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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2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04 10:24
조회
1,324
추천
45
글자
18쪽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 씨 고마워요. 이런 멋진 풍경은 처음 봤어요. 너무 멋져요.”


“내일도 재미있는 것이 많으니까 낮에 같이 구경하러 가요.”


“네, 좋아요. 저도 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살며시 머리를 쥬맥에게 기댄다. 희미하게 풍겨 오는 부용의 향기에 취해서 쥬맥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계속 이렇게 영원히 있었으면 좋으련만······. 제발 시간이 흐르지 말고 이대로 멈추었으면······.


그러나 야속하게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러서 구경을 마치고 둘이 손을 잡은 채 돌아오는데, 쥬맥의 집 앞에서 손에 뭔가를 든 남자가 홀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하면서.


미루를 데려다주려면 집 앞을 지나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는 수르였다.


녀석도 친한 친구는 쥬맥밖에 없으니 심심하여 어머니가 장만한 안주를 들고 찾아왔다가 헛물을 켜고 돌아가려던 참이었고. 그런데 손을 잡고 오는 둘을 발견하자 눈이 놀란 토끼처럼 커지는 수르다.


“어? 이거 누구야? 아니, 나만 빼고 둘이서 놀러간 거야?”


“그냥 가까운 데 바람 좀 쐬고 왔다.”


“어머! 수르 씨 안녕하세요?”


“아니, 미루 씨! 벌써 나만 따돌리기예요? 오늘은 벌칙을 좀 줘야겠네.”


“이왕 우리집에 왔으니까 어서 들어가자. 미루 씨도 같이 들어가요.”


“야! 오늘 벌칙은 내가 만족할 때까지 술친구를 해 주는 거다. 알간? 미루 씨는 내 술 세 잔 마시기, 됐죠?”


셋이 집안으로 들어서니 작은 집에서 아버지하고 단둘이 사는 미루는 넓고 좋은 집을 보고 감탄(感歎)을 했다.


“어머! 집이 너무 넓고 좋네요. 우리집보다 훨씬 넓어요.”


“그런데 남자 혼자 살아서 지저분해요. 잠깐 기다려 보세요. 뭐 먹을 게 있나 모르겠네.”


“안주는 내가 여기 가져왔다. 좋은 술이나 한 병 가져와라.”


수르는 손에 들고 온 음식을 거실 탁자 위에 늘어놓았고, 쥬맥은 들어가서 젓가락과 술잔, 술병을 들고 나왔다.


“오늘 나만 따돌렸으니까 그 벌로 미루 씨가 한 잔 따라 주세요.”


“예, 그럴게요. 한 잔 받으세요. 쥬맥 씨도요.”


미루가 수르와 쥬맥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 주니 수르가 술병을 받아 들고 미루의 잔에도 술을 가득 따라 주며 말했다.


“이건 벌주입니다. 아직도 두 잔 더 남았어요.”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 한 번도 마셔 보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이참에 한번 마셔 봐야죠? 술잔에 비치는 달을 보면서 한잔 마시는 기분을 모르죠? 술 한 잔에 달도 별도 그리고 인생도 다 마실 수 있어요.”


“수르 씨는 너무 낭만적이네요. 그럼 딱 한 잔만 마실게요.”


셋이서 술잔을 부딪치고 술을 단숨에 입에 털어 넣는데, 술을 처음으로 마시는 미루가 제대로 마실 리가 없었다.


“콜록! 콜록! 아으~ 독해! 이 독한 걸 무슨 맛으로 마셔요?”


“맛을 들이면 둘이 마시다가 넷이 죽어도 몰라요. 나중에 술 맛을 알고 나서 더 안 준다고 보채지나 마세요.”


“호호! 둘이 마시는데 어떻게 넷이 죽어요? 에이~ 말이 안 맞잖아요.”


“하! 참. 뭘 모르시네. 술잔에 비친 나도 죽고 너도 죽고······. 넷 맞잖아요? 하늘에 달이 지면 술잔에 달도 지고······. 별이 지는 밤에 기울이는 술 한잔! 이런 멋진 걸 알아야 진짜 애주가가 되는 거예요. 알았어요?”


수르의 잡설에 또 술이 돌고······.


이렇게 쥬맥과 수르는 술이 몇 잔 들어가고 미루는 한 잔밖에 안 마셨는데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때······,


수르가 정색을 하고 미루에게 물었다.


“그런데 미루 씨! 내 친구 맥이 마음에 들어요? 계속 사귈 거예요?”


그러자 미루가 목까지 붉어지며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 큰 소리로 ‘예’ 하고 싶은데 창피해서 차마 말이 입밖으로 나오질 않는 것이다.


“그래 가지고는 연애 못 해요. 연애도 용감해야 하는 거예요.”


“임마, 너는 용감해서 여태 연애 한 번 못 해 봤냐? 순 엉터리야, 너.”


“나는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야. 너 장가나 보내고 할려고. 알았냐?”


“눈물 나게 고맙다 이놈아! 내 걱정일랑 말고 너나 빨리 장가 가거라.”


“오늘부터 쥬맥 씨 그러지 말고 그냥 오라버니라고 불러요. 그래야 금방 친해지지. 자~ 연습, 수르 오라버니~.”


“이 녀석이, 너 취했구나. 왜 네가 오라버니야?”


“나도 같이 오라버니 하면 안 되냐 뭐. 나도 네 친군데······.”


“싫어요! 쥬맥 씨만 오라버니 할래요.”


“와! 너만 오라버니 한단다. 넌 좋겠다. 대신 벌주 한 잔 더!”


그러면서 미루 잔에다 술을 따라서 또 억지로 권했다. 미루는 겁이 난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사양을 했는데······.


“맥이만 오라버니 하려면 이 술을 한 잔 더 벌주로 드쇼 잉~.”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더 마시면 안 돼요. 한 번만 봐주세요.”


“그러면 맥이한테 ‘오라버니!’ 하고 한 번 부르면 봐줄게요. 아니면 술을 마시던가? 할 거예요 말 거예요?”


“할게요. (모깃소리만 하게) 오라버니.”


“아니, 무슨 모기가 이렇게 웽웽대남?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뭐라고요?”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귀밥을 파낸다.


“(조금 크게) 오라버니.”


“아니, 뭐라고요? 더 크게!”


“오라버니!”


“오냐!”


“뭐예요! 왜 수르 씨가 대답해요. 아이~ 난 몰라. 창피해 죽겠네.”


“하하하하! 다음부터는 맥이 네가 대답해라. 알았지? 나도 네 덕분에 오라버니가 됐다. 와~ 어때 약오르지?”


“이그, 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잘 논다. 빨리 애인 만들어 줘야겠다.”


“그런다고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 미루 씨도 왔는데 노래 한 곡조 해야지? 금령파는 내가 튕겨줄 테니까 벌칙으로 너는 노래나 해.”


수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금령파(金鈴琶)를 찾았다. 거실에 없으니 침실까지 뒤져서 금령파를 한 손에 들고 나왔다. 의기양양하게······.


수르가 금령파를 가슴에 안고 줄을 고르자 ‘띠리링 샤라랑 스스릉’ 하는 맑고 고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어머! 무슨 악기가 이렇게 예쁜 소리가 나요? 생긴 것도 예쁘고, 이렇게 예쁘고 고운 소리는 처음 들어봐요.”


미루가 금령파 소리에 감탄을 거듭하자 수르가 쥬맥에게 그거 보라는 듯이 말했다. 유리에게 준 걸 말함이다.


“그러게 하나 남은 것을 안 주고 남겨 놨어야 하는데···, 으이그. 야! 미루 씨가 좋아하니까 노래나 한 곡 해 봐.”


띠리링 띠리리링~ 샤라랑 샤라라랑~


“임마, 직접 연주하면서 해야 박자가 제대로 맞지. 이리 줘 봐.”


그러면서 결국 어쩔 수 없이 쥬맥이 금령파를 빼앗아 한 곡조 노래를 부르자 미루는 넋이 나간 듯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금령파 소리와 노래도 좋지만 불빛에 비치는 쥬맥의 얼굴이 붉은 머리와 술기운이 어우러져서 너무 멋져 보인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 있다가 노래가 다 끝나자 고개를 흔들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노래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멋진 얼굴만 생각날 뿐! 그래도 일단 박수는 쳐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는 말이다.


짝짝짝짝!


“너무 멋있어요. 저도 그 악기 좀 배울 수 있어요? 악기 이름이 뭐예요?”


“금령파예요. 나도 잘하니까 내가 알려 줄게요. 나한테 배울래요?”


“싫어요. 오라버니한테 배울래요.”


“와! 오라버니란다. 야, 속도 잘 나간다고 누구처럼 과속하지 마라.”


그 말에 쥬맥이 엉뚱한 소리나 하지 말라며 손으로 수르의 어깨를 탁 쳤다.


“너나 과속하지 마 임마. 미루 씨, 어때요 내일부터 배울래요?”


“네! 정말 가르쳐 줄 거죠?”


“내가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아무때나 오세요. 금방 배울 수 있으니까.”


“야! 맥이 너는 오라버니가 뭔 존대를 하냐? 나이도 많은데 그냥 동생처럼 편하게 반말해. 나이도 셋이나 많으면서. 그렇죠? 미루 씨.”


“네, 맞아요.”


“거봐, 말 편하게 하라잖아?”


“크흠 크흠! 좀 어색하네. 그럼 나도 편하게 말할게. 됐지?”


결국 쥬맥과 미루는 술기운을 빌린 수르의 장난으로 금방 가까워져서, 집에 데려다줄 때는 손을 잡고 가면서 ‘오라버니’ ‘왜 그래?’ 하는 소리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몸이 약한데 너무 무리를 한 듯 미루는 가는 내내 쥬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갔다.


쥬맥은 ‘내게도 이런 꿈 같은 시절이 오는구나.’ 하면서,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니 자꾸 미루의 얼굴을 흘낏거렸고······.



드디어 천단(추수감사제)의 날이 밝았다. 아침에 천제에 참석하고 여러 어른들께 인사를 드린 다음, 뛰는 가슴을 안고 미루를 만나러 갔다.


함께 인형극과 무술 시합을 보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며 놀다가, 미루가 피곤해 보여서 쥬맥네 집으로 돌아와 금령파를 연습했다.


쥬맥이 미루의 뒤에 앉아서 손을 앞으로 두르고, 금령파를 가슴에 안는 법과 줄을 누르거나 잡고 튕기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두 사람은 몸이 서로 밀착되었는데······.


한번은 미루가 무언가 물으려고 얼굴을 돌리다가 마침 쥬맥이 그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어서 서로 입술이 닿으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맞춤을 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촉촉한 감촉!


터질 듯 두방망이질 치는 벅찬 가슴!


떨리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환희!


두 처녀 총각은 난생 처음으로 겪는 짜릿한 기분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젊은 청춘 남녀는 그렇게 서로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둘 다 너무 외로운 사람들이라 더 빨리 그것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을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쥬맥에게 금령파를 배운 지 한 달쯤 지나자 이제 미루도 제법 금령파를 잘 치게 되었다. 간단한 곡은 혼자서도 완주할 수 있게 되었고······.


몸은 약했지만 머리는 비상한지 한 번 설명하면 금방 알아듣고 잊는 법이 없었다. 일문십지(一聞十知)라고 할까?


피 끓는 청춘 남녀가 자주 둘만의 공간에서 만나다 보니 정이 쌓이고 사랑은 점점 더 깊어만 가니,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 쥬맥은 미루를 위하여 금령파를 하나 더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것이라 정성을 다하여 다듬고 줄을 끼운 뒤, 음률을 조정하니 똑 같은 금령파가 이 세상에 하나 더 탄생했다.


예쁜 가죽으로 집과 손잡이를 만들고 그 안에 넣으니 너무나 잘 어울렸다. 미루가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고······.


앉아서 기다리기가 힘들어서 금령파를 거실에 두고 미루를 마중 나갔다.


집에 들어온 미루를 보며 ‘짜잔!’ 하는 기분으로 금령파를 내미는 쥬맥.


“이거 미루 거 선물이야. 열어 봐.”


“어머! 오라버니 무슨 선물이에요? 집이 너무 예뻐요.”


미루가 가죽집을 열고 금령파를 꺼내더니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너무 좋아했다. 금령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팔짝팔짝 뛰면서 몸체를 어루만지니 그 모습을 보는 쥬맥도 너무 기뻤다.


‘이런 맛에 선물을 하나?’


그런데 너무 좋아하던 미루가 갑자기 자기 것은 안 보고 쥬맥이 평소에 사용하던 금령파를 찾았다.


“오라버니! 그런데 이것 하고 오라버니 것하고 서로 바꾸면 안 돼요?”


“응, 아니 왜? 미루를 위해서 내가 밤새워서 새로 만들었는데······.”


“저는 오라버니의 손때가 묻은 저 헌 것이 더 좋아요. 거기에서는 오라버니의 냄새가 나거든요. 히히히! 저는 오라버니의 냄새가 좋아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나는 새것을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어쩌면 길이 나 있어서 쓰던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네.”


이렇게 해서 쥬맥이 최초에 만든 금령파는 미루의 손으로 넘어갔다.


미루는 새것을 주고 헌것을 받아서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만져 보고, 쓰다듬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했다.


요즘은 사랑이 무르익으니 하루라도 입맞춤을 안 하면 입에 곰팡이가 피는 줄 알고 만날 때마다 남몰래 입을 맞추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어느덧 꿈 같은 사랑에 빠진 지 두달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집에 바래다주는데 미루가 집 앞에 다 이르러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놀라서 미루 아버지를 부를 생각도 못 하고 등에 들쳐 업은 뒤, 신의를 찾아서 경공술을 펼쳐 내달렸다.


평소 근거지 내에서는 경공술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앞뒤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만약 종족에서 알고 벌을 내린다면 나중에 받으면 그만이고 말이다.


정신없이 달려서 본래의 큰 주거지에 다다르자 신의가 머무는 의원(醫院)의 문을 두들기며 대답도 하기 전에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누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오던 신의가 쥬맥이 누군가를 업고 급히 들어서는 것을 보더니 놀랐다.


“여보게, 급한 환자인가? 어서 이쪽으로 데리고 오게.”


다른 사람 같았으면 허락 없이 쳐들어오니 야단부터 쳤을 텐데 쥬맥인지 알아보고 급히 환자(患者)를 보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환자를 일단 여기에 눕히게. 우선 진맥부터 해 보세.”


“신의님! 제 여자친구인데 갑자기 피를 토하고 쓰러졌습니다. 제발 좀 살려 주세요.”


얼마나 마음이 급하고 아프겠는가?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두 손을 맞잡은 채 허둥대며 어쩔 줄 몰랐다.


“마음을 진정하고 잠시 기다리게.”


신의가 맥을 짚고 눈을 감더니 한참 동안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다가 입을 벌려 보고, 손바닥과 발바닥을 살폈다. 다시 맥을 짚어 보고······.


이번에는 몸을 뒤집어 누이고 명문혈에 손바닥을 대더니 진기를 흘려 가며 혈맥과 몸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쥬맥은 혹시 방해가 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제발 큰 병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祈禱)할 뿐······.


진맥을 마친 신의가 금침을 몇 개 꺼내더니 몇 군데 혈에 깊이 찔러 넣었다. 또 은침 몇 개를 꺼내어 몇 군데 더 침을 놓은 뒤, 쥬맥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밖으로 나간다.


쥬맥이 따라가자 환자에게 말이 들리지 않게 다른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응급조치를 하였으니 조금 쉬고 나면 깨어날 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습니다.”


“임시 조치는 하였으나 어려운 얘기지만 이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네. 마음에 준비를 하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죠? 응급조치를 하셨다면서요?”


“자네는 혹시 절맥증이라는 병명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혈맥이 굳어서 기가 돌지 않는다는 병 말인가요?”


“맞네. 자네 친구는 그 절맥증일세. 10년만 먼저 왔어도 내가 고칠 수 있었는데 이미 혈맥이 완전히 굳어 버려서 지금 상태로는 고칠 방법이 없네.


자네 친구는 구음절맥인데 극양의 기운을 가진 태양화리나 그에 상응하는 영물의 내단, 또는 다 자란 만년삼으로 막힌 혈맥을 뚫을 수 있으나, 이미 그 시기를 놓쳐서 방법이 없어.


내공이 극에 이른 무인이 진기로 혈맥을 뚫을 수도 있으나 그도 이미 시기를 놓쳤 버렸네.


하다못해 몇 년만 빨리 왔어도 내가 한울님께 간청을 해서라도 어찌해 보겠으나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군. 나도 자네를 돕고 싶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어. 미안하네.”


“혹시 자오음양지는 효과가 없나요?”


“자오음양지가 뛰어난 영초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양과 음의 기운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무인에게는 보물이지만 이 절맥증에는 약으로 쓸 수가 없네.”


“뭐든지 말씀만 해 주시면 제가 다 구해 오겠습니다. 제발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신의님!”


쥬맥이 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을 했지만 신의가 돕고 싶어도 방법이 없으니 어찌할 것인가?


민망하니 그저 먼 산만 바라볼 뿐······.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고통 없이 살도록 내가 최선을 다해서 약을 지어 주겠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게.”


침통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가서 기둥을 붙잡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약재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쥬맥은 전신에 힘이 쭉 빠졌다.


정말 살리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마음에 먹장구름이 잔뜩 밀려오면서······.


고칠 수 있는데 저러실 분이 아니니 더 이상 애원을 하는 것은 신의(神醫)를 괴롭히는 일일 뿐이다.


그것을 잘 아니 더 가슴이 아프고······.


정말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어떻게 찾아온 사랑인데? 목숨을 바꿔서라도 살리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니 어이하면 좋단 말인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루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깊은 수면에 빠져 있었다. 저 예쁘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이제는 얼마 볼 수 없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쥬맥이 절망하며 한숨만 내쉬고 있는데, 한참 뒤에 신의가 하얀 옥병(玉甁)을 하나 들고 들어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옥병 겉으로 안개 같은 것이 아련하게 흐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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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3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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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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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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