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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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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44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5.02 22:25
조회
5,393
추천
116
글자
8쪽

< #5. 하주(河州) 13-2 >

DUMMY

두건을 쓴 형은 말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게 기분 나쁘지 않은듯했다. 형은 주변 풍광을 본다면 유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넌 믿냐? 그놈?"


"네, 거짓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신뢰라는 게 그리 쉽게 쌓이는 게 아니니까요. 바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 뭐······. 나보다는 네가 사람 보는 눈은 나으니까 믿지."


"일이 꼬여도 산채만 확인되면 야초오가 들이닥칠 겁니다. 아예 걱정이 안 된다면 그것도 만용일 수 있으니 준비를 철저히 한 게 아닙니까?“


”그 뱀눈이란 녀석하고, 그 뭐냐? 이상한 놈. 그놈들도 다른 쪽에 준비해놓을걸. 지금되니 후회된다.“


”형님이 장걸한테 아쉬운 소리 적게 하겠다며 내보낸 거 아닙니까? 꽤나 우수한 군관들이던데......일이 끝나도 떠나기전일테니 한번 남아보라 할까요?“


”그래, 괜찮은 생각이다. 뭐, 오늘 시간이 애매하니 내일쯤 객잔을 뜨겠지. 저녁에 데려와라.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잡아보자.“


류와 겸이는 고려말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들의 대화를 백련의 수하들은 모르는 듯 그냥 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끌려오다가 서늘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동굴 안 산채로 향하는 좁은 길을 지나가는 중이 분명했다. 종유석을 타고 내린 물방울이 어깨에 떨어져 흩어졌으니 말이다.


말이 서자, 류는 조용히 두건을 벗었다. 전에 봤던 그 산채에 도착했다. 다만 전과는 달리 사람들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 일하던 중이었는지 집을 짓던 자재가 널려있었고, 모닥불에 걸쳐진 냄비는 고깃국이 끓고 있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두건을 벗은 겸이는 주변을 돌아보며 류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 길잡이 사내 둘은 조용히 인사를 하더니 손으로 백련의 초가를 가리키고는 재빨리 입구를 통해 도망치듯 사라졌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알려준 대로 가보죠."


류가 내려 계단을 오르자 겸이도 뒤를 따라 올랐다. 겸이는 계단 중간에 잠시 서서 동굴 안을 살펴보다 그 규모에 살짝 놀란듯했다. 이어 착잡한 표정으로 계단을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밑에는 초가를 덮으려는 듯 짚이 가득 쌓인 마차들이 널려있었다. 하나, 둘, 셋······. 이것만 보더라도 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초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집 뒤편에서 향내가 나며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가갔다. 그곳에 백련이 있었고 또한 작은 묘가 하나 있었다. 크지는 않으나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고 그 앞 작은 돌에서 향이 타고 있었다.


"아버지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매일 두 번씩은 이리 향을 올리죠."


류의 말에 백련이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겸이와 눈이 마주치자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는 방으로 안내했다.


"이리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어르신."


백련은 류에게 대접했듯이 차라도 낼 요령으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몸짓이다. 여전히 기품이 넘치고 겸이 형 앞에서도 그리 주눅 들지 않았다. 다만 예의를 다할 뿐이었다.


"쳇, 함정이라도 판 거야? 다들 어디에 숨어서 칼이라도 빼 들고 있나?"


"그럴 리가요. 생각해보니 방어사께서 함정을 파신다면 방법이 없더군요. 사냥 다니는 녀석 몇 빼고는 싸울 인원이 없으니······. 나쁜 마음을 가지신다면 속절없이 당할 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모두 먼 곳에 숨으라 내보냈습니다."


"오···. 그러면 네가 혼자 책임지겠다는 거야? 자신감이야?"


겸이의 날 서고 교양 없는 말투에 백련은 당황한 게 틀림없었다. 말도 못 하고 웃을 뿐이니 말이다. 오히려 류만 형이 창피했다. 그는 천천히 차를 타서 내밀었다. 빤히 쳐다보는 겸이의 눈빛은 먼저 마시라는 눈빛이었다.

백련은 별말 없이 들어 홀짝였다. 류는 민망함에 백련과 거의 동시에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왜, 독이라도 걱정되나요? 제가 먼저 마셨는데요."


"아니, 난 차가 싫어. 어디 숨겨놓은 술이라도 있으면 내놔."


겸이의 말에 참 어쩔 수 없는 사람을 봤다는 표정을 지으며 찬장에서 조그만 술병을 하나 꺼냈다. 냄새가 조악한 것이 그리 좋은 술이 아니었다.


"제가 재주가 없는 채로 담그다 보니 그리 맛이 없습니다. 이것도 괜찮으신지요?"


병을 놓고 잔을 찾는 백련이 무안하게 겸이는 그냥 벌컥거리며 술을 들이켰다. 백련은 멋쩍게 자리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얘기하자. 고람에 대한 증거가 있다며? 그리고 증언해줄 사람도 말이야. 넘겨줘. 깔끔하게 정리할게."


"사실 제가 가진 것 때문에 고람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는 겁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왔잖아. 어서 줘, 만약 싫다면 힘으로 뺏지."


"글쎄요. 두 분뿐이라면 힘들 거 같은데요. 제가 지는 게 말입니다······."


"해볼까?"


곁에 세워놨던 극을 살포시 잡는 겸이였다. 백련도 이제는 참지 못하고 너털웃음을 뱉었다. 너무나 재미있는 광경이라도 본 듯이 말이다. 백련의 뒤편으로 책상 위에 놓인 검이 보였다. 잡기에 쉽지 않은 위치였는데도 백련은 겸이의 위협에 별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상위 접시에 몇가닥 남은 풀잎을 모두 집어 씹기 시작했다.


"이 풀은 삼인초라는 풀이죠. 아주 쓰기에 사람들은 독초로 압니다만, 씹고 나면 입안에는 좋은 향기가 남습니다. 이도 튼튼해지고요. 소화에도 좋지요. 세 번 씹을 때까지 참으면 몸에 좋은 약이 된다······. 뭐 그런 뜻이죠."


갑자기 약초에 대해 강의하듯 말을 하니 우스웠다. 눈앞에는 창을 잡은 형이 있는 데 저리 태연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에겐 알려지지 않은 효능이 하나 있죠. 마비산을 해독하는 그런 효능이 있는걸 사람들이 잘 모르더이다."


백련의 말이 뇌리를 때리니 그제야 손이 바들거리며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형의 표정은 당혹스러웠다. 쥐던 힘이 빠지더니 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급히 떨고 있는 왼손을 붙잡은 오른손도 곧 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저에 대해 많이 알아보셨겠죠? 어떻습니까? 괜찮은 녀석 아닙니까? 당신들이 보기에도 만인에게 사랑받는 그런 사람 아닙니까?"


백련은 자리에서 일어서 책상으로 다가가 검을 집어 들었다. 계단 밑에서 사람들의 움직임 소리가 들려왔다. 야초오인가 기대를 하던 류는 왁자지껄 들리는 소리에 좌절했다.


"제 사냥꾼들이 돌아왔군요. 이제 돌아가기는 힘들 겁니다. 두 사람 모두 다요."


"왜 그러는 거지? 왜?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고?"


류가 배반감에 목을 높여 따졌다. 백련은 웃었다. 그때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이 방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



"오늘은 류가 없군요. 그래도 우리 열심히 공부합시다."


하마드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부에 전념하는 연이에게 웃으며 그 날 가장 중요한 단어를 알려줬다.


"인샬라."


"인샬라."


연이는 하마드의 말을 따라 했다.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에 하마드는 뜻풀이를 시작했다.


"모든 건 신의 뜻대로"


그 한마디에 너무나 많은 뜻이 들어있었다. 연이는 조용히 다시 읊었다. 겸이와 연이, 류···. 우리네 인생은 모든 게 신이 정한대로가 아닌가?


연이는 신께서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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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 #5. 하주(河州) 15-1 > +16 18.05.04 5,453 11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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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 #5. 하주(河州) 14-1 > +16 18.05.03 5,437 121 7쪽
» < #5. 하주(河州) 13-2 > +10 18.05.02 5,394 116 8쪽
51 < #5. 하주(河州) 13-1 > +4 18.05.02 5,523 111 8쪽
50 < #5. 하주(河州) 12 > +7 18.05.01 5,814 118 16쪽
49 < #5. 하주(河州) 11 > +2 18.05.01 5,914 123 14쪽
48 < #5. 하주(河州) 10-2 > +4 18.04.30 5,757 128 8쪽
47 < #5. 하주(河州) 10-1 > +7 18.04.30 5,868 1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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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 #5. 하주(河州) 8 > +6 18.04.29 6,450 13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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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5. 하주(河州) 7-1 > +4 18.04.28 6,282 135 8쪽
42 < #5. 하주(河州) 6 > +13 18.04.27 6,724 143 13쪽
41 < #5. 하주(河州) 5 > +6 18.04.27 6,542 132 12쪽
40 < #5. 하주(河州) 4 > +5 18.04.26 6,750 145 15쪽
39 < #5. 하주(河州) 3 > +9 18.04.26 6,983 155 12쪽
38 < #5. 하주(河州) 2 > +5 18.04.25 6,928 148 13쪽
37 < #5. 하주(河州) 1 > +13 18.04.25 7,186 1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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