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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6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08 10:22
조회
1,339
추천
43
글자
20쪽

80화. 거인족의 침략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비거가 머리 위로 높게 떠서 날아가니 비행기구를 본 적이 없는 거인들이 그게 조류인지 알고 떠들어 댔다.


“우와! 저기 엄청나게 큰 독수리가 날아간다. 정말 엄청나게 크네.”


“나두 저런 큰 새 한 번 타 봤으믄 소원이 없겄는디.”


“인마야! 저 새가 아무리 크다케도 산만 한 니를 태울 수 있겄나? 그래도 크기는 정말 억수로 크다 아이가.”


“저 새가 두고 온 우리 마눌님께 안부나 좀 전해 줬으면 좋겠네. 우리 예쁜 새끼들은 잘 지내는지 모르겠어. 다시 얼굴을 보려면 꼭 살아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철없는 거인들이 실없는 말을 하는 사이에 큰 독수리 같은 새는 벌써 멀리 날아가고 없었다.



한편, 천인족 주거지에서는 거인족 선발대 일천 명이 여러 가지로 무장을 하고 파밀산맥과 우르산맥의 사이를 지났으니, 한대밀림과 거석군 황야지대를 지나올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했다.


“이번에 오는 선발대 일천 명은 거점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전투 상식으로 따진다면 거점의 위치는 거석군이나 한대밀림 사이에 1차 거점을 만들고, 우르고원 정도가 2차 거점이 될 것입니다.


3차 거점은 우리와 전투를 위한 최종 진지이니 환인호와 혈해 사이에 위치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야 보급이 원활할 테니까요.”


“그럼 선발대를 먼저 공격하여 멸하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우선 사자를 보내어 대화로 전쟁을 멈추도록 설득하는 것이 좋겠소? 선발대를 먼저 멸하면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인데······.”


“거인족 대군이 목전에 다다르면 대화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선발대가 거점을 모두 완성하면 더 기세가 올라 전쟁을 계속하려고 할 것이오.


그러니 선발대가 거점을 만들기 전에 먼저 칩시다. 우리의 힘을 먼저 보인 다음에 대화를 하는 것이 상대를 끌어들이기 쉬울 것입니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거인족 일만 명이 출전한다는 정보가 있었으니 그 대비도 해야 합니다. 선발대가 일천 명이면 본대는 당연히 그 열 배가 넘는 일만 명 이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본대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우선 선발대를 막을 부대부터 구성합시다. 거점을 만들기 전에 공격하는 것이 쉬울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막 두 산맥 사이를 벗어났으니 경공술이 뛰어난 고수급으로 타격대를 구성하여 빠르게 이동하면 될 것이오.”


“그러려면 최소한 내공이 일 갑자 이상인 4단계 원신급 초일류고수들만 모아야 하는데, 다 해 봐야 삼천 명 내외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본전(本戰)을 남겨 두고 있는데 다 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일 갑자 이상으로 천 명의 타격대를 구성하여 한 번에 끝내지 못하면 유격전으로 진격을 막으면서 치도록 하지요.”


“힘을 아끼기 위해서 시원마를 타고 우르고원 끝자락까지 이동한 뒤에 경공술로 가는 것이 좋겠소. 말을 관리할 인원을 딸려 보내서 돌아오는 길에도 타고 올 수 있도록 대기를 시키면 될 테니까요.”


대족장들과 천령대 총대장 간에 많은 얘기가 오간 뒤에 총대장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본전(本戰) 때문에 천령대 인력에서 모두 뺄 수가 없으니 오백오십 명을 빼고, 나머지는 대족장님들께서 백오십 명씩 차출해서 보내 주세요.


그리고 본전 준비로 비 대족장님께서는 빠질 수가 없으니, 선발대의 공격 지휘는 나머지 두 대족장님 중에서 한 분이 맡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보 대족장이 손을 들었다.


“좋소. 그러면 선발대의 타격대는 내가 맡겠소. 시간이 촉박하니 당장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 합니다.


금일 내로 인력을 선발해서 통보해 주시고, 내일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대연무장으로 모두 보내 주세요.”


보돈타 대족장이 선발대 타격을 맡겠다고 나섰다. 거기에는 이번에 적의 선발대를 섬멸(殲滅)하여 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도 한몫 했다.


이어서 본전을 위한 여러 가지 책략과 무기 동원, 보급 문제, 무사 동원 및 사용할 진법 등에 대해서도 협의가 오갔다.


쥬맥은 비 대족장 산하의 출전자 통솔을 맡았다. 백오십 명의 고수를 선발하여 아침 일찍 1차로 모여서 여러 가지 내용을 전달했다.


교육을 마치고 함께 대연병장으로 향하니 다른 소속 무사들은 이미 대부분이 도착해서 대기 중이었다.


마침 보돈타 대족장이 좌우로 두 명의 무사를 거느리고 나오는데, 우측에 있는 무사를 보니 전에 쥬맥과 주루에서 다투고 생사결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때 보 대족장이 쥬맥을 발견하더니 얼굴 가득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출전자는 모두 정렬하라!”


“정렬하라!”


“우리는 지금 곧바로 출발한다. 대족장들 산하에서 온 무사들은 각 통솔자가 계속 인솔하고, 천령대는 셋으로 나누어 부대장들이 통솔한다.


시간이 촉박하여 우선 시원마로 우르고원까지 빠르게 이동할 것이니 낙오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기타 전달 사항은 가면서 전달하겠다. 천령대부터 출발한다. 출발!”


“천령대 출발! 최대한 빨리 달려라.”


비 대족장 산하의 무사들은 백호대 무사가 절반이 넘어서 그냥 백호대라고 칭하기로 했다. 그래야 구별이 쉽고 부르기도 편하니까.


“백호대 출발!”


“출발!”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거인족 선발대를 치기 위한 천인족의 타격대가 부대별로 대를 이루어 들판을 향해서 힘차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초일류고수 이상 천 명과 고원(高原)에서 말을 가지고 대기할 인력 이십 명이 시원마를 타고 달리는데, 점점 가속도가 붙더니 나중에는 바람처럼 빠르게 달렸다.


하루에 족히 천 리를 넘게 달린다는 시원마이니 옆에서 보면 얼핏 스쳐가는 흐릿한 잔영만 남을 정도였다.


쥬맥은 백호대 맨 앞을 달리면서 뒤쳐지는 사람은 없는지 자주 확인했다.


수르는 지난번의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서 이번 출전에서 제외(除外)되었다. 그러니 안심 반 섭섭함 반이다. 곁에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혹시나 해서 주작 신수가 건네준 깃털을 가슴 안쪽 호주머니에 넣었다. 전에 보 대족장의 오른팔이라는 무사에게 한 번 당하고 나서는 이제 제법 조심성이 는 것이다.


만사(萬事)가 불여튼튼이라고 조심해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휴식은 한 시진마다 이루어졌다. 잠깐씩 쉬면서 말에게 풀을 뜯게 하고 무사들은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했다. 식사는 대부분 달리는 말 위에서 육포와 비상식량으로 해결했고.


이렇게 쉬고 달리기를 반복하니 사흘 만에 벌써 우르고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이십 명과 함께 말을 남기고, 출전자들은 모두 경공술을 펼쳐서 바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니, 또 사흘 만에 겨우 거석군(巨石群) 황야지대(荒野地帶)의 초입에 도착했다.


무공이 모두 초일류급(超一流級)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 아니었으면 아마 힘들어서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 멈추어라!”


이미 목전에 다다랐으니 지금부터는 마냥 달리다가 거인들과 부딪칠 수도 있고, 바닥난 체력(體力)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방법을 달리 해야 하는 상황.


“전원 잠시 여기서 대기하라! 첨병을 보내고 상황을 파악한다.”


거석군 사이에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은신하고 정찰조를 보내어 거인 선발대의 위치와 동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거석군은 좋은 은신처가 되어 주었다. 수십 장 크기와 높이를 가진 거석들이 끝없이 사방에 늘어서 있었기에.


큰 것은 높이가 백 장이 넘는 것도 있어서 그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


대신 바닥에는 키 작은 풀과 이끼류가 듬성듬성 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황무지였고 말이다.


물도 나무도 보이지 않으니 여름으로 접어드는 날씨에 뜨거운 태양 볕이 무척 고역(苦役)이었다.


그나마 볕은 바위의 그늘로 피하면 되는데 가장 중요한 물이 없으니 무척 난감했다. 육체를 가진 생명이 물 없이 어찌 버틸 수 있겠는가? 처음에 가지고 출발했던 물은 이미 소진한 뒤였다.


‘물이 있어야 하는데···, 땀을 많이 흘렸으니 수분 보충도 필요하고···.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혹시 그 방법이······.’


생각에 잠겨 있던 쥬맥이 별이와 점박이로부터 신수 수행 때 배웠다는 영초(靈草)를 찾는 방법으로 주변에 기감을 퍼뜨렸다. 혹시나 해서······.


그러자 수십 장 근처에서 진한 영기가 기감에 걸려들었다.


전해져 오는 기감을 따라가 보니 수백 년은 자란 것으로 보이는 불로초(不老草)가 거석 그늘에 숨어 있었다.


불로초를 뿌리까지 잘 캐서 보관 주머니에 넣은 다음, 그 자리에 검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그리고 나서 검수(劍首)에 귀를 대고 진기를 모아 집중하니 물 흐르는 듯한 소리가 지하에서 들려왔다.


영초들은 대부분이 충분한 수분의 공급이 안 되는 곳에서는 자라기가 어려우니, 그 근처에 반드시 수분 공급원이 있을 거라는 점에 착안해서 찾아낸 것이다.


‘이제 땅을 파야 하는데······.’


주변에 마땅한 기구가 없어서 검에 진기를 주입하여 땅을 파냈다. 그러자 검기가 발현된 검(劍)은 땅을 마치 무 자르듯이 하면서 쑥쑥 파헤쳤다.


거치적거리는 것은 돌이든 뭐든 모조리 닥치는 대로 잘라 내면서······.


이렇게 밑으로 세 자쯤 팠을 때 물기가 촉촉히 어리더니, 두 자쯤을 더 파 들어가자 물이 마치 샘처럼 솟아올랐다.


땡볕에 목말라 힘들 때 지하수를 찾아내자 모두 기뻐서 서로 물을 마시려고 몰려들었다. 바짝 마른 목에는 물 한 모금이 마치 생명수라도 되는 것처럼.


모두 목을 축인 다음 정찰조를 꾸려서 염탐을 보냈다. 나머지는 그늘에서 운기조식으로 체력을 회복하면서.


쥬맥은 내공이 높아서 이 정도 운신(運身)에는 숨도 차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볼 겸하여 근처에서 가장 높은 백 장 가까운 높이의 거대한 바위를 타고 올랐다.


대협곡에서 살 때 벽호공 비슷하게 암벽 타기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는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바위를 타고 올라서 그 끝에 서니, 사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자연이란 참으로 위대한 것이구나!'


어떻게 이런 거대하고 수많은 암석군(岩石群)을 만들어 한자리에 품고 있는지 그 위대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으로 보이는 시야 내에는 모두 거대한 암석들만 밀림처럼 솟아 있었다. 암석들 틈새로 군데군데 제법 너른 평지가 있는 곳도 보이고······.


만약 이 거석군에서 거인들을 맞아 싸운다면 어디가 유리할 것인지 전술적인 측면에서 유심히 살피는 중이었다.


쥬맥과 같은 절대고수들은 장소가 어디든 별 영향이 없었으나, 일 갑자 초일류급 정도면 장소도 매우 중요한 변수(變數) 중의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좁은 곳이면 거인들의 거동이 불편한 반면에 틈새로 몰리면 도망갈 방법이 없게 된다. 거대한 암석이 양쪽을 가로막고 있으니 말이다.


두 바위 사이를 거인들이 양쪽에서 막아서면 몰이를 당할 것이고······.


넓은 곳은 진법도 펼칠 수 있고 움직임도 자유스럽지만, 대신에 거인들의 위력적인 몽둥이질이 거세게 밀려올 것은 보지 않고도 뻔한 이치!


이번에는 개개인의 무위에 의존하는 전투 방식을 취할 공산이 컸다. 그래서 고수들만 선발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바위들 틈이 좀 넓은 곳을 택하여 거인들의 거동에 제한을 두면서도 양쪽에서 몰이를 당하지 않을 장소를 눈여겨 물색해 두었다.


[대장님! 보 대족장님이 찾습니다.]


그때 백호대 부하 한 명이 밑에서 전음으로 알려왔다. 아마 작전 회의를 할 모양이다. 바위를 내려가 보 대족장을 찾아가니, 각 부대장들이 앉아 있고 벌써 정찰조가 돌아와서 그 상황을 공유하려는 참이었다. 쥬맥까지 부대장급들이 모두 도착하자 정찰 조장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거인들은 지금 반대쪽 거석군 초입에 도착하여 넓은 벌판에 1차 거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덩치가 커서 대부분 들판에서 그냥 잠을 잘 모양인지 몇 개의 지휘관용 대형 천막과 보급용 창고 외에는 바닥의 잔돌 치우기와 땅 고르기 작업이 대부분입니다.”


“무기들은 어떻습니까?”


“무기류는 여러 가지인데, 주로 커다란 대도와 대궁, 큰 몽둥이에 날카로운 쇠못을 박은 것입니다. 간혹 줄 끝에 철구가 달려있어서 휘두르는 무기 등 여러 가지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장비들은 없습니까?”


“뜻밖에도 머리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데 일반 활로는 뚫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파악된 정보보다 훨씬 다양한 무기를 가진 것으로 보아서는 무기 개량이 이루어진 듯합니다.


이 정보는 빨리 본대에 알려서 사전에 준비하고 전략과 전술에도 반영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반대쪽 거석군 초입이면 거인들 다수가 주둔(駐屯)하기는 힘들 텐데 거석군 안인가 밖인가?"


“반대쪽은 거석군 초입에 큰 바위 몇 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넓다란 들판이 한군데 있는데 바로 그곳에 거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 지도를 보시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러면서 정찰 조장이 작전 지도를 펼치고 모두에게 한 지점을 짚어 보였다.


“그럼 우리가 여기에서 경공술로 이동하여 공격하려면 한 시진도 채 걸리지 않겠군. 제장들 생각은 어떤가? 오늘 밤에 야간 기습(奇襲)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적이 안심하고 있을 때 말이야.”


보 대족장이 여러 부대장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부대장들이 너도나도 의견을 내놓는데······.


“적이 아직 우리가 도착한 것을 모를 테니 그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전체가 한꺼번에 들이치도록 하지요.”


······등등.


여러 의견에 보 대족장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총지휘자의 의견이니 이미 작전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생각에는 우리 부대가 총 6개이니 3개 부대는 야간 기습을 하고, 나머지는 힘을 아꼈다가 거인들이 이쪽의 거석군을 지날 때 덩치 때문에 거동이 불편할 테니 그때 치는 것이 좋겠어. 어차피 우리가 가진 일천 명의 전력으로는 단번에 저 거인들을 모두 몰살시킬 수는 없을 거야.”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그럼 오늘 밤 공격대는 어떻게 할까요?”


“오늘 밤에는 천령대 두 부대와 쥬맥 부대장의 부대가 가도록 하지. 물론 나도 같이 가서 총지휘를 할 거야. 삼경 초(11시)에 출발할 것이니 모두 미리 쉬면서 준비했다가 공격하자고.”


“예, 그리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이렇게 결정되자 모두 돌아가고 오늘 밤 공격조는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쥬맥도 부대원들을 모아 놓고 금일 밤의 기습 계획과 만일을 위한 백호대 연락 방법, 야간 기습 시 주의해야 할 점과 준비할 내용 등을 세세히 교육하고 지시했다.


그리고 미리서 잠을 충분히 잔 다음에 운기조식을 하고 출발하도록 했다.


드디어 삼경이 가까워지자 모두 출격 준비에 바빴다. 출전자들의 마음은 더 바쁘고 더 긴장되고. 얼굴이나 도검의 반사되는 곳은 빛을 가리고, 휴대하는 물건이나 무기는 소리가 나지 않게 단단히 묶었다.


* * * * *


“내일 또 출발하려면 빨리들 쉬어라.”


거인족의 율리타는 1차 거점을 어렵지 않게 완성(完成)하고, 오늘 밤은 편히 쉬었다가 내일 출발할 예정으로 자신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천인족이 설마 여기까지 오지는 않겠지만 떠날 때 샤리네 총대장이 하던 당부가 떠올랐다. 야간에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적의 기습에 대비하라던.


“에이, 어쨌든 지시는 따라야지. 여봐라! 부대장들 좀 오라고 해라!”


율리타는 잠자리에서 상반신만 일으킨 채 부대장들을 불러서 거만하게 샤리네의 지시(指示)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거점 앞에 전초 기지를 만들어 백 명씩 교대로 지키라고 명령했다. 전초 기지는 지금 쉬고 있는 1차 거점의 삼백 장 앞 지점에, 큰 바위가 즐비한 곳에 세우도록 했고.


그러나 그 지시를 받은 부대장들은 율리타의 일방적이고 거만한 자세에 비위가 상해서 대답만 예예 하였지 실행력은 별로였다.


지금도 경계 업무를 서면서 서로 웃으며 떠들고 있는 중이다. 초병이 금기로 여기는 것을 등한시한 채!


“아니 적진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무슨 적이 쳐들어온다고 밤에 잠도 못 자게 보초를 세우는 거야. 이런 씨부럴, 에잇! 더러워.”


“아따메 보초섬시롱 왜 그렇게 떠든다요? 조용히 좀 허쇼 잉.”


“짜슥, 우리가 지금 조용하게 생긴나? 니나 조용히 해라 인마야.”


“지가 언제부터 대장이래유? 똥폼은 혼자 다 잡데유.”


“인마들 조용히 안카나? 나 잠잔데이. 한숨 자게 모두 조용히 해라 마.”


거인 초병들이 각종 사투리로 떠드는 소리를 듣고 야간 습격대는 그곳을 돌아서 선발대 본대 쪽으로 접근했다.


커다란 암석 뒤에 몸을 숨기고 전방을 주시하니 거인들이 벌판 여기저기 드러누워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보 대족장이 세 명의 부대장을 손짓으로 가까이 부르더니 전음으로 세부적인 작전(作戰)을 지시했다.


[쥬맥 부대장은 뒤로 돌아가고, 2개 부대는 이곳에 대기했다가 이 각(30분) 뒤에 조용히 공격한다. 일절 소리 없이 기습하도록 하라. 가능하면 잠에서 깨지 않게 목이나 심장 등 급소를 공격하고. 알았지? 그럼 이동!]


쥬맥은 백오십 명의 부대원을 데리고 은신술로 숨어서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각이 지나자 쥬맥의 손 신호에 따라서 바람처럼 거인들 내부로 스며들어 급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순식간에 잠자는 거인들 육십여 명을 해치웠다. 다섯 곳의 급소를 초일류고수 다섯 명이 동시에 찌르는 것!


그런데 앞쪽에서 기습하기로 했던 2개 부대는 뒤늦게 합류하더니 몇 명 죽이지도 못하고 발각이 되고 말았다.


급소를 잘못 찔렀는지 거인이 몸부림을 치면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으악~ 적이다! 적이 기습했다.”


“기습이다! 기습! 모두 일어나라.”


“모두 무기를 잡고 반격해라!”


쿠앙~ 쿠앙~ 쿠앙~


율리타도 허둥지둥 잠자리에서 뛰쳐나와 몽둥이를 들고 고함을 질러 댔다.


습격이 발각(發覺)되자 거인들은 죽은 동료들을 보더니 마치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 대족장도 어쩔 수 없이 진기가 실린 목소리로 후퇴(後退)를 명했다.


“모두 퇴각하라!”


그러자 앞쪽에서 공격하던 2개 부대는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그러나 반대쪽에서 공격하던 쥬맥 부대는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


쥬맥은 마치 배신을 당한 것처럼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우선은 부하들을 살려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주시하면서 백호대의 후퇴를 명했다.


“모두 내 뒤를 따라서 퇴각한다. 유성돌파진으로 뒤를 따르라!”


큰 소리로 외친 뒤 전신에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두르고 백호제마검에는 검강을 한 장이 넘게 발현시키며, 부하들보다 앞장서서 달려갔다. 그러면서 앞을 가로막는 거인들을 몽둥이와 함께 발목을 쳐내며 신속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는데······.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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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화해 협상의 결렬 +1 21.07.11 1,335 42 19쪽
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8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2 44 19쪽
»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0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3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4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1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3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6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8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8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49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6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29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38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28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1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1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6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3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0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6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48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4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7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6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6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3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6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38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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