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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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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36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5.03 22:25
조회
5,342
추천
127
글자
7쪽

< #5. 하주(河州) 14-2 >

DUMMY

"으아아아!"


쥐었는데도 쥔 것 같지가 않다. 떨림이 멈춰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건 류의 오산이었다. 어느새 뽑힌 백련의 검이 류의 일격을 가볍게 막아낸다. 단지 막혔을 뿐인데 손에서 검이 빠져버리려고 한다.


그때 겸이가 움켜쥔 극을 내려쳤다. 정수리를 쪼개려 내려치는 기세에도 백련은 그냥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날 뿐이다. 산산조각이 났어야 할 식탁에 극이 박혀버렸다.


"젠장."


겸이의 한탄에도 불구하고 백련은 등 뒤로 고람을 밀어 가리며 천천히 검을 마주 잡았다. 소란스러워지자 바깥에 있던 백련의 사냥개들이 웅성거린다. 녀석들마저 덤벼든다면 꼼짝없이 난도질당할 게 분명했다.


노려보던 겸이가 극을 빼 들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류의 앞에 섰다. 백련과 류 사이에 든든한 벽처럼 굳게 버티기 시작했다.


"류야······. 넌 돌아가서 연이하고 아버지 좀 챙겨라."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하겠는가? 그러면 형은? 몸도 성하지 않은데 어떻게 버티려고? 겸이는 류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갑자기 몸을 뒤로 빼며 류를 밀어버렸다. 방문이 부서지며 뒤로 밀리던 류는 형이 멈추지 않고 밀어대자 무슨 짓이냐며 물었지만, 겸이는 대답지 않았다.


"그래, 아직 살아있지. 잘 모시고 있단다. 그러니 챙길 필요는 없어. 네 놈 걱정이나 하려무나. 이 바보들아."


고람이 이죽거렸다. 뒤는 낭떠러지까지는 아니었지만, 꽤 높은 언덕배기다. 내려갈 만한 계단 쪽에는 사냥개들이 진을 치고 있다. 녀석들. 도망갈 곳이 없다.


검을 들고 달려오는 백련을 노려보던 형은 언덕 위에서 갑자기 류를 밀어버렸다. 겸이는 떨어지는 류가 걱정스럽지만, 눈도 돌리기 힘들었다. 백련의 검이 번쩍이며 파고든다. 겸이는 류가 듣지 못하겠지만 혼자 웅얼거렸다.


"연이······. 잘 부탁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류가 마차의 짚더미에 떨어지자 먼지가 솟아올랐다. 그걸 본 고람이 고함을 지른다. 이런 변수들. 고람은 본능적으로 싫어했다. 오늘, 이곳에서 형제는 모두 목숨을 잃어야 한다. 기병대를 이끄는 야초오도 죽고 말이다. 그리고 모든 죄는 야율모에 뒤집어씌울 것이다. 중앙에서 조사가 나오면 장 씨라는 아비가 유리한 증언을 할 게다. 계집애가 인질로 잡혔으니 말이다.


그리고 다른 관리들도 모두 이 일에 대해 그렇게 증언할 것이다.


"어서 놈을 잡아!"


계단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사냥개들이 고람의 말에 계단을 쏜살같이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일곱 명의 험상궂은 사내가 칼과 단창을 빼 들고 계단을 서너 칸씩 뛰어 내려오는 것이다.


"어서 가!"


백련의 검이 번뜩이자 겸이의 어깨에서 피가 솟구친다. 류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땅바닥을 움켜쥐다가 결국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야초오는? 야초오 실력이라면 분명 놈들의 흉수를 피하고 도우러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무 명을? 불안한 마음만 커진다.


겸이의 극이 백련의 앞섶을 가르며 상처를 냈다. 고람은 자신의 작품에 상처가 나자 기겁하며 백련의 상처를 살폈다. 그는 백련을 보호키 위해 사냥개들을 불러들이려 했다.


"어···. 괜···. 괜찮으냐? 사냥개들아!"


그런 고람을 백련이 웃으며 손을 들어 만류했다. 잘린 앞섶 사이로 피가 흥건히 배어 나왔지만 깊지는 않았다.


"일부러 베인 겁니다. 그래야 백성들도 제가 힘겹게 이겼다고 생각하겠죠. 자신들을 위해 싸우다 다치기까지 했다. 그러면 마음에 빚 한 덩이가 생기겠지요. 언젠가는 갚으려 할 것입니다."


"젠장! 가지고 노는 거냐!"


말을 듣자마자 분노가 가득 치밀어올랐다. 잔뜩 성난 겸이가 거칠게 극을 휘두르지만, 점점 힘은 빠져만 갔다.




***




"뒈진 거야?"


"쳇, 그동안 맞춰주느라 고생이었다. 젠장. 온종일 훈련이라니. 그동안 몇 번이나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말 위의 이리떼들은 널브러진 야초오를 내려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죽은 거 맞지? 거란놈들 뭐 이상한 주술이라던가 그런 거 부리는 거 아냐?"


"병신, 겁먹었냐? 내가 맥을 짚어보지."


내려선 녀석은 야유를 보내며 야초오의 턱밑에 손을 갖다 댔다. 꿈틀···. 아직 맥이 있다. 당황해 눈이 커진 녀석은 번쩍 뜬 야초오의 눈에 깜짝 놀라 우와아 비명을 질렀다.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아 목 밑을 번개같이 베어낸 야초오가 한마디를 웅얼거리고는 눈을 감았다.


"탱그리, 제물 바쳤다. 이제 날 받아라."


목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뒤로 넘어간 동료를 본 이리떼는 말 위에서 창을 들어 야초오의 몸에 내리꽂기 시작했다.


야초오의 몸을 뚫고 땅 깊숙이 꽂힌 창이 다섯 개를 넘어가자. 그제야 죽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



백련의 검을 받아내기 힘들다. 녀석이 한번 받아주었다고 웃던 게 사실이다. 힘이 부쳐 느려지기는 했지만, 녀석은 가볍게 쳐내며 몸에 상처 하나하나를 내며 놀고 있다.


'그렇게 착한 척만 하면서 가면 쓰고 살았으니 답답했겠지. 그런데 왜 분풀이 대상이 나냐? 왜? 젠장?'


생각을 더 하기도 전에 류의 비명이 들려왔다. 비틀거리며 뛰던 류가 어느새 사냥개들에게 따라잡혀 포위된 것이다. 녀석들이 희롱하듯 류의 등에 칼질을 해버렸다. 맥없이 휘두르는 검을 녀석들은 웃으며 피하고 있었다.


류가 위험하다. 겸이는 힘겹게 백련의 검을 쳐내고는 몸을 던졌다. 짚더미 위에 떨어진 겸이는 다리를 삐끗해 절뚝이면서도 류를 에워싼 녀석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뒤져버려!"


류의 등 뒤에서 칼을 거꾸로 잡고 찔러넣으려던 녀석의 머리가 동강 나 날아가 버렸다. 그대로 몸을 돌리며 창을 휘두르니 가슴팍이 파여 두 녀석이 뒤로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다 뒤져버리라고!"


겸이의 고성에 녀석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



형이 한 손으로 잡고 당겨 일으키자 다리가 부들거리며 휘청거린다. 그때 백련이 저편에서 우아하게 땅으로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형!"


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겸이는 길을 여느라 정신이 없다. 녀석들은 실력으로 밀리자 거리를 벌리며 계속 으르렁대기만 했다.


"백련이 온다고."


형의 극이 다시 하나를 도륙 내고 길을 열었을 때 날아오듯 달려온 백련의 검이 뽑혔다. 우아한 동작이다. 한번 흔들림 없이 그림처럼 우아하다. 그런데 무섭다. 형이 걱정된다.


몸을 던져 막고 싶다. 그때 휘청거리던 다리에 힘이 빠져버린다. 순간 세상이 천천히 멈춰간다. 형은 사슬갑옷을 꿰뚫고 빼곰히 삐져나온 검을 보고 포효한다.


상처 입은 야수는 몸을 빼내더니 극을 돌린다. 기세에 당황한 백련이 뒤로 밀렸다. 흉흉한 공격에 다른 녀석들은 눈치만 볼뿐 덤벼들지 못한다.


"이 병신아! 달려라!"


형의 외침에 정신이 퍼뜩 든 류는 달렸다. 류가 달려나가자 겸이가 성큼성큼 걸어 자리를 잡았다. 입구로 뚫린 좁은 통로를 막아선 겸이는 극을 바닥에 꽂더니 외친다.


"내가 서경의 김겸이다! 와라!“


작가의말

부탁드립니다!


공모전 첫날, 프리유스님의 추천에 힘입어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이어 적은 편수의 추천들이 많아지고 곧 혼돈이 찾아와 빛을 잃었죠.


지금입니다. 용사가 필요한 시점이. 넉넉한 분량과 말 잘듣는 작가가 있잖습니까? 이럴땐 저보다 더 필력이 뛰어난 독자님들이 나서야죠.


추천글 멋지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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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 #6. 검귀(劍鬼) 1-2 > +13 18.05.05 5,812 123 8쪽
57 < #6. 검귀(劍鬼) 1-1 > +8 18.05.05 6,262 117 7쪽
56 < #5. 하주(河州) 15-2 > +13 18.05.04 5,689 118 9쪽
55 < #5. 하주(河州) 15-1 > +16 18.05.04 5,453 117 8쪽
» < #5. 하주(河州) 14-2 > +14 18.05.03 5,343 127 7쪽
53 < #5. 하주(河州) 14-1 > +16 18.05.03 5,437 121 7쪽
52 < #5. 하주(河州) 13-2 > +10 18.05.02 5,393 116 8쪽
51 < #5. 하주(河州) 13-1 > +4 18.05.02 5,523 111 8쪽
50 < #5. 하주(河州) 12 > +7 18.05.01 5,814 118 16쪽
49 < #5. 하주(河州) 11 > +2 18.05.01 5,914 123 14쪽
48 < #5. 하주(河州) 10-2 > +4 18.04.30 5,757 128 8쪽
47 < #5. 하주(河州) 10-1 > +7 18.04.30 5,868 126 8쪽
46 < #5. 하주(河州) 9 > +5 18.04.29 6,202 124 16쪽
45 < #5. 하주(河州) 8 > +6 18.04.29 6,450 13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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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5. 하주(河州) 7-1 > +4 18.04.28 6,282 13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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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5. 하주(河州) 4 > +5 18.04.26 6,750 145 15쪽
39 < #5. 하주(河州) 3 > +9 18.04.26 6,983 155 12쪽
38 < #5. 하주(河州) 2 > +5 18.04.25 6,928 148 13쪽
37 < #5. 하주(河州) 1 > +13 18.04.25 7,186 1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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