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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1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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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9
추천
48
글자
18쪽

54화. 의무 복무 입대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인족의 무사는 통상 두 부류(部類)로 나뉘었다.


첫째는 천인족 전체의 군대와 같은 천령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천령대는 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무사집단이기 때문에 무위가 뛰어난 고수가 많았고, 진법은 물론 여러 가지 무술과 전략이나 전술(戰略戰術)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위는 총사령관 격인 총대장이 있는데 지위는 대족장과 같았다.


대신 총대장은 종족을 지키기 위한 전투만 전문적으로 할 뿐 부족을 다스리거나 정치(政治)적인 일에는 개입할 수 없었다.


둘째는 부족 자체의 자위대 격인 부족의 무사가 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5년을 근무하면 나올 수도 있었고, 자신이 원하면 계속 남아서 무사 업무나 행정 업무를 비롯하여 소족장, 부족장, 대족장으로 승진(昇進)할 수도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인맥(人脈)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가 작용한다. 행정 업무를 하더라도 현재의 천인족은 인구수가 너무 적어서 기본적으로 무사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대족장이 되면 한울 유고 시 투표권을 가진 천사장, 대신녀, 대족장, 총대장, 수신호위대장이 참여하는 천인족 대회의에서 한울로 추대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울이 되는 것은 그만한 지지층 확보와 인덕(仁德)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천인족이 무예를 중시하지만 어린 나이에 무예만 높다고 하여 대족장이나 한울이 될 수는 없었고 말이다.


무예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정치 능력과 관리력을 더 중시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륜(經綸)이 필요했고······.


옛날 아리(峩理)별에 살던 때는 인구가 사천오백만 명에 육박하여 여러 종류의 무예 전문 종파(宗派)가 있었고, 그런 무인 집단에서는 무예가 높은 사람이 존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수가 적어서 종족을 지키기에도 벅차니 그런 전문 무예 종파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좀더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런 무예 종파들도 생기고, 상단이나 표국 등도 생길 것이다. 그 흔하던 기루나 객줏집 하나 없는 마당이 아닌가?


모두 같은 테두리의 주거지에서 살기 때문에 그런 곳에 갈 필요도,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두 세월(歲月)이 약이려니 하고 기다릴 뿐인데······.



다음 날 쥬맥은 수르와 함께 탕타로 부족장(部族長)을 찾아갔고, 거기서 다시 그 휘하의 비원견 소족장(小族長) 소속으로 배치되었다.


“에이! 부족장 바로 밑에서 일하는 줄 알았더니 소족장까지 내려가네.”


수르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투덜거렸지만 쥬맥이 웃으면서 어깨를 두들기며, 마치 아이를 달래듯이 다독거렸다.


“뭐 어때? 밑바닥부터 해 보는 거지 뭐.”


전에는 대족장을 비롯하여 부족장, 소족장의 수가 많았고 거느리는 부족 수도 훨씬 많았으나, 지금은 인구가 줄어서 대족장이 세 명에 부족장 여섯 명 소족장 열여덟 명에 지나지 않았다.


즉 대족장 밑으로 두 명의 부족장이 있고, 그 아래에 각 세 명의 소족장이 있는 것이다.


부족의 무사가 되면 행정 업무에서 전투 업무까지 모든 부족과 관련된 업무를 배우고 또 수행해야 한다.


비원견 소족장을 찾아가니 아주 젊은 마흔일곱 살의 전형적인 호인(好人) 같았다.


키는 육 척 정도로 천인족치고는 작은 편이었으나 뚱뚱한 몸이 결코 체구(體軀)가 작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는 힘이 아주 뛰어나서 큰 쇠망치를 가볍게 휘두르고, 어지간한 짐승은 머리에 망치질 한 번에 죽이곤 하였다.


벌써 아들이 다섯인데도 술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아내가 싫어했지만 버릇을 쉽게 고치지 못했다.


오늘 아침도 어제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불콰한 얼굴로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쥬맥과 수르를 맞이했다.


쥬맥과 수르가 포권(包拳)을 하면서 살짝 고개를 같이 숙이며, 신고식 겸 인사를 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새로 배치 받은 쥬맥입니다.”


“저는 야수르입니다.”


그러자 비 소족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오더니 반갑다는 듯이 둘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오! 그래. 어서들 오게. 그렇지 않아도 신규 인력이 언제쯤 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네. 하여간 반가워. 자, 우선 이리로 앉게.”


그러면서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어이 두 사람, 참 쥬맥하고 야수르랬지? 무술은 좀 하나? 나는 잘 싸우는 사람이 좋은데······.”


그러자 쥬맥이 나서서 대답했다.


“남에게 지지 않을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남에게 지지 않는다? 그럼 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인데?”


“그 뜻이 아니라 같은 또래에서는 대부분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 그것도 상당한 수준인데? 정말 잘 왔어. 우리 마을 인구수가 사천 명이 조금 넘는데 일손이 많이 달리거든. 무사도 부족하고 말이야.


지금 무사들이 삼백 명 정도 되는데 밖에 있는 농경지 지키랴, 전투 지원하랴, 농사 지원까지 하라니 정신이 없어요. 두 사람은 무술이 뛰어나다니 경계 업무나 전투를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해도 괜찮지?”


“예, 괜찮습니다.”


“가만, 쥬맥 자네는 그 붉은 머리의 색깔이 아주 멋지구만.”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자네가 산에서 살다가 작년에 왔다는 그 친구 아닌가? 무술과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고 하던데?”


“보통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같은 또래라면 그래도 자신 있습니다. 내공은 겨우 일 갑자가 조금 넘습니다.”


“아니, 그 나이에 내공이 일 갑자가 넘으면 또래가 아니라 나보다 더 센데? 우리 마을에서 제일 세겠어?”


“설마요? 우리 마을에 백 살이 넘으신 분들도 많으신데요 뭘.”


“그렇긴 하지. 나서지 않으셔서 그렇지 삼 갑자에 가까운 분들도 계실 거야. 그런데 자네는 뭘 먹고 그렇게 내공이 늘었어?”


“산에서 살 때 몸에 좋은 약초를 많이 먹었나 봐요.”


“야수르! 그럼 자네는 내공(內功)이 얼마나 되나?”


“아직 일 갑자에 조금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자네 나이에 그것도 많은 거지. 자네도 좋은 약초를 많이 먹었나? 어떻게 걸핏하면 일 갑자야? 부럽네.”


“어릴 때부터 토납술로 운기를 열심히 해서 축기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가 무척 엄하셔서요”


“하여튼 앞으로 우리 마을의 무인 대표는 자네 둘이야. 대신 평소에 자잘한 업무는 빼 줄 테니까 무술 연습이나 열심히 하게.”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선 뒤쪽에 가면 무술 연무장 (演武場)이 있으니 거기 가서 무술을 연습하고 있게. 일이 생겨서 호출하면 바로 와야 하네. 그리고 앞에 있는 여무사에게 가면 의복을 줄 거야. 정규복으로 갈아입게. 무기도 받고 말이야.”


“예!”


물러나서 막사 입구에 있는 여무사에게 가니 신상명세서를 작성하게 하고 소속을 증명하는 신분패(身分牌)를 주었다.


그리고 자주색 경장차림의 무복과 손목에 차는 투갑, 전투용(戰鬪用) 가죽신발과 머리에 두르는 자주색 건을 받아서 의복을 갈아입으니, 무기는 뒤쪽에 있는 건물에 가서 받으라고 한다.


원래 수련한 무기대로 쥬맥은 검을, 수르는 도를 선택했다.


부족에서 무사로 근무하면 의무 복무 기간 오 년 동안은 잠만 집에서 자고 식사와 의복을 모두 제공하였다.


그 기간이 끝나고 본인이 원하여 계속 근무할 때는 약간의 급여와 의복이 지급되고, 식사는 점심만 제공된다.


물론 전투 등에 동원될 때는 당연히 의식주가 모두 제공되는 것이고······.


쥬맥처럼 혼자서 사는 남자들은 계속 근무하는 것이 편하다 할 수 있었다.


오 년 의무 복무를 마치고 나오면 옛날에는 인구수가 많아서 여러 가지 직업이 있었으나, 지금은 인구가 줄어서 할 수 있는 종류가 별로 없으니 말이다.


지금은 농지를 받아서 농사를 짓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장사를 하거나 기술을 배워서 대장장이나 의원, 물건 만드는 일을 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음식점이나 주점, 물건을 파는 가게도 많이 생겨서 전보다는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진 편이다.


물론 선인이나 신녀는 대부분 열 살 전에 정해지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와~ 맥이 너 제법 멋진데!”


“하하하! 수르 너도 멋있어.”


쥬맥과 야수르가 의복을 갈아입고 무기까지 휴대하니 제대로 무사 티가 났다. 특히 쥬맥은 붉은 머리와 자주색의 경장차림이 썩 잘 어울렸다.


검도 평소 훈련하던 것과 같은 여섯 자 길이의 장검을 어깨 뒤에 사선으로 메고, 허리에는 짧은 단검을 평소처럼 호신용(護身用)으로 착용하였다.


특히 머리에 자주색 두건을 두르니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 입는 옷의 색깔만 봐도 어느 소속인지 알 수 있도록 부족별로 조금씩 색깔이 달랐다.


건물 뒤 연무장으로 가니 임무를 나가지 않은 십여 명의 무사들이 무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모두 스물에서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무인들이었다.


이제 새로 들어온 무사라는 것을 금방 알아보고 그중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고참이 둘을 손짓해서 불렀다.


얼핏 보니 서른 살쯤에 키가 칠 척 반이 넘는 장대한 체구였다. 둘이 머뭇머뭇 다가가자 전신을 훑어보았다.


“이봐! 너희들은 오늘 새로 온 거지?”


“예, 그렇습니다.”


“이름이 뭐야?”


“쥬맥입니다.”


“야수르입니다.”


“야, 너는 성이 쥬씨야?”


“원래는 성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쥬씨로 정했습니다. 아니 쥬가로요.”


“하하하하! 성을 친구들이 쥬씨로 해 줘? 성도 없던 놈이었구만. 너희들 무술은 좀 배웠어? 여기는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죽는 데야.”


그러면서 둘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멀찍이 서 있는 다른 무사를 불렀다.


“야, 막내! 너 이리 와서 얘네들 수준 좀 알아봐.”


“제가요? 겨우 일 년 선배인데 비슷하지 않을까요?”


“임마! 수준을 알아야 전투를 할 때 위치를 정할 것 아니냐? 붙어 봐.”


어쩔 수 없는지 스물쯤 되어 보이고 칠 척 정도 키에 눈매가 선한 무사가 검을 한 손에 들고 다가왔다.


“나는 작년에 들어온 치유강이라고 해. 그냥 치형이라고 불러. 만나서 반갑다. 우리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친하게 지내자.”


그러면서 먼저 친근감 있게 악수를 청했다.


“쥬맥입니다. 치형 반갑습니다.”


“야수릅니다 치형. 잘 부탁드립니다.”


“저 형님 얘기 들었지? 저 형님이 여기서는 최고참인데 이름은 소산이야. 한번 간단히 비무나 해 보자. 다치지 않게 살살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 형님 이름이 소산이에요? 전에 우리가 다녔던 정심무관의 관장님도 이름이 소산이었는데?”


“먼 친척뻘 된다고 하는데 이름이 같나 보지 뭐. 수르야! 너부터 해 보자.”


“예, 시작하지요.”


수르가 도를 뽑아 들고 비무(比武)를 위해서 치유강과 마주 섰다.


그러자 주변에서 연습하던 선배들 십여 명이 우르르 몰려와 구경을 하는데, 둘이 마주 보고 포권을 하더니 일 장쯤 거리를 벌렸다.


일단 무인의 길에 들어서서 한 번 얕보이면 계속 우습게 보고 함부로 하기 쉬워서 수르도 이번에는 제대로 싸워 볼 생각이다. 순수한 무인 대 무인으로.


수르는 도를, 치유강은 검을 뽑아 들고 기수식을 취하며 자세를 잡았다.


치유강이 검을 잡고 서서히 진기를 운용하자 무슨 기연을 만났는지 벌써 검날에 푸르스름한 얇은 검기가 맺혔다. 스물에 검기 발현이면 제법 빠른 편이다. 그러자 둘러선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모두 입을 모아서 치켜세웠다.


“유강이 저 녀석 정말 대단한데!”


“와~ 저 녀석 벌써 검에 검기가 맺히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그 소리를 듣고 수르는 속으로 씩 웃었다. 자신도 벌써 공력이 일 갑자 이상이라 검기는 우습게 보인 것이다. 일부러 도기가 발현되지 않게 도에 진기를 두르니 도는 더욱 검게만 보일 뿐이다.


수르가 좌에서 우로 도를 비스듬히 내려뜨리고 있다가 먼저 가볍게 선공을 가했다. 원래 후배가 선배에 대한 예의로 먼저 출수를 하는 법이니.


예의상 첫 초식은 간단하게 좌에서 우로 사선을 그리며 올려 치는데 그래도 얼마나 맹렬한지 도풍이 몰아쳤다.


동시에 은신의 보법을 밟으며 바짝 다가서자 피할 줄 알았던 치유강이 보법을 밟으며 자신 있게 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검기가 맺힌 검과 수르의 도가 부딪치면서 ‘쩡~’ 하는 소리가 둔탁하게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모두 수르의 도가 검기(劍氣)에 잘려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웬걸? 수르의 도는 멀쩡했고 도리어 치유강이 뒤로 한발 물러섰다.


자기가 선배인데 뒤로 물러서니 자존심이 상하는지 인상을 쓰다가, 욱신거리는 손아귀로 검을 잡고 다시 번개처럼 좌측으로 파고들며 공격해 왔다.


검날에서 번쩍거리는 빛이 난무하고 운신이 빠르니 보법에 따라서 몸이 분신(分身)처럼 나뉘어 보였다.


“와~ 저 녀석이 언제 저런 경지에 이르렀지? 대단한데!”


“이제 수르라는 저 신삥 녀석은 혼쭐이 나겠군.”


그런데 긴장하여 떨 줄 알았던 수르는 침착하게 검초를 지그시 보면서 은하천둔도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하처럼 무수하게 하얀빛 줄기들이 시야를 가리고, 몸은 그 속으로 은신(隱身)하여 보이지도 않았다.


수르는 은신술에 관심이 많아서 벌써 상당한 경지(境地)에 올라 있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자 치유강을 칭찬하던 사람들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와~ 저 녀석이 더 대단한데? 초짜가 너무 센 거 아냐?”


두 사람이 맞붙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 빛줄기 속에서 계속 도검(刀劍)이 부딪치는 소리만 챙챙거리며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챙강!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두 눈을 멀게 할 듯이 번쩍이던 도검의 빛이 사라지고, 두 사람이 다시 거리를 벌리며 마주 보고 섰다.


모두 검기가 맺힌 치유강의 검에 야수르의 도가 부러졌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드러난 모습은 그 반대로 치우강이 손잡이만 남은 검병을 멍하니 쥐고 있었고, 검날은 부러져서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와~ 저 수르 녀석 앞으로 조심해야 되겠어. 고수(高手)야 고수!”


“함부로 시비를 걸었다가는 본전도 못 찾겠다. 초짜가 너무한데.”


처음에 비무를 시켰던 소산이라는 최고참도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다.


“와~ 야수르, 대단하구나. 너는 앞으로 내 오른팔을 해라.”


싱글벙글하면서 수르의 어깨를 두들겨 주는데, 치유강은 치욕을 느끼는지 얼굴이 붉어져서 부러진 검날을 들고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이번에는 시선이 쥬맥에게로 향했다.


“야! 다음은 너 쥬맥이라고 했지? 키가 제법 크네? 와우! 너 머리칼 색깔 한번 멋지다. 나중에 나도 그 염색법을 좀 알려 주라.


너희들 보통 솜씨들이 아닌데 이번에는 좀 고참하고 붙어 봐라. 야, 송곳니! 네가 이 녀석하고 한번 붙어 봐.”


그 말에 키가 수르와 비슷한 정도에 날렵하게 생긴 이십 대 후반의 청년이, 쥬맥을 바라보며 실실 쪼개더니 검을 한 손으로 빙빙 돌리면서 다가왔다.


“에이, 형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젖비린내도 안 가신 녀석들과 붙으라니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선배가 잘 가르쳐야지. 우리 귀염둥이들 다치지 않게 살살해라.”


“어쩔 수 없지 뭐. 야, 너 쥬맥이라고? 자, 어서 들어와 봐!”


가볍게 손짓을 하면서 기수식을 취하는데, 번쩍거리는 날카로운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압도(壓倒)하는 듯했다.


이에 쥬맥이 정중하게 포권을 했다.


“선배님,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세요.”


검을 들고 자세를 잡는데···, 혼원은하무량검법이 아닌 태을현천검법을 시전 하기 위한 기수식을 취했다.


긴 검신에는 진기가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만 농밀(濃密)하게 축약되어 아무도 그 경지를 알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송곳니 선배가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씩 웃더니 검에 진기를 흘리는데, 치유강의 검기보다 훨씬 현현한 진청색의 검기를 둘렀다.


그러면서 자신 있게 왼손을 까딱거리며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한참 어린 후배이니 우습게 본 것이다.


쥬맥이 태을현천검법의 제일 초식을 시전하며 치고 들어가는데, 그 모습이 평범(平凡)하니 모두 수르의 솜씨를 보고 크게 기대를 했다가 약간 실망한 표정들이었다.


무사들이란 대체로 복잡하고 어려운 초식을 펼쳐야 강한 줄 아니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자신만만하던 송곳니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 아닌가?


초보처럼 평범하게 치고 들어오는데 빈틈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혹시 창피를 당할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악랄해서 흉악(凶惡)한 적에게나 펼친다는 현천도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두 저 선배가 갑자기 왜 저러지? 후배를 이참에 혼쭐을 내려고 그러나? 하면서 모두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럴까?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드디어 두 사람의 검이 부딪치며 격돌(激突)하기 시작했다.


고수들은 싸울 때 도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데, 챙챙거리는 소리가 검은 연막 같은 안개가 둘러싸인 곳에서 계속해서 들려온다.


현천도법이 십 성에 이르렀는지 마기처럼 검은 빛을 띤 운무(雲霧)가 방원 삼 장여를 덮고 있었다. 그저 안이 희미하게 보일 뿐인데······.


저 정도 경지면 새로 온 초짜가 벌써 쓰러지거나 졌다고 물러서야 하는데, 태을현천검법처럼 평범한 초식을 펼치는 녀석이 계속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모습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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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0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3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5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8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7 48 19쪽
»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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