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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1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30 10:17
조회
1,350
추천
45
글자
19쪽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이 가지고 온 약초와 독초 두 더미를 내놓으니, 신의가 뿌리에서 잎사귀까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몇 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쥬맥을 보다가 다시 약초를 살폈다.


“아니, 이건 편작초, 이것은 자오영지, 우와~ 이것은 만년삼이 아닌가? 이 귀한 걸 어찌 구했지? 이 별로 이주한 이후로 초기에 오직 한 뿌리밖에 발견하지 못한 귀한 것인데······.


이것은 무령초, 환동지, 불로초에 이것은 그 독하다는 만독초가 아닌가? 환상초에 단혼초까지······.


아이구, 이 귀한 약초와 독초를 어찌 알고 모은 것인가? 이것들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것들일세. 자네가 이런 귀한 약초들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다니 너무나 놀랍군.


나는 돈이 별로 없어서 이런 귀한 물건들은 사고 싶어도 살 형편이 못 되니 참으로 안타깝구만.


이를 어쩌누? 난감한데······. 내가 좋은 상인을 소개해 줄까? 아마 얘기만 꺼내도 사려고 얼른 달려올 거야.”


“아닙니다. 이것을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신의님께서 환자를 치료하시는 데 필요하시면 쓰시라고 가지고 온 것입니다.”


“내가 이 귀한 걸 다 그냥 받는다고? 에이,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제가 아플 때 저 때문에 여러 사람이 죽었고, 또 치료를 하느라고 여러 분께서 고생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은공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 천인족의 병자들을 치료하는 데에 사용하실 것인데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젊은 사람이 참으로 생각이 깊군. 알았네, 자네 뜻이 그렇다면 내 기꺼이 받아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겠네. 참으로 고마우이.”


“아닙니다. 좋은 곳에 쓰인다니 제가 더 감사하죠.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그래, 고맙네. 조심히 돌아가게.”


쥬맥이 인사를 하고 물러가자 신의는 쥬맥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군. 젊은 사람이 어찌 저리 사심이 없고 생각이 깊단 말인가?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군. 암! 그렇고 말고.”


무엇이 그리 흐뭇한지 혼자 미소를 띠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 약초와 독초를 팔면 보통 사람은 평생을 부자처럼 떵떵거리면서 편하게 지내고도 남을 돈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 누구도 아무 조건 없이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년삼(萬年蔘)은 만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땅속에서 영기를 흡수하며 자라는 산삼류였다.


선천지기와 진기 보충에도 특효를 보이지만, 고치기 어려운 각종 선천성(先天性) 질병을 고치는 데에는 이만한 영초가 없었다. 완전히 자라면 가느다란 뿌리 길이가 일 장을 넘었고······.


편작초(扁鵲草)는 우르산맥에서 자생하는 약초인데 진통과 외상에 매우 뛰어난 약초로 급할 때 사용하면 진통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금방 새살이 돋고 피부가 재생(再生)되어 아무리 큰 상처도 하루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약효가 빨랐다.


자오영지(子午靈芝)는 내상과 기 치료에 특효를 보이는 영지류 버섯이다.


무사들이 전투에서 큰 내상(內傷)을 입거나 운기 잘못으로 전신에 기가 뒤틀려도 이 영초 하나면 한 시진 만에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다는 약초였다.


무령초(武靈草)는 심마에 빠진 무인이나 선인들의 몸에서 사기와 악기를 빼내는 데 쓰이는 약으로 무인과 선인들에게는 든든한 보험과 같은 약이었다. 그러나 자라는 환경이 특이하여 찾기가 쉽지 않았고 말이다.


그리고 환동지(還童芝)는 귀부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영초였다.


여성의 음기를 보하고, 무엇보다 피부의 노화를 막아서 나이가 들어도 고운 피부에 주름살이 거의 생기지 않으니 천금을 주고라도 구하려고 하는 것!


또한 음기의 부족으로 생긴 부인병은 모두 고칠 수 있다는 귀한 영초였고.


그리고 불로초(不老草)는 모든 사람들의 신체적인 노화를 늦춰 주고, 수명을 30년 가까이 늘려 주는 영초다.


평생을 젊게 사는 약효는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매우 귀한 것이라서 발견한다고 해도 누가 팔려고 하겠는가?


만독초(萬毒草)는 뿌리와 줄기, 잎, 꽃, 열매가 각각 다른 극독을 품고 있어서 오독초(五毒草)라고도 불리웠다. 다른 종족들이 독으로 공격할 때 많이 사용되는 약초 중의 하나다.


우르산맥과 파밀산맥의 고산지대 인근에서 주로 자라는 독초인데 소량은 약으로도 쓰였다. 그리고···,


한 부분의 독으로는 독초요 다른 부분의 독은 해독용으로도 쓰이니, 한 독초가 중독과 해독을 할 수 있는 매우 무서운 약독초(藥毒草)였다.


이 만독초 하나로 수천 명을 중독시켜서 죽일 수도 있으니 한편으로는 무섭기 짝이 없는 마물(魔物)이었다.


환상초(幻像草)는 얇고 강한 줄기가 흔들리면 시각을 교란시키는데······.


뿌리는 환각(幻覺) 작용이 있어서 환각제로 쓰이며 줄기는 시각 교란용 진법에 쓰였다. 또한 열매를 태워서 연기를 흡입하면 흥분제의 역할을 했다.


단혼초(斷魂草)는 열대 지역과 습지대에 자생하는데, 얼마나 독이 강한지 단숨에 피를 토하고 죽으며 혼을 끊어 낸다. 그래서 단혼초라 불리고 말이다.


한 걸음을 떼기 전에 절명한다 하여 일명 일보단혼초(一步斷魂草)로도 불렸다. 그러나 여러 영초에 극소량을 배합하여 사용하는, 매우 귀한 영약의 연단에도 쓰였다.


* * * * *


한편, 유리네는 수한이 때문에 또 한 번 일이 벌어졌다.


수한이가 이번에는 엄마의 물건 중에서 월광석을 찾아 몰래 가지고 놀다가 유리에게 들킨 것이다.


쥬맥이 산에서 돌아왔을 때 수르와 유리에게 월광석을 선물(膳物)로 주었는데, 수르가 대신 받아서 예쁘게 포장을 한 다음 유리에게 전했다.


그러나 유리는 시큰둥하게 받아서 열어 보지도 않고 그대로 옷장 속에 넣어 버렸다. 이미 지나가 버린 철없던 사랑은 빨리 잊고 싶었던 것. 그리고 이미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옛 친구의 선물엔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


그러다가 시집갈 때 자기 방에 있는 물건들을 챙겨 오면서 딸려 온 것이다.


혼자 놀기 심심한 수한이가 어두컴컴할 때 지난번 금령파 때처럼 엄마의 짐을 넣어 둔 방에 들어가 몰래 놀았다.


장난삼아 골방쥐(생쥐)처럼 이것저것을 열심히 뒤지는데 어느 보자기 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지 않는가?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열어 보니 달빛과 같은 밝은 빛을 뿜어내는 자기 주먹만 한 돌이 나왔다.


“응? 이게 뭐지?”


돌 같은 것에서 밝은 빛이 나오니 어린아이가 재미있고 신기(神奇)했다. 그래서 몰래 가지고 나와서 숨겨 두고 혼자 있을 때만 제 것인 양 가지고 놀았다.


아무래도 행동이 이상하자 유리가 가만가만 뒤를 밟아서 따라가 보니 빛나는 월광석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수한아, 이 녀석! 할아버지의 귀한 월광석을 가지고 놀면 어떡하니? 혼나기 전에 어서 가져다 드리자.”


“아닌데, 증조할부지꺼 아닌데. 이거 수한이 건데.”


“이 녀석이 아니긴 뭐가 아냐, 우리집에 그거 하나밖에 더 있어?”


“아니야! 이거 수한이 거야. 엉엉엉!”


애지중지하던 자기 보물을 빼앗기게 생기자 수한이가 목 놓아 울어 버렸다. 그때 한울이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귀여운 증손자가 서럽게 울자 물었다.


“아가야! 왜 우리 수한이를 울리느냐? 어서 좀 달래어라.”


“예, 할아버님, 수한이가 할아버님 월광석을 가져다 몰래 놀고 있어서 빼앗았더니 자기 거라고 울고 그러네요.”


그러면서 한 손은 수한이의 손목을 잡고 한 손에는 월광석을 들고 거실로 나오더니, 월광석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한울께 드렸다.


“허허허! 이 녀석이 아주 개구쟁이구나. 나무상자에 넣어서 서랍 안에 넣어 둔 것을 어찌 알고 꺼냈느냐? 이 증조할아비가 나중에 너 크면 주마.”


그러자 수한이가 아니라는 듯이 또 울면서 떼를 썼다. 이건 분명히 내 건데······.


“아니야, 그거 내 거야! 증조할부지, 그거 내 거야. 엉엉엉!”


“우리 수한이 이거 맛있는 거 먹어라. 그래그래, 착하지.”


맛있는 과자를 주고 아이를 달랜 한울이 월광석을 서재(書齋)에 넣어 두려고 들고 들어갔다가 놀라면서 나무상자를 들고 나온다.


“아니, 아가야! 내 월광석은 그대로 있구나! 이건 어디서 났느냐?”


“우리집에는 월광석이 할아버님께서 쓰시는 것 하나밖에 없잖아요?”


“여기 보아라. 그대로 있지 않느냐?”


“어머? 정말이네요. 그럼 이것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수한이가 정말로 밖에서 주워 온 걸까요?”


“허허허! 아니 귀한 보석이 아이들 주우라고 어디 밖에 굴러다닌다더냐?”


“수한아! 너 이거 어디서 가져왔어? 빨리 바른대로 말 안 할래?”


“내 거야. 그거 엄마 방에서 내가 찾았으니까 내 거야.”


아무도 모르는 것을 자기가 찾았으니 분명히 자기 것인데 억울하게 빼앗아 가니 분해서 울려고 또 삐죽거린다.


그러자 한울이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나름대로 짚이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천인족에서 이런 월광석을 가진 자가.


“아가야, 쥬맥이 어릴 때 친구라면서 혹시 이거를 받은 적이 없느냐? 우리 천인족에서 월광석을 줄 만한 사람은 쥬맥밖에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것도 실은 쥬맥이 준 것이다.”


그 말에 유리는 또 가슴이 덜컥했다. 또 쥬맥 때문인가? 이러다가 정말로 무슨 사달이 나는 것은 아닐까?


10년 전 기억을 곰곰이 더듬어 보니 수르가 무언가 건네준 적이 있었다.


“쥬맥이 산에서 내려왔을 때 야수르가 쥬맥이 자기하고 저에게 옛날 친구라서 하나씩 선물로 주었다면서 보자기에 싼 조그만 물건을 주었습니다.


저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열어 보지도 않고 옷장 속에 넣어 버렸는데, 제 혼수짐을 챙길 때 딸려 왔나 봅니다.”


“너는 이 월광석이 얼마나 비싼 보물인지 아느냐?”


“대궐같이 큰 집의 열 채 값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지구에 와서 살기가 힘드니 가격이 조금 내렸다만은, 너는 그렇게 비싼 선물을 받고 인사는 하였느냐?”


“저는 지금껏 그것이 월광석인지도 몰랐습니다.”


“이런 쯧쯧쯧! 지난번 영초 건도 그렇고, 너는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큰 것들을 받았구나.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이미 오래 전에 받은 것을 돌려줄 수는 없는 것이니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라. 그게 도리가 아니냐?


그리고 우리집에는 여기 하나가 있으니까 이것은 네 친정집 아버지께 가져다 드려라. 너를 결혼시키시느라 아마 몰라도 기둥뿌리가 흔들렸을 것이다.


큰 보탬이 될 거야. 그리고 우리집에서는 너와 나만 알자. 저 속 좁은 명이가 알아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알겠느냐?”


“네, 할아버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께 그리 전하겠습니다.”


유리는 자기를 결혼시킨다고 전 재산을 다 날리다시피 한 아버지 생각에 항상 가슴이 먹먹했는데 정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쥬맥과 수르의 우정을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모른 척했다는 미안함이 밀려온다. 너무 자신의 체면만 생각해서 결혼한 후에는 못 본 체했는데······.


* * * * *


한편, 쥬맥이 거둔 인드리코룡의 새끼 두 마리는 모두 암컷인데 매우 빠르게 자라났다.


그래서 이제는 진(陣) 안에만 가두어 둘 수 없어서 들판에서 키우기 위한 훈련을 시키고 있었고.


둘레에 하얀 돌들로 테두리를 두르고 그 안에서만 놀도록 반복 훈련을 시키니 어느 순간 그 테두리를 넘어갔다가도 다시 돌아오곤 하였다.


한 달쯤 훈련을 시키자 이제는 하얀 돌로 표시한 울타리를 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 손에 보살핌을 받고 자라니 사람을 잘 따랐고 말이다.


이리저리 이끄는 대로 줄줄 따라다녀 매우 순했다. 그러니 애들에게는 매우 인기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가끔 새로 구축하고 있는 천인족의 외부 주거지에서 큰 바윗돌을 치워야 할 때는 인드리코룡의 힘을 빌리면 쉽게 치울 수 있었다.


다 크면 팔만삼천 근(약 50톤) 가까이 되는 거구인데, 지금은 자라는 중이라 이제 삼만 근이 조금 넘을 것 같은 크기였지만 힘이 장사였다.


그래서 어지간한 바위는 마치 아이들이 공깃돌을 가지고 놀 듯이 했다.


드디어 진에서 데리고 나와 넓은 방목장(放牧場)에 풀어 놓으니, 마치 어린 망아지처럼 여기저기를 껑충거리고 뛰어다니며 매우 좋아했다.


목초를 많이 먹기 때문에 한 번에 똥도 무척 많이 쌌다.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서 퇴비로 쓰기에도 좋았다.


인드리코룡은 다른 사람들도 따랐지만 어릴 때부터 많이 보살폈던 쥬맥을 알아보고, 쥬맥이 오면 좋아서 달려가 그 큰 머리를 반갑다고 비비곤 하였다.


덩치만 컸지 꼭 시골 어린아이처럼 순박했다. 커다란 눈망울도 그렇고······.


오늘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인드리코룡의 몸에 붙어 있는 진드기를 떼어 주며 몸을 보살펴 주고 있는데 전령이 급히 달려왔다.


“대장님! 비 대족장님께서 찾으시니 빨리 가 보셔야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바로 가지.”


“제가 계신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서둘러 진지로 돌아오니 비 대족장이 탕타로 부족장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쥬맥이 들어서자 손짓을 했다.


“얼굴도 볼 겸 진행되는 현장도 볼 겸 겸사겸사해서 왔다. 그래, 일들은 잘 진행되고 있지?”


“예, 새로운 외부 주거지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때 탕타로 부족장이 그리 밝지 않은 얼굴로 쥬맥을 보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쥬맥 대장이 직접 좀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네. 지금 환시 예정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긴급으로 보급 물자를 보내야 해서 말일세. 여기 일은 맡겨 두고 좀 다녀오게.”


쥬맥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탕타로 부족장은 쥬맥을 업무 핑계로 좀 멀리 떼어놓고 싶었다.


그래서 부대장급을 보내도 되는 일을 중요한 일이니 쥬맥이 직접 가야 한다고 우겨서 그렇게 결정이 된 것이다.


비 대족장은 업무에 일일이 간섭을 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서 일단 허락을 하였는데, 쥬맥에게 미안하니 얼굴을 본다는 핑계로 진지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고 말이다.


탕타로 부족장은 쥬맥과 어릴 때 친구인 탕혼의 아버지였다.


탕혼은 지금 천령대에 들어가서 아직 말단에 머물고 있는데, 아들 친구인 쥬맥이 벌써 백호대 대장까지 오르자 자꾸 비교가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중요한 일이라니 직접 한번 다녀오너라. 환시 예정지를 미리서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준비하여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쥬맥은 백호대의 업무를 일단 수르에게 맡기고 무술이 뛰어난 무사들로 2백여 명을 선발했다. 가는 길에 위험이 따를 수도 있으니 모두 일류고수 이상으로만······.


그리고 부랴부랴 보금품을 챙겨서 환시 예정지에 선발대로 나가 있는 전진 기지를 향해서 길을 나섰다.


지금 한여름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 낮에는 날씨가 매우 무더웠다. 거기다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기 같은 해충들도 많아서 잠자기가 힘들었다.


또한 가끔 소나기가 거세게 내리기도 하니 제대로 길도 나지 않은 벌판으로 보급품을 싣고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산속에서 홀로 살았기 때문에 자신은 별문제가 아니지만, 주거지 인근을 떠나 본 적이 없는 무사들에게는 전투보다도 힘든 행군이었고.


그래서 한낮에는 너무 무더워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물가를 찾아서 쉬다가 햇볕이 조금 약해지면 이동하곤 했다.


그런데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사방에서 모기와 같은 날벌레가 달려들어 귀찮게 하니 모두 죽을 맛이다.


다행히 쥬맥이 산속에서 생활할 때 마린챠 모녀에게서 모기나 날벌레를 쫓는 법을 배운 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쉴 때는 주변(周邊)에 날벌레가 싫어하는 풀을 태우고, 밤에 잘 때도 둘레에 그 풀로 불을 피워서 그나마 편히 잘 수 있었다.


보급품(補給品)을 잔뜩 실은 시리낙타와 고대코뿔소는 시원마를 탄 무사들이 보호하며 진군했다.


가끔 굶주린 짐승 떼가 낙타와 코뿔소를 잡아먹으려고 덤벼드니 무사들이 에워싸고 보호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어떤 맹수(猛獸)들은 사람까지 잡아먹으려고 덤벼들었다.


그래도 일류무사들이라 한두 마리 덤비는 것은 별문제가 없었으나, 문제는 맹수들이 떼로 덤비는 것이다.


수십 마리가, 때로는 수백 마리가 마치 벌떼처럼 달려드니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동굴사자인데, 지금도 큰 동굴에서 서식하는 사자 백여 마리가 먹이를 찾아서 밖에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보급대 앞을 가로 막고 가축과 사람을 위협(威脅)했다.


동굴사자는 몸통 두께가 세 자(0.9m)에 길이가 여덟 자(2.4m) 크기의 큰 덩치를 가진 사나운 야수(野獸)였다.


지금도 굶주린 사나운 눈빛으로 풀밭에 배를 바짝 붙인 채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보급대가 조금 더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그때 옆으로는 십여 마리가 몰려 숨어서 기어오고 있는 모습에 모두 모골이 송연해졌다.


일류무사들에게 사자와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보급품을 운송하는 동물들을 지키며 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보급대가 자신을 지킨다고 낙타와 코뿔소를 잃으면 어찌 되겠는가?


‘허! 이놈들 보게? 쉽게 물러나지 않겠군. 그렇다면 쓴맛을 보여야지.’


마침내 결정을 내린 쥬맥이 전진을 중지시키고 시원마에서 내렸다.


출발할 때 혹시나 하고 가져온 금령파가 요긴(要緊)하게 쓰일 모양이다. 무사들은 보급품을 지키게 하고 봇짐에서 금령파를 꺼내 들었다.


금령파 줄을 몇 번 고르더니 동굴사자들을 향해서 연주를 시작했다.


동굴사자들는 곧 죽을 녀석들이 무슨 연주를 하나 하는 호기심으로 악기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귀를 기울였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소리라 짐승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띠리리리링~ 샤라랑~ 띠리링~


딩~디디링~ 챠라라라라랑~


금령파에서 맑고 고운 선율이 울려 퍼지더니 점점 그 범위가 좁아지며 앞에 포진한 사자 떼로 집중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손에 진기가 실리는데······.


사자들은 연주를 시작할 때는 처음 들어 보는 소리에 관심을 갖더니, 곧 시선을 돌리고 먹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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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3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8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7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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