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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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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11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5.05 22:25
조회
5,811
추천
123
글자
8쪽

< #6. 검귀(劍鬼) 1-2 >

DUMMY

“으으윽”


숙취에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창이는 비단 이불을 걷고 일어나 자리에 겨우 앉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아직도 도는데 밖을 보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곁에는 어제 돈을 주고 데려온 기녀가 아직도 자고 있다. 슬그머니 손을 대 만지작거리자 그녀는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오늘도 있으면 안 되나?”


“안돼요. 도련님. 제가 받은 거로는 어젯밤까지였답니다.”


그녀는 거울 앞에 다가가 입가에 든 멍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한동안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로하고 왔지만, 이 남자는 거칠게 괴롭히며 밤새 흥분했었다. 못된 버릇이라니······.


“그럼 돈을 두 배로 내지. 그러면 어떤가?”


여자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 며칠 일을 못할 바엔 하루 더 고생하고 며칠을 푹 쉴까? 돌아가봤자, 행수(기루 주인)에게는 찬밥 신세일 텐데 말이야.


“세배요. 그러면 하루 더 있죠.”


창이는 기녀의 말에 웃었다. 그렇지 돈이 아니면 안되는 게 뭐가 있냐고 말이다. 그녀에게 다시 침대에서 쉬라고 하고는 창이는 뜰로 나갔다. 뜰에는 하인으로 고용한 이들이 분주하게 짐을 나르고 있었다.


“뭐지? 여봐라. 유 집사를 데려와라.”


하인들은 창이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짐을 싸고들 있었다. 대꾸조차 없자 창이는 잔뜩 화가나 한 녀석을 붙잡아 목을 쥐고는 물었다.


“뭐 하는 짓이냐? 내 말이 안 들리더냐?”


“케···. 켁···. 당신이나 뭐 하는 짓이요?”


“다···. 당신? 이 녀석이 경을 치려고?”


버릇없는 녀석의 뺨이라도 치려 손을 높이 들었지만, 녀석은 한번 쳐보라는 식으로 눈을 부릅뜨고 노려봤고 지나던 다른 하인이 감히 창이의 손을 잡아버렸다.


“허···. 허···. 네놈마저···.”


“하···. 그만하시구려. 뭐, 삯이나 받을 때는 주인 행세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잘라놓고 또 유세요?”


“짤라?”


손을 잡은 사내의 말에 당황해하면서도 창이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잡은 손을 뿌리쳤다.


“유 집사가 오늘 모두 나가라 하고는 어제 삯을 일괄적으로 줬수. 그러니 이제 주인 행세는 그만하시고. 저리 가슈. 우리도 곧 나갈 테니 말이요.”


이 무슨 말이던가? 일을 못 해서 모두 갈아치운다? 그래도 주인에게 말은 해야지. 창이는 집사의 방을 향해 다가갔다. 이 북새통인데도 기척이 없다니 주인이 술을 퍼마시고 뻗었어도 네 녀석은 일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잔뜩 성질난 창이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지만 반기는 것은 적막뿐이었다. 살펴보니 방은 가재도구 몇 개를 빼고는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았던 듯 깨끗했다. 방 가운데 놓인 탁자에 하얀 서찰이 하나 놓여있기에 다가간 창이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들어 읽기 시작했다.


‘철모르는 아이야. 그동안 네놈의 비유를 맞추느라 이 어른이 고생이 심하였다. 노고에 걸맞게 적당히 챙겨 떠나니 나를 찾지 말아라. 하긴 연고도 없는 네놈이 찾을 수나 있을는지······. 집도 오늘은 비워줘야 할 것이다. 적당한 값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 팔았단다···.’


방을 뛰쳐나간 창이는 허리춤의 열쇠를 확인하며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침실 옆에 있는 안방에 들어가자마자 벽장을 열어 금고를 찾았다. 벽에 박힌 채 빼낼 수 없는 금고이기에 조금 안정되었지만, 완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순 없었다.


"개새키···."


그동안 아끼며 남겨왔던 진주들과 집문서가 사라졌다. 허망한 마음에 주저앉은 창이는 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짐을 나르는 소리에 다시 일어섰다.


새 집주인이 이사를 시작한 것이다. 새로 온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보려 했다가 내동댕이쳐진 창이는 억울했다. 울먹이며 고함을 지르는 창이를 기녀가 웃으며 지나쳐 나간다. 이제는 볼일 없는 사람이란 듯 말이다.


"옷가지를 챙겨 나가게. 난 정당한 값을 지불했고, 여기 집문서도 있으니 말이야. 억울하다면 관아에 가서 고해보게나."


집주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별 이상한 녀석을 본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창이는 그래도 계속 난리를 피우다 새로 온 하인들에게 치도곤을 치고는 집 밖으로 던져져 버렸다. 문을 두들기던 창이는 씩씩거리다가 관아를 찾아 발을 옮겼다.


‘내 이놈을 잡아다가 반드시 벌을 치르게 하겠다. 이건 용납할 수 없지.’


하지만 관아를 찾아간다 하더라도 새로 온 주인 말처럼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




노인은 아침이 되자, 초췌한 모습의 류를 마차 뒤편에 앉히고는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마차가 털컥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몰기는 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정신을 놓았네요. 바보처럼 말이에요.”


“그러게 말이다. 총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무기력해 보이는구나. 걱정이다.”


“어쨌든 약조한 대로 성읍에 넣어주고는 돌아가는 겁니다.”


“으···. 음..”


노인은 선예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 선예가 난리를 쳐서 말을 하지 못한 것이지. 그렇게 결정한 적도 없었다. 다만 선예 혼자 노인이 자기 얘기대로 하기로 했구나 오해한 것이다.


마차는 천천히 대로로 접어들었다. 몇 시진이면 성읍으로 들어갈 것이다. 중간에 갈대숲을 만나 가득 갈대를 꺾어 마차에 실었다. 들어갈 때쯤 류를 집어넣고는 너스레를 떨며 들어갈 생각이었다.


못된 경비가 칼이라도 들어 갈대 더미를 찌르려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는 급히 성으로 들어가 숨을 계획이었다.


그때 고삐를 휘두르던 선예는 길목이 교차하는 곳에 이르자 멍하니 고삐를 잡고 멈춰버렸다.


“왜 그러느냐?”


선예를 바라보던 노인은 선예의 눈길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것이 있었다.


‘하···. 결국 이 아이도 업을 짊어지겠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멍한 눈으로 풍경을 보던 류는 마차가 서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그것을 보았다. 충격을 받은 듯 류는 몸을 떨다가 천천히 마차에서 내려 다가갔다.


비틀거리며 몇 번을 주저앉던 류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지도 못한 상태로 류는 창대에 걸린 형의 목을 주섬주섬 챙겨 안았다. 품 안에 안긴 형의 모습은 참혹했다. 아래턱은 부서져 벌어져 버렸고 귀는 예리한 칼에 잘려 뜯겨나갔다. 코도 칼에 잘려 어딘가로 사라진 상태였다.


얼마나 억울한지 눈도 감지 못한 형의 목이다. 류는 자신을 힐난하는듯한 형의 눈을 조심스레 감겨주었다.


주저앉아 통곡하는 류의 곁에는 목 잃은 형의 몸만이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고 있었다. 장대에 형의 사슬갑옷이 스치며 챠르르 소리만 날 뿐 세상이 고요했다. 그 적막감에 몸서리치며 류는 커다랗게 울부짖었다.


“모두 죽여버릴 테다.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버릴 테다.”


류의 눈에서 쏟아지던 눈물이 피눈물로 바뀌어 얼굴에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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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 #6. 검귀(劍鬼) 6 > +10 18.05.08 5,403 122 15쪽
63 < #6. 검귀(劍鬼) 5 > +12 18.05.08 5,470 123 12쪽
62 < #6. 검귀(劍鬼) 4 > +19 18.05.07 5,528 127 12쪽
61 < #6. 검귀(劍鬼) 3 > +9 18.05.07 5,527 119 12쪽
60 < #6. 검귀(劍鬼) 2-2 > +10 18.05.06 5,580 117 7쪽
59 < #6. 검귀(劍鬼) 2-1 > +8 18.05.06 5,629 123 8쪽
» < #6. 검귀(劍鬼) 1-2 > +13 18.05.05 5,812 123 8쪽
57 < #6. 검귀(劍鬼) 1-1 > +8 18.05.05 6,262 117 7쪽
56 < #5. 하주(河州) 15-2 > +13 18.05.04 5,689 118 9쪽
55 < #5. 하주(河州) 15-1 > +16 18.05.04 5,453 117 8쪽
54 < #5. 하주(河州) 14-2 > +14 18.05.03 5,342 127 7쪽
53 < #5. 하주(河州) 14-1 > +16 18.05.03 5,437 121 7쪽
52 < #5. 하주(河州) 13-2 > +10 18.05.02 5,393 116 8쪽
51 < #5. 하주(河州) 13-1 > +4 18.05.02 5,523 111 8쪽
50 < #5. 하주(河州) 12 > +7 18.05.01 5,813 118 16쪽
49 < #5. 하주(河州) 11 > +2 18.05.01 5,914 123 14쪽
48 < #5. 하주(河州) 10-2 > +4 18.04.30 5,757 128 8쪽
47 < #5. 하주(河州) 10-1 > +7 18.04.30 5,868 126 8쪽
46 < #5. 하주(河州) 9 > +5 18.04.29 6,202 124 16쪽
45 < #5. 하주(河州) 8 > +6 18.04.29 6,450 132 16쪽
44 < #5. 하주(河州) 7-2 > +11 18.04.28 6,128 129 8쪽
43 < #5. 하주(河州) 7-1 > +4 18.04.28 6,281 135 8쪽
42 < #5. 하주(河州) 6 > +13 18.04.27 6,724 143 13쪽
41 < #5. 하주(河州) 5 > +6 18.04.27 6,542 132 12쪽
40 < #5. 하주(河州) 4 > +5 18.04.26 6,749 145 15쪽
39 < #5. 하주(河州) 3 > +9 18.04.26 6,983 155 12쪽
38 < #5. 하주(河州) 2 > +5 18.04.25 6,928 148 13쪽
37 < #5. 하주(河州) 1 > +13 18.04.25 7,186 165 12쪽
36 < #4. 태평루 9 > +13 18.04.24 6,919 156 13쪽
35 < #4. 태평루 8 > +7 18.04.24 6,998 14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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