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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1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09
조회
1,335
추천
46
글자
18쪽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만약 쥬맥이 완전한 호신강기를 일으킬 수준(水準)이라면 의복에도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작 신수의 내공 금제로 도검이나 짐승의 발톱에 몸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겨우 호신강기를 두를 수 있는 수준인 것.


이번에는 단숨에 이십여 마리나 되는 들개가 목이 잘려서 나뒹굴자 그제야 두목의 눈에도 두려운 빛이 나타나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사방을 무사들이 에워싸고 있는지라 물러날 곳이 없자 이빨을 드러내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쥬맥에게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두목이라 덩치가 다른 들개들보다 훨씬 커서 그 위용(威容)도 대단했고 말이다. 무엇보다 눈빛이 살벌했다.


그러나 한갓 짐승이 일대일(一對一)로 초절정에 이른 무사를 당할 수 있겠는가? 멀리서 도약하여 목을 물려고 덮쳐 오는 것을 쥬맥이 마주 달려 나가며 도약하더니 백호제마검으로 일검(一劍)에 목을 베어 버렸다.


두목의 목이 떨어지고 그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자, 들개들이 흩어지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사방이 포위되어 서서히 도륙(屠戮)당하기 시작했다.


“와! 다 죽였다.”


한 식경 정도가 지나서 결국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하고 격살되자 무사들이 모두 손을 흔들며 환호하였다.


들개의 가죽을 벗기고 몇 마리를 제외한 고기는 부족민(部族民)들에게 나누어 주니 모두 좋아했다.


가죽은 천막이나 신발, 거실 바닥에 까는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서 제법 그 가치가 높았다.


비록 십여 명이 물려서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간단히 치료를 마치고 잡은 들개고기를 불에 구워서 모두 맛있게 포식을 했다. 그중에 누군가는 몰래 가져온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멀리서 짐승인지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수백의 무리가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온몸에 털이 나 있고 악마 같은 머리에 긴 꼬리가 달려 있어서 마치 짐승 같았다.


두 발로 서 있는 것도 있고 네발로 고양이처럼 달리는 것도 있어서 매우 판단이 어려웠는데······.


쥬맥은 일단 무사들에게 모두 무기를 들고 전투 준비를 시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러자 그 무리가 속도를 줄이며 근처까지 접근해 왔다.


가까이에서 그들의 모습을 살핀 쥬맥은 저들이 어릴 때 산에서 만났던 야차족(夜叉族)의 마린챠 모녀와 같은 동족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모녀에게 도움을 받고 좋은 추억이 있어서 적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만약 전처럼 두 모녀를 쫓는 무리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그런 무리와 한 번 싸운 적도 있었고.


그래도 일단 경계심을 갖추고 지켜보는데, 천여 명에 이르는 무리가 점점 다가오자 무사들도 모두 얼굴빛이 달라졌다. 긴장하는 한편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는지 일부는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들개 백여 마리와 무기를 들고 있는 야차족 천여 명은 비교할 수 없는 적이었다. 덩치도 키가 대부분 팔 척(2.4m)에 이르니 천인족보다 더 컸다.


들고 있는 무기에 검은 없었고 칼집이 없는 환도 비슷한 것들과 창, 활, 도끼 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날을 세워서 대부분 예리(銳利)해 보였다.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낀 쥬맥이 어릴 때 배운 야차족 말을 되살려서 다가오는 무리에게 소리쳤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고 멈추시오.”


쥬맥의 외침에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이종족에게서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그것은 함께 있는 천인족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설마 쥬맥이 야챠족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야차족 무리에는 검은색, 붉은색, 은색의 야차족이 섞여 있었다. 그 안에는 여전사로 보이는 야차족 삼백여 명도 섞여 있었는데, 대장으로 보이는 적모야차가 앞으로 나서더니 말을 받았다.


“그대는 누구인데 우리말을 하는가?”


“나는 천인족의 쥬맥이라고 하오. 어릴 때 그대들 종족 사람과 인연이 있어서 말을 배웠소.”


“우리 종족과 인연이라? 누굴까? 우리는 우리 종족의 배신자(背信者)들을 처단하기 위하여 저 높은 산맥을 힘들게 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뒤쪽의 우르산맥을 가리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근처를 지나다가 연기와 고기를 굽는 냄새를 맡고 혹시나 배신자들이 아닌지 확인해서 처단(處斷)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그대들 종족은 처음 보는데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우리는 천인족으로 이 주변은 모두 우리 종족의 영역(領域)이오. 그러니 그대들은 모두 조용히 물러가시오.”


“이 땅에 언제부터 주인이 있었던가? 우리 종족이 전에도 여기 벌판을 수없이 활보하였으니 우리 땅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물러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그대들이다. 어서 썩 물러나라!”


그러자 쥬맥이 대화로 풀기 위해서 우르산맥을 가리키며 점잖게 타일렀다.


“그대들이 사는 땅은 저 높은 우르산맥의 너머라고 들었소. 어떻게 이렇게 멀리 떨어진 이 땅을 그대들의 땅이라고 하시오. 우리가 예전부터 터를 잡고 살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 땅이지.”


“어라? 우리 종족을 잘 알고 있군. 너도 혹시 우리의 반역자들과 만나 말을 배운 것 아닌가? 마린챠와 미라챠 모녀를 추종하는 반역자들이지. 감히 야신 진신챠님을 배반한 놈들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쥬맥은 이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들은 전대 야신을 독살하고 그 자리를 꿰어 찬 진신챠가 학정에 견디지 못해 마린챠 모녀쪽으로 합세하려고 도망친 야차족들을 죽이기 위해서 보낸 추격대라는 것을.


쥬맥도 미라챠로부터 그 얘기를 들었고, 이들에 대한 정체를 알자 우호적인 생각이 싹 가시고 갑자기 적대감이 들었다.


더구나 이들은 이곳이 자기네 땅이라고 사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로 억지로 시비(是非)를 걸고 있지 않은가?


자기네 숫자가 천여 명으로 이십 배가량 많으니 몇 안 되는 천인족을 쓸어 내고 이곳을 반역자를 소탕하기 위한 기지로 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모두 무술을 익힌 천인족 무사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인가?


처음에는 생김새와 덩치, 숫자에 밀려서 일부 공포를 느끼기도 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한 번 물러나면 이곳은 자기네 땅이라고 계속 물고 늘어질 게 뻔한 이치.


쥬맥이 전음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전투를 위한 진법에 대해 전달하고, 그 지휘를 야수르에게 맡겼다.


아군의 숫자가 적으니 단신으로라도 적의 수뇌부를 쳐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당신네 종족 반역자들과는 관계가 없으니 지금 물러가지 않으면 우리와 싸우게 될 것이오. 많은 피를 보기 전에 순순히 물러가시오.”


살살 으르면서 달랬다. 그러자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 재미있지. 한 번 붙어 보자는 거지? 여봐라! 이들이 우리와 한번 붙어 보자고 한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그 말에 야차족 천여 명이 잘됐다는 표정으로 악마 같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듯이 몸을 뒤틀면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와~ 싸우자! 오랜만에 이종족 녀석들의 따뜻한 피를 실컷 마셔 보자.”


“이놈들을 잡아서 통구이를 해 먹자.”


“어떤 놈이 맛있을까? 애들아! 저 야들야들한 놈은 내 몸보신용이다.”


여러 명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험구(險口)들을 내뱉는데, 야차족은 실제로 이종족과 전투를 벌여서 붙잡힌 적을 뱀의 먹이로 주거나 식량이 없을 때는 잡아먹기도 하는 야만족이었다.


아직 짐승의 태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사람과 짐승 사이에서 중간 정도의 문명(文明)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타구니를 핥아 주는 야차족의 맹세(盟誓)나 암야축제 때는 성인들 수천 명이 모여서 집단으로 이상한 짓을 벌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직까지 살아온 풍습(風習)이 그러한 그들에게는 그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그들만의 문화였다.


저들이 일부러 접근해 올 때 이미 오늘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쥬맥이 연락병에게 비상용 폭죽을 쏘아 올리게 하자, 연락병이 허리에 차고 있던 길쭉한 신호탄을 꺼내 하늘로 겨누더니 밑에 달린 끈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폭음을 내면서 비상신호(非常信號)가 새빨간 불꽃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뿌앙~~


비상신호와 함께 천인족 무사들은 모두 하나의 큰 진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로 적이 다수일 때 방어 중심으로 운용하는 나선은하진(螺旋銀河陣)인데, 평소에 전투와 진법 훈련을 많이 한 덕분에 모두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서 움직였다.


이렇게 천인족이 방어 태세를 갖춤과 동시에 야차족의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손을 들어 올리며 명령을 내렸다.


“모두 공격하라! 한 놈도 살려서 보내지 마라. 모두 죽여 버려!”


“공격하라!”


야차족들의 외침에 이어 쥬맥도 침착하게 작전 명령을 내렸다.


“구조대가 곧 올 것이니 침착하게 응전한다. 가차없이 응징하라!”


“응징하라!”


천인족도 사기를 올리며 진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쥬맥을 제외한 오십 명 전원이 소형 나선은하진을 이루었다.


그리고 회오리처럼 튀어나온 날개를 빙빙 돌려 가면서 적을 격살하기 시작했다. 가운데의 큰 원에는 부상자나 싸우다 지친 사람들이 교대로 휴식을 취했고.


나선은하진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돌아가자 진법의 중궁에 위치한 수르가 진언을 외우며 금빛 주술문이 흐르는 주먹만 한 자색의 기석을 땅속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갑자기 나선은하진의 한가운데 일 장 높이에서 돌풍(突風)이 시작되더니, 점점 거세져서 마침내 하늘을 향해 용오름처럼 솟아올랐다.


그러면서 사방에 흩날리는 먼지와 이물이 빨려 올라가기 시작했고 말이다.


수르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주머니에서 천령수(天靈樹) 잎을 꺼내 태우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약간 푸른색을 띤 하얀 연기가 밑바닥으로 퍼지면서 마치 은하처럼 내부를 가렸다.


그 기이(奇異)한 모습에 잠시 주춤한 적이 다시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녀석들은 둘이 서로 꼬리를 말고 휘돌면서 공격해 오기도 하고, 동료의 등을 밟고 손과 발을 마치 네 발처럼 움직이며 고양이같이 튀어 올라 진법 안으로 들어오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회돌이처럼 휘도는 날개에 위치한 무사들의 저지에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상처만 입고 물러섰다.


전투가 격해지자 양쪽 모두 전사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사방에서 피와 고함이 난무하며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사사삭! 파바바박!


"으아아아악!"


한쪽에서는 천인족 무사들이 진에 의지해서 거칠게 공격을 퍼부었고······.


쉬쉬쉭! 쉭! 피우웅~


한쪽에서는 야차족이 활을 쏘고 창과 칼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마치 고양이처럼 껑충껑충 날뛰기도 하고 말이다.


“으아악! 커흑!”


비명이 난무하면서 많은 생명이 빛을 잃고 허무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비록 천인족의 수가 적으나 무사들이 진법(陣法)으로 대응하니 덩치가 더 크고 고양이처럼 빠른 야차족이 더 많이 죽어 나갔다.


더구나 무공을 익힌 무사들이니······.


지금도 셋이서 서로 꼬리를 묶고 빙글빙글 돌면서 치고 들어오는 몇 개의 무리들이, 가차없이 휘두르는 일류무사들의 도검 아래 돌아올 수 없는 고혼이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위험한 사람이 있으면 그때마다 쥬맥이 번개처럼 뛰어들어 구출해냈다. 당연히 그때마다 덤비던 야차족 잔사들은 죽는지도 모르고 쥬맥의 일검에 쓰러졌고···.


그러자 처음에는 후배에게 뒤졌다고 불만이 많던 고참들도 마음을 열고 합심하기 시작했다. 위험할 때마다 쥬맥이 와서 목숨을 구해 주니 비로소 대장으로 인정한 것이다.


숫자는 많으나 전사자가 많이 발생하고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야차족 대장은 전략을 바꿨다.


근접전이 불리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


활을 가진 전사들을 별도로 분리하더니 일부 야차족을 물러나게 하고, 거리를 벌리며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화살은 천인족 무사들의 도검에 맞아 떨어졌으나 일부는 몸에 맞아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쥬맥이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르고 백호제마검을 휘두르며 치고 들어가서, 궁수들을 집중 공략하니 순식간에 수십 명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죽을까 봐 미리 겁을 집어먹고 여기저기 흩어져 버렸고.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야차족 대장이 자신을 지키는 정예 전사 스무 명을 보내서 쥬맥을 즉시 죽이라고 명했다.


그러자 그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쥬맥을 둥글게 에워싸고 연합 공격을 펼쳤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야차족 전사들보다 훨씬 싸움에 능했다. 전문적(專門的)인 수련을 거친 전사들인지 공격과 수비에 손발이 척척 맞았고.


그러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차륜전(車輪戰)으로 침착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의 공격 형태가 바뀌었다. 마치 급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보는 수법이라 쥬맥도 잠시 어안이 벙벙했는데······.


바로 열 명이 다른 열 명의 뭉툭한 꼬리 끝을 잡고 새끼줄에 돌을 달아서 돌팔매질을 하듯이 휘두르다가 던진 것!


그러자 열 명이 공중에 높이 떠올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십방에서 일시에 공격을 해 왔다. 방어를 포기하고 같이 죽자는 동귀어진(同歸於盡) 수법으로 오로지 공격 일변도다.


다른 무사들 같으면 당황하여 쉽게 무너졌겠지만 쥬맥은 무량혼원보를 밟으며 오행의 기운 속으로 신속히 은신했다.


그러자 도리어 공격한 적들이 더 당황하며 표적이 어디로 갔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렸고. 그때 갑자기 그들의 그림자에서 쥬맥이 희미하게 솟아오르더니 서너 명을 단칼에 베어 냈다.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야차족도 벌써 이백여 명에 가까운 전사자를 내면서 분노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비릿한 혈향이 주변에 진하게 퍼지니 그 냄새에 광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쥬맥은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었고, 이종족이지만 살인을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동료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을 죽이게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생명이 스러지며 사방에 혈향이 퍼지자 조금씩 광기에 잠식되며 살인이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좀더 효율적(效率的)으로 적을 죽이기 위해서 혼원은하무량신공을 운용하며 네 번째 초식 제요제사를 시전했다.


검에서 뿜어내는 초열의 불덩이로 방원 삼 장이 단숨에 불타서 초토화되었고, 일 장 가까이 뻗어 나온 검강에 주변에서 공격하던 적들은 모두 목이나 몸통이 잘리며 불에 타서 검게 그을렀다.


살이 타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자 그 참혹한 모습에 야차족의 대장도 넋을 잃었고, 살아 있는 적들이 쥬맥의 주변에서 주춤주춤 물러섰다.


쥬맥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수 주작이 내공을 금제하였다고 불평하던 쥬맥에게 일갈하던 목소리가 뇌전처럼 머릿속을 관통하며 지나갔다.


[싸움을 잘해서 무위가 뛰어나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느냐? 싸움판에 끌려 다니며 사람이나 죽이는 백정(白丁)이 될 것이다.


너는 그렇게 사람이나 죽이는 백정이 되고 싶으냐? 그렇게 피에 물든 살인귀(殺人鬼)가 되고 싶어? 그렇게 평생을 몸에 피칠갑이나 하고 싶으냐?]


그런데 지금 자기가 딱 그 모습이었다. 바로 사람 죽이는 백정의 모습!


자신의 옷을 살펴보니 온통 들개와 적의 피로 피칠갑을 하고 있었고······.


이럴 수가? 그런다고 죽이려고 덤비는 적에게 내 목을 내 놓을 수도 없는 일! 이를 어찌한다?


천인족이 왜 생명을 중시하고 최대한 전쟁을 자제하며, 일단 전쟁을 하더라도 단칼에 고통없이 죽이라고 하는지, 왜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치료까지 해 주면서 살려 보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 나는 인간 백정이 되고 싶지 않아! 저들이 야만족이라고 해도 다 사랑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닌가? 자식들도 있겠지?’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한 쥬맥이 전 내공을 실어서 사자후처럼 외쳤다.


“모두 싸움을 중지하라!”


그 웅혼한 외침에 적아(敵我) 구분 없이 일순간에 모두 손을 멈추었다.


그때 근처에서 달려오는 천인족들이 보였다. 비상신호 폭죽을 보고 인근에서 에피온개를 사냥하던 무사들이 오십여 명씩 무리를 지어 세 곳에서 백오십여 명이 일제히 달려오고 있었다.


일단 전투가 멈추자 쥬맥이 야차족의 대장을 바라보며 외쳤다.


“계속 싸우면 오늘 여기에 온 그대 종족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그러니 싸움을 멈추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흥! 원군이 왔다고 이길 것 같은가? 그대 혼자서 잘 싸운다고 전투에서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원군까지 다 해 봐야 다친 사람을 빼면 백칠십여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우리가 비록 삼백에 가까운 사상자(死傷者)가 났으나 이 숫자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더 싸움을 계속하겠다면 그대의 목부터 칠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전장을 누벼 온 나다. 그런 엄포에 비겁하게 꼬리를 말고 도주할 것 같은가? 우리 꼬리는 그러라고 달린 게 아니다.”


“수하들이 모두 죽고 나서 후회하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을 것이다.”


“너는 싸움을 입으로 하느냐? 내가 행동으로 보여 주마. 여봐라! 오늘 우리 종족의 이름을 걸고 저들을 멸살하라!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모두 죽여라! 저 지껄이는 놈부터 당장 죽여라!”


“와~ 죽여라!”


다시 전장은 광기에 잠식되며 이백여 명이 동시에 쥬맥을 에워싸고 점점 거리를 좁히며 합공(合攻)을 해 왔다.


그리고 나머지 오백여 명은 일제히 천인족의 무사들을 공격(攻擊)했고.


이제는 모두 목숨을 도외시(度外視)한 채 나하고 너하고 같이 죽자고 덤비니 원군이 가세했지만 사상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어찌한다?'


** 2권 끝. 3권으로 이어집니다. **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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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0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3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8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7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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