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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님의 서재입니다.

출소 후 거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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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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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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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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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홍대 술자리(2)

DUMMY

이어 현성이가 주문한 음식과 술이 나왔다.


“너, 오늘 늦게 들어가도 되지?”


성훈이형이 내 술잔에 술을 따르며 눈을 마주쳤다.


“당연하지. 간만에 죽어보자. 너는 내빼기 없다?”

“에이, 형. 그게 뭔 개소리야? 내가 언제 내뻈다고 그래?”


현성이는 내 말에 발끈하며 어이없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너, 새꺄, 맨날 술 처마시고 화장실간다하고 없어지잖아.”


성훈이형도 현성이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비아냥댔다.


“참나...”

“자자, 오랜만에 다 같이 죽어보자고!”

“짠”


탁-


우린 술잔을 부딪히고,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얘기했다.


.

.

.



오랜만에 만난 관원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다보니 시간은 어느덧 새벽3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술자리를 즐기며 이야기를 하던 많은 손님들의 자리는 비어져 있었다.


“형,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수개교도소 생활하는데 괜찮았어?”

“갑자기?”

“야, 그런거 묻지마.”

“형도 궁금해했잖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형.”

“...”


나는 말없이 잔에 술을 따르고 수개교도소에 지냈던 일을 생각하며 술을 마셨다.


“얘기하기 불편하면 안해도 되고.”

“아냐. 괜찮아. 음, 사람이 지내는 곳이니깐 못살겠다 정도는 아니였는데... 갇혀있다보니 많이 힘들더라. 왜 그런거 있잖아? 제약된 환경에 있으면 더 미쳐버릴것같은거.”

“난 모르겠는데? 크크.”

“크크. 우리도 운동하면서 하고 싶은게 많은데 하지 못한게 많잖아.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것같다.”

“그렇구나.. 근데 형 성격에 거기서 멀쩡하게 나오기는 힘들텐데...”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현성이가 말을 했다.


“새끼.”


나는 현성이의 머리를 잡고 헝클어트리고 앞에 있는 성훈이형을 쳐다봤다.


“아, 이 자리에 딱 코치님만 계셨으면 완성인데.”

“크크, 그 어르신 있었으면 담배 피러 왔다 갔다 하느라 우리가 먼저 다리 아파 뒤졌을거다”

“...”


술자리에서 코치의 이야기는 당연하게 나온다.

오히려 안나오면 이상할 정도.

우리가 같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했던 시간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다니며, 서슴없이 장난을 치던 추억은 잊기 어렵기 때문에.


“그 양반 불같은 성격은 거기서도 못참았나 보네.”

“...”

“성찬아, 너도 너무 죄책감 안고 살지마. 우리 잘못이니깐.”

“됐어. 내 잘못이지.”

“새끼... 고개 들어. 병신아, 동전이라도 떨어졌냐?”


코치님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형, 그거 기억나? 형이 처음 나한테 지랄했던거? 근데 형이 그 때 한 말이 아직까지 가슴에 새겨져있어. 그 말 덕분에 지금 내가 살아 움직이는거같아.”


현성이한테 미안해서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둔 기억이다.

그 날의 기억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




몇 년전, 훈련을 하고, 코치님 없이 숙소에 들어와 세명이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깊어지고, 우리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깊어진 밤의 분위기 탓인지,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현성이가 엉뚱한 소리를 했다.


“크으, 난 이번에 형들 아시안게임만 나가는거 보고 역도 그만둘래.”

“지랄, 네가 이거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성훈이형, 난 그래도 열심히 했어. 근데 형들이랑 운동하면서 깨달은 것 같아.”

“뭘?”

“나한테 재능이 없다는거.”

“...”

“성찬이형도 운동은 했지만 이정도로 재능충인지 몰랐고, 형도 재능충이잖아. 난 안되는것같...”

“지랄하네. 병신.”


나는 현성이가 하는 얘기를 가만히 듣다가 욕을 내뱉었다.


“뭐?”

“지랄하지 말라고, 그거 변명이니깐.”


나는 다시 술을 마시며 현성이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형은 재능이 있으니깐, 쉽게 쉽게 하겠지만, 나는 백날 노력...”

“현성아,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포기하는것도 현명한거긴 하지만, 네 한계를 왜 네가 정해? 끝까지 달려가봐야지.”

“...”

“포기하고 싶으면 해. 근데 포기 하더라고 죽을 듯이 노력하고 그 때 포기해. 그래야 너 자신한테 당당해질테니깐.”


나는 비어있는 성훈이형 술잔과 현성이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이 길이랑 완전히 다른 술집을 차리든, 옷가게를 하든, 피시방을 하든, 상관없으니깐, 지금은 심장이 터질것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노력만 해보자. 자, 짠!”


짠-




***




“그 때, 형 말대로 옷가게를 하고 있네? 자리깔아도 되겠는데?”

“크크, 맞아. 이새끼 옷팔고 있잖아. 우리가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만지더라.”


맞은편에 앉아 흐뭇하게 웃고 있는 성훈이형.


“난 그 때 형이 그렇게 말해준게 너무 감사해. 결과가 안좋긴 했지만, 죽을 듯이 운동하고 훈련해서 내 자신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오히려 그렇게 노력하고 포기한게 떳떳한걸.”

“뭐, 내 말이 너한테 힘이 됐다면 내가 고맙지.”


맞다.

현성이는 73KG체급에서 아시안게임 선발전에 나가보지도 못했고, 96KG체급인 성훈이형은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코치님의 장례식 때, 교도소장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본 현성이와 성훈이형.

현성이가 옷가게를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오히려 다른 선택을 한 현성이가 대견했다.

그리고 코치님의 체육관을 이어서 운영하는 성훈이형에게 큰 존경심이 들었다.


같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노력은 했던 우리는 서로가 다른 답안지에 답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성찬아.”

“응?”


고민이 많은 얼굴로 나를 불러놓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 성훈이형.


“뭔데?”

“이양반, 취했나보네. 형이 먼저 취하는것도 신기한데? 크크.”

계란과자를 먹으며 성훈이형을 놀리는 현성이.

나는 성훈이형을 유심히 쳐다봤다.


“새끼야, 이제 우리한테 안숨겨도 돼.”

“뭐를..?”

“아니, 성훈이형! 그거는 우리만 알고...”


내 옆에 앉아있던 현성이가 과자를 먹다 다급하게 일어서 앞에 앉은 성훈이형을 말렸다.


“됐어. 언제까지 우리가 모를거라 생각했냐? 호구도 아니고.”

“뭘 말하는건데?”

“너 지금 하는일이랑 코치님 연관 되어있는거지?”


술병을 들어 비어있는 내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어가는 성훈이형.


“병신아, 감출려면 제대로 감추던가, 하긴, 해보지도 않은 연기를 하느라 어색한건 모르겠지.”

“...”

“아 너무 오랫동안 안폈다. 난 담배나 하나 피고 올게.”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현성이는 담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나는 성훈이형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표정의 성훈이형.

그래, 운동만 했던 내가 안하던 연기를 하니 어색하기도 하겠지.


“홍대에서 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하냐? 네 동생 현성이가 이 거리에서 일하는데 MS클럽에 대해 못 들어봤을 것 같아? 너 새꺄, 거길 네 집 안방마냥 드나들던데, 우린 알면서도 모른척 해준거야. 그동안.”

“...”

“네가 생각해도 네 행동이 이상하지 않냐? 씨발, 출소하면 우리랑 연락하면서 술이나 매일 같이 마셨을 새끼가 갑자기 없어져서 여기나 왔다갔다하고, 얼마나 수상하냐?”

“그랬구나..”


홍대 MS클럽.

수많은 인파로 항상 붐비는 MS클럽 대기줄.

클럽이 밀집해 있는 ‘홍대클럽거리’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찾아 북적인다.

그 중에서도 MS클럽은 사람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다.

평일에도 MS클럽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인도를 점령하면서 주변을 지나는 인파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까지 밀려나 마주 오는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수준.

오히려 줄이 길어 경찰관이 매일 같이 찾아와 주의를 준다.

이런 모습 때문에 홍대에서는 MS클럽을 모를수가 없다.


강성홀딩스를 세우기 전, 나와 민학선은 MS클럽을 접수하고, 대표이사실에서 업무를 주로 봐왔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낮에 다녔지만,

그걸 봤다니... 내 시야도 참 좁은게 틀림없다.


“으챠, 이거 마셔.”


담배를 피고 들어오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현성이.


“고맙다.”

“형, 어디까지 얘기했어?”

“이새끼 클럽 드나들던거.”

“크크, 그래 형. 너무했어. 너무 대담하게 행동한거 아냐? 내가 여기서 일하는데 그걸 금붕어마냥 까먹은거야?”

“...”

“성찬아, 우리도 코치님이 돌아가신게 이해가 안돼. 우리도 조폭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붕어빵 아주머니 괴롭히던 애가 묵산파였는데 왜 코치님이 계신 대전 교도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걸까? 거긴 경산파라는 곳이 관리한다는데.”

“맞아. 안돌아가는 우리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 묵산파?는 형이 지금 그렇게 복수를 했다고 해도 경산파가 왜?”

“네 행동이 수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냐. 수개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신분을 숨겨야 될 애가 갑자기 그렇게 행동하고, 너 대체 뭐하는거야?”


현성이와 성훈이형은 아직 내가 묵산파만 접수한줄 알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 수준에서는 당연히 이런 정보밖에 알 수 없다.

언론에서도 경산파와 묵산파에 대한 소식을 자주 내보냈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는 목수의 정보와 내부에서 일을 하며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감히 이런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이 얕게나마 알더라도 진실을 얘기해주기는 힘들다.


“그래. 뭐,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복수는 여기서 끝이야.”

“복수?”

“응, 묵산파가 코치님의 죽음에 관여를 했다라는것만 알아서 이정도에서 끝냈어.”

“씨발, 야, 그런게 있으면 우리한테도 얘기를 해줘야 되는거 아냐? 코치님이랑 너나 현성이나 나나 다 가족인데.”

“맞지. 근데 이미 내 손은 수개교도소에 들어갈때부터 더럽혀졌어. 괜히 형이나 현성이한테 얘기해봤자 피해가 갈게 안봐도 뻔한데, 차라리 그냥 내 손에서 해결하고 싶었어.”


나는 술을 한 번 더 들이키며 말했다.


“근데, 성찬아, 씨발, 그게 맞냐?”

“뭐가?”

“...너 씨발, 사람을 죽였다던데?”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본 성훈이형이 어렵게 입을 뗐다.


“아 형, 그만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분위기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거야?”

“말해봐. 빨리.”

“됐어.”

“야, 그 잘나가던 조폭들이 네가 출소하고 갑자기 행방불명되고, 그 자리는 네가 들어가고, 우리가 생각해도 이상한데, 왜 경찰이나 위에서는 조사조차 안하는걸까?”

“...”

“성찬아,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탈을 썼으면 같은 사람을...”

“형, 그리고 현성아.”

“응.”

“난 내 주변 누가 죽어도 이렇게 행동했을거야. 인간의 탈을 벗은건 수개교도소 들어갈때부터야.”

“야, 그건 사고였잖...”

“아니, 난 걔네를 죽일려고 했었던거야.”

“...”


툭-


나는 옆에 앉은 현성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 있는 현성이랑 형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고 싶은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그 땐, 내가 힘이 없어서 그렇게 된거였고.”


늘 생각했다.

내가 힘이 있었으면 코치가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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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이삭의 죽음 24.05.30 55 2 11쪽
74 레드홀(3) 24.05.29 59 2 11쪽
73 레드홀(2) 24.05.28 6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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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김강씨, 오랜만입니다? 24.04.22 134 2 11쪽
62 관원의 죽음(2) 24.04.21 121 2 11쪽
61 관원의 죽음(1) 24.04.20 13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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