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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20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02
조회
1,348
추천
47
글자
18쪽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비연수가 그렇게 거센 공격을 퍼붓는데 화문수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 정도는 되니까 영웅대회에 나왔을 테고.


어릴 때 호래자식이라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자라서 심성이 비록 뒤틀어졌지만, 오기와 끈기는 남보다 뛰어났다.


실력으로 밀리고 있음에도 도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로 상대를 현혹시키면서 십여 초를 죽자사자 덤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삐이~융’ 하는 소리와 함께 ‘띠링 띠링’ 하는 은방울 소리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화음으로 들리면서 기분이 나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화문수의 공격은 여무사의 가슴이나 엉덩이, 사타구니를 가리지 않았다. 수취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일부러 공격하는 것도 같았고······.


“우~~~ 집어 치워라!”


여기저기에서 관중들의 야유가 계속 울려 퍼지고 비무 당사자인 비연수는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화가 나서 더욱 악랄(惡辣)한 검초로 사방에 현란한 은빛을 뿌리며 덮쳐 드는데, 화문수가 오른발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몸을 최대한 앞으로 숙여, 도를 일직선으로 온 힘을 다해 사일검(射日劍)처럼 찔러 넣었다.


마치 태양을 찌르듯이 말이다. 바로 그곳에! 비록 도첨(刀尖)은 몇 치 앞에서 멈추었지만, 그 끝에는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인 비연수의 사타구니가 있었으니······.


수치심에 얼굴이 더욱 홍당무가 되어서 약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자, 번개처럼 보법을 밟으며 다가선 화문수의 도첨이 비연수의 목을 겨누었다.


“너! ······.”


비연수는 그 비겁한 행동에 붉으락푸르락하면서 화가 치솟아 고함을 질렀지만, 이미 승부가 난 것이라 그냥 힘없이 검을 내려뜨렸다.


“내가 졌어요.”


화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긴 채 비무대 밖으로 휑하니 나가 버렸다. 그러자 화문수가 좋아서 손을 흔드니 심판관이 혀를 차면서 다가와 왼팔을 들었다. 승부는 승부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기분 나쁜 목소리로 말이다.


“화문수 승이오!”


그러자 비무대를 둘러싼 관중들이 야유를 보냈다. 특히 여자들은 더······.


“우우우우~~”


“때려치워라!”


사방에서 축하의 환호보다는 야유가 쏟아졌지만 화문수는 개의치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 한울이 기가 막힌지 주위를 둘러보며 한마디를 건넸다.


“허! 그 녀석 참 재미있는 녀석일세.”


그러면서 헛웃음을 지으니 주변 여기저기에서 비웃음이 터지고, 천령대 총대장은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쥬맥은 대기소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조용히 앉아서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번 출전은 상대보다 자신과의 싸움이라 여긴 것인데······.


다른 출전자들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사전에 경지를 파악하려는 무사들도 있었으나, 그것에 신경 쓰지 않는 몇 명도 함께 앉아서 운기조식을 했다.


진행을 맡은 무사들 몇 명이 방해하는 사람이 없도록 주변을 지켜 주었다. 혹시 운기조식을 할 때 잘못 건들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운기조식을 끝내고 잠시 쉬는데 벌써 차례가 되었는지 무사 한 명이 오더니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쥬맥이 장검을 등에 걸머지고 천천히 걸어 나와서 심판관의 호명(呼名)에 따라 비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갔다.


천령 3대 출신의 건장한 이십대 후반 무사는 보통의 도(刀)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커다란 직도를 오른쪽 어깨에 올리고 기다리다가, 쥬맥이 천천히 걸어 나오자 사납게 위아래로 훑어봤다.


마치 버릇없이 후배가 더 늦게 나오니 건방지다는 것처럼. 그때 심판관이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짓과 함께 서로 인사를 시켰다.


“비율신 대족장 산하의 쥬맥입니다.”


“천령 3대의 찬얼샨이오.”


둘이 포권으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 거리를 벌리며 마주 섰다. 둘 다 무기를 빼 들고 상대를 겨누면서.


“쥬맥! 쥬맥!”


“찬얼샨! 이겨라!”


비무대 밖에서는 보유린과 야수르를 포함하여 비율신 대족장 산하의 무사들이 쥬맥을 연호했고, 천령대에서는 이에 대응하며 응원전이 벌어졌다.


실전 경험이 많은 찬얼샨이 자세를 잡으며 후배(後輩)인 네가 먼저 들어오라고 자신만만하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쥬맥이 장검을 우에서 좌측 아래로 비스듬히 뽑아 들고 태을현천검법의 기수식을 취하더니,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보법을 밟으며 검을 사선으로 베어 올렸다.


검에는 검기도 맺히지 않았고 그냥 평범해 보이니 찬얼샨이 씩 웃고 마주 나오며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단숨에 검을 박살 낼 듯이 직도황룡(直搗黃龍)처럼 내리긋자 도에서 ‘윙~’ 하는 바람소리가 났다.


모두 이 한 번의 충돌로 무기가 가볍고 얇은 쥬맥이 손해(損害)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잘못하면 검에 금이 가거나 재수 없으면 뚝 부러지거나.


야수르와 보유린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유리도 관심이 있는 듯 가느다랗게 뜬 눈을 빛내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검과 도가 부딪쳤음에도 금속성(金屬聲)이 아닌 ‘꽈앙!’ 하는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귀가 아파서 손으로 막을 정도였다.


그리고 부러질 줄 알았던 쥬맥의 검신은 멀쩡했으며, 오히려 찬얼샨이 팔목이 얼얼한지 팔을 움직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 여기저기서 응원에 열을 올렸다. 쥬맥은 별로 공격을 하지 않고 방어를 하며 맴도는데, 신법이 매우 신묘(神妙)하여 찬얼샨이 쉬 파고 들지 못했다.


구사하는 초식도 대부분 태을현천검법의 평범한 초식인데, 검에는 막대한 기운이 실려 있고 빈틈이 없는지라 부딪치면 항상 찬얼샨이 손해를 봤다.


그러나 찬얼샨은 생사(生死)를 넘나들며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무사다!


상황을 파악하더니 자신도 기이한 보법을 밟으며 쥬맥의 검을 이화접목의 묘리로 흘려 내면서 접근을 시도했다.


내공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


어느 때는 양손으로 큰 도병을 움켜쥐고 있고, 접근할 때는 왼손에 한 자길이의 단검이 들려 있었다. 바로 원근 거리를 모두 제어하겠다는 것인데······.


대결은 점점 정점을 향하여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번쩍거리는 도검은 이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빛만 사방에 번쩍거릴 뿐.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쥬맥의 몸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채재쟁! 챙 챙! 꽝! 꽈광!


눈부신 빛 속에서 수없이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묵직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찬얼샨이 전장에서 많이 사용했던 필살(必殺)의 비기(秘技)를 사용했다.


도신에 도기가 맺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우는데, 주변으로는 점차 검은 연무가 깔리며 시야를 방해했다. 도신에도 칠흑 같은 기가 어리더니 마침내 검은 연무 속으로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수라파천(修羅破天)!”


벼락 같은 일갈을 내지르며 잘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검은 빛 도를 수없이 내리치는데······, 모든 것이 그 압력에 짓이겨질 것만 같았다.


마수의 이빨보다도 날카로워 보이는 칼날이 보는 이에게는 마치 단장의 고통을 안겨 줄 것만 같았고······.


그것을 보고 있던 야수르와 보유린은 ‘아!’ 하는 탄식을 토하며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찔끔 감고 말았다.


그 모습에 천령대는 마치 이겼다는 듯이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결말이 나서 그런 것인지 잠시 숨을 고르는지 소리가 나지 않고 잠잠하더니, 검은 연무가 바람결에 흩어지고 마침내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둘이 마주 보고 서 있는데, 쥬맥의 검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것만 보고는 정말 졌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모양새가 이상하다.


은은한 황금빛을 띤 왼손은 찬얼샨의 도신을 움켜잡고 있으며, 오른손은 찬얼샨 왼손의 마혈인 곡지혈(曲池穴 팔꿈치 바깥쪽)을 잡고 있었다.


도기를 머금고 거세게 내리치는 도의 날 부분을 맨손으로 잡고 있는데도 손이 멀쩡했다. 아마 수강이리라.


마혈이 잡힌 찬얼샨은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를 못하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졌다. 정말 괴물이구나.”


“형님도 훌륭하십니다. 양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로 등을 토닥거리며 싸움이 끝났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던 관중들은 찬얼샨이 손을 흔들며 비무대(比武臺)를 나가자 그제야 승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바로 쥬맥이 승리한 것!


“쥬맥이 이겼다! 쥬맥! 쥬맥!”


응원하는 무사들이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갈채와 환호성(歡呼聲)을 보냈다.


그때 심판관이 나와서 쥬맥의 손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쥬맥 승이오!”


“와아아아아아~~”


또 한 번 환호성이 장내를 휩쓸었다. 흐뭇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울도 쥬맥에게 박수를 쳐 주었다.


“저거 보세요. 실력을 감춘 수준이 저러한데 누가 당하겠습니까?”


“그러게요. 이번에 새로운 영웅이 하나 탄생하려는 모양입니다. 허허허.”


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듣는 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 사람은 기분 좋게 웃고, 두 사람은 우거지상을 하고.



첫날에 1차전이 모두 끝나고 우승자 열여덟 명이 내일 다시 맞붙게 되었다.


쥬맥은 집으로 돌아와서 몸을 씻고 잠시 쉬는데, 수르가 한잔 하자면서 술 한 병을 들고 찾아왔다.


“야, 오늘 우승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백령주나 한잔하자.”


“임마, 겨우 한 번 이겼는데 우승은······. 그리고, 내일도 시합이 있는데 백령으로 담근 술은 너무 독하잖아?”


“너는 술 마셔도 이기니까 걱정하지 마. 이 녀석이 능청을 떨기는······.”


“너는 도대체 축하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물고기가 먹고 싶은 거야?”


“당연히 물고기가 먹고 싶은 거지. 흐흐흐! 실은 겸사 겸사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또 말린 물고기를 노릇하게 구워서 백령주를 막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문 앞에서 얼쩡거렸다. 수르가 ‘누가 왔나?’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가더니 깜짝 놀랐다.


“어? 아니 누구세요? 혹시 그 유리 친구인 맥쮸~씨?”


“예, 나는 보유린이에요. 지금 맥이 안에 있죠?”


“아~ 예, 그런데 왜요? 내 친구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


“그냥 친구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친구요? 맥이 친구는 나 하나밖에 없는데 무슨 친구······.”


“나도 친구거든요. 저리 비키세요.”


그러더니 수르를 살짝 밀치고 당차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 어? 어?’ 하면서 수르가 붙잡지도 못하고 뒤따라 들어오는데······.


“맥아! 나 왔다. 오늘 정말 잘 싸웠어. 이겼는데 축하를 해야지.”


“그래, 어서 와. 지금 수르랑 막 한잔 하려고 하는 참이야.”


“어머! 술 있어? 나도 한잔 줄래?”


“여자가 술 마시면 안 되는데, 이거 독한 술이야. 취하니까 안 돼.”


술잔이 없으니 쥬맥이 찻잔을 하나 더 가지고 와서 조금만 따라 주었다.


“에게! 이게 참새 눈물이야 뭐야? 아무리 그래도 한 잔은 줘야지!”


그러더니 결국 제 손으로 잔을 채웠다.


“자, 건배! 우리 맥쮸~씨! 승리를 축하해용.”


셋이서 잔을 들고 쭉 들이켜는데, 유린이 목을 잡고 캑캑거렸다. 아무래도 이렇게 독한 술은 처음인가 보다.


쥬맥이 다정하게 등을 두들겨 줬다.


“거봐. 내가 독하다고 했잖아. 꼭 혼이 나야 안다니까.”


그러자 그것을 본 수르가 혼자 외톨이가 된 것 같으니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친구는 자기뿐이었는데...


“근데 너희는 언제부터 친구야? 나만 말하기가 불편 하잖아. 아~ 몰라. 그럼 나도 지금부터 그냥 친구할 거야. 유린이라고? 나는 야수르야. 나도 네 여자 친구를 한 명 소개시켜 줘. 그래야 짝이 맞지. 안 그래?”


“어머? 처음 보는 숙녀한테 아주 야수 같은 남자네. 그래서 야수르지?”


“그래서 소개를 해 줄 거야 말 거야. 야수성이 없는 남자는 매력이 없잖아. 얼마나 매력이 넘치면 야수~르라고 지었겠어?”


“호호! 얘도 은근히 재미있네. 알았어, 기다려 봐. 내가 친구를 한 명 소개해 줄게. 그런데 이 물고기는 뭐니? 너무 담백한 게 비리지도 않고 맛있다.”


“이거 뱀 말린 거야. 큰~ 뱀. 몸에 좋은 거니까 많이 먹어.”


“어마! 정말 뱀이야? 아이, 난 몰라.”


보유린이 맛있게 먹던 것을 앞으로 집어 던지며 질겁(窒怯)을 했다. 그러자 쥬맥이 능청스럽게 던진 것을 주워 먹으며 다시 유린이를 놀렸다.


“이거 천년 묵은 뱀이야. 내공도 엄청 늘어나고 몸에 좋아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거야. 나중에 후회하지 마.”


“정말 내공이 많이 늘어나는 거지? 그럼 눈 감고 조금만 먹어 볼까?”


그러면서 다시 하나를 집더니 정말 눈을 감고 오물거리며 먹는다. 서로 웃으며 그렇게 한잔을 하다 보니 술이 약한 유린이는 금방 취해 버렸다.


수르는 먼저 가고 어쩔 수 없이 쥬맥이 부축해서 집에 데려다주는데, 하천가 다리 근처에서 보돈타 대족장이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서 있었다.


“보 대족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쥬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민망하게 인사를 하는 쥬맥은 본체도 안 하고 유린이를 살펴보더니 눈을 사납게 부릅떴다.


“아니, 너는 유린이 아니냐? 여자애가 술을 다 마시고 이게 무슨 추태냐? 너 이 아버지한테 혼 좀 나야겠구나.”


화가 나서 유린이 한 팔을 부여잡더니 쥬맥을 향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너는 그만 돌아가거라.”


그래도 대족장이라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속으로는 ‘유린이가 보 대족장님 딸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다.


쉽게 말하면 귀족과 천민의 만남!


그때 큰 소리로 딸을 야단치는 보 대족장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쥬맥의 귓가에까지 뚜렷하게 들려왔다.


“유린이 너는 어디서 저런 부모 형제도 하나 없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고아를 만나고 다녀 어? 또다시 저런 놈을 만나면 아버지한테 혼날 줄 알아! 너는 얌전히 있다가 집에서 좋은 혼처를 잡아 주면 시집이나 가란 말이야.”


“싫어 싫어! 아빠 나는 쥬맥이 좋단 말이야.”


“그딴 소리를 또 하면 집에서 아예 쫓아낼 줄 알아! 저렇게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머리털이 뻘건 천한 녀석에게 시집이라도 가겠다는 말이냐? 경고했으니까 두 번 다시 만나지 마라!”


돌아서서 가고 있는 쥬맥에게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크게 얘기하는 목소리가, 고수인 쥬맥의 귀에는 마치 천둥이 치는 소리처럼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에 또 하늘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았고.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의 얼굴을 생각하니 다시는 울지 않으려고 했건만 또다시 눈에 습막이 차오른다.


천둥벌거숭이 고아에 비루먹은 망아지라니! 힘든 시기는 다 지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에게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보유린은 보돈타 대족장이 늦둥이로 얻어서 애지중지하는 막내딸이었다.


오늘 한울이 손자인 안명을 두고 쥬맥에게는 무술로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자신의 휘하인 안명이 이번 영웅대회에서 우승하면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비 대족장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어디서 갑자기 굴러온지도 모르는 개똥 같은 녀석 때문에 우승을 놓친다면 용서할 수가 없었다.


지금 한울이 벌써 백스무 살을 넘어서니 대족장 간에 은근히 다음 대 한울의 자리를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競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울에 추대되면 원래는 종신직이지만 대부분 백오십 살이 넘으면 스스로 자리를 내놓고 뒤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차피 대를 이어서 물려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니 노후(老後)를 좀 편히 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물러나도 새로 한울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극진히 모시며 수신호위 제공과 함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었다.


후진들 입장에서는 종신직이라고 결단력도 없으면서 늙어 죽을 때까지 자리보전을 하며, 권력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사람보다는 좀더 젊을 때 기회를 주는 사람을 훨씬 좋아했다.


그리고, 어느 집단에나 의무와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권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었다.



다음 날이 밝아서 열여덟 명이 대전하여 아홉 명이 남았고, 그 아홉이 다시 제비 뽑기를 하여 한 명이 부전승으로 올라가 다섯 명이 되었으며, 다섯이 다시 제비뽑기와 비무로 결국 세 명이 남았다.


최종까지 남은 사람은 비율신 대족장 휘하의 쥬맥, 보돈타 대족장 휘하의 안명, 구자룬 총대장 휘하의 진이문 이렇게 세 명이 최종 결승에 진출하여 마지막 삼 일째에 비무를 벌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웅대회 결전의 날이 밝았다.


쥬맥은 마음을 모두 털어 내고 차분하게 운기조식을 한 다음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일찌감치 나와 비무대를 에워싸고 있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쥬맥은 승승장구하면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쥬맥이 지나는 길마다 쥬맥을 알아보고 ‘쥬맥! 쥬맥!’ 하면서 이름을 불렀다.


한울과 천사장, 대신녀가 상석에 좌정하자 심판관이 걸어 나와 쥬맥과 안명, 진이문 세 사람을 호명하여 앞으로 부르더니 제비뽑기를 했다.


순서는 먼저 쥬맥과 진이문이 대결하고 다음에는 안명과 진이문, 마지막에 쥬맥과 안명이 대결하게 되었다.


쥬맥과 진이문이 비무대에 남고 안명이 들어가니 심판관이 나서서 서로 인사를 시킨 뒤 대결이 시작되었다.


쥬맥은 침착하게 자세를 잡으며 상대의 기운을 읽고 기세를 살폈다. 그동안 전투 경험이 많은 진이문에게서는 노련한 무사의 기운이 풍겼다.


‘그래 경험이 많다 이거지?’


그렇다고 기세에 눌릴 쥬맥이 아니다.

경험의 차이도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에서는 빛을 발하기가 어려운 법이니.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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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3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9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7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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