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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2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4:31
조회
1,343
추천
46
글자
19쪽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본진을 떠난 비월족의 공격대는 며칠 만에 공격 거점에 도착했는데······.


기유월은 도착하자마자 그동안 선발대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격을 위한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무령월! 그동안 선발대가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라.”


“현재 소인족은 약 오천 명으로 황소인과 백소인이 반반 정도 됩니다. 여기에서 약 한 식경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몇 개 조로 나뉘어 짐승 몰이를 하면서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거리상으로 보면 이 공격 거점에서 왕복 공격이 가능한 위치입니다. 그리고 미르만의 여기 이곳에는 소인족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배와 뗏목이 이백여 척 정박해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냥한 짐승을 소인족 영역으로 보내는지 매일 몇 척이 왔다 갔다 왕복을 하고 있고, 수백 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거리는 여기에서 한 식경 반 정도 걸립니다.”


무령월이 미르만 일대를 그린 지도를 보며 그 외에도 많은 설명을 했다.


“세부 작전 계획은 기밀 유지를 위해서 부대장급 이상에게만 전달하겠다. 나머지는 진군 중에 전달받도록.


적이 아직 눈치를 못 챈 것 같으니 우리는 오늘 밤 불시에 적을 공격한다. 내가 직접 지휘를 할 것이니 무령월은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라.”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전투를 하면 먼 길에 피로가 누적되었을 텐데 괜찮을까요?”


“공중 공격대는 지금부터 잠시 재우고, 출전하기 전에 토납술로 운기조식(運氣調息)을 시키도록 하라. 출전은 삼경이 끝나는 무렵이다.”


“알겠습니다. 그리 준비하겠습니다.”


“금령월 대장! 지상 공격대는 금일 밤 무기를 모두 지급하고, 사전에 지시한 대로 그 위치로 이동하여 대기하라. 무거운 무기를 들고 날아가면 그만큼 힘이 많이 소모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1차 공격이 끝나면 아마 적은 다음 전투를 위해서 사냥을 중지하고 한곳으로 집결할 것이다.


그때가 바로 우리가 적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시점(時點)이 될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이 거점에도 지상 공격대를 백 명 정도 남겨서 지키도록 한다.


적을 공격할 때의 투로는 세 곳으로 나누어 각 지휘관에게 이미 전달했으니 그 지시에 충실히 따르도록 하라.”


이외에도 전투 준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세한 내용들이 전달되고, 모두 공격을 위한 휴식(休息)에 들어갔다.


······그리고 밤 삼경이 끝날 무렵.


공중 공격을 담당한 비월족 전사 삼천 명이 드디어 대붕처럼 날아올랐다.


오늘따라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뜨고 하늘은 유난히 맑은데, 은하수가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듯이 반짝이며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밝은 달빛 아래 삼천 명의 비월이 천 명씩 세 개 편대로 나뉘어 날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공기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거대한 유선형의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것이다.


소인족은 미리 배치해 둔 정탐대의 봉화를 통해서 비월족이 오고 있다는 보고를 좀 전에 접했으나, 오자마자 이렇게 빨리 공격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 허둥거릴 수밖에!


장거리 이동에 지친 심신을 풀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하루 이상은 푹 쉴 줄 알았는데······.


그래야 전투력이 오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비월족은 오자마자 공격에 나섰고, 그것도 일부러 높게 떠서 소인족의 본대 진영 위를 날았다.


하늘을 직선으로 날아오니 소인족은 적의 급습이 예상보다 빠른 것에 당황하며 전 부대에 비상(非常)이 걸렸다.


빠아앙~ 빠앙~ 빠앙~


"전원 전투 준비하라!"


소각 소리가 급하게 울려 퍼지자 소인족들이 모두 정신없이 움직였다. 두 대장도 급습에 얼이 빠졌고······.


그런데···, 본대를 공격하러 오는 줄 알고 허둥지둥 대비를 하였으나 그대로 통과하여 미르만으로 가지 않는가?


그제야 공격 목표가 자신들이 타고 온 배와 뗏목이란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지상으로 구조를 하기 위해서 달려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마치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듯이 두 손을 놓고 멀거니 바라볼 뿐!


아무리 빠르게 연락을 한다고 해도, 새처럼 날아가고 있는 적이 먼저 도착할 것이니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럴 줄도 모르고 그쪽에는 봉화대도 설치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여기는 소인족이 타고 온 배와 뗏목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


비상 경계령이 떨어져서 나름대로 경계를 강화하고 수백 명이 세 조로 나뉘어 철통같이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본대로부터 별다른 연락이 없어서 경계 업무만 강화하고 있는데, 밤 사경이 조금 지나서(2시경) 갑자기 하늘에 비월족 무리가 눈에 띄니 전원 비상이 걸리고 난리가 났다.


“비상! 적이 공격한다!”


빠앙~ 빠앙~ 빠앙~ 빠앙~


“공중 공격이다. 활을 쏘아라!”


피융~ 쉭! 피비비비빙!


그런데 비월족이 세 방향에서 금방 들이닥치더니 독화살을 쏘아 댔다. 소인족들이 이에 대응하여 응사를 했지만 높이 떠서 화살이 닿지 않았다.


삘릴리~ 삘릴리~ 삘릴릴리~


"활로 공격하라!"


파바밧! 피비빙 핑 피비비비빙!


아래에서 쏘는 화살은 중력 때문에 날아오르다가 떨어졌지만, 위에서 내리쏘는 화살은 중력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니 더 강하게 날아와서 사거리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


금방 백여 명이 죽고 다치는데···, 이번에는 기름이 가득 찬 독단지들이 배와 뗏목 위로 떨어져 내렸다.


펑! 퍼버벙! 펑!


독이 섞인 기름에 여러 사람이 중독되었는데 이번엔 온 하늘을 밝게 물들이며 불화살이 무수히 날아들었다.


그 화살로 독단지의 기름에 불이 붙으니 독연기가 자욱하게 퍼지면서 배와 뗏목에도 불이 붙었고······.


“불을 꺼라! 배가 없으면 못 돌아간다!”


“적부터 막아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모든 배에 불이 붙어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타올랐다.


결국 타고 온 배와 뗏목은 하나도 남김없이 불타 버리고 지키던 병사들도 독과 화살 공격에 대부분이 죽고 말았다.


소인족 본진에서도 그 화광이 충천하는 모습이 훤히 보이니 소인족의 두 대장은 손톱이 박히도록 손을 움켜쥐고 비분강개했다.


그리고 혹시나 본진을 기습해 올지도 몰라서 밤을 꼬박 새우며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적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밤에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니 전사들의 몸이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또 날이 새니 적이 낮에 공격할까 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할 전사들의 신체에 피로만 누적될 뿐인데······.


이미 타고 갈 배와 뗏목이 불타 없어졌으니 후퇴도 불가능했다. 그러니 이제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밖에!


급한 마음에 부하들을 닦달하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대답만 할 뿐 진행이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찾아온 밤.


몸에 한계가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고 잠을 좀 자두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모두 고단한 잠에 막 빠져들려는 밤 이경 초(9시)에 공중에서 비월 떼가 나타나더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두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고 일어나 대응하면서 허둥지둥했다.


“적이 공격한다! 활을 준비하라!”


빠앙~ 빠앙~ 빠앙~


“발사! 활을 쏘아라!”


피유웅~ 핑! 피비비비빙~ 피융~


이번엔 전에 효과를 보았던 포승줄에 추를 단 공격과 연막 작전이 진행되었다.


“긴 포승줄을 던져서 적을 끌어내려라!”


휘잉~ 쉭! 쉬이잉~


“연기를 피워서 시야를 가려라!”


기존에 사용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반격(反擊)을 해 보지만, 대부분 높은 고공에서 공격이 이루어지니 반격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펑! 퍼버벙~ 쉭! 쉬쉬쉬쉭! 피융~


온갖 소리가 난무하며 하늘에서 독단지와 독화살이 무수히 날아들었다.


소인족이 쏘아 올리는 공격에 비해서 비월족이 고공에서 공격하는 독화살과 독기름 단지는 아주 치명적이었다.


독에 많이 중독될 즈음 이번에는 불화살까지 쏘아 대니 순식간에 사방이 독과 연기와 불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부분의 독은 불에 약한데도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만독초를 넣은 이 독은, 불에 타면서 더 독성이 강해져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


무기의 투하나 발사는 반복 훈련을 통해서 얻은 속도와 높이, 바람의 세기에 맞추어서 공격 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다. 그러니 불바다 속에서 죽어 가며 질러 대는 비명에 전장은 아수라지옥(阿修羅地獄)이 따로 없었다.


인간들 스스로가 여는 지옥 말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커다란 그물망이 떨어져 내리는데, 수십 명을 감싸고 뚝 떨어지면 여기저기에 날카로운 갈고리가 잔뜩 달려 있어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마치 그물에 갇힌 물고기처럼······.


이때 갑자기 사방을 울리는 함성과 함께 지상에서도 공격이 개시되었다. 바로 금령월의 지상군이다!


“공격하라!”


“와아~ 적을 죽여라!”


지상 공격이 시작되자 공중 공격은 일단 멈추었으나, 그물에 갇힌 사람들 수백 명이 순식간에 목이 떨어졌다.


“으아! 커흐윽~”


“아악! 살려 주세요!”


여기저기 난무하는 비명 속에 어느새 소인족 전사들 대부분이 죽었고 이제는 채 천 명도 남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비월족이 강해졌나?’


‘이놈들이 무슨 약을 먹었나?’


소인족 전사들과 두 대장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싸운 비월족만 해도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지금 싸우고 있는 적들은 예전의 비월족이 아니었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이제 지상에서는 매우 나약했던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종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저렇게 마치 천인족처럼 장창과 대도(大刀)를 휘두르는 모습이라니!


아니 이전과 다른 정도가 아니라 이미 토납술을 훈련한 비월족 전사들은 지상전에서도 소인족보다 훨씬 강했다.


움직이는 속도도, 휘두르는 힘도!


더구나 양날개를 보호하는 경갑과 함께 날개 끝에 가볍고도 날카로운 무기를 부착하여 휘두르니, 양손과 양날개를 합하여 동시에 네 개의 손으로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키가 칠 척에 이르는 비월족에게 소인족의 키 오 척 단신으로는 거인과 난장이의 싸움이었다!


거기에다가 손에 든 무기마저 천인족의 무기를 모방(模倣)하여 질(質) 좋은 쇠로 크고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그러니 이제 무기끼리 서로 부딪치면 소인족의 무기가 잘려 나가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전의 만만했던 비월족이 아니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다른 종족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이럴 때는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다. 사람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남은 부하들이라도 살려야 했다. 정신이 번쩍 든 대장이 주변을 둘러보며 목청껏 도주를 외쳤다.


“모두 흩어져서 도주하라!”


“도주하라!”


뒤늦게 도주 명령이 떨어졌지만 살아서 돌아간 사람은 수백 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불타거나 독에 중독되었다.


이렇게 비월족의 영역을 침범했던 소인족 대부분이 지상군의 도검에 쓰러지더니 끝내 두 대장마저 죽고 말았다.


훗날 소인족은 낮은 숲으로 이뤄진 이 전쟁터를 소인족의 원혼이 쌓인 곳이라 하여 소원림(小怨林)이라 부르고 잊지 못했다.



싸움이 끝난 전쟁터는 참으로 참혹했다. 비월족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지만.


그들도 곧 전장을 둘러보고 그 잔혹(殘酷)하고 비참한 현실에 모두 고개를 젓고 눈을 돌렸다.


왜 이렇게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지······.


부상자들을 그대로 두지 않고 복수를 한답시고 하나하나 확인 사살까지 하다 보니, 이번 전투에서 소인족 오천 명은 살아서 돌아간 사백여 명을 제외하고 사천육백여 명이 달빛 아래 고혼이 되고 말았다.


반대로 비월족의 피해는 미미했다. 사백여 명이 죽고 오백여 명이 부상을 입어서 사실상 대승(大勝)을 거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전쟁으로 기유월과 금령월은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고 종족 내에서 한층 더 입지(立地)를 다지게 되었다.


이제 지난날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을 입에 담고 그들을 비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 *


환시력 이십일 년.


어느덧 천인족이 지구에 이주한 지

이십일 년째 되는 첫날의 해가 솟았다.


인구가 급속히 증가해서 천인족도 십육만 명을 넘어섰고, 이제 쥬맥도 나이 스물일곱이 되니 늠름한 무사의 기상(氣像)이 풍겼다.


아직도 혈기 왕성한 피 끓는 청년기!


그동안 금령음공(金鈴音功)을 더욱 가다듬어 심법과 연주법, 그리고 진기의 운용법, 공격 범위와 거리를 정하는 방법 등을 깊이 연구했다.


일반 연주에 섞어서 은밀히 공격하는 기법 등 세부적인 부분도 가다듬었고.


이로써 제대로 체계가 잡힌 음공이 비로소 탄생하였고, 오랜 세월 천인족의 유명한 신공 중의 하나가 되었다.


집대성한 이 무공의 이름도 금령천음신공(金鈴天音神功)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신공 전체 내용을 자세히 정리한 양피지를 금령파의 목 부분에 은밀히 구멍을 뚫어서 집어넣고, 아무도 모르게 밀봉을 했다.


나중에 자식들에게는 직접 전수를 하겠지만, 혹시 긴 세월이 흘러서 후세에 누군가 인연이 있으면 취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쥬맥이 이렇게 새로운 무공을 창조하는 대종사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신수 주작의 금제로 비록 무공이 5단계 제신의 경지로 떨어졌지만, 이미 7단계 전신의 경지까지 이른 깨달음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종사나 되어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무공을 창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또한 술에 취해 우연히 저지른 실수가 전혀 새로운 발상(發想)을 가져오게 한 것도 한 가지 이유라 하겠다.


물론 거기에다가 끈질긴 노력과 집념이 가미되었지만. 머리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천둔미리신공도 꾸준히 수련을 행한 덕분에 어느덧 칠 성의 경지에 이르니, 비율신 대족장 산하에서는 무공으로 쥬맥을 당할 자가 없었다.


그러나 항상 겸손하게 무위(武威)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무위가 높다는 것만 알지 쥬맥의 정확한 경지를 알 수 없었다.


인구가 증가하니 이제 무사들의 수도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각 대족장 산하에 이종족의 침입에 대응하기 위한 무력 부대를 새로 조직하기로 했고.


비율신 대족장도 경험이 많은 무사들 중에서 그 대장을 맡을 사람을 찾고 있는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적이나 위험한 짐승들과 싸우는 것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쓸 만하다는 무사들은 그 자리를 기피(忌避)하는 것이다.


그러자 고민 끝에 비 대족장이 쥬맥을 불러들였다. 비록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무력이 출중하고 나름대로 관리력도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모두 싫다고 기피하니 그 자리를 믿음직스러운 쥬맥에게 한번 맡겨 볼까 하고 의중을 떠보기 위해서 부른 것.


“대족장님!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쥬맥입니다.”


“그래, 벌써 헌헌장부가 다 되었구나. 잠깐 거기 좀 앉아라.”


이에 쥬맥이 대족장 앞에 있는 의자에 엉거주춤 엉덩이를 걸치며 앉았다. 그냥 얼굴이나 보자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무래도 무슨 중대한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무슨 하명하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비 대족장도 벌써 백일곱 살에 접어들어 칠 척이 넘는 장대한 키에 울룩불룩한 근육질의 몸매는 그대로였으나 머리에는 어느덧 흰머리가 하나둘 늘고 있었다.


여든다섯 살에 이 지구에 와서 어느덧 이십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비 대족장이 대견하다는 듯이 쥬맥을 바라보다가 드디어 본론(本論)을 꺼냈다.


“네가 이번에 새로 조직되는 우리 백호대(白虎隊)의 대장을 맡는 게 어떠냐? 이리저리 좀 경륜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았으나 모두 사양을 하는구나.


격한 업무라 젊은 사람에게 맡기라고 하니 너처럼 무공도 뛰어나고 주위에 따르는 무사가 많은 사람이 제격이다.”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많을 텐데 무공만 높다고 저를 잘 따를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두 사양하신다면 저라도 나서서 해야겠지만요.”


그동안 비 대족장의 많은 보살핌을 받아서 사양하기가 어려웠고, 또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기 싫어서 거절을 한다니 종족을 위해서 자기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에 창설되는 우리 백호대는 자그마치 오천 명이나 되는 큰 부대이니 네가 지도력(指導力)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계속 종족이 늘어나니 앞으로 소족장도 늘려야 하는데 일은 힘들어도 공적을 쌓으면 유리하지 않겠느냐?”


“저는 단지 모두가 하기 싫어한다고 해서 나서는 것뿐입니다. 그러한 차후 일은 염두(念頭)에 없습니다.


제가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았으니 이제는 우리 종족을 위해서 뭐든지 해야지요. 그저 맡겨진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할 뿐입니다.”


“그래, 그 마음가짐이 좋구나. 발대식이 열흘 뒤에 있으니 미리 준비하려무나. 어차피 네가 거느릴 조직(組織)이니 조직도 좀 짜 보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해라.”


이렇게 해서 쥬맥은 생각지도 않게 오천 명을 거느리는 대장이 되게 생겼다.


그 자리가 돈이 생기거나 권세가 생기는 자리였다면 아마 서로 차지하겠다고 해서 쥬맥의 차례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게 세상의 인심이니까.


이종족들과 수시로 싸워야 하니 힘은 들고, 목숨을 걸 일만 생길 게 뻔하니 못 하겠다고 모두 뒤로 나자빠진 것.


쥬맥은 돌아오면서 이것도 이미 정해진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 창설되는 백호대(白虎隊)라는 부대의 이름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백호제마검, 이 둘이 서로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남들은 모두 목숨 걸기 싫어서 사양하는 자리를 넙죽 받아 오면서도 쥬맥은 그것이 잘한 일인 양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세상사(世上事)가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니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

67화 소원림 위치 지도.png

67화 소원림의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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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5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4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9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7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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