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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82,373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29
조회
1,353
추천
47
글자
18쪽

66화. 유리의 결혼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 쥬맥과 수르도 어느덧 스물여섯 살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봄날.


수르가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찾아왔는데 목소리마저 시무룩했다.


“맥아! 유리가 사흘 뒤에 결혼한단다. 그 안명이 하고 말이야. 으이그······.”


“그래? 이제 스물여섯 살인데 벌써 결혼을 해? 너무 빠르잖아.”


“요즘은 종족수를 늘린다고 출산을 장려하면서 조혼이 유행하잖아.”


“아, 그런가? 나는 서른은 넘어서 장가를 가려고 했는데······.”


“그러다가 너 노총각 된다. 빨리 임자를 찾아야지?”


“야, 너도 없으면서 남 얘기는······.”


“다른 놈들은 여자친구가 많아서 어장 관리를 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어지간히 운도 없다. 그지? 그 많고 많은 여자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몰라.”


“다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만나지 않겠냐?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그 유린이는 네 마음만 유린해 놓고 왜 코빼기도 안 보이지?”


“보돈타 대족장의 딸이잖아. 그럴 일이 있었어. 깨끗이 잊었다.”


“하기야 보 대족장이 비 대족장과 경쟁하면서 너를 무척 싫어하지?”


그러자 쥬맥은 괜히 지난 상처가 도지는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유리가 결혼한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친구인데 그냥 가만히 있을 거야?”


“축하금이나 주면 되지 않을까?”


“축의금은 축의금이고, 어릴 때부터 소꿉친군데 뭐라도 해 줘야지.”


“야! 너를 배신하고 좋은 가문으로 시집가는 애가 뭐가 예뻐서 해 줘?”


“어릴 때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한 풋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나는 벌써 다 잊었다. 그래도 친군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야지.”


“그럼 너는 뭘 해 줄 건데?”


“나는 지난번에 네 악기를 만들 때 하나 더 만들어 놓은 게 있는데, 그거랑 일반 악보나 몇 개 그냥 줄까 봐.”


“아니, 뭐가 예쁘다고 그 귀한 걸 걔한테 주냐?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데······.”


“임마, 너도 줬잖아? 음공까지 다 가르쳐 주니깐 뭔 헛소리야.”


“하긴 그렇네. 그런데 나는 돈밖에 줄게 없는데 어쩌지?”


“내게 자오음양지가 몇 개 남아 있으니까 한 다섯 개만 싸서 네가 줘.”


“야! 그건 정말 돈을 주고도 못 사는 영초잖아? 그걸 왜 줘? 그리고 그것은 내가 다 먹어 치우지 않았냐? 아직도 남았어? 그럼 지금 다 먹어 버리자.”


수르는 자오음양지 얘기에 잘됐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덤벼들었다.


“네가 다 먹은 걸 알기는 아는구나. 몇 개 남았는데 전에 안명이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까, 태을 선인께서 가져가신 것에서 한울님의 몸이 편찮으실 때 드시라고 몇 개를 드렸나 봐. 그걸 한울님께서 안 드시고 손자에게 먹이신 모양이더라고.”


“손자 사랑은 지극하시군. 나도 그런 할아버지 좀 안 계시나? 금수저는 뭐가 달라도 달라. 그래서 안명이 그렇게 내공이 높았구나?


알고 보니 다 네 덕이네 뭐. 우리는 언제나 이 찌질한 흙수저의 신세를 면하냐? 우리가 금령파 같은 악기를 만들어서 팔면 금수저가 되지 않을까? 밤낮없이 힘들게 무공 수련을 해 봐야 싸우러 다니는 것밖에 더 있냐.”


“헛소리 말고, 내가 한울님께 받은 것에 비하면 그것은 손톱만큼도 안 돼. 사람이 은혜는 잊지 말아야지.”


“그러면 두 개 다 네가 주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임마, 네 것이 내 거고 내 것은······ 내 거지. 흐흐흐! 무슨 문제야?”


“그래, 그럼 우리 둘이 함께 가서 주자. 언제? 내일 밤에?”


“그래, 내일 밤에 가서 전해 주자.”


다음 날.


일과가 끝나고 밤이 되자 쥬맥과 수르는 유리를 찾아갔다.


쥬맥은 예쁜 가죽으로 만든 악기 집에 금령파와 함께 일반 악보 세 개를 만들어서 집어넣었다. 연주법도 넣고.


수르는 쥬맥이 건네준 자오음양지 다섯 개를 작은 나무상자에 담고 예쁜 보자기로 쌌다.


그리고 둘이 유리네 집을 찾아가 문밖에서 서성거리며 유리를 불렀는데······.


“유리야! 집에 있니?”


그러자 육십 대로 보이는 몸집이 좋은 남자가 집에서 나오더니, 큰 눈을 부라리며 둘을 마치 불한당을 보듯이 노려보았다. 찾아간 사람이 민망하게.


그러면서 툭 던지며 묻는 말.


“누군데 내일 시집가는 애를 찾나?”


아마 유리 아버지 같은데 좋은 가문으로 시집가는 딸에게 이상한 소문이라도 날까 봐서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집안에서는 잔치 준비를 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했다. 둘은 집안을 기웃거리며 혹시나 유리가 보이지 않나 찾으면서도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저희는 유리 친군데요. 내일 시집간다고 해서 선물을 좀 전해 주려고 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좀 불러 주세요.”


그러자 둘을 사나운 눈초리로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냉담하게 말했다.


“난 유리 아빌세. 내일 시집을 가는 애가 어찌 외간 남자를 만난단 말인가? 전해 줄 것이 있으면 이리 주게. 내가 대신 전해 줌세.”


그러면서 대문을 떡 가로막았다.


“예, 친구 쥬맥하고 수르가 가지고 왔다고 좀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축하한다는 말도 전해 주시고요.”


“알겠네. 내 필히 전할 테니 자네들은 어서 가 보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둘이 선물을 건네주고 돌아서서 가는 것을 보더니, 유리 아버지는 혹시나 보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살피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야! 너 혹시 쥬맥하고 수르라고 하는 남자 친구가 있느냐?”


“그냥 어릴 때 친구였는데, 왜요?”


“그 녀석들이 선물이랍시고 보자기에 뭘 싸들고 왔구나. 행여라도 남이 볼까 봐 무섭다. 앞으로는 절대로 만나지도 말고 아는 체도 하지 말아라.


선물이랍시고 뭘 들고 왔는데 그 처지에 변변치 않은 것일 게다. 괜히 이것 때문에 다른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냥 버리자. 사돈댁이 오죽 높은 집안이냐?”


“그래도 준 사람의 성의가 있는데, 그냥 제가 가져갈 짐에 넣어 두세요.”


“넣어 두기는 한다만 너에게 짐만 될 게다. 필요 없으면 나중에 버려라.”


“알았어요. 나중에 보고 버리죠 뭐. 별거 있겠어요.”


이렇게 해서 쥬맥과 수르가 성의(誠意)껏 준비한 선물은 풀어 보지도 않은 채 여러 물건들과 함께 봇짐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드디어 유리 결혼식 날.


쥬맥과 수르는 유리네 집에 가서 축의금을 건네고, 꽃가마를 타고 가는 유리의 예쁘게 치장한 뒷모습을 멀리서 잠시 보았을 뿐이다.


둘 다 각기 다른 마음으로 말이다. 한 명은 나도 이제 빨리 장가를 가야지 하고, 또 한 명은 유리가 이제는 정말로 가는구나 하고······.


천인족은 신부가 차려입고 꽃가마를 타면 몇 사람의 가마꾼이 들고 가는 경우도 있고, 바퀴를 달아서 마차처럼 시원마가 끌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은 시댁으로 가는 도로 사정이나 거리에 따라서 각기 달랐다. 몇 시진이나 하루를 넘게 간다면 당연히 시원마가 끄는 마차를 타야 했고 말이다.


신랑은 마을 어귀까지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신부가 오면 맞이하여 함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어른들과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맞절을 하며 성혼식을 한 뒤, 술과 안주를 들고 잔치 마당을 돌면서 어른들을 대접하는 것이 법도였다.


그때 신부는 술병을 들고 술을 따르고, 신랑은 안주를 집어서 입에 넣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신부의 가정 형편에 따라서 시집갈 때 가져가는 혼수도 다 달라졌다.


대단한 가문으로 시집을 갈수록 많은 돈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유리를 결혼시키면서 유리 아버지는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쓰다시피 해야만 했다.


유리가 시집가는 날, 쥬맥은 밤늦게 하천가의 다리에 걸터앉았다.


시집가던 유리의 뒷모습이 떠올랐으나 이제는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악기랑 자오음양지를 챙겨 주니 마음이 흐뭇했다.


이번에 악기를 만들고 또 새로운 음공이라는 것에 미쳐서 살면서 모든 일에 나름 자신(自信)이 생겼다.


전에 없었던,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음공(音功)이라는 무공도 처음으로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다는 확신(確信)을 다지고 있었다.


* * * * *


한편, 여기는 비월족(飛月族) 영역.


비월들이 많이 모여 사는 비샤인데 기유월과 금령월이 무슨 일이 있는지 어디론가 급히 날아가고 있었다.


목적지에 다다른 것을 보니 비월왕 (飛月王)인 환제월의 부름을 받아서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월왕이 머무는 큰 나무에 도착하자 수신호위들이 맞이하여 안내를 했다. 벌써 비월신과 비욜라를 비롯하여 몇몇 비월들은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고.


“소신 비월 기유월이 왕의 부름을 받고 대령했사옵니다.”


“소신 금령월이 왕의 부름을 받고 대령했사옵니다.”


“어서들 오라. 급한 일로 불렀다.”


“하명하시옵소서.”


“지금 소인족 그 조그만 녀석들 수천 명이 미르만을 건너 우리 영역에서 사냥을 한다며 분탕질을 하는 모양이다. 비월신께서 좀 설명을 해 주시오.”


“사실은······. 일이 이렇게 되어 가지고······. 지금은······.”


군사역을 겸하고 있는 비월신 기신월이 금빛 깃털을 한번 털면서 자세한 설명(說明)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기후 문제로 소인족 영역에 식량이 매우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소인족 중에서 황소인과 백소인 오천여 명이 배와 뗏목을 타고 미르만을 건너, 비월족 영역(領域)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몇 번 경고를 했지만 돌아가지 않고 계속 비월족의 식량이 되는 동물들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여 명이 가서 제지를 했지만 수가 너무 많아서 도리어 그들이 쏘는 화살에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고 말이다.


그리고 소인족들이 전과 달리 활도 매우 강력(强力)하고 싸우는 수법도 많이 달라져서, 뭔가 예전과 다른 방법으로 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긴 끈에 무게 추를 달아서 던지는데 그것이 상당한 거리까지 날아와서, 비월족의 발목이나 목에 감기면 그냥 그대로 끌려간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전에 천인족과의 전투를 경험 삼아서 무기와 전투 기법을 개량하여 새로운 전투 부대를 육성하고 있는 기유월과 금령월이 출전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비월족의 영역을 넘보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보이라는 것!


물론 지금 교육시키고 있는 금령월의 토납술 부대도 함께 데리고 가서 전투에 참가하라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참에 기유월과 금령월이 육성하고 있는 전투 부대의 능력도 어느 정도인지 시험을 해 보겠다는 의미였다.


“알겠사옵니다. 소신 반드시 신명을 다 바쳐서 소인족에게 우리 비월족의 무서움을 보이고 우리 종족의 영토(領土)를 지키겠사옵니다.”


“소신도 토납술 훈련을 한 전사들을 데리고 기 비월을 적극 지원하여 영토를 지키겠사옵니다.”


“이번 임무에 토납술을 수련한 전사들에게 기대가 크니, 금령월은 기유월을 적극 도와서 좋은 성과를 보이도록 하라.”


“소신 최선을 다 하겠사옵니다.”


두 사람은 허리를 깊숙이 숙여 비월왕께 예를 표하고 물러 나왔다.


본 주거지로 돌아온 기유월은 금령월을 비롯하여 신규로 육성하고 있는 부대와 참모진(參謀陣)을 모두 소집했다.


금령월이 쥬맥에게서 토납술을 전수받은 지가 벌써 십팔 년이 넘었다. 그래서 비월족 내에서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대전사 수준의 대접을 받았고, 그동안 삼만 명의 지상 타격대(地上打擊隊) 대장을 맡아서 토납술을 수련시키고 있었다.


“이번 소인족 전투에는 지상에서 타격대로 삼천, 공중 공격군 삼천 총 육천 명이 출전한다.


많이 출전하면 당연히 이기겠지만 그러면 승리를 해도 인해전술로 이겼다고 우리의 승리가 빛을 잃을 것이다.


그러면 다른 정적들은 그 빌미로 우리의 업적을 낮추려고 할 것이고···. 혹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 있는가?”


그러자 한 사람이 나서서 물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적과 같은 수만 출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 편제상 1개 부대가 삼천 명이니 2개 부대가 간다.”


“무기는 어떤 것을 준비할까요?”


“지난번에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사용해 보고 개량한 무기들을 모두 들고 가서, 이번 기회에 시험을 하고 부족한 것들은 또 보완을 하도록 하자.


개량한 그물, 새로 사거리를 늘린 활, 독무를 내뿜는 기름 단지까지. 단, 독단지를 쓸 경우에 지상군은 미리 해약을 복용하도록 한다.”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에 들이칠 것인지요?”


“그것은 상황을 봐서 사전에 신호를 정하여 진행하자. 공중에서 먼저 공격하여 전선을 흩트린 다음에 지상에서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으니 현장을 보고 금령월과 결정하겠다.”


“공격 거점을 사전에 확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영역이니까 우리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비욜과 적들이 있는 중간 지점에 공격 거점을 확보한다. 우선 일천 명이 내일 출발하여 거점을 확보하라. 무령월! 네가 할 수 있겠지?”


“예, 맡겨만 주십시오. 사전에 전투 장비나 식량을 모두 확보하고 육천 명이 머물 수 있는 기지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무령월은 일천 명을 데리고 먼저 가서 기지를 확보하고 나머지 부대는 사흘 뒤에 출발한다. 뿔피리 소리의 신호 방법은 오늘 밤에 배포하겠으니 모두 사전에 숙지시키도록 하라.


투로나 방향, 세부 전략은 금령월과 수립하여 기밀이 유지되도록 현지에서 전한다. 이상! 혹시 다른 질문 있나?”


그때 보급을 책임진 비르가 나서서 물었다.


“이번 지상 작전을 감행하는 지상 타격대는 천인족의 무기를 보고 개량한 칼이나 창을 사용할 것이지요?”


“당연하다. 기존의 우리 무기는 공중 공격에 중점을 두어서 지상전에는 너무 가볍고 효율적으로 적을 벨 수 없다. 혹시 수량에 문제가 있는가?”


“삼천 자루면 충분히 여유가 있습니다. 전투에서 분실될 수 있으니 최소 오천 자루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이번은 우리 영역이니 비상식량을 가져가고 보급 부대는 최소로만 운영한다. 그러니 출전자는 전원 전투에 참가한다. 이상.”


다음 날 무령월이 선발대가 되어 공격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떠났다.



마침내 본대가 출전(出戰)하는 날.


유난히 붉은 해가 불끈 솟아올랐다.


금령월은 정예만 가려 뽑은 1개 부대를 거느리고 자신이 직접 출전했다.


지상에서 공격을 감행하려면 갑옷이 필요하지만 날아가는 데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나무로 주요 부위만 가리는 경갑을 전원에게 착용시켰다.


그리고 칼과 창은 장거리 비행에서 운신에 지장을 초래하니 현지에서 지급하기로 하고 간단한 단검류만 지급했다.


아침 햇살에 이슬이 반짝거릴 때, 오늘 출전할 본대 오천 명이 대연무장에 정렬하여 총지휘관인 비월 기유월을 기다렸다.


보통 소단위 전투의 경우에는 대부분 나무 위에 앉아서 기다렸다가 출전을 하지만, 이 정도로 규모가 큰 경우는 지상에서 사열식을 하고 떠나는 것이다.


삘릴리~ 삘릴리~ 삘릴리~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비월 기유월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모두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서는데, 기유월이 지휘봉을 들고 나오더니 출전하는 전사들의 사기앙양(士氣昻揚)을 위해서 간단한 연설을 했다.


“우리는 지난번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참패하여 명예를 잃었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서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지금껏 때를 기다려 왔다.


그동안 무기도 바꾸고, 생각도 바꾸고, 사람도 바꿔서, 오랜 시간 훈련을 하며 오늘을 기다려 온 것이다.


비록 이번이 천인족과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소인족을 상대로 하여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반드시 적을 무찌르고 우리의 영토를 수호(守護)하며,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자! 우리 모두 승리를 위하여~ 출전하라!”


“출전하라!”


“와! 이기고 돌아오자!”


여러 함성과 함께 오백 명씩 순서대로 하늘로 치솟아 공격 거점을 향하여 날아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소인족 진지(陣地).


그동안 미르만을 건너 비월족 영역에서 사냥을 하며 식량을 확보해 왔다.


황소인족 이천오백 명은 보달프가, 백소인족 이천오백 명은 달라후가 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비월족의 동태를 살펴서 보내온 정보가 심상치 않으니 두 대장이 모여 앉아서 대책을 협의하는 중이다.


보달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여기에서 버티다가는 비월족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지 않겠소?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그런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는 달라후.


“우리 영토에 가뭄이 들어서 곡식은 물론이고 잡아먹을 동물들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동안 여기서 제법 많은 짐승을 잡아 염장(鹽藏)하여 보내니, 그나마 난동이 일어나지 않고 조용한 것이고요.


만약 식량이 없으면 비월족과의 전투보다 더한 일이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서 그들의 제물이 될 수는 없는 일 아니오?”


“그러면 한 달만 더 식량을 확보하고 떠나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비월족이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고, 더 멀리까지 염탐조를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오늘 밤부터 바로 경계를 강화하도록 합시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비월족 공격대가 이미 오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오랜 경험으로 사태를 유추했고······.


그래서 나름대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주변을 정탐하는 인력을 배 이상 늘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특히 비월족이 거주하는 방향에는 큰 구릉마다 바로 연락이 가능한 거리로 초병들을 매복시켰다.


주야 교대로 보초를 서면서 만약에 비월족의 습격을 감지하면 즉시 신호를 하도록 봉화를 설치했다.


특히 돌아갈 배가 정박해 있는 미르만의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배가 불타면 돌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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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2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31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3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55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57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4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9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45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8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9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41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54 46 19쪽
»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54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66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65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62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87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61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44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47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58 4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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