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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9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26 10:12
조회
1,323
추천
30
글자
20쪽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미루네를 찾아간 지 사흘 뒤.


쥬맥은 수르 부부를 초대하여 화선반점(花仙飯店)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미루를 인사시키러 함께 나갔다.


수르가 아내와 함께 먼저 와 있다가 둘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여기. 와~ 미루 씨, 요즘 무슨 일이 있어요? 갑자기 얼굴이 활짝 피어서 더 미인이 되셨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이쪽은 내 아내 아인 씨에요. 맥아인.”


“어머~ 미루 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상미루입니다. 오라버니가 얘기 많이 하셨어요. 잘 부탁해요.”


맥아인과 상미루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쥬맥이 조카들 생각이 났나 보다.


“제수씨, 진우랑 유진이도 데리고 나오지 그러셨어요? 보고 싶은데······.”


“얘들이 있으면 초면에 미루 씨 귀찮게 할까 봐서요. 다음에 데려올게요.”


“아니에요. 저도 아이들 좋아해요. 다음부터 함께 데리고 나오세요.”


“맞다! 그래야 맥이도 분발해서 빨리 응응 할려고 할 것 아냐.”


그러자 맥아인이 남편의 어깨를 손으로 탁 치면서 눈을 흘기며 말했다.


“어유~ 당신은 꼭 그런 말을 이런 자리에서 해야겠어요?”


“아니야. 맥이 이 녀석이 내 결혼식 날에 와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제일 중요한 혼수를 해 왔냬. 유리도 해 가지고 갔다면서, 돈도 안 드는 효도도 못 하냐고 나를 놀렸다니까. 야, 그 혼수가 바로 진우다 진우.”


수르가 제대로 복수할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신나게 떠들어 대자 맥아인이 정말로 그랬냐고 웃으며 물었다.


“어머~ 호호호! 정말로 그러셨어요?”


“그건 이 녀석이 유리가 결혼할 때 그대로 말해서 놀린 것뿐이에요.”


“너도 그 혼수만 못 해 봐라. 내가 평생, 평생 놀릴 테니까. 으흐흐흐!”


순진한 상미루는 수르의 말을 곧이듣고 은근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오라버니, 우리 분발해야겠는데요.”


“뭐요? 으하하하하!”


“호호호호호!”


“하하하하하!”


미루의 말에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한차례 농이 오가자 미루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는데···,


쥬맥이 얼른 화제를 음식으로 돌렸다.


“그런데 음식은 뭐 좀 시켰냐?”


“응, 술은 적령에 요리 몇 가지가 곧 나올 거야. 돈은 네가 내라.”


“녀석이 싱겁기는······.”


미루가 마음의 짐을 털고 나니 훨씬 명랑해지고 웃음도 많아져서 분위기가 화기애애(和氣靄靄)해졌다. 요리가 나오고, 술이 몇 잔 돌고······.


쥬맥도 오랜만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아유~ 좋을 때다. 이제 우리는 애들이 둘이나 있으니 부부간에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번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면 집사람이 힘들다고 하고, 유진이는 눈치 없이 둘 사이에 끼어서 자려고 하고, 애고 내 팔자야.”


“어머~ 이이가, 어디서 힘이 나는지 날마다 덤비려고 하니까 그렇죠.”


“하하하하! 그래요? 아니, 수르 넌 뭘 먹었기에 그렇게 힘이 남아도냐?”


“다 맥이 너 때문이야 임마! 그 이상한 버섯에 물고기까지 잔뜩 먹여 놓으니까 내가 이 꼴이 된 거잖아.”


“야! 그건 너 내공을 올려 주려고 돈 주고도 못 사는 귀한 것을 친구랍시고 먹여 놨더니 왜 엉뚱하게 내 탓이야? 너 불만 있으면 지금 다 토해 낼래?”


“그러고 보니까 너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을 거 아냐? 미루 씨는 이제 날마다 죽었다. 으하하하!”


그러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진 미루가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리려고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아이! 부끄럽게 왜 그런 얘기를 하세요. 다른 재미있는 얘기해요.”


그렇지만 쉽게 물러설 수르가 아니다. 한번 물면 끈길기게 물고 늘어지는 야수 본능.


“이제 알 것 다 아는 성인인데 뭐가 부끄러워요. 남자는 뭐니 뭐니 해도 힘이죠 힘. 참, 맥아! 그때 물고기 남은 것 좀 없냐? 우리 아버지가 효과를 톡톡히 보았는지 은근히 가끔 말씀하신다. 우리 엄마도 말은 안 해도 너무 좋으신가 봐. 요즘 신혼이야 신혼.”


그러자 듣고 있던 맥아인까지 궁금해서 나섰다.


“물고기? 물고기가 뭔데 그래요? 좋은 거면 저도 좀 주시지.”


“어휴~ 당신까지 먹으면 큰일 나. 남자들만 먹는 그거야 그거.”


그러자 쥬맥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알았으면 있을 때 더 잡아올 걸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상할까 봐 다 먹어서 이제 이 지구에서는 찾을 길이 없다. 또다시 누군가 기연을 얻으면 몰라도······.”


“그 이상한 버섯도 다 먹었냐? 내가 요즘 힘을 과하게 썼더니 좀 달린다.”


그 말에 맥아인이 질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제발 그만하라는 듯이······.


“어머! 이이는 지금도 죽겠는데, 안 돼요. 제발 그만하세요.”


그러자 쥬맥이 짓궂게 웃으면서 버섯도 단념을 시켰다.


“그것도 지난번 거인족과의 전투 때 다 털어먹었다. 너도 그때 한 쪽 먹었지? 그때 그것이 마지막이야.”


“뭐야? 그때 먹은 게 그거였어? 그 귀한 걸 많은 사람들한테 다 나눠 줘 버렸다고? 이런 멍청하기는, 너는 뭘 아낄 줄 몰라. 그거만 움켜쥐고 있었어도 너 떼부자가 되었을 텐데 말이야.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으로 쓸데없이 인심이나 쓰고. 미루 씨! 결혼하면 이 친구 돈주머니 빼앗아서 꽉 움켜쥐어야 해요. 아니면 빈털터리가 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호호호호!”


“내 급료만 가지고도 굶어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저는 오라버니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를게요.”


그러자 수르가 입을 삐죽거리며 비꼬듯이 한마디를 던졌다.


“아이고~ 안 바뀌나 두고 봐야지. 우리 아인 씨도 그러더니 결혼하고 나서 확 바뀌던데? 여자는 두 얼굴이야.”


이에 맥아인이 마치 당연한 것을 그러냐는 듯이 정색을 하고 맞받아쳤다.


“애들이 둘인데 먹고살려면 그럼 바뀌어야죠. 미루 씨도 별수없을 걸요? 남자들에게 그냥 맡겨 두면 술값으로 남아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제가 얼마 전에 주머니를 빼앗았죠.”


처음에는 수르가 외식도 안 시켜 준다고 하더니 이제는 둘이 완전히 역전이 된 모양이다. 호호 하하 떠들며 얘기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미루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쥬맥은 돌아가는 길에 미루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여러 해 밖에서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함께 집에 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소족장 거처라 부족장 거처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넓고 살 만해 보인다.


이제는 부모님의 허락까지 받았으니 남의 눈치를 볼 것도 없었다. 나중에 내가 함께 살 집이려니 하고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는데, 한쪽에 금령파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집어 들었다.


가죽집을 벗기니 예쁜 악기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전에 가르쳐 달라고 졸랐는데 이제껏 배우지 못해서 더욱 마음이 가는지 살며시 줄을 튕겨 본다.


띠리링~ 샤라랑~


맑고 고운 선율이 흘러나오자 또 가르쳐 달라고 졸라 보기로 했다.


“어머! 소리가 너무 좋아요. 이거 언제 가르쳐 줄 거예요?”


“왜? 배우고 싶어? 지금 연습해 보지 뭐.”


그러더니 뒤에서 미루를 안고 팔을 앞으로 돌려서 악기를 안는 법부터 시작해서 음률을 조정하는 법, 소리를 내는 법, 등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뒤에서 안은 채로 직접 시연해 보인다.


띠리링~ 띠리리리링~


샤라랑~ 샤라라라랑~


악기의 고운 선율에 취하고 뒤에서 따스하게 안아 주는 님의 향기에 취해서 미루는 계속 이렇게 있고 싶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그러자 미루는 이대로 그냥 더 있고 싶어서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뚝 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이대로 더 가르쳐 주세요.”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저녁에 언제든지 시간 날 때 배우러 와.”


“정말 그래도 되요?”


미루가 웬일이냐는 듯이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전에는 힘들게 부탁했는데도 야박하게 거절을 하더니 말이다.


“그럼, 이제 부모님도 다 허락을 하셨는데 남에게 숨길 것도 없잖아?”


“아~ 오라버니 저 너~무 행복해요.”


미루는 고개를 돌려서 용감하게 쥬맥의 입술을 찾았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가고 뜨거운 입술을 맞댄 청춘 남녀(靑春男女)의 숨결은 높아만 간다.


미루는 그동안 하지 못한 사랑을 몰아서 한 번에 보상이라도 받을 기세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뒤늦게야 사랑에 깊이 빠져든 미루는 거의 매일 밤 쥬맥을 찾아왔다. 악기를 배우며 웃고 떠들면서 사랑하는 님의 품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결혼 전이 좋으니 바로 결혼하지 말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결혼하라는 수르의 명언(?)에 충실히 따르니, 꿈결 같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흐른다.


쥬맥은 이번에는 미루에게 금령파를 새로 만들어 주지 않기로 했다. 혹시 또 가지고 떠날까 봐 겁나기도 하고, 어차피 함께 살 거면 두 개가 따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을 상하게 하는 음공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 미루는 죽음이 넘나드는 전장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자신의 아내로, 그리고 자식들의 자상한 어머니로 가정을 지키며 살아 주기를 소망했다.


그것은 미루뿐만이 아니었다. 전에는 천인족에 평생을 무사로 사는 여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천인족의 멸족을 막기 위해서 모든 여자들에게는 자식 농사가 제일 큰 과제가 되고, 자식을 여럿 낳아서 키우다 보면 십여 년이 훌쩍 지나니 대부분 도검에서 손을 놓기 때문이었다.


* * *


쥬맥이 새끼 때 생포하여 키운 인드리코룡이, 지나가는 수컷과 교미를 하여 그 수가 점점 불어나더니 어느덧 이십여 마리나 되었다.


오늘도 쥬맥은 시간을 내어서 인드리코룡을 방목하는 곳을 찾았다.


멀리서 쥬맥의 모습을 발견한 최초의 새끼가 이제는 성체가 다 되어서 그 거대한 몸을 이끌고 달려온다. 마치 친정어머니를 발견한 딸의 모습이랄까?


“우에에에에에에~~”


“그래, 잘 지냈니?”


얼마나 반가운지 고개를 내려뜨려 쥬맥의 볼에 자신의 머리를 비빈다. 거의 어미처럼 인식하는 모양이다.


그러자 그 두 마리가 낳은 새끼와 또 새끼의 새끼들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쥬맥의 냄새를 맡고 킁킁거리며 어미와 할미를 따라서 한다. 마치 한 가족처럼 투정을 하듯이 칭얼대면서······.


쥬맥이 일일이 볼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다른 흡혈충이 있으면 떼어 주고 다친 곳이 있으면 상처를 치료해 주니, 마치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듯했다.


짐승도 사람과 다를 바가 없어서 누가 저를 귀하게 여기는 줄은 다 안다.


이제는 한 줄로 줄을 세우더니 멀리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니, 새끼들은 좋아서 내달리며 환호성을 질렀고······.


“빨리 달려라! 나보다 늦다.”


“우에에에에~ 우에에에에~”


쿵쿵 쿠구궁 쿵쿵!


들판이 온통 지진이 난 듯 요란했다.


그동안 인드리코룡이 넓은 들판을 농지로 개간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땅에 박힌 아무리 큰 돌도 어미 두 마리가 끌면 조약돌처럼 끌려갔으니······.


무리하게 일을 시키지 않고 일을 하고 나면 맛있는 것들을 보상으로 먹이니 마치 순한 소처럼 잘 따랐다.


특히 쥬맥만 오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데도 졸졸 따라다녔다. 한참을 운동도 시키고 놀아 주다가 돌아오려니, 울타리 경계선에 서서 쥬맥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울어 댄다.


마치 어미를 보내는 새끼처럼······.


“우에에에에에~”


“에에에에에~”


쥬맥이 돌아보며 ‘또 올 테니 잘 있어라’ 하고 손을 흔드니 모두 귀를 살랑대며 고개를 흔들어 댔다.


* * * * *


여기는 거인족 영역.


천인족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간 거인족 샤리네는, 천인족이 중간에서 통신을 차단(遮斷)하고 모든 보급로를 끊어서 자신이 궁지에 몰렸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분노했다.


그런데 전쟁에서 지고 돌아와서 바로 또 전쟁을 하겠다고 나설 염치도 없고.

화해하는 조건으로 십 년의 휴전을 약속했는지라 이를 갈며 십 년 뒤를 준비했다. 멋진 복수를 위해서.


그때쯤이면 당초 계획한 대로 십만 명의 생존특무대 양성(養成)이 완전히 끝날 것이리라.


“어디 두고 보자. 그때가 되면······.”


샤리네는 그렇게 이를 갈았다.


그 십만의 거인이 또 무기와 전술을 가다듬어 천인족을 침략(侵略)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겨우 일만으로도 그 난리를 쳤는데 말이다.


이렇게 또 미래의 큰 전쟁을 향해서 시간은 쉼 없이 흐른다.


다행히 반인족과는 소금 협상이 잘 되었다. 천인족과의 거래 중단으로 소금의 판로가 막힌 반인족은 다시 거인족에 좋은 조건으로 소금 거래를 제안했고, 거인족은 못 이기는 척 가격을 더 후려쳐서 물물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 소금 문제를 해결한 건으로 샤리네는 전쟁에서 비록 지고 왔으나 자리를 그대로 보전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새로운 무기의 개발과 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전술도 보완을 해 나갔다.


이 결과가 어느 종족에게 날벼락을 안겨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거인족은 천인족뿐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패배를 안겨 준 반인족의 울트 대추장과, 야차족의 마린챠 모녀에 대해서도 복수(復讐)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니 언제 또 대륙에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 가는 피바람이 불지 모른다.


* * * * *


한편, 여기는 소인족 영역.


소인족은 천망의 재난과 그 이전에 천인족, 비월족에게 당한 참패를 되새기며, 종족의 보존과 도태(淘汰)를 막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여러 가지를 궁리(窮理)하고 있었다.


연이은 참사로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澎湃)했는데······.


수많은 협의 끝에 지금 여러 종족들의 뛰어난 무기 개발과 전략 전술이 나날이 달라지는 것은, 대부분 천인족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分析)하였다.


그럼 소인족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우선은······.”


이렇게 천장들을 설득한 사람은 바로 신장을 맡고 있는 현밀룬이었다.


비록 천인족에게도 원한이 있지만, 우선은 화해와 교역을 통해 그들의 우수한 것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후일의 복수를 위한 발판으로 삼자고 했다.


그래서 말이 통하지 않지만 머릿속으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천인족에 있다고 하니, 접선을 위해서 사절단(使節團)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그리고 그 예물(禮物)로는 백소인이 잘 담그는 포도주와 황소인이 잡아서 길들인 시원맘모스 오백 마리를 가져갈 계획이다.


특히 포도주는 종류가 많아서 적포도주와 백포도주 외에도 증류하여 도수가 높은 것까지 여러 종류를 준비했다.


그리고 물물 교역이 이루어지면 무엇을 교환하고 배울 것인지도 많은 검토를 통해서 안(案)을 만들었는데······.


드디어 소인족 신장(장로회장) 현밀룬이 이백 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천인족의 주거지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백소인 출신의 현밀룬은 여러 가지를 점검(點檢)하고 꼼꼼히 챙겼다.


“시원맘모스를 몰고 갈 사람들은 모두 오른쪽에 줄을 서라!”


“포도주 중에서 도수가 낮은 것은 변하지 않도록 햇빛가리개를 한 시원한 마차에 싣고 그 위에 건초를 덮어라.”


“호위(護衛)할 병사들은 모두 검치범을 타고 간다. 어서 등에 올라라!”


“호위대 1대가 앞장서서 출발하고 2대는 중앙을, 3대는 후미를 지킨다. 모두 순서대로 출발하라!”


“출발! ······ 출발!”


마침내 거대한 시원맘모스 오백 마리를 몰고 포도주를 실은 마차를 끌면서, 검치범에 탄 이백여 명의 사절단이 천인족의 주거지를 향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인족의 사절단은 피차를 출발한 지 한 달이 넘게 걸려서, 겨우 천인족의 주거지 근처(近處)에 다다랐다.


천인족에서는 이들이 셀렝게강 상류를 거쳐서 회홀을 지날 때, 이미 천인족을 향하여 오고 있다는 것을 비거 정찰(偵察)을 통하여 확인했다.


그러나 그 수가 적고 마차와 큰 짐승 떼를 끌고 있으니 싸우러 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만약 사절단이라면 그들이 묵을 숙소가 필요한데, 그렇다고 위험하게 주거지 내부를 보여줄 수도 없는 일.


그러니 뭔가 대안(對案)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에 포로를 가두기도 하고 인드리코룡 새끼를 보호하기도 했던 진을 활용해서, 내부에 임시 숙박시설(宿泊施設)을 만들었다.


주술진으로 결계(結界)를 쳐서 보안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긴 여정(旅程)에 지친 소인족 사절단이 주거지 근처에 다다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천령대가 앞으로 나섰다.


“모두 멈추시오. 여기는 우리 천인족의 영역인데 무슨 일로 왔습니까?”


“우리는 사절단으로 왔소.”


“당신네 나라 말을 못 알아듣겠으니 잠시 여기서 기다리시오.”


그러면서 초병이 손짓으로 여기서 기다리라는 신호를 하고 간다. 조금 있으니까 흰머리와 수염을 곱게 기른 안다 선인이 주거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비록 소인이지만 현밀룬이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으니 예의를 갖추어서 정중하게 물었다.


[저는 천인족의 선인 안다입니다. 소인족에서 오신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우리는 종족의 사절단으로 왔소.”


[아~ 그러십니까?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시지요.]


앞장서서 안내를 하는데 주거지로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 새로 만들어진 숙박 시설로 데리고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데, 문제는 몰고 온 마차와 시원맘모스 오백 마리까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 마차와 짐승들까지 들어갈 자리는 없을 듯한데, 용도가 무엇입니까?]


“저것은 시원맘모스라는 길들인 가축인데, 예물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저기 마차에 실린 것들은 포도주라는 술인데 역시 예물로 드리고자 가져온 것이고요.”


[그러시군요. 그럼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인수를 하지요. 그럼 저것들은 밖에 두고 들어가시지요.]


그러더니 사람을 불러서 시원맘모스와 포도주를 주거지로 옮기게 하였다.


그리고 진법 내의 임시 숙박 시설로 안내를 하는데, 그곳에는 숙소와 식당, 화장실 등의 편의 시설(便宜施設)과 협상을 위한 회의실까지 이미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의외로 사전에 준비(準備)가 다 되어있는 것을 본 현밀룬은 ‘우리가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준비한 것이지?’ 하면서 좀 놀라는 눈치다.


[우선 함께 차 한잔 하시지요.]


일행에게 숙소를 배치한 뒤에 현밀룬과 안다 선인은 회의실로 들어가서 차를 시켜 놓고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저는 우리 종족의 신장을 맡고 있는 현밀룬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저도 반갑습니다. 선인 안다라고 합니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안다 선인은 소인족 장로회의 수장인 신장이 직접 왔으니, 예우 차원에서 천사장과 직접 협상하는 것이 격에 맞다고 생각했다.


종족 간에도 서로 지켜 줘야 할 예의가 있는 법이니까.


[신장께서 직접 먼길을 오셨군요. 우선은 저와 말씀을 나누시고 중요한 얘기는 천사장과 직접 협의하시도록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리하시지요. 그런데 주거지 안으로는 들어가기가 어려운 모양이지요?”


현밀룬이 주거지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넌지시 물었다. 그동안 정탐조를 배치하여 온갖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보지 못했으니 오죽하겠는가?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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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9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50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8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1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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