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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65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07 10:06
조회
1,355
추천
44
글자
20쪽

79화. 남은 자의 몫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해가 바뀌어 스물아홉 살 봄이 되었건만, 한겨울 빙판처럼 얼어붙은 쥬맥의 마음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넋잃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어느 날.


결국 쥬맥이 관리하는 소부족에 사고가 터지고 수르가 부상을 입었다.


에피온개 수백 마리가 먹이를 찾아서 배회하다가 들에서 농작물을 거두는 천인족 넷을 덮쳐 잡아먹었는데······.


쥬맥이 정신이 없으니 수르가 무사들을 데리고 토벌에 나섰다가, 수많은 개 떼에게 고립되어서 여러 군데를 물리고 겨우 살아남은 것!


전에는 주로 쥬맥이 진두지휘(陣頭指揮)를 하였으나, 미루가 죽은 뒤 정신 줄을 놓아 버리자, 수르가 쥬맥에게 말도 않고 자기가 대신 나선 것이다. 나름대로는 친구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물론 수르의 무공도 뛰어난 편이었지만 쥬맥이 없으니 부대원 통솔이 잘 안되고, 서로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사렸다.


결국 보다 못한 수르가 나서서 개 떼를 공격했는데, 백여 마리를 죽였지만 사방에서 덮쳐 온 개 떼에게 당했다.


그 일로 한 부대원이 황급하게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보고를 했다.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야수르 참모장이 크게 다쳤습니다.”


“뭐야? 참모장이 다쳤다고? 그게 어디야?”


쥬맥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 떠나고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친구가 크게 다쳤다니!


‘내가 이렇게 넋을 놓고 있다가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마저 잃겠구나.’


그런 생각이 번뜩 들자 허겁지겁 부대원을 따라서 달려갔다. 수르가 오죽했으면 자신에게는 말도 안 하고 작전을 나갔을까?


의무대에 도착해 보니 수르가 팔과 다리, 몸통까지 잔뜩 흰 천을 감고 있는데 아직도 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수르야! 괜찮아? 바보처럼 왜 이렇게 다쳤어? 나한테 말하지.”


그러자 수르가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말했다.


“바보처럼 정신 줄을 놓고 있는 놈에게 무슨 말을 하냐?”


“미안하다. 이제는 내가 정신을 차릴게. 정말 미안하다.”


“이까짓 다친 거야 금방 낫겠지. 이제 정말로 제발 정신 좀 차려라. 할 일도 많은 놈이 무슨 꼴이냐?”


쥬맥 스스로도 이래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미루도 결코 자신이 이렇게 망가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영혼이 있다면 부디 잘 살기를 기도하고 있을 텐데······.


쥬맥은 그날부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수련에 온통 몸과 마음을 다 쏟았다. 무언가에 미친듯이 빠져들어야 가슴을 후비는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빨리 잊을 것이 아닌가?


천둔미리신공의 수련과 함께 한동안 손을 놓았던 백호제마검을 붙들고 다시 무공과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의 한계를 넘고 또 넘어서.


그동안 내력이 쌓여서 내공도 어느덧 사 갑자에 다다랐다. 이제 하나 남은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행동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어!”


한동안 날마다 고된 수련에 미친 덕분에 천둔미리신공이 구 성에 이르렀고, 천둔미리검법을 제외한 탄지와 보법은 이제 능숙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한 번 아픔을 겪고 나니 더 성숙해진 듯 사고력(思考力)과 판단력(判斷力)도 한 단계 더 올라섰고 말이다.


마음이 한 번 재가 되고 나니 그것을 자양분 삼아서 세상을 더 넓게 관조하는 더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나 할까?


오늘도 운기조식에 들어 소주천과 대주천에 이어 천둔미리신공의 심법(心法)을 수련하고 있는데, 신수 주작이 막아 놓았던 열두 경맥이 꿈틀거렸다.


점차 큰 둑에 작은 구멍이 뚫리듯이 진기가 전보다 많이 흐르며 점점 불어나더니, 급기야 둑을 무너뜨리고 폭포수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이로써 다시 열네 개의 대경맥이 이어지는 삼백육십한 개의 혈이 모두 타통 되고, 6단계 투신(鬪神)급인 절대고수의 경지로 올라섰다.


이제 전처럼 검탄과 장풍은 물론 몸을 지키는 호신강기, 나뭇잎이나 종잇장도 비수처럼 내던지는 적엽상인(摘葉傷人), 눈 위를 달려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답설무흔(踏雪無痕) 정도의 경공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강한 내공으로 독에 내성이 생겨서 백 독(百毒)이 무효한 경지에 올라선 것!


처음이면 무척 기뻐할 일이지만 이미 한 번 겪었던 일이라 마음이 차분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이라도 내 손으로 지켜야지 하는 마음을 다질 뿐이다.


‘그래! 친구와 동료는 내가 지킨다!’


쥬맥은 이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여 수련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날 무렵, 천인족에 또다시 커다란 위기가 닥쳐왔다.


바로 거인족의 침략인데, 거인족은 그동안 반인족과 야차족에게 당한 근본 원인이 모두 천인족에게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세력(勢力)이 더 커지기 전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샤리네가 역설했기 때문이다.


그가 천인족에 사절단으로 갔을 때 자신을 푸대접했다고 생각했고, 물물 교역소에서 마지막 헤어질 때 선인이라는 조그만 난쟁이에게 당해서 거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 것.


‘두고 보자, 천인족 이 난장이 같은 놈들아! 내가 그때 당한 수모를 반드시 열 배로 갚아 줄 거야.’


전쟁은 이렇게 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반인족의 울트 대추장에게 천 명, 마린챠네 야차족에게 백 명, 이렇게 거인들이 평소에 얕보던 종족들에게 죽으면서 설인족과 돌목족 최고수장인 자이얀 둘이 모여 생존특무대 십만 명을 양성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새로운 무기에 전략과 전술도 개발하기로 했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자 이제는 시험할 대상이 필요해진 것이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군사적인 일인데 실전을 통해 제대로 시험을 해서 문제점을 보완해야 앞으로도 계속 쓰이지 않겠는가?


그때 설인족 샤리네가 자신의 감정을 실어서 천인족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을 한 것이다.


“천인족을 그대로 두면 점점 강해질 것이니 지금 쳐서 없애야 합니다. 그대로 두면 앞으로 우리 거인들의 행보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이미 생존특무대 십만 명 양성 계획에서 오만 명을 육성했고, 무기는 물론 전략과 전술도 기본 계획을 마무리하여 이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만 남았다.


천인족의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생존특무대를 일만 명만 투입해도 충분히 멸족을 시킬 수 있다고 끈질기게 설득하여, 마침내 두 최고수장에게서 전쟁에 대한 허락을 받아 낸 것인데······.


“그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천인족을 멸하라! 그래야 부족한 소금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다만 생존특무대는 우리 위대한 거인들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니 전사들은 일만 명만 동원하여 전쟁을 마무리 짓도록!”


“감사하옵니다. 반드시 천인족을 멸하여 우리 거인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떨쳐 보이겠사옵니다.”


데카논(장로회 수장)과 샤이먼(대무당)까지 찾아가서 최고수장 자이얀의 허락을 들먹이며 지원 약속을 받아 냈다.


그래서 이미 훈련된 생존특무대 오만 명 중에서 일만 명을 추려 내고, 기타 보급이나 행정적인 지원은 데카논과 샤이먼이 파견한 담당자에게 일임했다.


그것은 전쟁에 필요한 보급 문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특무대는 오직 전투에만 몰두하겠다고 뜻이었다.


거인족 생존특무대 한 명 전력이면 다른 종족의 전사 오십 명 이상에 해당한다.


때문에 잘 훈련된 거인 전사가 일만이면 반인족이나 소인족 등 다른 종족들의 오십만 명 이상이 침략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셈인데······.


이는 천인족의 입장에서 보면 멸족의 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 천인족의 인구가 급속히 늘어서 이십만 명을 넘고 있지만, 싸울 수 있는 무사 수는 사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그런데 거인족이 침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반인족과 거인족, 천인족이 함께 운영하는 물물 교역소에서 그 정보가 새어 나왔다.


거인족 한 명이 몰래 방문하여 통역 때문에 상주하고 있는 거인에게 곧 일만 명의 생존특무대로 천인족을 쳐서 멸족시킨다는 정보를 전한 것.


그러면서 사전에 약속한 시기에 맞추어 물건을 빼돌리고, 천인족이 모르게 철수를 하라고 전하는 말을 천인족 통역관(通譯官)이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것도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나무숲에서 거인 둘이 비밀스럽게 속닥거리는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몰래 접근해서 엿들은 것이다.


무인이다 보니 은신술로 접근해서 얻은 그 정보는 바로 본대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 소식을 접한 천인족의 주거지는 모두 긴장에 휩싸였고.


한울 주재하에 비상 대책 회의가 연일 소집되었고, 그동안 이십여 대로 늘어난 비거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인족이 올 수 있는 진군로를 향하여 날아올랐다. 하나라도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다.


말이 일만이지 키가 사십 척에 달하는 우람한 거인들 일만 명이 늘어서면 아득한 숲을 이룰 지경인데······.


그 일만이 천인족을 향하여 오고 있다고 한다. 별다른 원한도 없는데 바로 자신들을 멸족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그동안 거인족과는 이렇다 할 싸움도 없었다. 고작 율리타가 거느린 수련생 열댓 명과 이주 시 충돌한 적이 있으나 서로 화해를 했었고······.


사절단으로 왔던 마테이와 작은 힘겨룸이 있었으나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서로 전쟁을 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천인족에서는 머리를 모아 다각도로 그 원인을 분석했다.


결론은 지금 물물 교역에서 소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는 것과, 반인족이나 야차족이 천인족에게 배워서 강해진 탓에 자기네 입지가 약화되었으니 보복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현재는 가장 약체인 천인족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 강적이 될 수 있으니, 미리 쳐서 후환을 없애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안다 선인을 반인족과의 물물 교역소로 급히 보내어 통역관들의 동태와 정보 관리 상태를 점검하게 했다.


이에 축지성촌으로 한걸음에 교역소에 도착한 안다 선인은 즉시 종족을 불문하고 모든 통역관들을 한 명씩 불러들였다.


품목 조사라는 핑계를 대고 말이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것을 묻는 척하다가 선법으로 정신을 제압했다. 이렇게 최면을 건 다음 추혼술로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낱낱이 조사하니 많은 문제가 발견되었다.


반인족이 미인계로 그동안 많은 정보를 빼냈고, 심지어 여러 여자가 임신하여 씨도둑질까지 했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지금 반인족에는 천인족을 닮은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서 천인족의 말과 문화를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거인족의 샤리네가 방문하여 반인족 통역들의 정신을 제압하고 섭혼술로 반인족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빼 갔고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최면을 걸어서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해 놓은 것까지 그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즉시 물물 교역소를 잠정 폐지하였고, 반인족 여자들은 샤리네가 걸어 둔 최면을 풀어 준 뒤에 모두 돌려보냈다.


거인족의 통역 네 명도 생존특무대에 대한 정보와 거인족의 주요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빼낸 뒤에 돌려보냈고······.


물론 보낼 때는 모두 강력한 섭혼술로 최면을 걸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깨끗하게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기 습득한 정보도 천인족과 관계된 것은 깨끗이 지워버리니 모두 머리가 백지 상태로 돌아간 것이다.


그동안 미인계에 속아서 여러 정보를 흘린 통역관들은 잘잘못에 따라 상과 벌을 엄격히 했다.


교역을 중단하니 문제는 소금이었다.


처음에는 이주 시 가져온 소금을 사용하다 반인족이 파라염호에서 생산한 소금을 물물 거래로 들여와 사용했다.


그런데 이제 반인족과의 거래 중단으로 소금 공급이 끊기게 생겼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소금은 중요한 문제라 한울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에서도 거론이 되었다. 한울이 먼저 그에 대해 운을 떼었다.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향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좋은 의견이 있으면 누구든지 말해 보세요.”


조용히 참석자들을 둘러보니 비 대족장이 먼저 나서서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물물 교역소를 폐쇄할 때 반인족이 가지고 있던 전 물량을 교환하여 앞으로 2년 정도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차후 파라염호 서쪽 끝으로 진출하여 직접 염전을 개발하거나 암염을 찾는 방법이 좋을 듯하옵니다.”


그 말에 보 대족장이 반론을 폈다.


“파라염호로 진출하는 것은 반인족과 전면전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사옵니다. 차라리 탁녹대평원을 지나서 탁녹만에 염전을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듯 생각되옵니다.”


서로 의견이 충돌하니 곰곰이 생각하던 한울이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좋소이다. 두 분 대족장의 의견은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 다시 가능성을 따져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니 그때 결론을 내도록 합시다.”


그때 천사장이 나서더니 비 대족장을 향해서 말했다.


“쥬맥이 산속에서 십 년이 넘게 혼자 살았습니다. 누구도 소금을 가져다준 적이 없는데 태을 선인이 찾아가서 함께 생활할 때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을 전혀 들은 적이 없습니다.


혹시 무슨 방법이 있었는지 비 대족장께서 한번 물어봐 주세요.”


“예, 천사장님. 그리하겠습니다.”


쥬맥의 얘기만 나오면 보 대족장은 언짢다는 듯이 또 얼굴을 찌푸린다.



회의가 끝나고 대족장의 집무실로 돌아온 비 대족장이 쥬맥을 불렀다.


“이제 사랑병은 다 낳으셨나 쥬맥 대장?”


“하하하! 그 얘기는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지금은 벌써 잊었습니다.”


“그래, 빨리 털고 일어나야지. 우리 종족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인데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닐세.”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철저히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그건 그렇고, 자네가 산속에서 십 년을 넘게 혼자 살았는데 소금도 없이 어떻게 살았지? 누가 가져다준 적도 없었다면서?”


“아! 소금 말씀이세요? 실은 어느 날 동물들이 줄줄이 어떤 큰 동굴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하도 이상해서 몰래 뒤를 쫓아가 봤죠.


숨어서 봤더니 글쎄 동굴 벽을 핥아 먹고 나오더군요. 벽이 약간 투명하면서도 갈색인데 제가 단검으로 일부를 떼어서 맛을 봤더니 매우 짠 암염이었습니다. 동굴 안이 소금 천지였어요.


그래서 그걸 덩이 채로 가져다가 부수어서 먹었죠. 소금이 없으면 물고기 구이나 산채도 맛이 없어서 못 먹겠더군요. 그 동굴은 온통 소금을 먹으러 온 동물로 맨날 북적거렸습니다.”


“그럼 지금도 그 동굴을 알고 있지?”


“예, 천둔산 중턱의 작은 절벽에 있습니다. 눈에 훤하죠.”


“지금 반인족과의 소금 거래가 끊겨서 말이 많은데 잘되었군.”


“필요하시면 제가 언제든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그리고 큰 전쟁이 있을 것이니 몸 관리 잘하고.”


“예,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소금은 필요시 쥬맥이 산속에서 생활할 때 발견한 암염(巖鹽)으로 우선 대체하기로 하였고, 또 다른 소금 광맥도 찾기로 했다.



한편, 천인족을 치려는 샤리네는 진군로를 가능한 편하고 빠른 길로 잡고자 했다. 그래야 보급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니.


파밀산맥을 넘으려면 너무 힘들고 보급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우르산맥과 파밀산맥의 사이를 지나 한대밀림과 거석군 황야지대를 통과하기로 한 것.


그러면 파라염호를 끼고 빙 돌 필요도 없었고, 우르강의 상류를 통해서 우르고원과 환인호(桓因湖)를 지나면 바로 천인족의 본거지를 칠 수 있었다.


그리고 파라염호는 대부분 반인족의 영역에 속해 있어서 잘못하면 천인족을 치기 전에 반인족과 먼저 충돌할 위험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면서 하나씩 전쟁 준비가 갖추어 졌다. 이번 전쟁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개발한 무기에 전략과 전술까지 모든 것을 동원했다.


선발대는 진지 구축을 위해서 본대보다 보름을 앞서 먼저 출발했는데······.


그동안 몇 번 천인족과 접촉이 있었던 율리타를 대장으로 삼고, 그에게 거인 전사들 천 명을 붙였다. 일명 천인대.


율리타는 성인이 된 돌목들을 수련시키느라고 우르산맥 일대를 많이 다녀서 주변 지리에도 매우 밝았기 때문이다.


또한 키가 사십삼 척이 넘는 건장한 장신으로 그동안 생존특무대에 들어가 훈련한 덕분에 천인대(千人隊) 대장이 되었다.


그들의 목표는 거석군 앞에 1차 거점을 만들고, 우르고원 북단에 2차 거점을 만들어서 본대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없게 하는 것이었다.


본대와 너무 근접하면 거인족은 덩치가 커서 천인족이 눈치를 채고 사전에 준비를 할 수 있으니 거리를 띄운 것.


이리하여 율리타는 졸지에 선발대의 대장이 되었다. 거인군의 천인대 하나면 다른 종족들의 전사 오만 명에 해당하는 전력이니 대단한 자리가 아닌가?


키가 사십삼 척이 넘는 우람한 덩치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목에 힘을 준 율리타가 부대장 다섯 명을 불러 모았다.


“내가 이번에 선발대로 가는 천인대장 율리타다. 앞으로 모두 내 말에 절대 복종하도록!


전시에는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즉참이라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우리는 1, 2차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 사흘 뒤에 먼저 출발한다. 문제가 없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라.”


그런데 이때 부대장 하나가 율리타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딴지를 걸었다.


“그런데유. 천인족은 주먹만 하다는디 워찌 이리 많이 가유?”


“누가 주먹만 하다고 했나? 네 무릎 정도는 된다. 싸움도 잘하고.”


“그까꺼 지 혼자두 다 때려눕힐 수 있는디~. 발로 툭툭 차 부리면······.”


지방에 있는 촌에서 자랐는지 사투리가 심한 부대장이 자꾸 이죽거렸다.


“조용히 해 임마! 네가 직접 싸워 보고도 그런 말을 하나 한번 보자. 잔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일이나 잘해!”


그 외에도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부대장들을 윽박질러서 보낸 뒤에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혼자서 식식거렸다.


“염병할 놈이 겁 없이 기어오르네.”



······드디어 선발대가 출전하는 날.


율리타는 천인대 맨 앞에 쇠못이 박힌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섰다. 대장이니 모두 보라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주변에는 배웅을 나온 가족들도 있으니 자랑을 하듯이 목에 힘을 주었다.


“지금부터 우리 천인대는 1, 2차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 출발한다. 모두 이 대장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라! 알겠는가?”


“예!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출발하라!”


쿠앙~ 쿠앙~ 쿠앙~


“출발하라!”


이번 전투부터 사용하기로 한 큰 징이 약속된 신호로 울려 퍼졌다. 구리로 만들어 제법 소리가 크고 웅장했다.


율리타는 멀리서 바라보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어깨에 힘을 주고 멋지게 손을 흔들었다.


가족들은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을 위하여 열심히 손을 흔들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두 손을 모아서 기원을 드리는 사람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나 다 똑같은 것. 거인들이라고 해서 그게 다르랴!


거인족의 선발대가 파밀산맥과 우르산맥의 사이를 지날 때, 벌써 천인족의 비거가 그 위를 날면서 규모와 무장 상태를 파악했다.


혹시 모를 새로운 전투 장비도 대충 파악하고 말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전쟁에서는 항상 정보가 생명이니까.

79화 거인족 2차 거점 위치 지도.png

79화 거인족 2차 거점 위치 지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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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환시성을 건설하라 21.08.10 1,338 15 18쪽
112 112화. 환시(桓市)를 향하여 21.08.09 1,335 14 17쪽
111 111화. 부족장이 되다 21.08.08 1,320 17 18쪽
110 110화. 영천(靈泉)에 계신 아버지 21.08.07 1,331 17 18쪽
109 109화. 중계(中界) 수행 21.08.06 1,327 18 18쪽
108 108화. 힘이 있어야 평화도 이룬다 21.08.05 1,301 20 19쪽
107 107화. 생사의 기로에서 얻은 기연 21.08.04 1,313 21 18쪽
106 106화. 소리 없이 다가온 음모 21.08.03 1,299 22 18쪽
105 105화. 또 다른 재앙덩어리 천마수 21.08.02 1,327 24 18쪽
104 104화. 결혼 초야(初夜) 21.08.01 1,340 26 19쪽
103 103화. 꿈꾸던 가정을 꾸리다 +1 21.07.31 1,328 25 18쪽
102 102화. 호사다마(好事多魔) +1 21.07.30 1,313 27 18쪽
101 101화. 가정을 꿈꾸다 +1 21.07.29 1,313 28 18쪽
100 100화. 옛 상처를 지우다 +2 21.07.28 1,326 30 17쪽
99 99화. 우군(友軍)을 만들다 +1 21.07.27 1,315 28 18쪽
98 98화. 사랑은 다시 움트고 +1 21.07.26 1,325 30 20쪽
97 97화. 이기어검(以氣馭劍) +1 21.07.25 1,318 31 19쪽
96 96화. 인면(人面)의 오색요접 +1 21.07.24 1,341 31 18쪽
95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1 21.07.23 1,330 33 19쪽
94 94화.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1 21.07.22 1,330 34 19쪽
93 93화. 천망과 천인족의 혈투(血鬪) +1 21.07.21 1,336 35 18쪽
92 92화. 천망! 그 대재앙의 시작 +1 21.07.20 1,337 35 20쪽
91 91화. 친구 수르의 결혼 +1 21.07.19 1,356 37 18쪽
90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1 21.07.18 1,332 37 19쪽
89 89화. 수르의 애인(愛人) +1 21.07.17 1,332 38 17쪽
88 88화. 대재앙(大災殃)의 잉태 +1 21.07.16 1,342 39 18쪽
87 87화. 노무사들의 분노(忿怒) +1 21.07.15 1,332 42 19쪽
86 86화. 장기전의 묘수 +1 21.07.14 1,348 42 18쪽
85 85화. 혈전 또 혈전 +1 21.07.13 1,318 42 19쪽
84 84화. 운명을 건 전쟁 21.07.12 1,338 4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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