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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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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40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0.0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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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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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혜윰의 선물 (1)

DUMMY

(대근건설 - 제 1건물 브레인 내 5층 야외 카페)



헨리와 7이사들의 정기 테니스 모임이 끝나고, 그들은 카페에 앉아 고상한 뒷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백이사, 요즘 서브 실력이 아주 그냥 좋아진 것 같아? 예전에는 겨우 네트 넘기는 수준으로 치더니, 이제는 내가 받기 힘들어졌어~ 응?"


백설하를 보며 헨리는 무섭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실제로는 조금도 그녀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강이사하고 조이사도 마찬가질세. 내가 이번 판은 이기기 참 힘들었다고. 아이고~ 나이는 못 속이나봐~"


헨리가 꼴에 약한 척을 하자, 강도윤이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아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사장님은 아직 청춘이신가 봅니다~! 저희 젊은 것들이 반성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랄까, 나이를 먹음으로서 더욱 더 멋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역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멋있어 지시는 것 같습니다! 존경합니다!"


옆에 있던 조지용 역시, 양손의 지문이 한참 닳아 있었다.


"아~ 이 경험이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아직 경험치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저희가 어떻게 사장님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아, 게다가 사장님은 저희 망해가던 대근건설을 다시 일으키신 분이 아니십니까~?"


두 이사의 추태를 바라보며, 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애쓴다, 이 새끼들아. 네놈들이 아무리 빌빌 기어봤자 어차피 헨리의 따까리 노릇이나 하겠지. 그나저나 어느 타이밍에 그걸 묻는담?'


보디가드 마냥 헨리와 7이사들의 근처에 서서 주위를 경계하는 쉐도우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저 새끼는 눈치도 없이 여긴 왜 와? 와도 멀찌감치 있어야지. 새끼가.... 생긴 건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이 생겨 가지고.'


이사들의 알랑방귀에 흠뻑 취한 헨리를 보며, 쉐도우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주혁은 그런 쉐도우의 사나운 눈빛이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라 착각했다.


"음, 오늘도 아주 즐거웠네! 다들 수고 많았어!"


헨리가 드디어 모임의 마무리를 짓자, 주혁은 기회를 노렸다.

카페에서 주혁을 제외한 다른 이사들은 헨리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한 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주혁은 끝까지 헨리를 보좌하겠다고(?) 설치는 강도윤을 강제로 내쫓은 후, 헨리와 함께 제 1건물 브레인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눈치가 있으니까 저러는 건지. 쉐도우는 그 둘의 뒤를 바싹 뒤쫓아왔다.


주혁은 그런 쉐도우를 곁눈질로 살피며 헨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제가 요즘 기력이 허한가 봅니다."


헨리가 말했다.


"기력이 허해? 이런~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그러면 쓰나?"

"사장님처럼 지치지 않는 정력을 가져야 사랑받을 텐데, 요즘따라 영~ 기운이 없군요. 비결이라도 있으십니까?"


주혁의 말에 헨리는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하하하! 내가 좀 한 건강 하지! 비결이라~ 글쎄, 고사리랑 율무를 먹지 않는 것일까? 하하하!"


재미라고는 쥐뿔도 없는 헨리의 대답에 주혁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제가 율무를 좋아하는 건 또 어찌 아셨습니까? 율무 때문에 요즘 이상한 게 눈에 보이나 봅니다~"


헨리는 웃음을 멈추더니 물었다.


"음? 이상한 거라니?"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쉐도우에게 최대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춘 채, 그가 말했다.


"헛것이 보입니다. 저번에 뇌부서랑 심장부서에서도 봤습니다만, 이상한 검은 귀신 같은 게 보이더군요. 눈도 없고, 코도 없고 얼굴의 형체는 없는데. 마치 그림자처럼 생긴 귀신이었습니다. 하하! 역시~ 아무래도 제 기력이 허한 탓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얼마 뒤, 여름방학 전 마지막 동아리 시간이 되었다.

테니스 동아리 부원인 황대근은 H고등학교의 테니스코트에서 백경민과 천강우와 함께 테니스 그립(grip)을 감고 있었다.


테니스 동아리 담당 선생인 신용호는 동아리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시간이니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하던, 랠리를 하던 마음대로 해라.'


신용호의 말에 황대근과 친구들은 단식게임을 하기로 결정했다.

천강우는 초록색의 그립을 감다가, 실수로 한쪽에 몰려 그립을 감은 탓에 다시 풀어내며 말했다.


"황대근, 복식은 안 하려고?"


하얀색 그립을 예쁘게 감은 황대근이 대답했다.


"응. 난 단식이 좋더라고."

"단식은 힘들지 않냐? 혼자서 저 넓은 코트를 다 뛰어다녀야 하는데."

"어차피 단식 라인은 정해져 있잖아. 복식 라인 제외하면 그렇게 넓지도 않아."

"그건 네가 폐활량이 사기급이라 그래. 난 힘들어."


붉은색의 그립을 다 감은 백경민이 도망치려다 붙잡힌 안익준과 박정우를 혼내는 신용호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너희 그 얘기 들었냐? 신용호 아마 내년부터 3학년 담당 체육선생 될 수도 있대."

"원래는 1학년 담당아니었나?"


천강우의 질문에 백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담당이었는데, 내년부터는 3학년으로 간대. 내년엔 우리랑 같이 하는 거야."


천강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봤자, 고3은 체육 없다면서? 체육시간에도 어차피 저 교실에서 자습이나 시키겠지."

"아냐, 신용호 쌤은 그럴 분이 아니셔. 체육을 신성시 하시는 분이라고. 난 신쌤을 믿어!"


백경민의 말대로 신용호는 체육을 신성시 하는 것을 넘어 숭배하는 수준으로 좋아했다.

전직 테니스 선수라고 하더니, 그래서일까? 신용호는 체대 준비를 한다는 백경민에게 온갖 정성을 쏟았다.

신용호는 운동 신경이 타고난 황대근을 체육계로 입문 시키고 싶어 했으나, 황대근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얼굴은 비록 곰보처럼 얼룩덜룩한 흉터로 가득하고 말투는 거칠었지만, 신용호는 김철환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마음을 제법 헤아려주는 H고의 몇 안 되는 선생이었다.


"하이고, 진짜."


황대근과 친구들의 대화 주제가 점차 대학 관련 주제로 변해갈 즈음, 신용호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안익준과 김훈, 그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정우가 있었다.

박정우는 신용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공부해야 한다니까요! 이런 재미없는 걸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그러자 신용호가 소리쳤다.


"헛소리! 운동이 쓸데없어? 어? 재미가 없어? 어? 운동을 해야 뇌도 잘~ 돌아가는 거다. 어이, 황대근이!"


이름이 불리자 황대근은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네?"

"오늘은 얘네들이랑도 같이 함 해봐라!"

"...뭘요?"

"단식게임! 저 두 놈이랑만 하지 말고, 훈이랑 정우랑, 익준이랑도 해 보라고. 단식게임에서 최후의 승자로 남는 놈은 내가 매점 상품권 2만원 짜리 쏜다."






(대근건설 - 근골격부서 - 근육과 운동팀)



"숄더(shoulder), 엘보(elbow). 오늘 정말 수고 많았다. 싸이(thigh)도 수고 많았어."


프로틴은 완전 녹초가 된 숄더와 엘보, 싸이라 불리는 직원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황대근이 연속으로 단식 게임을 하느라 온 힘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세 명의 직원은 매우 지친 상태였다.


"자, 이걸 마시도록 해."


프로틴은 노란빛이 도는 이온음료를 그들에게 건넸다.


"'개털렸네잉'라고 하는 이온음료다. 이건 인간 세상에 있는 인간들도 마시는 음료지. 이온음료들 중에서 아마 칼로리가 가장 높을 거야. 회복에 좋으니 어서들 마셔."


털썩—


세 명의 직원이 개털렸네잉을 마시고 있을 때, 누군가 근육과 운동팀으로 들어왔다.

체격에 비해 발이 무지막지하게 큰, 손과발팀장 빅풋이었다.

프로틴은 거의 다 죽어가는 그를 보며 외쳤다.


"빅풋! 빅풋! 정신 좀 차려! 빅풋!"

"프....로틴....팀장....."

"빅풋! 어서 이 이온음료를 마시게!"

"발에.... 발에...."

"발에, 뭐? 왜 그러는 거야?"

"발에.... 불 날 것 같아......"


프로틴은 빅풋의 왕발을 확인했다.

그리고, 정말로 작은 불꽃이 그의 발에 붙어있었다.


"김훈... 김훈 그 자식.... 저번에는 느려터졌었는데... 이번에는 겁나게 빨리 뛰네......"






(경기도 평택시 - H고등학교)



동아리 시간이 끝나기 약 10분 전, 신용호는 동아리 수업을 일찍 끝낸 후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라는 한 마디만을 남긴 뒤 테니스장을 빠져나갔다.


황대근과 친구들은 교실로 돌아가 종례를 하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박정우는, 가뜩이나 기분이 더러운데 황대근에게 단식 게임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탓에 기분이 더욱 나빠져 있는 상태였다.


'으, 안 되겠어. 오늘 밤 새야지!'


아주 간소한 차이로 황대근에게 단식 게임을 진 안익준은 시무룩해진 박정우의 어깨에 그의 팔을 두르며 말했다.


"공부만 하느라 테니스 연습을 안 했나 봐?"

"뭐?"

"어째, 저번보다 실력이 더 떨어졌어. 나날이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야, 너 요즘 왜 황대근보다 나한테 더 시비를 터는 거냐?"


안익준은 잠시 생각하는 척 하더니 말했다.


"음~ 글쎄? 그냥 재미있어서?"

"뭐? 재미 있다고?"

"네가 아등바등 하는 모습이 제법 재미있어서 말이지. 나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며칠 뒤, 케어와 플루는 인질(?)이 된 테스토스테론과 함께 메모리아부서를 다시 찾았다.

황대근과 혜윰이 자신들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준비가 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것이니까요. 물론 유전자 조작이라는 고급 기술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저희 역할이 아닙니다. 대근건설의 오래된 연구소 직원들이 할 일이죠."


황대근의 말에 케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신지?"


케어의 질문에 황대근은 자료실에서 자료 한 장을 가져왔다.

자료실에 있다가 나와서 그런지, 자료는 제법 차가웠다.

황대근은 자료를 케어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얼마 전 황대근의 양아버지가 그의 친아버지쪽에 탈모 유전자가 있다는 말을 했지요."

"그렇군요."

"이 기억을 바꾸면 됩니다. 아예 삭제 시키는 방법도 있지요. 굳이 기억할 필요 없는 기억이기 때문에 지워도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요."


플루가 말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다면서요. 저희가 언제까지고 5α-환원효소를 잡으러 다닐 수도 없고요."

"그 문제라면 걱정 마세요!"


혜윰이 약병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제가 이 구역 최고의 약쟁이, 아니 약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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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혜윰의 선물 (2) 21.10.08 26 1 13쪽
» 혜윰의 선물 (1) 21.10.07 28 1 11쪽
56 특명! 머리카락을 지켜라 (2) 21.10.07 24 1 12쪽
55 특명! 머리카락을 지켜라 (1) 21.10.06 27 1 12쪽
54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2) 21.10.06 23 1 13쪽
53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1) 21.10.05 25 1 13쪽
52 그림자 (2) 21.10.05 23 1 13쪽
51 그림자 (1) 21.10.05 21 1 13쪽
50 마님은 왜 돌쇠에게 쌀밥을 주었나? (2) 21.10.04 36 1 13쪽
49 마님은 왜 돌쇠에게 쌀밥을 주었나? (1) 21.10.04 32 1 13쪽
48 우연 혹은 필연 (2) 21.10.03 26 1 14쪽
47 우연 혹은 필연 (1) 21.10.03 25 1 13쪽
46 살았니? (3) 21.10.02 21 1 13쪽
45 살아있니? (2) 21.10.02 21 1 13쪽
44 살았니? (1) 21.10.01 28 1 13쪽
43 급성상기도염 21.10.01 25 1 13쪽
42 시간이 멈춘 아이 (5) 21.09.30 26 1 12쪽
41 시간이 멈춘 아이 (4) 21.09.30 27 1 13쪽
40 시간이 멈춘 아이 (3) 21.09.29 25 1 13쪽
39 시간이 멈춘 아이 (2) 21.09.29 26 1 12쪽
38 시간이 멈춘 아이 (1) 21.09.28 27 1 13쪽
37 모의고사 (2) 21.09.28 27 1 12쪽
36 모의고사 (1) 21.09.27 28 1 13쪽
35 리콜(recall) (2) 21.09.27 27 1 12쪽
34 리콜(recall) (1) 21.09.26 30 1 12쪽
33 내 안의 또 다른 나 21.09.26 33 1 12쪽
32 미제 사건 (2) 21.09.25 29 1 13쪽
31 미제 사건 (1) 21.09.25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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