


탕타로 부족장이야 자네를 비하하긴 하지만 자기를 밟고 올라갈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것이고, 자기 부하니까 업적을 챙기려고 할 뿐이지. 그러니 일부러 자네를 해치는 일까지 저지르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보 대족장은 다르네. 누군가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암수라도 가리지 않고 쓸 사람일세. 그러니 조심해야 해.”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어이~ 유 소족장, 치 소족장, 이리 와서 인사나 나누게. 여기는 나와 함께 일했던 쥬 소족장일세. 백호대장으로 더 유명하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비 부족장님과 함께 일하게 된 유상구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예, 반갑습니다. 쥬맥입니다.”


“저는 치수호라고 합니다. 새로 비 부족장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쥬맥입니다. 좋은 분을 모시게 되었네요.”


인사가 끝나자 비 부족장이 두 소족장을 가리키며 쥬맥에게 부탁을 했다.


“앞으로 전쟁터에서 만나면 이 사람들도 좀 잘 살펴 주게.”


“아~ 이를 말씀이십니까?”


“자네들은 이제 든든한 동아줄을 하나씩 챙긴 거야. 한 잔씩 권해 드리게.”


“감사합니다. 제 술 한 잔······.”


“제 술도 한 잔······.”


전부터 아는 소족장들까지 술을 권하니 어느새 얼큰하게 술이 올라왔다.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가 좋으니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간다.


“어이! 여기 주문 좀 받아요.”


그때, 비어 있는 옆자리에 다섯 사람이 술을 마시러 들어와서 점원을 불렀다. 그쪽도 금방 술과 요리가 나와서 몇 잔 술이 돌아가고 있는데, 한 사람이 쥬맥을 가리키며 수군거렸다.


“옆 좌석에 저 머리 붉은 친구가 그 쥬맥이란 놈 아닌가? 그 백호대장.”


“맞네, 그놈이군. 우리 보 대족장이 제일 싫어하는 놈이지.”


“저놈과 자네가 전에 한판 생사결을 벌였다가 혼났다며? 그렇게 세던가?”


한 명이 전에 쥬맥과 생사결(生死決)을 벌였던 무사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머리를 숙여 작게 속삭인다.


“들리니까 말소리를 낮추세요. 그때는 우습게 봤다가 그렇게 됐는데, 이제 제 손에 걸리면 절대 봐주지 않을 겁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이 너무 겁 없이 날뛰고 있습니다.”


“상 부족장 딸하고 혼사 얘기가 오간다던데······. 내 재취(再娶)로나 들일까 했더니 물 건너 갔군. 보 대족장은 큰소리만 쳐 놓고 이게 뭐야.”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억세게 생긴 무사가 그러면서 투덜거렸다. 집안은 부자인지 그래도 차림새는 말쑥했다.


“그러면 오늘 아예 저놈을 병신을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옆에 앉은 좀 마르고 야비하게 생긴 무사가 은근슬쩍 불을 지폈다. 눈이 가늘게 위로 찢어지고 입술이 얄팍한 것이 조금 경박스러워 보였다.


“그럴 재주나 있어?”


“여기 다섯이 다 내공이 3갑자가 넘는 사람들입니다. 안 보이는 데서 합공(合攻)해서 이참에 아예 묻어 버리죠. 보 대족장도 앓던 이빨이 하나 빠졌다고 속시원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러다가 말썽이 나지 않겠어?”


“조용한 곳으로 아무도 모르게 유인을 해서 없애는데 누가 압니까?”


“정말 자신이 있는 거지?”


그러자 전에 쥬맥과 비무를 했다가 죽을 뻔했던 무사가 아직도 그때의 앙금이 남았는지 거들고 나섰다.


“제가 유인을 할 테니까 형님은 저희들이 힘들 때 조금만 도와주세요.”


“알았어. 술은 조금만 마시고 우리가 먼저 일어나서 나가자고.”


음모(陰謀)를 꾸민 이들은 술을 마시는 척 몇 잔을 마시더니, 쥬맥쪽 술자리가 끝나기 전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비 부족장이 그들을 보더니 쥬맥에게 손짓하며 주의를 환기(喚起)시켰다.


“저 사람들은 모두 보 대족장 밑에서 잘나간다는 무사들이 아닌가? 오늘은 갈 때 조심하게. 우리랑 함께 가던지.”


“설마 별일 있겠습니까? 오늘 서로 시비(是非)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조심하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네. 특히 보 대족장네 사람들은···.”


“예, 알겠습니다. 조심하죠.”


평소 같으면 낮게 소곤거려도 다 들을 소리지만, 오늘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對話)에 빠져서 옆자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쥬맥은, 설마 그러랴 하고 별 걱정 없이 집으로 향했다.


원래의 큰 주거지를 벗어나 개간 지대를 통하여 밖에 있는 주거지로 돌아가고 있는데,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전에 생사결을 했던 그 사람이다.


“아니, 자네는 쥬맥 대장이 아닌가?”


“아~ 나는 또 누구시라고요. 이 밤중에 여기서 무슨 일이십니까?”


“인사가 늦었는데 나는 야탄이라고 하네. 전에 미안한 것도 있고 한데 오늘은 오랜만에 비무나 한번 할까?”


“아니, 미안한 것과 비무가 무슨 상관입니까? 더구나 이 달밤에.”


“오늘은 생사결로 하지 말고 그냥 서로 얼마나 늘었는지 가볍게 친선 비무나 한번 해 보자는 것이네. 나도 얼마나 늘었는지 가늠해 보고 싶고.”


“아니, 술에 취해서 이 달밤에 이런 들에서 비무를 한단 말입니까?”


“저기 나무 아래에 좋은 장소가 있으니까 간단히 한 수 가르쳐 주게.”


“그러죠 뭐.”


아직도 중상모략에는 등을 돌리고 사는 순진한 쥬맥이 술김에 별 의심 없이 뒤를 따르다가, 좀 전에 술자리에서 비 부족장이 당부하던 이야기가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정신 차려야지. 뭔가 수상해. 분명히 계략이 숨어 있을 거야.’


만일의 변고에 대비해서 얼른 진기를 돌려 술기운을 일시에 몰아내고, 신공을 운기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정신만 차리면 몇 명이 덤벼도 무공으로는 무서울 것이 없으니 말이다.


가까운 나무 밑이라고 하더니 제법 개간지를 멀찍이 벗어났다.


거기에는 오래된 커다란 나무가 마치 마귀할멈처럼 달빛 아래 긴 그림자를 음침하게 드리우고 있었고······.


“바로 여길세. 자리가 좋지 않은가?”


“뭐 좋으실 대로요.”


“지난번에 내가 자네와 겨뤄 보니 실력이 한참 아래여서, 오늘은 한번 합격(合擊)으로 자네 실력을 가늠해 보려고 몇 사람을 불렀네. 괜찮지? 자네도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을 것 아닌가? 겸사겸사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


아마 미리서 그렇게 판을 짜고 준비한 것이니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좋으실 대로요.”


“같이 한번 겨뤄 보자고 하니까 모두 나오게. 본인이 좋다고 했네.”


“대단한 실력인 모양입니다. 혼자서 우리 모두와 겨루려고 하다니요.”


갑자기 나무 뒤에서 네 사람이 줄줄이 나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넷은 나오자마자 쥬맥의 둘레를 빙 둥글게 에워싸며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자네가 원했으니 원망은 말게. 도검에는 눈이 없으니 다쳤다고 원망하지 말고 조심하게. 자, 그럼 시작하지.”


그러면서 대뜸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자 나머지 넷도 도검을 빼 들고 합공을 하는데, 평소에 함께 연습을 한 듯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쉭! 쉬쉬쉬식! 쉬쉬식!


쥬맥은 일단 천둔미리보로 보법을 밟으며 공격을 피하고, 다섯 사람의 능력을 파악하는데 모두 내공이 삼 갑자 이상은 되는 듯 실력이 대단했다.


“어디 이것도 받아 보아라!”


파바바박! 쉬잇 파바박!


도와 검에 적절히 때맞추어 검기나 도기가 실렸다가, 검강이나 도강이 순간적으로 뻗어 나오기도 하는데······.


제법 절정의 경지를 넘어서 초절정(超絶頂)에 접어드는 고수들이었다.


“피하지만 말고 어서 덤벼라 이놈!”


쉬쉬쉬쉭! 파바박! 피비비빗!


예리한 도검이 쥬맥의 목덜미와 허리를 동시에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쥬맥이 백호제마검도 빼 들지 않고 보법만으로 다섯의 합공을 피하고 있자, 모두 한편으로는 대단한 놈이라고 긴장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해서 바짝 약이 올라 점점 공격이 치열(熾烈)해졌다.


“에잇! 죽어라 이놈!”


파~앗!! 쉬쉬식! 퍼벙~


어느 정도 공격하는 다섯의 실력을 파악한 쥬맥이 마침내 검을 빼 들었다.


그런데 검을 손으로 빼 드는 것이 아니라 허공섭물처럼 검이 뽑혀 올라가더니 손아귀로 날아서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고 다섯은 깜짝 놀랐다.


오늘 아무도 몰래 죽여서 땅에 묻어 버리려고 하다가, 잘못하면 반대로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긴장감(緊張感)이 도는 것!


쉬잉~ 쉬쉬쉿~ 퍼버벅!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검 빛이 사방을 휘저으니 소름이 오싹 끼친다. 쥬맥은 간단히 일차 공격을 퍼붓고 야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도검에는 눈이 없다고 하시던데 조심하세요. 다치면 나도 모릅니다.”


동시에 혼원은하무량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검법인데도 5단계 제신(諸神)의 경지에서 펼치던 검초와 7단계 전신(戰神)의 경지에서 펼치는 검초의 위력이 천지 차이(天地差異)다.


초절정고수와 절대(絶對)의 경지를 넘어서 화경(化境)에 이른 고수의 차이이니 그럴 수밖에······.


지금 쥬맥이 죽이고자 하는 살심(殺心)이 없어서 수련 겸 대련을 하고 있지만, 만약 살심이 있었다면 이미 몇 사람은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쉬잉~ 쉬쉬쉭! 퍼버버버벅!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검격과 권각의 동시 공격에 다섯은 지금 죽을 맛이었다. 한 수 한 수가 빈틈을 헤집고 들어오는데 반격은커녕 방어하기에도 바쁘다.


혹을 떼려다가 잘못하면 혹을 붙이게 생겼으니 서로 눈짓과 전음으로 기회를 엿보다가 큰 소리를 외치며 동시에 치고 들어갔다.


“쳐라! 지금이다.”


퍼버버벅! 쉬쉬쉭! 퍼~엉!


다섯이 동시에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으로 치고 들어갔다. 이제 죽기 아니면 살기다. 죽이려다가 오히려 죽게 생겼으니······.


자신의 안위를 도외시하고 함께 죽자는 듯이 각각 다른 방위와 급소를 향해서 힘껏 도검을 내지르는 일당!


파앗!


그러자 쥬맥이 피할 곳이 없는 것처럼 가볍게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일부러 허점을 드러낸 것!


“지금이요! 떠 있을 때 죽입시다!”


다섯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떠 있는 쥬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발을 디디지 못해 운신이 어려운 허공에서 죽이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그러면서 각자의 비기를 꺼내어 떨어지는 쥬맥을 향해 일제히 공격했고!


퍼버벙~ 쉬쉬식! 파바밧······.


그런데 높이 치솟았다 떨어지던 쥬맥이 갑자기 허공답보(虛空踏步)로 허공에서 딱 멈추어 섰다. 마치 발밑에 투명한 바닥을 밟고 있는 것처럼······.


‘아니, 이게 뭐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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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5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4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6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6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5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1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6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3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3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7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9 4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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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5 4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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