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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82,36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33
조회
1,340
추천
46
글자
19쪽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이 비 대족장의 호출을 받고 갔다가 소부족에 도착을 하자마자, 이번에는 비원견 소족장이 부르더니 다녀온 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어이, 쥬맥! 대족장님은 만나 뵀어?”


“예, 지금 뵙고 오는 길입니다.”


“자네한테 백호대인지 뭔지 그 대장을 맡으라고 하시지?”


“알고 계셨습니까?”


“지난번에 회의 때 그 얘기가 나왔는데 할 만한 경륜이 있는 무사들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 대부분 사양(辭讓)을 한다고 하더군.


옛날에는 그런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는데, 이제는 목숨을 거는 것 외에는 크게 생기는 것도 없으니 기피를 하는 거지. 하여튼 실리를 챙기는 사람들만 늘어서 큰일이야.


그래서 내가 쥬맥 자네를 추천했는데 탕타로 부족장이 별로 탐탁해하지 않아서 내가 더 강하게 말할 수 없었지.


탕 부족장은 자네가 계속 여기에 남아서 자기의 공적이나 높여 주기를 바라는 눈치야. 그래도 대족장님은 자네 이름이 나오니까 무척 기뻐하시던데?”


“일이 그리된 것이군요. 이번에 수르도 같이 데려가려고 하는데 소족장님이 좀 도와주세요.”


“아~ 당연히 바늘이 가는 데는 실이 따라가야지. 걱정 말고 함께 가게.”


“고맙습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랄 것까지야 있나?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거지 뭐. 지금 우리들에게 우리 종족의 생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가 있겠나?


자네도 혹시 사심이 있으면 버리고 그 일 하나에만 열중하게. 명단은 내일쯤 나올 거야. 내가 알려 주겠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쥬맥과 수르는 또 바늘과 실처럼 같이 가게 되었다.


“수르야! 오늘 밤에 얘기 좀 하자.”



······저녁에 수르를 불러서 오늘 일을 얘기해 주고, 백호대로 같이 가게 되었다고 전하니 수르도 무척 좋아했다.


“정말이야? 네가 백호대 대장이 되었다고? 맥이 네가 가면 나도 당연히 너를 따라서 가야지. 바늘하고 실인데···.”


그러면서 친구가 벌써 오천 명을 이끄는 대장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다시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드디어 맥이 네가 당당한 대장이 되었구나! 자랑스럽고 대단하다야.”


“대장이 별거냐? 목숨을 걸고 앞장서는 것이 대장이지.”


“너는 무공이 뛰어나서 목숨을 걸 일도 없잖아? 적으로 만나는 놈들이 불쌍하지. 어떤 놈들인지 이제 네 손에 다 죽었다.”


“수천 명이 싸우면 눈 먼 화살이 어디서 날아올 줄 아냐?”


“하긴, 무사들 몇 명이 투닥거리는 것 하고 수천 명, 수만 명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하고는 또 차원이 다르지. 그래도 넌 잘할 거야. 내가 옆에서 지킬 거거든. 후후훗!”


“백호대가 오천 명 정도이니 천 명씩 다섯 개 부대로 나눌 생각이야. 수르 너도 한 부대 맡아라. 내가 대장인데 너를 부대장 시켜서 미안하다만······.”


“나는 그냥 네 곁에 군사처럼 수신호위처럼 있으면 안 될까? 내가 바로 2인자가 되는 거지. 으흐흐흐!”


“내가 미안해서 그러지. 너도 부대원들 데리고 대장 노릇 해 봐야 하잖아? 내공도 벌써 이 갑자가 다 돼 가면서.”


“야, 난 그런 것 싫다. 내 관심은 도법과 궁술, 은신술인데 이제는 할 만큼은 하니까 큰 욕심이 없다. 네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난 그것으로 충분해.”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얘기해. 그러면 네 밑에 수족처럼 도와줄 사람을 좀 붙여 줄게. 몇 명이나 필요해?”


“오천 명을 뒤치다꺼리하려면 한 백 명은 필요하지 않을까? 정보도 취급해야 하고, 전략도 짜야 하고, 부대간 연락이나 보급품도 관리해야 하고, 급료관리 등등 할 일이 많네.”


“우선 필요한 인원을 네가 선발해 봐. 필요하면 나중에 더 보충하고.”


“그래, 알았다. 그런데 부대장 다섯 명은 평판(評判)과 무위를 좀 알아보고 정하자. 경륜도 좀 있고 무공도 뛰어나면 좋은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백호대에 들어올지 모르지만. 그런데 인원은 다 결정이 된 거야?”


“전체 인원은 거의 다 결정이 되었나 봐. 내일쯤 명단을 준다고 했으니까 그걸 보고 함께 조직을 짜 보자.”


“참! 보유린이 시집을 간다고 소문이 났던데, 너 혹시 들었어?”


“아니, 나는 금시초문인데······.”


“너도 알잖아? 그 탕혼이랑 비월타랑 같이 잘 어울리는 녀석 말이야. 야율린 대족장의 아들 야수린이라고······.”


“비월타는 잘 알지. 옛날에 내 바지를 벗겨 간 놈이지. 야수린은 몇 번 보기만 했지 잘 몰라. 그 녀석이 야 대족장의 아들이었구나.”


“지금 다음 대 한울의 자리를 놓고 대족장 간에 경쟁이 벌어지는데, 보돈타 대족장이 욕심을 내고 있나 봐.


그래서 야 대족장의 힘을 빌리려고 혼인으로 야합을 하는 거지 뭐. 유린이가 불쌍하다. 정략결혼(政略結婚)으로 권력을 위한 도구가 되다니······.”


“뭐 다 유린이 운명 아니겠어.”


“그리고 유리는 벌써 아들을 낳아서 걸어 다닌다고 하더라.”


“그래? 작년에 결혼했는데 벌써?”


그러자 수르가 무엇을 아는지 우스워서 죽겠다는 듯이 킥킥거렸다.


“걔네는 속도 위반해서 혼수로 한울님의 손주를 뱃속에 넣고 갔나 봐. 이름이 수한이라나? 어쩐지 결혼을 서둘러서 하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어.”


“우리가 준 선물은 가져갔는지 모르겠네. 잘 사용하겠지 뭐.”


“글쎄다. 그 귀한 것들을 네가 아낌없이 주었는데 고맙다는 말도 없구나. 사람이 왜 그러냐? 설마 버렸나?”


“그렇게까지야 했겠어? 대단한 집안이라 말을 하지 못하는 거겠지.”


* * * * *


여기는 한울네.


유리는 이제 돌이 갓 지난 아들 수한이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뭐가 궁금한지 집안 여기저기를 다 헤집고 다니고, 증조할아버지인 한울의 무릎에 앉아서 오줌을 싸고 똥을 싸는 것은 예사였다.


내리사랑인지 그래도 한울은 증손자가 귀여워서 틈만 나면 안아 주었다.


그런데 하루는 수한이가 제 엄마가 결혼할 때 가지고 온 짐들을 넣어 둔 창고 같은 방에 들어가더니, 자기 몸하고 덩치가 비슷한 물건을 하나 찾아서 밖으로 질질 끌고 나왔다.


마침 그때 거실에 있던 한울이 그것을 보더니 웃으면서 받아 들었다.


“아이구, 우리 장난꾸러기가 또 무엇을 들고 나왔누?”


그러면서 끌고 온 보자기를 풀어 보았다. 보자기를 풀자 그 안에서 가죽으로 만든 예쁜 싸개가 또 나타나는데, 안에 귀한 물건이 들어 있는 듯 단추들도 보석(寶石)처럼 예쁜 것들이 달려 있었다.


‘우리집에 이런 것이 있었던가? 처음 보는 것인데? 그런데 이 녀석은 어디서 이런 걸 끌고 왔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다시 단추를 열어 보니, 그 안에 악기 같은 것과 악보가 세 장 같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천인족에서는 처음 보는 악기 같은데 매우 아름다웠다. 자철목(紫鐵木)을 통째로 다듬은 몸통은 짙은 자주색으로 표면이 아주 매끄러웠고.


뒤를 돌려 보니 금령파(金鈴琶)라는 글씨가 멋지게 쓰여 있는데 아마 악기 이름인 모양이었다.


“금령파? 못 들어 봤는데······.”


그런데 금속으로 가느다란 줄을 만들어서 위아래에 있는 걸개에 걸어 놓았는데 매우 가늘고 균일했다.


‘하! 이런 줄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악기를 볼수록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울도 젊었을 때는 악기를 다루는 데에 관심이 많아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말이다.


다른 악기의 연주법도 몇 개 알고 있어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가볍게 줄을 쓰다듬으니, ‘스르르르릉’ 하면서 아주 맑고 고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악기에서 이런 고운 소리가 나는 것은 처음인지라 악보를 보고 연주법과 음률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살핀 다음에 서툴지만 연주를 해 봤다.


띠리링~ 띠디디디딩~ 샤라라~라랑


갑자기 집안에 천상의 소리 같은 맑고 고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스스로 도취되어서 연주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소리를 듣고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놀라서 모두 거실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지 살펴보니, 한울은 연주에 빠져 있고 이제 갓 돌이 지난 수한이는 그 곁에서 멍하니 서서 소리를 듣고 있다.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아무도 나서지 않다가 한울이 연주를 멈추자 모두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여보! 당신 어디서 이렇게 예쁜 악기를 가져오셨어요? 혹시 지난번에 미안한 일 때문에 나한테 주려고 선물로 사온 거예요? 너무 예쁘고 아름답네요. 소리도 너~무 맑고 깨끗해요.”


그러자 며느리와 손주며느리가 옆에서 정말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님은 좋으시겠어요. 우리 그이는 언제나 이런 예쁜 선물을 사다 줄까요? 너무 예쁘네요.”


“할머님은 좋으시겠어요. 너무 부러워요.”


며느리에 손주며느리까지 모두 한울이 모르는 이상한 얘기만 한다. 허 참! 머쓱해진 한울이 한마디를 툭 뱉었다.


“이거 내가 사온 거 아닌데? 수한이가 어디서 끌고 온 거야.”


자기에게 주려고 사 온 줄 알았다가 아니라고 하니 흥이 빠지는 아내다.


“예? 수한이가요? 그럼 손주며느리 거란 말이에요?”


“할머님, 전 그런 악기 없는데요? 수한아! 너 이거 어디서 가지고 왔어?”


“저기 저거 저기······.”


“응? 어딘데? 한번 그리로 가 봐.”


그러자 수한이가 아장거리며 악기를 끌고 온 창고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응? 여기는 내가 결혼할 때 가져온 물건들인데······. 혹시 누가 선물로 줬던 걸까? 나도 본 적이 없는데······.”


유리는 결혼할 때 가지고 온 물건들을 오자마자 출산(出産)하랴 애 키우랴 정신이 없어서 창고방에 넣어 두고 아직까지 풀어 보지도 않은 것이다.


“아가야, 너는 이 귀한 것을 누가 선물로 준 것인지도 모르느냐?”


“예, 할아버님. 다 풀어 보지 않아서 누가 준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것은 솜씨도 좋아야 하지만 무술의 초고수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물건이다. 이렇게 쇠처럼 단단한 자철목을 매끄럽게 다듬고 속을 파내려면 굉장한 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하지.


더구나 이 줄을 한번 보렴. 이처럼 강한 금속을 가늘게 늘이는 수법은 최소한 손에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일으킬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단다.


게다가 양강의 기운이 극에 이르지 않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 네 주변에 이런 정도의 초고수(超高手)가 있느냐? 정말로 궁금하구나.”


“그런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혹시 사서 준 것이 아닐까요?”


“이런 귀한 물건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팔지도 않고···. 어디 네 주변에 무술을 좀 한다는 사람들 이름을 한번 불러 보렴. 내가 알지도 모르니.”


“그런 고수는 아니지만 어릴 때 친구인 쥬맥이랑 야수르란 친구도 제법 무공이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다 어릴 때 제 소꿉친구들입니다.”


“아! 쥬맥이 너의 어릴 때 친구더냐? 그럼 이건 쥬맥이 만든 거다.”


“그러고 보니 제가 결혼을 한다고 하자 쥬맥과 야수르가 집에 찾아와서 선물을 맡기고 갔다고 들었습니다. 바빠서 그냥 짐에 넣어 두라고 했는데 악기인지는 몰랐습니다.”


유리는 혹시나 남자 친구 문제로 시댁에 꼬투리를 잡힐까 염려스러웠다. 결혼할 때 아버지의 당부도 있었고······.


그런데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에 시할머니가 나서서 넌지시 말했다.


“아가야! 너는 있는지도 모르던 악기면 나 주면 안 되니? 너무 예뻐.”


“할머님께서 가지고 싶으시면 드릴게요. 저는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그 말에 한울이 눈을 부라리며 사리도 분별하지 못하는 아내를 나무랐다.


“여보! 달랠 걸 달래야지. 준 사람의 성의가 있는데···. 이것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이야. 그러지 말고 악보도 있으니 네가 익히든지 수한이를 가르치든지 해라.”


“치이~ 좋다 말았네. 여보! 나도 당신이 하나 만들어 주면 안 되우~?”


“다 늙은 할망구가 손자들 재롱이나 보면 되지 뭐가 필요해?”


그러자 화가 난 아내가 한울에게 안 들릴 만큼 조그맣게 구시렁거렸다.


“치이~ 지는 뭐 다 늙은 영감탱이 아닌가? 탱이 탱이 영감탱이~”


한울은 그 소리를 듣고서도 못 들은 척하면서 말을 손주며느리에게 돌렸다.


“아가야! 선물은 다 확인을 하고 감사를 표하는 게 예의가 아니더냐? 또 안 풀어 본 다른 선물(膳物)은 없는지 다시 확인을 해 보렴.”


“예, 할아버님! 확인해 보겠습니다.”


유리가 종종걸음으로 창고방에 들어가더니,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찾아서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그런데 또 예쁘게 보자기에 싼 조그만 상자가 나오자 그것을 들고 나왔다.


“이것도 그때 두 친구가 가지고 온 것 같은데요. 보자기가 똑같아요. 상자가 작은 걸 보니 장신구 같은 것이 아닐까요?”


“원래 작은 것일수록 귀한 것이 더 많은 법이다. 보석이 어디 크더냐?”


“그럼 제가 한번 열어 보겠습니다.”


유리가 모두 보는 앞에서 보자기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그 안에서 다시 작고 고상한 나무상자가 나오는데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이리저리 살펴도 열쇠가 없는지라 난감했다. 함부로 깨뜨릴 수도 없고······.


한울이 그 모습을 보더니 웃으면서 유리를 손짓해서 불렀다.


“이리 가지고 오렴. 내가 해 볼게.”


“네, 할아버님. 자물쇠를 저는 열 수가 없네요.”


한울이 받아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자물쇠에 두 손가락을 위아래로 대더니 진기를 주입하자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통이 열렸다.


뚜껑을 열자 진한 영기가 느껴지는 약향이 주변으로 퍼지는데, 위는 빨갛고 아래는 파랗고 밑동은 하얀 버섯 같은 것 다섯 개가 나란히 담겨 있었다.


“이렇게 귀한 것이 여기에 있었다니······.”


그 말을 듣고 안명이 무척 궁금하여 살며시 다가가서 속을 들여다보았다.


“어? 이것은 전에 할아버지가 저 먹이셨던 자오음양지인지 뭔지 하던 그 영초 아닌가요? 어떻게 이게 여기에 있죠?”


그러자 유리는 또 친구들이 준 물건으로 시집에 책이 잡힐까 봐 속이 탔다.


“저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줬다고 해서 가져온 것뿐이에요.”


“이것 때문에 제가 내공이 엄청 늘었는데 또 제가 먹을까요?”


“인석아! 너는 너밖에 모르느냐? 이것은 잘 보관하여 가문에 신단처럼 물려주도록 해라. 이미 독성까지 깨끗이 제거를 해 놨구나. 꼭 필요한 후손이나 누군가 위독할 때가 아니면 절대 쓰지 말거라. 이것은 이 할아비의 유훈과 같은 것이니라.”


“와~ 할아버지 그렇게 귀한 것이에요? 그런데 왜 그 귀한 것을 안 드시고 저를 먹이셨어요?”


“이놈아! 하나뿐인 종손이 빌빌하니까 먼저 갈 것 같아서 먹였다 왜?”


한울이 쏘아붙이자 안명이 이번엔 눈을 빛내며 아내를 보고 물었다.


“여보야! 이것 귀한 거라는데 친구들한테 더 얻어 오면 안 돼?”


그 말에 기가 막히는지 한울이 손바닥으로 손자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리며 야단치듯이 말했다.


“이 영초 하나에 수천 금을 불러도 사람들이 사겠다고 줄을 설 것이다. 그런데 뭐? 이걸 그냥 얻어 와? 너 정신이 있느냐?”


“아~ 진짜 거기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먹었을 텐데······. 아깝네.”


“아가야! 아마 이것도 그 쥬맥이라는 친구가 주었을 것이다. 혹시 만나거든 다른 얘기는 하지 말고 선물 고맙게 잘 받았다고 깍듯하게 인사해라.


그리고 우리 집안 사람들은 입조심해라. 이것이 우리집에 있다고 밖으로 흘러 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 잘못하면 후대(後代)에 큰 화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가! 너는 이것을 쥬맥에게 받았다는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친구도 좋은 생각으로 줬다가 화를 당할 수 있느니라. 잘 알겠느냐?”


“네, 할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안명이 유리를 힐끔 보면서 말을 건네는데···, 얼굴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그런데 쥬맥이 이 귀한 것들을 왜 당신한테 준 거지? 여보! 뭐가 좀 이상하지 않아? 아무리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도 이렇게 귀한 걸 주다니······.”


한울이 보기에 잘못하면 부부싸움을 하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시어머니와 시할머니까지 이상하다는 눈초리였고.


결국 유리의 아버지가 그토록 염려한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유리는 간이 콩알만 해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


마음이 떨리고 정신마저 아득해지니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자 어쩔 줄 모르고 떨고 있는 손주며느리를 본 한울이 벼락같이 버럭 성을 내면서 안명을 나무랐다.


“네 이놈! 이 못난 녀석아! 겨우 그걸 가지고 네 아내를 의심하는 것이냐? 그래 네 말대로 쥬맥이 네 아내와 너의 결혼식이라고 이렇게 귀한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할아버지! 저희 결혼 선물로 쥬맥이 준 것은 분명히 맞잖아요?”


“이건 너희 결혼식을 빌미 삼아서 실은 내게 준 것이야.”


“그럼 그 녀석이 앞으로 한자리 달라고 뇌물로 줬다는 말인가요?”


“인석아! 언제 철이 들 거야? 벌써 아들을 둔 녀석이······. 쥬맥이 병들어서 산에 버려질 때부터 내가 태을 선인을 동원해서 돌봐 주었다.


그리고 공부하라고, 무공 익히라고, 책하고 신공도 다 보내 주고 말이다.


그런 것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속 깊은 녀석이 나름대로 은혜를 갚겠다고, 네 결혼식을 빌미 삼아서 내게 보낸 것이지! 이제야 알겠느냐?”


“아~ 그러셨어요. 저는 또······. 그런데 그러고 보면 할아버지 때문에 제가 영웅대회 때 차차석을 한 거네요? 안 그랬음 차석은 했을 텐데. 좀 억울한데요.”


“쥬맥이 보내 준 자오음양지를 먹고 살아나서 내공도 크게 늘어난 녀석이 이제 와서 뭐가 어째? 네가 전에 먹은 것은 어디서 나왔는데······.”


한울이 화가 나서 손으로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결국 안명은 머리를 싸매고 안방으로 도망을 갔다.


모두 의심의 눈길을 거두니 그제야 유리는 벌렁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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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4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3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53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6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24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31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3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54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57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4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9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45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7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9 47 19쪽
»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41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54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53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66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65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6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87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61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44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47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58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61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62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61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51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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