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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41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3:47
조회
1,355
추천
47
글자
18쪽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반인족의 대추장 울트에게는 이번 전투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더 만반의 준비를 했고.


특히 독과 기름을 섞은 독단지는 기름에 불을 붙이면 독을 내뿜는 독무(毒霧)가 형성되어, 호흡할 때 입과 코를 통해서 폐로 들어가 급성으로 폐를 썩게 하는 독이었다.


그러니 호흡을 장시간 참지 못하면 상대가 누구든 당하기 십상이었다. 특히 거인들처럼 덩치가 커서 숨을 크게 몰아쉬는 사람일수록 대응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지난번에 비월족이 천인족을 습격할 때 기름 단지로 주거지에 불을 지르는 것을 보고, 거기에 반인족만이 알고 있는 독을 가미해서 새롭게 만든 무기였다.



보통의 독은 불에 약하나 만독초(萬毒草)라는 독초의 독은 예외였다.


불에 타도 독성이 그대로이거나 부위별 독이 융합되어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연기를 타고 번지면 매우 치명적(致命的)이었고···.


이각족 만 명이 사각족 만 명의 등에 올라타니 일 만의 기마대가 되었고, 위와 아래에서 협공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이각족 만 명은 토납술을 계속 수련하여 진기를 운용할 줄 알아서, 힘주어 뛰어오르면 일 장 이상 쉽게 뛰어오를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 왔다.


울트는 거인족이 진격해서 마름쇠밭을 지나면 일차 공격을 가한 뒤, 자신이 원하는 전장으로 유인하기로 했다.


그 이후의 계획은 일체 비밀에 부쳤다. 혹시 잘못되면 사전에 계획이 노출되어 거인들에게 역으로 당할 수도 있으니까.



거인족 마테이는 반인족이 덩치가 작으니 분명히 밤에 기습을 해서 누워 자고 있는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인족은 전에도 덩치에서 밀리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자주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절반은 재우고 절반은 자는 척 시늉만 하게 하였으나, 적이 쳐들어오지 않자 반인족의 총대장이 매우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적을 경시(輕視)하기 시작한 것!


마침내 날이 밝으니 단숨에 박살을 내겠다고 벼르면서 거인 전사 천 명 전원을 정렬시키더니, 백 명씩 열 줄로 세워서 천천히 반인족의 진지 근처까지 진격(進擊)해 들어갔다.


그때 반인족 진지에서도 만 명의 병력이 주시를 하고 있다가 거인들의 진격에 맞추어 뿔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 뿌우~ 뿌우우~


“전투를 준비하라!”


“전투 준비!”


명령이 하달되자 오천의 이각족이 오천의 사각족 등에 올라탔다. 마치 기마대처럼 보이지만 실제 공격력은 두 배다.


마테이가 보니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모두 자잘한 소인들처럼 보이니 몽둥이 하나면 자기 혼자서도 충분히 해치울 듯했다.


마테이가 거만한 표정으로 사십삼 척에 이르는 큰 키에 집채같이 우람한 몸을 흔들며, 길이 삼 장에 가까운 통나무 몽둥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모두 공격하라! 단숨에 쳐부숴라!”


“공격!”


거인들 천여 명이 일제히 돌격하자 쿵쿵대는 소리가 마치 지축(地軸)이 울리는 것 같았다. 이것이 전투만 아니라면 바람처럼 떼 지어 달려가는 거인들의 모습이 아주 보기 드문 장관일 것이다.


사방이 먼지에 휩싸인 가운데 모두 기세 등등하게 큰 걸음을 쭉쭉 내뻗으며 반인족 진지로 힘차게 돌격했다.


그러나 금방 꽁무니를 뺄 줄 알았던 반인족이 몰려오는 거인들을 주시하며 바라보고 있다가 한번 해 보자는 듯이 용감하게 덤비는 것이 아닌가?


“와~ 적이다! 침략자를 무찔러라!”


선두를 맡은 대장의 외침과 함께 함성을 지르며 사기를 북돋우고, 거인들을 향해서 마주 달려 나왔다.


“와!”


“죽여라!”


그러나 웬일인지 반인족은 경계를 표시한 위쪽으로는 진입하지 않고 그 앞에 멈추어 서서 기세를 올렸다.


그러자 거인족이 의기양양하게 단숨에 쳐부술 것처럼 반인족을 향해서 돌진해 가더니, 갑자기 몇 명이 자리에 주저앉았고 계속해서 백여 명이 발을 움켜잡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바로 마름쇠의 독에 당한 것이다.


마테이는 돌발 사태에 당황했지만 계속 진격을 명하니 나머지 구백여 명이 드디어 반인족과 맞붙게 되었다.


긴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치면 단번에 박살을 낼 줄 알았는데 어찌나 동작들이 빠른지 잘도 피한다.


‘반인족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지?’


사각족을 타고 빠르게 달리며 가끔 위로 뛰어오르는데, 전에는 전혀 못 보던 모습이었다. 길고 날카로운 창으로 허리를 베어오는데 벌써 옆구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거인들도 많았고···.


이럴 때는 누가 뭐라 해도 기세가 제일 중요하다. 일거에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모두 단숨에 밀어붙여라!”


자신이 앞장서서 몽둥이를 거침없이 휘두르니, 반인족 수십 명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이각족과 사각족이 함께 날아가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설인족들은 마치 쇠스랑처럼 날카롭고 긴 야수(野獸) 같은 손톱을 이용하여 위에서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그 손톱에 걸리면 반인족의 몸이 길게 칼에 베인 것처럼 찢어지고, 뱃속에서는 내장이 밖으로 줄줄 흘러나오니 매우 끔찍했다.


너무 덩치의 차이가 크다 보니 전세가 반전되어 반인족을 순식간에 압도(壓倒)하면서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면 그렇지. 이 주먹만 한 녀석들이 까불고 있어. 더 힘껏 몰아쳐서 아예 짓이겨 버려라!”


“와! 짓이겨라!”


수백 개의 커다란 몽둥이가 춤을 추며 적진을 휘저으니 또 반인족의 전사들 수백 명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때 급하게 울리는 뿔고동 소리!


뿌우우우우~ 뿌우우우우~


뿔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자 반인족이 패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반인족이 도망가자 사기가 오른 거인들. 앞뒤 가리지 않고 우루루 뒤를 쫓았다. 일거에 쳐부수기 위해서······.


그러나 사각족을 타고 말처럼 내달리니 거인들이 큰 걸음으로 쫓아가도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뒤를 쫓아가며 그중에 뒤처지는 무리를 공격하는데, 이제 겨우 성인이 된 돌목 하나가 나서더니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의문을 제기했다.


“혹시 유인책이 아닐까요?”


그러자 마테이가 보아도 유인책이 틀림없기는 한데, 저런 조그만 놈들이 유인(誘引)을 해 봐야 별 볼 일이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끝을 내자. 계속 쳐라!”


“와~ 공격하라!”


이렇게 정신없이 반인족을 몰아붙이다 보니 어느새 별로 높지도 않은 칠 장(21m) 깊이의 낮은 협곡(峽谷) 사이로 들어가게 가게 되었다.


거인들에게 그 정도는 키에 비해서 별게 아니었다. 무시를 하고 쫓아가는데 갑자기 양쪽 등성이에서 외침과 함께 만여 명이 나타나 벌떼처럼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와~ 공격하라!”


그런데 이번에 나타난 전사들은 활이나 창으로 거인들의 눈을 집중 공격하였고 그 끝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에서 비명 소리가 난무하는데, 이번에는 커다란 그물 같은 것이 투척(投擲)되어 내려오면서 거인들의 머리를 둘러씌웠다.


그물에는 작은 낚시 바늘 같은 것이 무수히 달려 있었고, 독이 묻은 그 바늘들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러자 그물 안에 들어간 거인들은 그물과 독바늘에 잡혀서 물고기 신세가 되었고 말이다.


한번 발이 묶이자 이번에는 독과 기름이 혼합된 불붙은 단지들이 떨어져 내리고, 순식간에 계곡은 독무(毒霧)와 불로 지옥(地獄)이 되고 말았다.


“으악~ 독이다!”


“아악~ 뜨거워!”


여기저기에서 독에 중독되고 화마에 휩싸인 거인들의 비명이 난무했다.


마테이 개인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혼신의 힘을 다하여도 이미 전세(戰勢)는 기울고 말았다.


칠 장(21m) 높이의 협곡이란 거인들에게는 마(魔)의 높이였다. 거인족은 키가 통상 사십 척(약12m) 전후인데, 팔을 들어올리면 육 장(18m)에 가까웠다.


보통 몸이 가벼운 사람이 뛰면 자기 키의 삼 할 정도는 충분히 뛸 수 있기 때문에 손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높이지만, 거인족은 몸이 너무 무거워서 힘껏 뛰어도 자기 키의 이 할 전후였다.


유일하게 손이 끝까지 닿는 거인은 마령안이 열린 마테이 혼자뿐인데, 혼자서는 도저히 역부족으로 상대가 안 되었다. 공격하는 적이 몇백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만 명이니···.


이미 마령안이 열려서 혼자는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이제 돌아가 봐야 기다리는 영광은 없고 패배의 참담한 질책과 아픔만 기다릴 것이다.


생각해 보니 차라리 부하들과 함께 옥쇄(명예와 충절을 위하여 전원이 깨끗이 죽음)하는 것이 고통이 덜 할 것 같았다.


결심을 굳히자 힘껏 외치는 마테이!


“우리는 오늘 모두 이곳에서 죽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반인족을 한 놈이라도 반드시 죽여서 저승길에 끌고 가자!”


“와~ 같이 죽자!”


모두 죽음을 등한시한 채 분전투구 (糞田鬪狗)했지만 결국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마테이도 반인족 전사들 수백 명을 죽였지만, 결국 독무를 이겨 내지 못하고 다른 거인들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져 죽게 되었으니······.


“윽! 억울하구나. 그러나 반드시 우리 동족들이 이 원한을 풀어 줄 것이다.”


그곳에서 거대한 거인들 구백 여 명의 살 타는 냄새가 한 달을 갔다고 하고, 백 일 동안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였다니 얼마나 처참(悽慘)했겠는가?


마름쇠에 당한 거인들도 몸부림 치며 도망가려 했으나, 다시 뒤돌아 쫓아간 반인족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해서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다.


천인족은 반인족의 부상자들을 치료하여 돌려보냈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독하게 해야 다시는 자기들을 쉽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 뒤로 거인들이 전원 옥쇄(玉碎)한 이 작은 협곡을 백 일 동안 거인들의 전투 혼이 불타오른 곳이라 하여 거인족은 그 뜻을 기려 백혼곡(百魂谷)이라 불렀다.


그러나 반인족은 큰 승리를 거둔 곳이라고 하여 대승곡(大勝谷)이라고 불렀으나 백혼곡이라는 지명이 더 널리 알려졌다.


전투 결과는 마테이를 비롯한 거인족 천 명이 전원 전사하였고, 반인족은 이천 명(이각족 오백, 사각족 천오백)이 죽고 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


예전 같으면 거인족 천 명을 죽이려면 반인족에서는 오만 명 이상이 전사하였으니, 이번 전투는 반인족의 대승(大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전투로 대추장 울트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고, 반면에 거인족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왜 반인족이 갑자기 이렇게 강해진 것일까?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모두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른 종족들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위대하다고 믿는 거인족 자신들은 덩치만 믿고 너무 자만(自慢)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사건은 바로 야차족과의 충돌이다.


마린챠와 미라챠 모녀가 오천여 명의 전사를 이끌고 야얼란에 입성하자, 마린챠를 따르는 두 명의 야얼(대추장 격, 부족 사십만 명 전후)이 진신챠를 치기 위해 합류(合流)하면서 세가 급속하게 불어났다.


그런데 거인족 중에서 설인족이 마린챠 모녀를 추종하는 두 야얼의 전사들과 충돌(衝突)이 일어난 것.


설인족은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온천욕을 매우 좋아했다. 그래서 화산이 많은 온천 지대를 떠돌며 전사들을 훈련시키다가 셀린강이 가까운 곳에서 거인 백여 명과 야차족 간에 시비가 붙었다.


처음에는 야차족 전사들이 설인족에게 일방적(一方的)으로 당하여 수십 명이 죽고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야차족 야얼들이 합심하여 수천 명의 전사들로 반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결국 어쩔 수 없이 마린챠 모녀에게 복수를 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마린챠는 이번 기회에 전사들의 전투력도 시험해 보고, 두 야얼을 확실한 자신의 추종 세력(追從勢力)으로 삼기 위해서 흔쾌하게 승낙했다.



여기는 마린챠 모녀가 거느린 대장들과 함께, 거인들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토의하는 회의실이다.


“자, 우리가 토납술을 배우고 진기를 운용할 줄 알지만 아직 정면으로 거인족과 전투를 벌이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좋은 의견들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얘기해 주세요.”


“설인족은 전신에 털이 무성하니 화공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생선 기름을 바닥에 미리 흘려 놓은 다음에 유인하여 불을 지릅시다. 그 뒤에 멀리서 활로 공격합시다.”


“거인들은 몸이 무거워서 다리에 힘이 실리니 걷지 못하도록 관절 부위를 집중 공격합시다. 무릎과 발 뒤꿈치를 망가뜨리면 아무리 힘이 좋아도 무너질 것입니다.”


“거인들은 손과 발이 길어서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우니 긴 줄에 도끼날이나 칼날을 붙여서 거인들의 관절을 공격합시다.”


“백무초(白霧草)라는 풀을 태우면 맵지 않은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는데, 그 연기를 피워서 거인들의 눈을 가리고 접근해서 공격합시다.”


“천인족이 대형 활로 비월족을 박살냈다고 염탐꾼이 알려 왔으니, 우리도 큰 활을 만들어 거인들 머리를 멀리서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승산(勝算)이 있을 것 같습니다.” ······등등.


많은 의견들이 나오자 그중에서 실현이 가능한 것들을 정리하여, 단시간 내에 준비를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열흘의 준비 기간이 끝나고 마침내 출전을 하기에 이르렀는데······.


마린챠 모녀는 혹시 큰 타격을 받으면 복수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오천여 명 중에서 절반만 전투에 투입해서 선발대를 맡기고, 두 야얼에게 각각 궁수 삼천 명씩을 내놓게 하였다.


전장(戰場)으로 정한 곳은 현재 설인족 거인들이 머물고 있는 온천 지대에서 칠백 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삼신봉에서는 오백 리 정도 떨어진 넓다란 분지인데, 온천 지대에 가까워서 제법 따뜻하고 풀들이 무성(茂盛)하게 자라는 곳이다.


지금 그곳은 겨울이 끝나 가는 시기라 무성하게 마른 풀들만 수없이 널려 있어서 삭막한 겨울을 실감케 했다.


마린챠는 그곳에서 사전에 세운 작전대로 여러 가지를 안배하고, 거인들이 그곳으로 들어서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이백여 마리의 시리낙타를 탄 전사와 진기를 운용하여 빨리 달릴 수 있는 삼백여 명의 전사들이, 거인들을 유인하기 위해서 진영을 출발했다.



지금 설인족의 거인들 백 명의 수련 책임자는 마오딘이라는 사십 세 전후의 장년 전사였다.


사십 척의 키에 세 치 정도의 갈색털이 무성하게 자랐고, 사나운 눈매에 날카로운 손톱이 야수처럼 길었다.


다른 설인족은 따뜻한 온천수에 들어가 훈련을 마친 피로를 풀고 있었지만, 마오딘은 책임자라 풀밭에 앉아서 주변을 감시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또 야차족이 떼 지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저 녀석들이 아직도 혼쭐이 덜 난 모양이지? 아예 작살을 내 줄까?”


이번에는 시리낙타를 탄 녀석들도 이백여 명 보이고 고양이처럼 손발로 날렵하게 달리는 삼백여 명이 함께 왔다.


지난번에 몇천 명이 와서 수백 명이 죽자 꼬리를 말면서 꽁무니를 빼더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보다.


저런 하찮은 녀석들이 감히 우리 위대한 거인들을 얕보다니!


“야! 모두 전투 준비해라. 야차족 녀석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보다. 이번에는 아예 깡그리 죽여 버리자. 전원 집합!”


“집합!”


복창(復唱) 소리와 함께 거인들이 모두 온천수에서 빠져나왔다.


비록 백 명밖에 안 되지만 덩치가 크기 때문에 꽤 넓게 흩어져 있어서 모이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거기에 덩치는 크지만 어슬렁거리는 습관도 한몫 하였고 말이다.


“이번에는 오백여 명밖에 안 되니까 끝까지 쫓아가서 아주 박살을 낸다. 모두 몽둥이 챙기고, 준비됐나?”


“준비됐습니다!”


“끝까지 쫓아가서 확실하게 박살을 내라. 전원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전원이 달려오는 반인족을 향하여 힘차게 마주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차족도 이에 질세라 기세를 높인다.


“죽은 동료들의 원수를 갚자!”


“원수를 갚자!”


서로 상대가 잘못했다고, 원수라고 외치면서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 온 야차족은 지난번에 온 엉성한 녀석들과 많이 달랐다.


시리낙타를 탄 녀석들은 이리저리 거리를 두고 빙빙 돌면서 긴 줄에 무기를 달아 원거리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어떤 놈은 등에 칼을 매고 고양이처럼 손발로 달려오더니 근접해서야 칼을 뽑아 들고 공격을 하는데······.


몸을 낮추고 번개처럼 접근하여 주로 발 뒤꿈치와 무릎을 공격했다.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몽둥이나 손을 휘둘러도 잡히지 않았고 말이다.


벌써 거인들 몇 명이 발의 관절 부위가 망가져서 주저앉았고, 야차족에서도 몇 명이 날카로운 설인족의 손톱에 당하여 바닥을 나뒹굴었다.


마오딘은 적들이 예상외로 강하자 싸움 기질이 있어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둥글게 원을 치고 발 뒤쪽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아라! 위에서 몽둥이로 사정없이 후려쳐라!”


진을 구성하여 대응하니 금세 전세가 바뀌었고, 야차족은 접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마침내 허둥대기 시작했다. 급기야 안 되겠는지 후퇴 명령이 떨어졌고.


“모두 후퇴하라!”


“후퇴!”


야차족은 거인족을 당해 내지 못하겠다는 듯이 정신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잘 싸우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고 허겁지겁 왔던 곳으로 달아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가장 뒤쪽의 한 녀석이 뒤돌아보며 얄밉게도 주먹으로 감자를 먹이고 도망을 치니 마오딘은 너무나 약이 올랐다.


‘저런 녀석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 제대로 본때를 보여 주마.’


분심이 치솟아서 더욱 크게 소리쳤다.


“빨리 쫓아!”

52화 백혼곡 위치 지도.png

52화 백혼곡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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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화해 협상의 결렬 +1 21.07.11 1,339 42 19쪽
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5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6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5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5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3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2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9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50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8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2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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